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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가 능력이다 - 사람을 움직이는 설득의 힘
김영래.백경운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4년 11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강연의 목적은 모든 것을 전달한다기보다는 동기를 일으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강연에 필요한 요소는 방대한 지식이 아니라 확고한 방향성이다. (pg 48)
다니는 직장에서 사내 강의를 맡아 하게 되었다.
이전 직장에서 몇 번의 강의 경험이 있어 자료는 충분하지만 역시 2년쯤 손을 놓았다가 다시 잡으려니 적지 않게 부담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접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산업체 강사로 수년간 일해왔다는 두 명의 저자가 공저로 쓴 구두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이다.
제목이 그냥 '말하기'이므로 딱 '강의용'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이 책에서는 평소에 아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남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말 속에 자신의 진심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화려한 수식어를 쓰고 몸짓, 발짓까지 해가며 연설을 해도 말하는 사람이 진심으로 그것을 믿고 있지 않다면
청중에게도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특히 정치인들이 선거 기간에 연설을 할 때 이러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반대로 전달 스킬이 다소 어수룩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이 '내가 지금 얘기하는 게 정말 중요한거야! 모두들 알고 있어야 해!' 라는
마음을 가지고 전달하면 그 마음이 청중에게 전해진다.
스피치를 할 때에는 마치 교회의 목사라도 된 듯이 자신이 믿고 있는 바가 절대적 진리라고 믿어야 그 믿음이 청중에게도
전해진다.
물론 "내가 주장하는 바가 100% 옳다, 너희들은 틀렸다."라고 우기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주장한 바에 대해 청중쪽에서 반박을 하거나 이견을 제시할 경우에는 부드럽게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전달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들에 비하면 나의 강의 경력은 매우 일천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션 관련 강의를 해 본 경험 상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히 글이나 강의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도 잘 안다.
다들 어떤 말하기가 '좋은' 말하기인지는 경험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을 뿐이다. 즉,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 관한 책을 볼 때에도 크게 기대감을 많이 가지고 보지는 않는다.
특히 뭔가 새로운 방법을 발견할 거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일단 목차의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MECE 하지 않다고 할까?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뒤로 갈수록 앞에서 본듯한 내용의 반복이 이어진다.
물론 말하기가 이성적 활동이 아닌 감성적 활동이라 논리적으로 정돈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면 크게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을 보는 내내 내 마음도 불편했으므로 그 또한 성공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저자 둘이 모두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전반적으로 번역체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책에서 등장하는 사례들이 전부 외국의 사례라 딱 와닿는 느낌이 적다.
아무래도 타국어로 한 스피치를 한글로 번역하여 옮겨 적다보니 스피치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질리 없다.
안그래도 본래 발언 자체의 영향력이 100이라 할 때 발언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것의 7% 정도라 하는데,
그 7% 마저도 제대로 와닿지 않으니 책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
책의 후반부 부터는 문장에 비문도 많아져서 원서 여기 저기에서 내용을 따다 이어 붙인 것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들 정도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저자들이 썼다는 부분은 여는 글 1, 2가 전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저자들의 강의 경력이 상당히 화려한데, 그러면 그들이 직접 체험한 강의 참가자들의 사례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다.
('직접 체험한 외국인의 사례'라고 생각하기엔 링컨이나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사례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은 정작 "자신의 스토리를 이야기하라"라고 하고 있으니 저자들 스스로도 책대로 하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글을 매우 잘 쓰는 사람이 말은 잘 못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저자들의 강의를 들었다면 느끼는 감동이 달랐을 수 있겠다.
하지만 단연코 책 자체는 훌륭하다는 판단이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배운 점들을 굳이 좀 찾자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아래부터 나오는 푸른 글씨는 모두 원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
청중 자신이 스스로의 성장을 상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라.
듣는 사람이 당신한테서 어떤 화제에 대한 지식을 받아들인 결과 어떻게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강연이 청중 각자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자문자답 시켜 보는
것이다. (pg 83)
만약 상대를 자기의 의견에 찬성시키고 싶으면, 우선 자신이 그의 편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pg 124)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수준은 아니다.
뭐랄까...저자들의 경력 대비 많은 것들을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느껴졌을 뿐이다.
어찌되었든 '말하기'는 일종의 스킬이기 때문에 결코 책으로는 배울 수 없다.
스스로를 항상 돌아보며 연습하는 길 밖에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