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된 딸아이가 이젠 제법 한글을 잘 읽는 편이다.
부모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글을 읽을만하니 덧셈 뺄셈 등 기초적인 수학을 가르치고 싶어진다.
숫자부터 읽고 써보는 아주 기초적인 책들은 벌써 몇 권 해봤는데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접하게 된 책이다.
아이는 지금도 100 미만의 숫자는 잘 읽는다.
아이에게 숫자를 가르치다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숫자를 '읽는' 것과 숫자를 '이해'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31보다 1이 크면 32가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에게 31보다 1 큰 숫자가 32라는 걸 가르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신기하게 31과 32를 '읽을' 수는 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숫자라는 기호를 인식하는 것과 그것이 의미하는 개념을 깨닫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면서 답답함을 느끼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아이는 괜히 주눅 들고 그래서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이 책을 발견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아이에게 놀이를 통해 단순한 기호로서의 숫자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수학적 개념을 조금씩 일깨워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숫자와 연산, 공간, 도형 등 다양한 주제로 가볍게 수학 개념을 소개하는 놀이 방법들이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핵심은 '놀이'인 만큼 대단한 수학적 개념을 전수한다는 느낌 보다는 놀면서 수학적인 사고를 같이 경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교사여서 그런지 저자의 손재주가 제법 좋은 모양이다.
직접 만든 수학 놀잇감들이 보기에도 예뻐서 내가 만들어도 저런 비주얼이 나와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이 책의 목적은 수학적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므로 조금 못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훨씬 중요할 것이다.
간단한 그리기나 오리기 정도가 가능한 아이라면 아이와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장난감으로 놀면서 공부한다면 아무래도 개념도 더 잘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