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이룸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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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지식은 보편적이며 인간이 고대부터 쌓아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보물이다.

이 세상을 살며 인류의 반짝이는 보석을 향유하는 것이 독학이다. (pg 199) 




벌써 마지막 포스팅을 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두 개의 큰 카테고리로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둘 다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책이다.

제목으로 딱 두 글자가 적혀 있는데, 이 두 글자가 마음에 확 꽃혔다.

뭔가 심오한 가르침을 기대한 바도 없지는 않지만 일단 200페이지 정도로 두께가 얇고 글씨가 커서 부담없이 넘겨보게 되었다.

(아래부터 나오는 푸른 글씨는 모두 원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



독학.

사실 학창 시절에도 수업이나 학원에 의존해본 기억이 없던 터라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했던 공부도 사실은 '학습'에 지나지 않음을 이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외부에서 정해진 기준에 맞추어 일정 수준 이상을 도달하기 위한 공부는 '학습'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학습인 이유는 그 목적이 교과서나 선생님을 잘 흉내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역사 공부를 교과서와 문제집에 나오는 바 대로 암기를 해서 어떤 시험 문제를 잘 맞출 수 있으면 이는 좋은 학습이 된다.

반대로 내가 고려시대를 공부했는데 이번 시험 범위가 조선시대라면 그 공부는 좋은 학습은 되지 못한다. 

이런 학습은 단순한 정보 습득에 유용하기는 하지만 흔히 말하는 지혜가 쌓이는 공부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거의 잊어버렸다고 한탄할 필요가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지식이 아니다. 단지 사항일 뿐이다. 자신이 정말 궁금해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다. (pg 37) 


하지만 스스로가 정말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공부, 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공부는 독학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그 '궁금증'이라는 것을 갖는 게 중요하다.

특히 나도 많이 느끼는 바지만 궁금한게 없기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뭐든지 멍하니 바라보며 세상에 있는 것 일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 의문은 생기지 않는다.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에 '왜'라는 의문을 갖지 않으면 지식은 얻을 수 없다.

그러나 수많은 어른들이 이 신선한 정신을 잃어버렸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라는 일종의 체념과 나태 속에 푹 잠겨 상습적인 음주와 하찮은 취미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pg 38-39) 


뜨끔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는 저 문구를 보는 순간 다음 페이지로 잘 넘어가 지지 않았다.

난 언제부터 그런 의문을 갖지 않게 된걸까.


생각해보면 '왜 이 세상은 이렇게 불평등할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던 20대 초반의 나는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생활 중 학회 활동을 시작했었고 지금까지도 관련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부분에 대한 지식이나 나 나름대로의 생각은 많이 정리된 듯 하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특히나 일을 시작하고서부터는 새로운 의문 자체를 갖지 않게 된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었던 순간이 언제쯤이었는지조차도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고 특별히 엄청 잘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봐야 월급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내가 버는 돈은 딴 사람 주머니로 들어가는데

왜 그리도 아둥바둥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란 인생 경험을 쌓고 사물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아이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곧 보통의 어른은 그저 나이를 먹은 인간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어른은 멋있어 보이지 않아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가진 의문을 구명하며 살아가고 있다. (pg 33)


난 그저 나이를 먹은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런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난건 어찌보면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다시금 스스로 공부하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책과의 인연에서도 우연은 없는 것 같다.)


굳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될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것이 있고 이를 알고 싶다는 노력 그 자체가 공부고 수련이다.


이 책에서는 지식은 늘 유효하다고 말한다.

물론 지식 그 자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일상 생활이나 직장 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 지식을 얻게 된 과정 자체가 수련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책을 읽을 때 어떻게 해서 그런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독학의 핵심이다.

같은 맥락에서 내용을 모두 알거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의 책은 나의 지적 능력 향상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견해가 어떤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런 견해에 이르렀는가가 문제다.

이를 확인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 중략 -

그리고 이는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손을 잡고 가르쳐줄 수 없는 독학의 영역에서만 일어난다. (pg 175)


이 부분도 곱씹어 볼 문제이다.

특히 책을 읽을 때 내가 진심으로 이 저자의 논리 전개 과정을 보고 싶은 것인지,

단순히 유명인이 어떤 책에서 어떤 말을 했었는지를 아는척하고 싶을 뿐인지에 따라 독서의 수준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후자의 목적으로 책을 읽었던 경험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은 나의 지적 허세를 위해 읽어왔을 뿐이다.

그러니 그 책의 내용이 나를 성장시킬 지혜로 작용할 수 없었음이 당연하다.


이 책에서는 독학을 할 때의 방법론적인 내용도 많이 담고 있다.

특히 책을 볼 때 어학사전과 백과사전, 지도를 옆에 두고 독서를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에 나오는 모든 사항을 내가 알고 있을리 없다.

물론 대체로는 전후 문맥을 통해 대충 어떤 것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고는 한다.

하지만 거기서 그 단어나 개념을 한번만 더 찾아본다면 그 내용이 훨씬 더 머리 속에 잘 남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내용을 상상할 수 없다.

상상에 의한 영상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에 의미 없는 것으로 멍하니 스쳐지나갈 뿐이다. (pg 67)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그 책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한산도대첩을 공부하는 중인데 한산도가 어디쯤인지도 모른다면 당연히 상상에 의한 영상도 생겨날 수 없는 것과 같다.

특히 역사나 과학 관련 공부를 할 때에는 전후 문맥만으로는 알기 힘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공부법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분량은 짧지만, 저자가 오랜 기간 스스로 독서를 함에 있어서 갖고 있던 팁들까지 잘 제시해주고 있어서 정리할 내용이 많았다.

특히 아래와 같은 팁들은 이후에 독서 생활을 함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1.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을 일부러 마련하기 보다는 시간이 남는다 싶으면 책을 읽을 것

2. 해설서에 의존하지 말고 원문을 그대로 읽는 습관을 들일 것

3. 꼼꼼히 공부하면서 볼 책들은 반드시 사서 볼 것

4. 책에 밑줄을 일관성있게 쳐 둘 것, 관련 내용을 메모할 것



이런 저런 핑계로 책을 잡기가 영 힘들었던 요즘 적절한 채찍이 되어주는 책을 만난 기분이다.

특히 가르치려는 자세나 현학적인 태도로 기술되어 있지 않아서 더 좋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 다르다.

매일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뭐가 달라질까 싶지만

하다 못해 오늘 본 드라마의 내용은 어제는 몰랐던 것이므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신을 어떻게 바꿀지는 온전히 자신의 판단에 달려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관련된 문구 하나를 인용함으로써 글을 마치고자 한다.

 

독서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면 세계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우리의 세계관이 바뀐다.
그것은 새로운 자기 자신이라는 변모로 이어진다. ​(pg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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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 -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제대로 모르는 존재
황상민 지음 / 푸른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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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고민이나 안타까움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느끼는 문제거든요. -중략-

과거는 과거만큼 영향을 미칠 뿐 현재 생활을 좌지우지할 만큼은 아니에요. (pg 57)

 

 

한참 혈액형을 통한 성격 구분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지금은 누구도 믿지 않지만 모임 자리에서 '넌 O형이라 그래', '넌 A형 같아' 따위의 말들을 우스개소리로라도 이따금 하고는 한다.

이러한 성격 분류가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전 직장에서의 직업 때문에 다양한 ​심리 분류 툴들을 접할 수 있었다.

가장 흔한 MBTI부터 이전 회사가 가지고 있던 소셜스타일, 이와 유사한 DISC, 애니어그램 등등 다양한 툴들을 접했는데,

모두가 나름의 신빙성과 현업적용성들을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툴들이 나름의 장단점들을 지니고 있어서 오히려 혼란스러운 면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WPI라고 하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툴을 활용해 인간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각각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황상민 교수는 기존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MBTI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조사 방법임을 지적하며.

WPI가 한국인에게 적합하게 개발된 툴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WPI 분류법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리얼리스트, 로멘티스트, 휴머니스트, 아이디얼리스트, 에이전트 이렇게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물론 사람들은 대부분 다섯가지의 성격 모두를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정 성향이 있는데, 그것이 자신의 성격이 된다.

각각의 성향들은 관계, 믿음, 규범, 자아, 향유라는 다섯 개의 중시하는 가치가 있고 각 성향에 따라 이 가치들도 다르게 느끼게 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WPI 진단을 하려면 유료로 진행해야 하고, 책만 가지고는 약식의 검사라도 받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 성향 별 특징들을 읽다가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성향을 유추해 내야 한다.

책에 의하면 나는 아이디얼리스트와 에이전트 성향이 높게 나올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인간을 몇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는 기본 생각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모든 툴들이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그런 '경향'이 있을 뿐"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런 '경향'은 모든 인간들이 다들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그때끄때 선호하는, 혹은 보여지는 경향이 다를 뿐이다.

내가 아무리 어떤 검사에서 특정 스타일이 강하게 나오더라도 매 순간 그 스타일대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최근에 읽었던 '이성의 동물'이라는 책이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는 훨씬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책만 가지고는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고,

책도 본인이 워크샵을 진행했던 흐름 그대로를 옮겨 두어서 보기가 썩 편하지는 않다.

저자의 네임벨류나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안에 내용이 생각보다 빈약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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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2 - 간밤에 변사체가 되지 않았는지 체크해 줄 사람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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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그래도, 앞으로의 길이 평탄할지, 울퉁불퉁할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같이 가 줄 친구를 구해서 다행이고

혹 바싹 마른 사막같이 험난한 길을 가게 되더라도 생각 없이 웃으며 꽃구경도 하며 희망도 좀 가져 보는 그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pg 343)

 

 

아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만화인지라 나도 덕분에 접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만화를 보고 서평을 남기기는 또 처음이라 신기한 느낌도 든다.

 

 

아내와 나는 취향이 상당히 다른 편이다.

하다못해 만화를 봐도 아내는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면 잘 보지 않는다.

그에 반해 나는 만화 자체를 잘 즐겨보지 않을 뿐더러 보더라도 DC나 마블 히어로들을 좋아하고

'20세기 소년'이나 '기생수'처럼 정말 유명해서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작품들만 몇 편 보았을 뿐이다.

 

 

이런 우리에게도 공통점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낢이 사는 이야기'이다.

웹툰으로 중간중간 가끔 보기는 했었는데 이렇게 두툼한 책으로 한번에 쭉 보기는 처음이었다.

웹툰이 아무리 대중화가 되었어도 역시 만화는 책으로 들고 침대에서 뒹굴며 보는 게 최고다.

요즘 날씨도 때마침 쌀쌀해져서 이불 푹 덮어쓰고 재미나게 봤다.

'생활툰'의 재미라 하면 역시 공감의 힘일텐데, 이번 편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번 2편에서는 낢이 결혼준비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나도 결혼한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결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공감가는 것이 많았다.

 

 

 

특히 '간밤에 변사체가 되지 않았는지 체크해 줄 사람'이라는 부제도 공감이 갔다.

자취를 하면서 느꼈던 건데, 간밤에 술을 잔뜩먹고 아침에 죽음의 숙취를 맛볼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러다 죽으면 월세 받으러 오는 집주인이 내 시체를 발견하게 되겠지.'

지금은 아내가 있으니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결혼이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도 간소하게 한다고 했는데 어른의 시각은 또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우리 부모님은 안그러셔'라고 자신했던 부분도 막상 결혼하고 나면 달라지는 것도 많다.

30년간 혼자 살 때는 기대도 안하시던 양반들이 결혼하고 나면 별걸 다 기대하게 되는 모양이다.

 

 

뭐 아직 부부로 산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는 상대방 때문에 싸울 일은 극히 없다.

연애를 오래 하고 결혼을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서로가 뭘 싫어하는지 잘 알아서 서로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는 짓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서로의 가족들 때문에는 종종 충돌이 생길 때가 많다.

도무지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도 생긴다.

살아온 환경과 배경이 다르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내 상식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제가 결혼이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났다.

요즘 추세를 생각하면 너무 빨리 결혼했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결혼하기를 잘했구나 싶을 때가 훨씬 많다.

물론 만화라서 각색된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참 재미나게 산다 싶었다.

보고 나서야 이게 시즌3였다는 걸 알았다.

생활툰을 시즌3까지 그리고도 재미있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내가 웹툰작가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책 자체도 너무 재밌었지만 아내에게는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작은 선물이 된 것 같아서 마음도 뿌듯했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웹툰을 그리게 되어 저자가 위기 의식을 느끼는 날이 오게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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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들지 않는다 -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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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저 세상이 있는지 없는지는 죽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있다면 거기에 가서 어떻게든 살아갈 생각을 하면 되고, 없다면 무가 되어 소멸되면 그뿐이다.
뭐가 어찌되었든 지금 이렇게 이 세상에 살아 존재하는 한,
당신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지닌 능력을 적극 활용해서 살아가야 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졌음은 확실하다. (pg 207)

 

 

마루야마 겐지의 책은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이후 두 번째로 접하게 되었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서평: http://blog.naver.com/qhrgkrtnsgud/10181610300 / 이하 '인생'으로 표기)

이전에 본 책의 강렬한 인상 덕분에 이번 책도 꽤 기대가 컸다.

(아래부터 나오는 푸른 글씨는 모두 원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

 

 

이전 책에서도 그는 일관되게 온전한 '자립'의 삶을 추구할 것을 강렬한 어조로 주장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어떠한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삶.

야생동물들은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거나 긴장을 늦추면 천적에게 잡아 먹히게 마련이다.

저자는 그러한 야생동물의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라고 말한다.

살아남으려고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진정한 '젊음'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젊음'이란 단순히 나이가 어림을 뜻하지 않는다.

노인이어도 눈빛에 총기를 담고 자신의 삶을 자립적으로 사는 사람은 '젊음'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리 어려도 가축이나 다름없는 삶을 사는 자는 '젊음'을 빼앗긴 산송장이라고 말한다.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을만큼 저자는 자립의 삶이 곧 젊음임을 강조한다.

그 젊음을 죽이는 적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부모와 국가 등 이전 책에서도 지적했던 부분을 이번 책에서는 더욱 실랄하게 비판한다.

자신의 꿈을 자식에게 투영하는 엄마, 아내 등쌀에 자식에게 큰 소리 한번 못치는 아빠를 맹비난한다.

국가라는 것도 결국은 권력을 가진 소수의 것일 뿐이니 놀아나지 말라며 호통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주인의식'을 강조하지만 정작 주인은 따로 있으니 노예 생활따위 당장 집어치우라 말한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신이다.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자신뿐이다. 그것은 철칙이다. (pg 51)

 

사실 '인생'과 논조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인생'을 읽은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은 읽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문장의 어조가 '인생'보다 훨씬 강하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다소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인생'을 보고난 뒤에는 두 번도 생각 안하고 바로 별 다섯개를 찍을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다소 망설여졌다.

특히 가족의 역할을 너무 일반화시켜 말하는 듯한 부분과 여성에 대한 편견이 다소 불편함을 느끼게했다.

하긴 저자가 아래와 같이 일반 대중 전체를 염두해두고 쓴 책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기는 했다.

이런 나날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런 생활을 진정 바랐던 것은 아니다, 이런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그런 후회가 가슴을 스칠 때마다 심장이 오그라들면서 깊은 한숨이 나오고, 기분 전환 정도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아

오늘 저녁의 반주는 애타게 기다리면서도 내일을 적극적으로 맞이할 힘은 점차 쇠해 가는, 그런 당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pg 88)

사실 내 자신은 누구보다도 윗 구절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내 자신을 호되게 나무라는 책이 썩 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렇게 사는 삶이 내가 원하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여실히 느꼈다.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 타인을 위해 죽어라 일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이건 내 인생이다,

어느 누가 되었든 개입할 수 없다, 내 일은 내가 결정하겠다, 그것이야말로 자유의 증거이다, 제 아무리 직장에 충성하고 심혈을 쏟아 분투해 본들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 증명한다 한들 정년이 되면 대형 쓰레기처럼 미련없이 내던져질 뿐이다. (pg73)

어릴 적 꿈이 직장인이었다는 한심한 인간이었으니 지금 한심한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 꿈을 이루고 나서야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분투, 혼란, 내일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능력을 일깨우고,

생각지도 못한 힘을 발휘하게 하며, 당신이 꿈에 그리던 인간의 모습으로, 아 내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당신을 변모시킬 것이다. (pg 63)

 

 

난 저렇게 살 자신이 없다.

부럽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나는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나의 내일이 확실한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어중간하게 불안한 내일과 어중간하게 안정적인 내일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물론 결국 '안정적임'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부합하려면 확실하게 안정적이지 않으면 안될테니

결국 불안하게 살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다보니 친구들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며 예전 이야기나 실실 하는게 낙이 되어 버렸다.

생각해보면 이제 서른이 예전 이야기랄만한게 어디 있겠는가.

직장에서도 나이 50도 안 된 사람들이 나이 먹었네 하며 옛날 이야기나 실실 해대는게 짜증인데 내 자신도 그러고 있다.

 

중장년층이라면 몰라도, 아직은 폭발적인 젊음을 누려야 하는 청년층까지 하나같이 과거로 눈을 돌리고 나약한 치유에 젖어들려

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치유를 위한 치유, 감동을 위한 감동을 밤낮으로 추구하고, 돈을 내면서까지 거짓 치유와 엉터리 감동을

얻으려 애쓰는 자신에게 조금도 의문을 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pg 161)

아직 과거를 회상할 때가 아니다.

아니, 평생 과거를 회상할 때는 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살아갈 날이 하루라도 남아 있다면 살아갈 날을 생각해야지 과거따위 회상해서 무엇하겠는가.

국가가 있어 당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가 있어 당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직장이 있어 당신이, 가정이 있어 당신이, 친구가 있어 당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신은 바로 당신이 있어 있는 것이다. (pg 76)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을 보고난 후에는 '에라이 인생 뭐 있나 한번 해보는거지'싶은 뭔가 모를 패기가 생겼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뭔가 모를 씁쓸함이 올라온다.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너무도 생각난다.

하지만 아래 문구가 자꾸 떠올라서 한잔 하기도 뭣하다.

 

당신은 술을 퍼마시고 이성을 잃어버리고 싶어 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이성의 소유자인가. (pg 142)

저자의 주장에 100%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는 힘은 분명 있는 것 같다.

특히 사소하다면 사소한 술, 담배 등 정신을 나약하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립을 시작하라는 말은 호소력이 있었다.

지금 금연 1년째인데 술은 도무지 끊을수가 없다.

물론 사회생활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술이 너무도 좋다.

없으면 정말 하루하루를 못견딜 것 같다.

담배 없는 삶이 익숙해졌으니 이제 술 없이 사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할텐데 큰일이다.

오늘 밤에는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남긴 인류에 대한 생각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인간의 기괴함이 재미있고, 인간이 야생동물의 한 종류치고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어

거기에서 쉴 새 없이 생명의 불꽃이 피어오른다는 점이다.

인간이 추악한 만큼 그 불꽃은 아름답니다. (pg 233)

 

언젠가는 나에게도 인간 세상이 재밌다고 느낄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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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가 능력이다 - 사람을 움직이는 설득의 힘
김영래.백경운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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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강연의 목적은 모든 것을 전달한다기보다는 동기를 일으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강연에 필요한 요소는 방대한 지식이 아니라 확고한 방향성이다. (pg 48)

 

다니는 직장에서 사내 강의를 맡아 하게 되었다.

이전 직장에서 몇 번의 강의 경험이 있어 자료는 충분하지만 역시 2년쯤 손을 놓았다가 다시 잡으려니 적지 않게 부담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산업체 강사로 수년간 일해왔다는 두 명의 저자가 공저로 쓴 구두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이다.

제목이 그냥 '말하기'이므로 딱 '강의용'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이 책에서는 평소에 아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남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말 속에 자신의 진심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화려한 수식어를 쓰고 몸짓, 발짓까지 해가며 연설을 해도 말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그것을 믿고 있지 않다면

청중에게도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정치인들이 선거 기간에 연설을 할 때 이러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반대로 전달 스킬이 다소 어수룩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이 '내가 지금 얘기하는 게 정말 중요한거야! 모두들 알고 있어야 해!' 라는

마음을 가지고 전달하면 그 마음이 청중에게 전해진다.

스피치를 할 때에는 마치 교회의 목사라도 된 듯이 자신이 믿고 있는 바가 절대적 진리라고 믿어야 그 믿음이 청중에게도 전해진다.


물론 "내가 주장하는 바가 100% 옳다, 너희들은 틀렸다."라고 우기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주장한 바에 대해 청중쪽에서 반박을 하거나 이견을 제시할 경우에는 부드럽게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전달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들에 비하면 나의 강의 경력은 매우 일천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 관련 강의를 해 본 경험 상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히 글이나 강의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도 잘 안다.

다들 어떤 말하기가 '좋은' 말하기인지는 경험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을 뿐이다. 즉,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관한 책을 볼 때에도 크게 기대감을 많이 가지고 보지는 않는다.

특히 뭔가 새로운 방법을 발견할 거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일단 목차의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MECE 하지 않다고 할까?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뒤로 갈수록 앞에서 본듯한 내용의 반복이 이어진다.

물론 말하기가 이성적 활동이 아닌 감성적 활동이라 논리적으로 정돈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면 크게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을 보는 내내 내 마음도 불편했으므로 그 또한 성공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저자 둘이 모두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전반적으로 번역체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책에서 등장하는 사례들이 전부 외국의 사례라 딱 와닿는 느낌이 적다.

아무래도 타국어로 한 스피치를 한글로 번역하여 옮겨 적다보니 스피치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질리 없다.


안그래도 본래 발언 자체의 영향력이 100이라 할 때 발언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것의 7% 정도라 하는데,

그 7% 마저도 제대로 와닿지 않으니 책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

책의 후반부 부터는 문장에 비문도 많아져서 원서 여기 저기에서 내용을 따다 이어 붙인 것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들 정도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저자들이 썼다는 부분은 여는 글 1, 2가 전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저자들의 강의 경력이 상당히 화려한데, 그러면 그들이 직접 체험한 강의 참가자들의 사례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다.

('직접 체험한 외국인의 사례'라고 생각하기엔 링컨이나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사례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은 정작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라"라고 하고 있으니 저자들 스스로도 책대로 하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글을 매우 잘 쓰는 사람이 말은 잘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저자들의 강의를 들었다면 느끼는 감동이 달랐을 수 있겠다.

하지만 단연코 책 자체는 훌륭하다는 판단이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배운 점들을 굳이 좀 찾자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아래부터 나오는 푸른 글씨는 모두 원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


청중 자신이 스스로의 성장을 상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라.

듣는 사람이 당신한테서 어떤 화제에 대한 지식을 받아들인 결과 어떻게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강연이 청중 각자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자문자답 시켜 보는 것이다. (pg 83)

만약 상대를 자기의 의견에 찬성시키고 싶으면, 우선 자신이 그의 편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pg 124)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은 아니다.

뭐랄까...저자들의 경력 대비 많은 것들을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느껴졌을 뿐이다.

어찌되었든 '말하기'는 일종의 스킬이기 때문에 결코 책으로는 배울 수 없다.

스스로를 항상 돌아보며 연습하는 길 밖에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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