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딱딱한 주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결혼한 사람이 이혼을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양가 부모님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수군수군' 떠드는 대상이 되기 십상이었고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았다.
지금이야 이혼했다고 해서 사회생활에 불이익이 있다거나 매몰찬 시선을 받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재혼이라도 하면 오히려 '능력 있는' 사람이 된다.
(이혼한 사람들끼리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도 나오는 마당에)
지금 우리의 시선으로 한 30년 전쯤 이혼한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주제로 넘어가 로봇 기술이 계속해서 발달해 결국 성관계는 물론 다양한 정서적 교감이 가능한 로봇이 개발되었다고 치자. (사실 지금의 기술력으로 볼 때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우리는 로봇과의 혼인 관계가 가능한지, 또 이것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한지를 묻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거부감이 드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어떻게 기계 따위가 인간을 대체한단 말인가?!"
하지만 사람을 대체해도 좋을 정도로 고도화된 로봇을 적당한 가격대로 구입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자로 사람보다 로봇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로봇은 원룸이나 고시원에서도 기꺼이 결혼 생활을 영위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계를 둘러싼 윤리 논쟁이 뜨거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다소 딱딱한 제목과 띠지에 인쇄된 저자의 심각한 얼굴이 읽기에 약간의 망설임을 주겠지만 의외로(?)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저자 스스로도 윤리학자나 전공자에게는 이 책이 너무 쉽고 무책임하게 느껴질까 두렵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쓰여진 책이라 읽는 부담은 거의 없었다.
아래처럼 유머러스한 문장들도 많아 읽다가 피식하는 포인트도 제법 있었다. (괄호 안까지 저자가 직접 쓴 문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