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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2 - 간밤에 변사체가 되지 않았는지 체크해 줄 사람 ㅣ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그래도, 앞으로의 길이 평탄할지, 울퉁불퉁할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같이 가 줄 친구를 구해서 다행이고
혹 바싹 마른 사막같이 험난한 길을 가게 되더라도 생각 없이 웃으며 꽃구경도 하며 희망도 좀 가져 보는 그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pg 343)
아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만화인지라 나도 덕분에 접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만화를 보고 서평을 남기기는 또 처음이라 신기한 느낌도 든다.
아내와 나는 취향이 상당히 다른 편이다.
하다못해 만화를 봐도 아내는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면 잘 보지 않는다.
그에 반해 나는 만화 자체를 잘 즐겨보지 않을 뿐더러 보더라도 DC나 마블 히어로들을 좋아하고
'20세기 소년'이나 '기생수'처럼 정말 유명해서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작품들만 몇 편 보았을 뿐이다.
이런 우리에게도 공통점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낢이 사는 이야기'이다.
웹툰으로 중간중간 가끔 보기는 했었는데 이렇게 두툼한 책으로 한번에 쭉 보기는 처음이었다.
웹툰이 아무리 대중화가 되었어도 역시 만화는 책으로 들고 침대에서 뒹굴며 보는 게 최고다.
요즘 날씨도 때마침 쌀쌀해져서 이불 푹 덮어쓰고 재미나게 봤다.
'생활툰'의 재미라 하면 역시 공감의 힘일텐데, 이번 편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번 2편에서는 낢이 결혼준비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나도 결혼한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결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공감가는 것이 많았다.
특히 '간밤에 변사체가 되지 않았는지 체크해 줄 사람'이라는 부제도 공감이 갔다.
자취를 하면서 느꼈던 건데, 간밤에 술을 잔뜩먹고 아침에 죽음의 숙취를 맛볼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러다 죽으면 월세 받으러 오는 집주인이 내 시체를 발견하게 되겠지.'
지금은 아내가 있으니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결혼이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도 간소하게 한다고 했는데 어른의 시각은 또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우리 부모님은 안그러셔'라고 자신했던 부분도 막상 결혼하고 나면 달라지는 것도 많다.
30년간 혼자 살 때는 기대도 안하시던 양반들이 결혼하고 나면 별걸 다 기대하게 되는 모양이다.
뭐 아직 부부로 산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는 상대방 때문에 싸울 일은 극히 없다.
연애를 오래 하고 결혼을 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서로가 뭘 싫어하는지 잘 알아서 서로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리는 짓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서로의 가족들 때문에는 종종 충돌이 생길 때가 많다.
도무지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도 생긴다.
살아온 환경과 배경이 다르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내 상식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제가 결혼이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났다.
요즘 추세를 생각하면 너무 빨리 결혼했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결혼하기를 잘했구나 싶을 때가 훨씬 많다.
물론 만화라서 각색된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참 재미나게 산다 싶었다.
보고 나서야 이게 시즌3였다는 걸 알았다.
생활툰을 시즌3까지 그리고도 재미있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내가 웹툰작가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다.
책 자체도 너무 재밌었지만 아내에게는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작은 선물이 된 것 같아서 마음도 뿌듯했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웹툰을 그리게 되어 저자가 위기 의식을 느끼는 날이 오게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