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중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봤거나 죽음에서 다시 돌아온 적이 없으므로 위의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질문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질문이기 때문에 고대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신화 속에서 죽음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정리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등이 자주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잘 모르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전통 무속 신화에서부터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 전 세계에 걸친 소수민족의 신화까지 방대한 범위의 신화를 소개하여 신선함을 더해준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렇게나 방대한 지역의 신화를 소개하는데 그 내용이 생각보다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신화라는 것 또한 상상력의 산물이니만큼 사람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나름의 보편성이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지리적으로 떨어진 각각의 문화들이 오랜 세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해져 간 결과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간 그 수많은 죽음기원신화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아래와 같은 흐름이 발견된다.
1. 인간은 본래 영생을 누렸었지만 인간 스스로 죽음을 원하게 되는 경우
애초에 신은 인간에게 죽음을 내려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죽지 않고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인구 수 때문에 인간 사회가 점차 포화에 이르자 인간 스스로가 죽음을 원하게 된다는 신화들이 있다.
2. 인간의 영생을 전하러 가는 메신저(주로 특정 동물들이 담당한다.)의 실수나 고의로 신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어 죽음이 생겨나게 된 경우
이 경우에도 애초에 신은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것이 좌절되었다는 내용이다.
죽음의 순서에 노소가 없다는 것 역시 이러한 신화들에서 파생되어 전해진다.
재미있는 점은 지리적,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도 보편성을 띤다는 점이다.
죽음 관련 신화에 등장하는 뱀은 허물을 벗으면서 영생을 누리는(필멸하게 되는 인간과 대척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고, 토끼는 대체로 신의 말을 잘 못 전달하여 신이나 인간에게 미움을 사 늘 사냥당할 운명에 처하게 되는 동물로 그려진다.
또한 거의 모든 신화에서 신은 애초에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던 신의 이름이나 모습은 신화마다 각기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한 기울고 다시 차오르는 모습 때문에 영생을 의미하는 달(月)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신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등장한다는 점 역시 재미있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