지루할 틈 없는 경제학 - 옥스퍼드 경제학자가 빠르게 짚어주는 교양 지식
테이번 페팅거 지음, 조민호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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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면서도 막상 공부하면 괴리감이 느껴지는 학문 분야가 바로 경제학인 것 같다.

대학을 다녔다면 전공자가 아니어도 교양이나 선택과목으로 경제학 관련 수업은 많이들 듣는 편일 텐데, 관련 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경제학이 아주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겨냥해(?) 최근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 경제학 이론들을 짤막하게 정리해 주는 책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주석을 제외하면 300페이지 정도로 일반적인 책 두께지만 한 주제 당 7-8페이지 정도로 짧게 서술되어 있어서 다루는 이슈들은 굉장히 많은 편이다.

대통령 교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낙수 효과의 영향,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내용들이 두루 등장한다.

책의 앞 부분(3장까지)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보다는 기존의 경제 이론들을 곁들여 현상을 설명하는 것에 주력하는 느낌이다.

이 부분에서는 '경기가 위축되면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에 활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의사결정에 매몰비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결정이 어려워진다' 등 일반적인 경제학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래와 같은 문구들은 다른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라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두 축으로 설명 가능한 것들이다.

노동시장의 수요 감소 폭보다 인구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 당연히 나라 밖에서 인력을 충원하게 된다.

시장에서 도태된 기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해결책 밖에 안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30년 또는 40년 동안 이민자들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뀔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갈 것도 없이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민자 유치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젊고 건강한 이주 노동자들을 데려가려고

너도나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지 모른다.

(pg 82)

가망 없는 기업과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세수만 낭비할 뿐이다.

명백히 실패한 기업을 지원하기 보다 실직한 노동자들이

더 생산적인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pg 116)

주제가 방대하기 때문에 저자가 무작위로 주제들을 선정한 것 같이 느껴지지만 읽다 보면 저자가 생각보다 고심해서 순서를 정했다는 느낌이 든다.

앞에서는 단순한 사실 전달 위주의 주제들이 등장한다면 뒤쪽으로 가면 점점 더 정치적, 도덕적 판단들이 개입되는 주제들이 등장한다.

가령 경제 성장이 환경 보호에 우선해야 할 가치인지를 묻는 질문은 읽는 자의 국적에 따라 극명하게 답이 갈릴 수 있는 주제이다.

당장 질병과 기근으로 굶는 나라에서는 환경 보호보다는 기반 산업 개발이 우선일 수밖에 없겠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제법 해결된 나라라면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가 경제 성장률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흔히 경제학개론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 시각과는 조금 다른 경제학 이론들을 소개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앞 부분보다 월등히 재미있었는데, 그래도 앞부분을 읽지 않으면 뒷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다소 어렵긴 하다.

아래와 같은 구절에서는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라고 가정했던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가 돕는 이뉴는 그것이 사회에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이 개념에 보편타당성을 부여하면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는 경제학자들이 비경제학자들보다 더 이기적인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pg 161)

또 아래와 같은 구절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더 익숙할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소개하고 있다.

자유무역이 전 세계 시장경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음에 인용한 암표 관련 문구에서도 수요와 공급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오늘날의 유치 산업 보호론은 주로 1차 산업에 기반을 둔,

최근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낮은 경제 성장률에 머문 가난한 나라들과 관련이 있다.

이들이 단기적 비교 우위보다 경제 다각화와 새로운 제조업 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18세기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 국가도 그런 산업을 육성하려면 관세 보호가 필요하다. 자유무역만 강요한다면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pg 224)

음악, 스포츠, 연극, 영화, 뮤지컬, 미술 등

모든 문화 산업에는 이윤 추구 이상의 존재 의미가 있다.

암표는 모든 대중에게 공평하게 제공될 문화 경험을 경쟁하게 만들어

문화 산업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킨다.

(pg 283)

사회의 발전 정도를 GDP의 증감으로만 가늠하는 현 경제 체제에 대해서도 저자 나름의 소견을 밝히기도 한다.

물론 워낙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된 지표여서 당장 대체하기 어려울뿐더러 단일 학자의 연구를 통해 제시될 수준도 아니겠지만 이제는 새로운 경제 지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나 싶다.

삶의 질은 돈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게다가 인간은 자연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경제학은 생산과 소비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제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 지표를 마련할 때다.

(pg 233)

물론 경제학을 잘 안다고 해서 우리가 케인즈처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자조차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의사는 우리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을 경고할 수 있지만,

잘못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예기치 않게 건강할 수 있다.

경제학자도 마찬가지로 그 역할이 일기 예보보다 의료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정 경제 행태를 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어느 시점에 경기 침체가 일어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pg 144)

하지만 정부나 중앙은행의 경제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단순히 뉴스 기사를 통해서만 판단하기엔 우리나라의 언론이 너무나 무능하기 때문에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면 갖출수록 보다 명확한 상황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경제학을 아주 멀게 느끼지는 않아서 그런지 막히는 부분 없이 평이하게 읽히는 책이었다.

각 주제별로 서술에 필요한 경제학 이론들을 간단히 소개하며 그래프를 통한 설명도 자주 등장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비경제학 전공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교양서라는 느낌을 주었다.

주제가 워낙 다양해서 본인이 관심 가는 주제만 발췌해 읽는 것도 가능하겠으나, 앞에서 설명한 개념을 뒤에도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처음부터 쭉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학창 시절에 경제학 관련 수업을 한두 개 정도 들은 사람이라면 잊어버렸던 기억을 새롭게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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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잡는 엄마표 수학 놀이 - 초등교사 엄마와 놀면서 깨우치는 수학 놀이 139
장예원 지음 / 소울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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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된 딸아이가 이젠 제법 한글을 잘 읽는 편이다.

부모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글을 읽을만하니 덧셈 뺄셈 등 기초적인 수학을 가르치고 싶어진다.

숫자부터 읽고 써보는 아주 기초적인 책들은 벌써 몇 권 해봤는데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접하게 된 책이다.

아이는 지금도 100 미만의 숫자는 잘 읽는다.

아이에게 숫자를 가르치다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숫자를 '읽는' 것과 숫자를 '이해'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31보다 1이 크면 32가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에게 31보다 1 큰 숫자가 32라는 걸 가르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신기하게 31과 32를 '읽을' 수는 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숫자라는 기호를 인식하는 것과 그것이 의미하는 개념을 깨닫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면서 답답함을 느끼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아이는 괜히 주눅 들고 그래서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이 책을 발견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아이에게 놀이를 통해 단순한 기호로서의 숫자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수학적 개념을 조금씩 일깨워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숫자와 연산, 공간, 도형 등 다양한 주제로 가볍게 수학 개념을 소개하는 놀이 방법들이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핵심은 '놀이'인 만큼 대단한 수학적 개념을 전수한다는 느낌 보다는 놀면서 수학적인 사고를 같이 경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교사여서 그런지 저자의 손재주가 제법 좋은 모양이다.

직접 만든 수학 놀잇감들이 보기에도 예뻐서 내가 만들어도 저런 비주얼이 나와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이 책의 목적은 수학적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므로 조금 못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훨씬 중요할 것이다.

간단한 그리기나 오리기 정도가 가능한 아이라면 아이와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장난감으로 놀면서 공부한다면 아무래도 개념도 더 잘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pg 38-39)

사진 비중이 크고 글씨가 많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이 될 건 없지만, 아무래도 놀잇감들을 직접 만들거나 준비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읽고 실천하기까지는 부모의 의지가 좀 필요하다.

요리 책을 보면 당장이라도 따라 할 것만 같지만 직접 요리하는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듯이 이 책 역시 보고 '나중에 해봐야지' 하고 넘어가면 읽으나 마나 한 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에 소개한 페이지처럼 집에 굴러 다니는 블록이나 빨대, 종이컵 등 집에 구비해 놓고 있을 법한 소품들을 활용한 놀이들도 제법 되는 편이라 이런 놀이들부터 먼저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책 뒤편에는 잘라서 바로 활용 가능한 카드들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당장 놀잇감들을 만들어 줄 여유가 안된다면 이 카드라도 잘라서 같이 놀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제목은 '엄마표'지만 굳이 엄마 아빠를 가릴 이유는 전혀 없는 놀이들이기 때문에 부부가 같이 보면서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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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두더지한테 아무도 관심 없어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남동완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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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 한가운데 홀로 튀는(?) 빨간색에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서 있는 두더지 한 마리가 눈길을 끈다.

제목처럼 무심한 다른 동물들에게 삐지는 두더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우리의 주인공 두더지는 어느 날 땅속을 여행하다 낯선 숲 위로 올라오게 된다.

숲에는 악어, 고릴라, 홍학, 뱀, 말코손바닥사슴 등 생소한 동물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다들 자기 할 일에 바쁠 뿐 새로 온 두더지에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두더지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 틀림없다며 혼자 화를 낸다.

그러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두더지가 물살에 휩쓸려 가게 된다.

그랬더니 여태 두더지를 무시한다고만 생각했던 동물들이 모여 두더지를 구해주게 된다.

두더지는 자신의 짐작으로 저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다른 동물들도 두더지가 온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동네 놀이터 투어를 나서는 딸도 다른 놀이터를 가면 처음 보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동네에 너 여기 살지도 않는데 왜 여기서 노냐고 따지는 어른들은 없어서 다행이다.)

당연히 그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무리들이 있어서 거기에 끼어 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과도 종종 어울려 놀기는 하지만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아이들이 저리 가라고 할 때도 있고, 노는 것을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당연히 아이는 상처를 받겠지만 그런 상처도 살아가면서 꼭 경험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을 좋아할 수 없고, 누구나 자신에게 친절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꾸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다보면 나름의 노하우도 생기는지 처음 보는 아이들과 잘 노는 빈도가 점점 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책 속 두더지처럼 지레 겁먹고 다가가지 못하거나 스스로 거리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 '모두가 어울려 다 같이 사이좋게 놀았습니다'라는 식의 전형적인 동화 엔딩이 아니어서 재미있었다.

다른 동물 친구들이 그랬듯이 놀이터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같이 놀자고 강요하거나 떼쓰지 말고 그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만으로 5세인 우리 딸아이가 혼자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글자 수도 적으면서 아이들이 흥미로워 할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오자마자 내리 두 번을 읽어 달라고 했다.

그림이 굉장히 재미있는 편인데 특히 두더지의 표정이 변화무쌍해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 책도 세계 여러 나라 작가들의 책을 두루 보게 되는 것 같은데, 확실히 국내 저자의 책이 뭔가 더 우리 정서에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글이지만, 내용이 괜찮았기 때문에 유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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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마음이 궁금해 - 철학자 이주향 선생님이 들려주는 마음 이야기 마음의 힘 5
이주향 지음, 윤소정 그림 / 상수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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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쓴 마음 동화'라는 소개가 마음을 끌었다.

아이와 함께 보고 싶었는데 처음 책을 넘겨보며 글자가 살짝 많은 느낌이어서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다.

모든 페이지가 이런 건 아니지만 글자 수가 제법 있는 편이다. (pg 70-71)

이제 슬슬 아이가 보는 책의 수준을 좀 높여주려고 애쓰던 차라 같이 보기로 마음먹고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책은 6살 먹은 우리 딸이 지금까지 완독한 책 중 가장 길고 글자가 많은 책이 되었다.

생각보다 아이가 집중해서 잘 따라와 준 데다 책이 집에 온 날 내리 두 번을 읽을 정도로 아이도 재밌어해서 책을 선택한 부모 마음도 뿌듯했다.

제목처럼 묘묘라는 아이가 초록 선생님과 함께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이다.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이런 감정들을 인정하고 이름을 붙여보며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감정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천천히 알게 된다.

책 머리말에 작가가 자신이 어릴 적 기르던 강아지와 아버지에 관한 경험담을 써두었는데, 이 부분이 책 마지막에 비슷하게 등장한다.

물론 작가 자신은 어른이 되어서야 스스로 상처를 치유했지만 책 속 묘묘는 초록 선생님의 도움과 가족들을 통해 금새 상처를 치유한다.

마치 작가가 자신이 어렸을 때 초록 선생님 같은 사람을 만났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이 책에 나오는 초록 선생님 같은 스승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물론 같이 책을 읽는 부모에게도 와닿는 울림이 있었다.

사실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의 성장과 신체적 건강, 학업 성취 같은 것들은 자주 그리고 쉽게 확인하게 되지만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조차도 자신의 마음이 뜻대로 잘 통제되지 않을 때가 많다.

부모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좌절과 고민을 겪게 된다.

아이가 주는 기쁨도 큰 만큼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화도 난다.

요즘 다시 원형탈모가 찾아올 정도로 정신적으로 조금 지쳐있는 것 같고 부쩍 우울함을 느낄 때도 많았는데 아래 구절을 읽어줄 때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확 맺혀왔다.

마음 놓고 펑펑 울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사실 곧 마흔을 앞둔 가장이 눈물을 보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울어, 묘묘야. 실컷 울어. 슬프면 우는 거야.

울지 않으려고 하니까 마음이 마음대로 안되는 거야.

보고 싶으면 울 수도 있지. 그게 마음의 길이야."

(pg 70)

아이와 같이 보려고 별 생각 없이 선택한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글의 양이 조금 많긴 하지만 내용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어렵지 않고 그림도 원색 위주로 선명하면서도 차분하고 서정적이어서 글과 잘 어울렸다.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아이도 나도 조금은 힐링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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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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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윤리적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산다.

문제는 이 윤리관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다.

범죄자도 수감 후 인터뷰해 보면 자신이 그렇게까지 나쁜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게다가 세상도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점점 더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도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그런 시대에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한 질문을 던져주는 인문학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가 도전적이다. '무엇이 옳은가'

400 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분량에 여러 가지 주제들을 담고 있지만 이 책은 한 문장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내가 지금 윤리적 혹은 비윤리적이라

믿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도

여전히 그럴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저자는 미래학자답게 세상의 변화, 그중에서도 기술의 변화가 윤리관 변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서의 변화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좋은 방향일 수도, 나쁜 방향일 수도 있다.

일례로, 현재의 21세기를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예 제도 폐지가 옳았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노예 제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심지어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는데 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만일 모든 주변 사람이 당신에게 잘못된 일을 가르친다면,

당신은 과연 어떻게 진실에 눈뜰 수 있겠는가?

(pg 157)

세계 최초로 노예제를 폐지한 곳은 영국이었다.

산업혁명이 최초로 발생한 곳 역시 영국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 두 사실이 결코 우연한 일일 수 없다.

기계가 노예의 노동력보다 효율적인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쩌면 노예가 당연히 존재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기업 형태가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긴 어렵겠지만, 만약에 인공지능의 발달로 지금과 같은 고용 형태는 사라지고 유토피아적인 생산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후손들은 우리 세대 역사를 읽으면서 '와..어떻게 사람한테 주 5일이나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일을 시켰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대로 자본 축적의 고도화와 빈부 격차의 심화로 노동자의 인권이 지금보다 더 열악해지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가 온다면 후손들은 '와..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할 수 있었다고? 노동자 감시를 안 했단 말인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윤리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계속해서 다양한 주제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어째 날이 갈수록 진짜 정보를 찾기는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정보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쓰레기 같은 정보 역시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분노와 공포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SNS와 인터넷 게시글,

신뢰할 수 없는 '뉴스'에 의지한다.

이런 플랫폼의 대부분은 구독료가 아닌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므로,

플랫폼 사용자들의 몰입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수익 역시 늘어난다.

특정 대상을 비난할수록 조회 수와 '좋아요' 수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굳이 상대에 대한 비난 강도를 낮출 이유는 전혀 없다. - 중략 -

즉, 분노는 트래픽(접속량)을 높이고 수익은 그와 비례하여 늘어난다.

이런 구조 속에서 극좌와 극우는 점점 관대함을 잃고

'저쪽 사람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믿으려 든다.

(pg 141)

저자는 미국의 현실을 쓴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OOO의 뉴스 공장'과 'O로O로연구소', 그리고 이런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우리 대중들을 떠올리게 한다.

(난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명백히 한 쪽의 편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봤을 때의 시각은 똑같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이 특정 사안에 대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패러다임이 형성되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일정 수준 이상 자리 잡게 되면 우리는 과거의 우리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때에도 아래와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과거 세대가 했던 행동들을 비판하고자 할 땐 지금 진행되는 윤리적 차원의 여러 갈등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이치에 맞다.

가만, 내가 왜 이걸 당연한 것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걸까?

과거에 저질러진 잘못들에 대해선 그토록 분개하면서, 정작 지금 저질러지고 있는

온갖 윤리적 참사에 대해 나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 거지?

(pg 265)

우리는 서로의 인간성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도록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서로를 파괴하고 지구 전체를 말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상대를 향한 고함과 비난을 자제할 필요도 있다.

윤리, 즉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관행들은

앞으로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을 집단적으로 가져야 한다.

(pg 315)

이렇게 딱딱한 주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결혼한 사람이 이혼을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양가 부모님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수군수군' 떠드는 대상이 되기 십상이었고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았다.

지금이야 이혼했다고 해서 사회생활에 불이익이 있다거나 매몰찬 시선을 받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재혼이라도 하면 오히려 '능력 있는' 사람이 된다.

(이혼한 사람들끼리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도 나오는 마당에)

지금 우리의 시선으로 한 30년 전쯤 이혼한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주제로 넘어가 로봇 기술이 계속해서 발달해 결국 성관계는 물론 다양한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로봇이 개발되었다고 치자. (사실 지금의 기술력으로 볼 때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우리는 로봇과의 혼인 관계가 가능한지, 또 이것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한지를 묻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거부감이 드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어떻게 기계 따위가 인간을 대체한단 말인가?!"

하지만 사람을 대체해도 좋을 정도로 고도화된 로봇을 적당한 가격대로 구입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자로 사람보다 로봇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로봇은 원룸이나 고시원에서도 기꺼이 결혼 생활을 영위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계를 둘러싼 윤리 논쟁이 뜨거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다소 딱딱한 제목과 띠지에 인쇄된 저자의 심각한 얼굴이 읽기에 약간의 망설임을 주겠지만 의외로(?)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저자 스스로도 윤리학자나 전공자에게는 이 책이 너무 쉽고 무책임하게 느껴질까 두렵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쓰여진 책이라 읽는 부담은 거의 없었다.

아래처럼 유머러스한 문장들도 많아 읽다가 피식하는 포인트도 제법 있었다. (괄호 안까지 저자가 직접 쓴 문구다.)

인간의 뇌는 전체 체중의 약 2퍼센트를 차지할 뿐이지만

신체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약 20퍼센트를 소비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다는 것이고,

아무리 봐도 그렇게나 많이 소비하는 것 같진 않은 이들도 있다.)

(pg 330)

이런 종류의 책들이 보통 그렇지만, 이 책 역시 '그래서 이게 옳다' 식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중간중간 롤스의 '무지의 장막' 사고실험을 예로 들며 '바람직한 사회란 이래야 하지 않겠니'라고 넌지시 말하기는 하나, 책 전반적으로는 변하는 세상에 맞는 새로운 윤리관의 등장은 필연적인 것이므로 미리 자신에게 질문해 보고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직접적인 집필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미래학자답게 최근의 기술 변화 트렌드를 폭넓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어떤 기술들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갈지 예상해 볼 수도 있고, 미국의 불합리한 여러 사회 제도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부분도 많아서 재미뿐 아니라 지식 습득 측면에서도 꽤나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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