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죽음 - 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권태효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판타지 소설 같은 제목을 가졌지만, '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이라는 부제를 가진 인문학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부제가 책을 잘 요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라고 하는 것의 반대 개념인 '죽음'은 오랜 세월 인류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같은 개념이었다.

모든 생물은 죽음을 경험하게 되지만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생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그렇기에 인류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역시 다른 생물에 비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가?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인류 중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봤거나 죽음에서 다시 돌아온 적이 없으므로 위의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질문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질문이기 때문에 고대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신화 속에서 죽음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정리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등이 자주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잘 모르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전통 무속 신화에서부터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 전 세계에 걸친 소수민족의 신화까지 방대한 범위의 신화를 소개하여 신선함을 더해준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렇게나 방대한 지역의 신화를 소개하는데 그 내용이 생각보다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신화라는 것 또한 상상력의 산물이니만큼 사람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나름의 보편성이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지리적으로 떨어진 각각의 문화들이 오랜 세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해져 간 결과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간 그 수많은 죽음기원신화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아래와 같은 흐름이 발견된다.

1. 인간은 본래 영생을 누렸었지만 인간 스스로 죽음을 원하게 되는 경우

애초에 신은 인간에게 죽음을 내려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죽지 않고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인구 수 때문에 인간 사회가 점차 포화에 이르자 인간 스스로가 죽음을 원하게 된다는 신화들이 있다.

2. 인간의 영생을 전하러 가는 메신저(주로 특정 동물들이 담당한다.)의 실수나 고의로 신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어 죽음이 생겨나게 된 경우

이 경우에도 애초에 신은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것이 좌절되었다는 내용이다.

죽음의 순서에 노소가 없다는 것 역시 이러한 신화들에서 파생되어 전해진다.

재미있는 점은 지리적,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도 보편성을 띤다는 점이다.

죽음 관련 신화에 등장하는 뱀은 허물을 벗으면서 영생을 누리는(필멸하게 되는 인간과 대척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고, 토끼는 대체로 신의 말을 잘 못 전달하여 신이나 인간에게 미움을 사 늘 사냥당할 운명에 처하게 되는 동물로 그려진다.

또한 거의 모든 신화에서 신은 애초에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던 신의 이름이나 모습은 신화마다 각기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한 기울고 다시 차오르는 모습 때문에 영생을 의미하는 달()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신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등장한다는 점 역시 재미있는 점이다.

죽음기원신화들을 보면 신은 인간에게 우호적이며,

인간이 신을 원망하지 않도록 많은 장치를 해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중략 -

비록 죽음을 내리긴 했지만 인간을 배려하는 신이 항상 곁에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라고 이들 신화는 말한다.

원하지 않는 죽음을 받아든 인간에게 신의 세심한 배려는

인간을 달래기 위한 신화적 장치인 셈이다.

(pg 48-49)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신화들이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주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죽음은 미지의 세계이고 굉장히 높은 확률로 인류가 영원히 알지 못하는 부분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왔고, 나름대로 죽음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승 가는 길이 나타나고 죽음 인도신이 신화에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길이 어떤지는 막연하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먼지, 그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르기에

사람들은 그저 신화적 상상력으로 그 세계를 그려보고

또 종교에 기대어 죽음의 세계를 이해하며 위안을 삼으려고 할 따름이다.

(pg 226)

책의 제목이나 표지가 진지한 느낌이어서 책을 펴기 전에는 책의 재미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서술이 쉽고 친절하며 중간중간 사진 자료도 꽤 많기 때문에 읽는데 지루함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에게 친숙한 신화는 오히려 적게 소개하고 사람들이 잘 모를만한 문화권의 신화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꽤 재밌다고 느꼈던 것 같다.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면하고 살아가는 '죽음'이라는 것을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어떻게 설명하고자 했었는지 그 궤적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교양 삼아 읽어봄직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업데이트할 시간입니다 - 흔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남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더 좋아하는 개인 성향상 에세이집을 집에 들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서 책 배송이 온 날 집사람이 '이 책 자기 거야?!'라며 놀라워했다.

점점 '어린' 나이라고 하기엔 다소 부끄러워지는 나이가 되어가서 그런지, 아니면 툭하면 비가 쏟아지는 날씨여서 그런지 요즘은 이런 힐링 책들에도 관심이 가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는 책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따끔한 충고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책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말로 포기하지 말고 한 번 더 해볼 것을 권유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단연코 후자라 할 수 있다.

저자의 전작이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 말해주길'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었는데 그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본 책과 방향성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저자가 붙여둔 부제가 달려있다.

부제를 굳이 소개하기보다는 다 읽고서 각 장을 내 나름대로 소화해 한 단어로 소개하자면 1장은 '행복'에 관한 글들이, 2장에는 '위로'에 관한 글들이 모여 있고 3장은 '사랑', 4장은 '용기'에 관한 글들이 모여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슈퍼맨 같은 사람도 가끔은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다.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물건, 취미, 장소가 의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의지한다는 걸 스스로 나약하다 여길 필요는 없다. - 중략 -

아무리 대쪽 같은 대나무도 때로는 바람에 기대어 누워있고는 한다.

(pg 23)

1-2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들이 모여있는 책이어서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찾기는 어렵지만 굳이 하나로 정리하자면 살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텐데 이럴 때 한 번쯤 되새겨봄직한 작은 '힐링'이 될 글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저자 소개에서 시인이었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글을 써왔다는데 그 때문인지 글이 반은 산문, 반은 시처럼 느껴진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도 많았는데 아래에 몇 가지만 소개한다.

오늘 누군가의 마음을 빌려 썼다.

행복은 어제와 내일도 아닌 이 순간에 가장 많이 출몰한다고 적었다.

(pg 39)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았다.

걱정이 이루어지는 순간보다 멀쩡한 순간이 더 많았다.

지금 숨 쉬며 살아가는 것조차 매 순간 승리하고 있다는 증거다.

(pg 226)

잘하는 게 없어도 된다.

내세울 게 없어도 된다.

특별한 게 없어도 된다.

너는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다만 행복해져라. 그것만이 그대의 의무이다.

(pg 236)

총 250페이지 정도로 길지 않은 길이에 글씨도 빽빽하지 않아서 읽는데 큰 부담이 없었다.

주제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 호흡으로 길게 읽는 것보다는 거실 테이블에 두고 커피 한 잔 마실 때 한두 장씩 읽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사족이지만 이런 종류의 책들은 글 내용뿐 아니라 삽화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독서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그림에는 관심이 많은 집사람이 책 예쁘다고 칭찬하는 걸 보니 이 책의 삽화는 훌륭한 편인 것 같다.

그림을 그다지 볼 줄 모르는 내가 봐도 감각적이면서도 글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더운 여름, 너무 치열하지 않게 잠깐의 독서로 휴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해 줄 만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이 아닌지라 나는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이미 엄청난 베스트셀러들과 수상 기록,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들까지 많은 기록을 가진 거물 작가였다.

작가의 이력이 화려하니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가 컸다.

다 읽은 후 처음 든 소감은 '역시 괜히 유명한 작가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스토리도 단순하다면 단순한 편이고 엄청난 반전이나 스릴을 담은 내용도 아닌데 흡인력이 굉장했다.

문장도 군더더기 없이 딱 내용 전개에 필요한 문장들만 있는 느낌이라 금세 다 읽을 수 있었다.

장래가 유망한 명문대 학생이었던 쇼타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여자친구가 갑자기 찾아오라는 문자를 보내는 바람에 음주 운전을 하다 한 고령의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다.

목격자가 없었고 자신이 사람을 치었다는 사실에 겁이 난 쇼타는 뺑소니로 달아나 버리지만 금방 검거되고 만다.

4년여에 걸친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쇼타는 자신 때문에 부모님은 이혼하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등 가족들에게도 피해를 끼쳤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워 일용직을 전전하며 세월을 보내던 쇼타의 앞집에 피해자의 남편인 노리와가 이사를 온다.

피해자의 남편이 쇼타를 찾아간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이 이 책의 큰 줄거리라 할 수 있겠다.

소설에서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나라에서 법으로 강제한 처벌을 온전히 받았다면

충분한 속죄라 할 수 있는가?

쇼타 역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자기 때문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피해자는 물론이고 갑작스럽게 아내와 어머니를 잃은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분명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죄책감 때문에 죽은 피해자가 환각과 환청으로 찾아와 괴로운 시간들을 보낸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창창했던 자신의 미래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20대의 절반을 형벌로 보낸 것에 대한 억울함도 동시에 느낀다.

게다가 자신의 가족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쇼타로 인해 삶이 망가져 버렸다.

죄책감과 억울함이라는 상충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쇼타에게 갑자기 피해자의 남편이 칼을 들고 찾아온다.

고령인 데다 치매까지 앓고 있던 그는 필사적으로 쇼타에게 접근한다.

주변 사람들은 단순히 복수를 하기 위함이라 여겼지만 그는 쇼타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한다.)

읽다 보면 대충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전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감동을 주는 결말이었다.

쇼타가 바로 구속됨에도 불구하고 왜 제목이 '도망자'의 고백인지도 결말을 보고 나면 온전히 이해된다.

사회에서 부여한 처벌을 모두 받고 났다면 당연히 그 범죄자에게도 제2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내가 만약 피해자이거나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심정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쇼타와 노리와가 보여준 결말은 진정한 속죄와 용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쇼타가 저지른 범죄가 사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사고로 가족을 잃는 것 역시 경험이 있든 없든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감정인지라 등장인물들의 심정에 더 공감이 잘 되는 느낌이었다.

"인생에서 20대만 귀중한 시기인 건 아니야!"

아야카가 소리 지르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 앞으로 올 날이 훨씬 귀중하단 말이야."

(pg 336)

영상화가 되어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지만 사건의 흐름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중심인 느낌이어서 책으로 읽을 때의 감동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읽는 재미 자체도 탁월했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도 좋아서 꽤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난 느낌이다.

작가가 많은 작품을 쓴 편이라 바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오늘이에요 꿈을 담는 놀이터 1
매트 포레스트 에센와인 지음, 퍼트리샤 페소아 그림, 김정한 옮김 / 놀이터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보자마자 "왜 이 책은 거꾸로 되어 있어요?" 하면서 관심을 보인 책.

아이 동화책도 뭔가 메시지가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천상 빨갱이 아비를 가진 덕분에 아이가 어릴 때부터 나름 여러 분야에 걸친 동화책을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환경 문제에 대한 동화라고 해서 꼭 함께 읽어주고 싶었다.



어린아이 대상의 동화책인지라 글씨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색연필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감성적인 그림체와 더불어 적은 글씨만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4페이지까지 아래의 단 두 문장이 등장할 뿐인데 표지에 등장한 주인공 소녀가 플라스틱 끈에 묶여 힘겹게 헤엄치는 작은 거북이를 구해주는 장면과 함께 적혀 있으니 책을 펴자마자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훅 들어온다.

어른들은 내가 '미래'라고 말해요.

하지만 난 '지금'이고 싶어요.

(pg 1-4)

책의 주인공은 어린 소녀인데, 비록 어린 나이지만 환경을 위해 본인이 당장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겠다는 의지를 차분하지만 당찬 어조로 담아내고 있다.

어른이 되면 물론 할 수 있는 일들의 폭이 넓어지기야 하겠지만, 어릴 때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심어주지 않으면 나이를 먹어서도 배우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환경운동가'에 대한 학습을 하고 와서 저녁을 먹은 뒤 산책 삼아 집게 하나와 쓰레기 봉투 하나를 들고 아이와 함께 집 근처 쓰레기를 주우러 나간 적이 있었다.

어린이가 지나간다고 피우던 담배를 끄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쓰레기 줍는 활동을 하는 아이를 보고도 피던 담배를 훅 던지고 가는 어른들을 보면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흡연자들은 늘 본인은 그러지 않는다는데 대체 누가 그러는 건지 그날 주운 쓰레기의 80%가 담배꽁초였다.)

여하간 나이를 불문하고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에는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길이가 길지 않아 모든 페이지들이 메시지를 담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울림이 컸던 페이지를 골라 한 장 소개해 본다.

(pg 17)

그렇다고 지루하게 메시지만 담은 건 아니고, 뒤쪽에는 깨알같이 주인공 소녀가 구해준 것과 비슷한 거북이를 직접 접어볼 수 있는 페이지도 마련되어 있다.

책을 읽은 뒤 함께 거북이를 만들며 아이와 대화도 이어가고 독서에 대한 즐거움도 더 커지는 것 같아 좋았다.

특히나 대근육은 이미 초등학생 저학년 이상인데 소근육은 다소 미흡한 우리 딸에게 딱 좋은 활동인 것 같아서 책이 더 마음에 드는 느낌이었다.



사실 나나 집사람도 환경을 대단히 생각해서 특별한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굳이 찾자면 분리수거를 규정에 맞게 꼼꼼하고 깨끗이 배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사무실이든 야외에서든 1회용품 사용을 극도로 자제한다는 것, 가급적 세제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는 것 정도일 것 같다.

이 정도라도 아이가 어릴 때부터 습관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자라면서 스스로가 환경을 위한 습관들을 더 많이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국내외 기후 관련 뉴스들을 보면 환경 문제가 이미 인류가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굉장히 높은 확률로 아이가 어른이 될 무렵에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환경파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나아가 더 바람직한 미래로 바뀌어 나가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노력이라도 당장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연하지만 꼭 필요한 교훈을 전달해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장꾼의 아들 1~4 세트 - 전4권
샘 포이어바흐 지음, 이희승 옮김 / 글루온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총 4권으로 구성된 '매장꾼의 아들'을 4권까지 모두 읽었다.

4권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더운 여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이었다.

1권에서 '뼈를 보는 자'인 파린과 '환영을 보는 자'인 아로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 뒤 2권부터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시작된다.

1권에서도 소감으로 남겼듯이 작가의 문장이 상당히 좋은데 번역도 너무 깔끔해서 읽다 보면 이 책이 외국어를 번역한 것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서 좋았다.

덕분에 권당 500페이지 안팎으로 분량이 그리 짧지 않은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그리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악령의 힘을 얻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파린은 악령의 힘을 남용하지 않고 항상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는 그야말로 주인공다운 행보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매장꾼이라는 사회 최하위 계층으로 태어난 신분의 한계도 점점 더 극복하게 된다.

반면에 어린 나이에 환영과 마법 능력을 가지게 된 아로스는 태생적으로 타인을 쉽게 신뢰하지 못했다.

그러던 그녀에게 키라는 조력자가 나타나게 되고, 이 조력자와 함께 우여곡절 끝에 파린을 만나면서 그녀의 내면도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극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역시나 파린 안에 있던 악령일 것이다.

악령이라는 존재답게 파린에게 '악마의 속삭임'을 끊임없이 주입했었지만 파린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선한 인간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나름 반전 있는 행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1권부터 등장한 두 사람이기에 두 사람이 만난 후 힘을 합쳐 배후의 악을 물리쳐가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기대했었지만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같이 활동하는 건 3권에 이르러서일만큼 생각보다 이야기의 흐름이 선형적이지 않다.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남으면서 작가가 의도한 포인트로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4권 중반에 이르러서도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등장하지 않아 궁금함을 가지고 읽으면서도 '이거 끝을 어떻게 맺으려고 이러나'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때로는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때로는 우연으로 역경들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재미나게 잘 묘사되어 있다.

결말이 4권 후반부에 이르러 다소 후다닥 끝나는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찜찜함을 남기거나 후일담이 지나치게 생략되어 있는 느낌도 들지 않는 깔끔한 결말이어서 좋았다.

스토리 스포일러를 되도록 피하고 싶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라는 영화의 결말이 떠오르는 엔딩이었다.

나름 반전이라면 반전이 있는 편이지만 책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왔다면 예측 가능한 범위였다고 생각된다.

(사족이지만 작가가 스스로 '반전'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면서까지 서술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사실 문학보다는 비문학을 더 선호하는 독서 습관 때문에 판타지 소설은 거의 접해본 적이 없어서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는 어렵지만, 이 책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스토리가 살짝 유치한 느낌이 없진 않으나, 뻔하진 않기 때문에 마블 영화를 '유치해서 못 보겠다'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수긍할만한 유치함이었다.

500페이지 정도 되는 4권의 작품인 만큼 짧지 않은 길이지만 스토리를 일부러 질질 끄는 느낌도 없고 필요한 사건들이 필요한 만큼 잘 다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인 저자답게 약간 강박이 느껴질 정도로 4권이 거의 균일한 두께로 제작되어 모아두면 책장이 예뻐지는 것 같은 부가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장르소설 중에서도 SF나 추리물에 비해 판타지 소설은 손도 잘 대지 않았는데, 이 책이 판타지 소설에 대한 나의 편견을 많이 깨준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소설을 읽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재미'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처럼 판타지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판타지 광팬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만족하며 읽을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