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인공 두더지는 어느 날 땅속을 여행하다 낯선 숲 위로 올라오게 된다.
숲에는 악어, 고릴라, 홍학, 뱀, 말코손바닥사슴 등 생소한 동물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다들 자기 할 일에 바쁠 뿐 새로 온 두더지에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자 두더지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 틀림없다며 혼자 화를 낸다.
그러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두더지가 물살에 휩쓸려 가게 된다.
그랬더니 여태 두더지를 무시한다고만 생각했던 동물들이 모여 두더지를 구해주게 된다.
두더지는 자신의 짐작으로 저들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다른 동물들도 두더지가 온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아이들이 생각보다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동네 놀이터 투어를 나서는 딸도 다른 놀이터를 가면 처음 보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동네에 너 여기 살지도 않는데 왜 여기서 노냐고 따지는 어른들은 없어서 다행이다.)
당연히 그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무리들이 있어서 거기에 끼어 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과도 종종 어울려 놀기는 하지만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아이들이 저리 가라고 할 때도 있고, 노는 것을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당연히 아이는 상처를 받겠지만 그런 상처도 살아가면서 꼭 경험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을 좋아할 수 없고, 누구나 자신에게 친절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꾸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다보면 나름의 노하우도 생기는지 처음 보는 아이들과 잘 노는 빈도가 점점 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책 속 두더지처럼 지레 겁먹고 다가가지 못하거나 스스로 거리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 '모두가 어울려 다 같이 사이좋게 놀았습니다'라는 식의 전형적인 동화 엔딩이 아니어서 재미있었다.
다른 동물 친구들이 그랬듯이 놀이터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같이 놀자고 강요하거나 떼쓰지 말고 그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만으로 5세인 우리 딸아이가 혼자서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글자 수도 적으면서 아이들이 흥미로워 할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오자마자 내리 두 번을 읽어 달라고 했다.
그림이 굉장히 재미있는 편인데 특히 두더지의 표정이 변화무쌍해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