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죽음 - 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
권태효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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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판타지 소설 같은 제목을 가졌지만, '신화로 읽는 죽음의 기원'이라는 부제를 가진 인문학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부제가 책을 잘 요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라고 하는 것의 반대 개념인 '죽음'은 오랜 세월 인류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 같은 개념이었다.

모든 생물은 죽음을 경험하게 되지만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생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그렇기에 인류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역시 다른 생물에 비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가?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인류 중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봤거나 죽음에서 다시 돌아온 적이 없으므로 위의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질문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질문이기 때문에 고대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신화 속에서 죽음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정리하여 설명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등이 자주 등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잘 모르고 있었던 우리나라의 전통 무속 신화에서부터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 전 세계에 걸친 소수민족의 신화까지 방대한 범위의 신화를 소개하여 신선함을 더해준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렇게나 방대한 지역의 신화를 소개하는데 그 내용이 생각보다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다.

신화라는 것 또한 상상력의 산물이니만큼 사람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에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는 나름의 보편성이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지리적으로 떨어진 각각의 문화들이 오랜 세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해져 간 결과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간 그 수많은 죽음기원신화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아래와 같은 흐름이 발견된다.

1. 인간은 본래 영생을 누렸었지만 인간 스스로 죽음을 원하게 되는 경우

애초에 신은 인간에게 죽음을 내려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죽지 않고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인구 수 때문에 인간 사회가 점차 포화에 이르자 인간 스스로가 죽음을 원하게 된다는 신화들이 있다.

2. 인간의 영생을 전하러 가는 메신저(주로 특정 동물들이 담당한다.)의 실수나 고의로 신의 메시지가 잘못 전달되어 죽음이 생겨나게 된 경우

이 경우에도 애초에 신은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그것이 좌절되었다는 내용이다.

죽음의 순서에 노소가 없다는 것 역시 이러한 신화들에서 파생되어 전해진다.

재미있는 점은 지리적,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도 보편성을 띤다는 점이다.

죽음 관련 신화에 등장하는 뱀은 허물을 벗으면서 영생을 누리는(필멸하게 되는 인간과 대척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고, 토끼는 대체로 신의 말을 잘 못 전달하여 신이나 인간에게 미움을 사 늘 사냥당할 운명에 처하게 되는 동물로 그려진다.

또한 거의 모든 신화에서 신은 애초에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인간에게 영생을 부여하려 했던 신의 이름이나 모습은 신화마다 각기 다르지만 모두 비슷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한 기울고 다시 차오르는 모습 때문에 영생을 의미하는 달()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신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등장한다는 점 역시 재미있는 점이다.

죽음기원신화들을 보면 신은 인간에게 우호적이며,

인간이 신을 원망하지 않도록 많은 장치를 해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중략 -

비록 죽음을 내리긴 했지만 인간을 배려하는 신이 항상 곁에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라고 이들 신화는 말한다.

원하지 않는 죽음을 받아든 인간에게 신의 세심한 배려는

인간을 달래기 위한 신화적 장치인 셈이다.

(pg 48-49)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신화들이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주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죽음은 미지의 세계이고 굉장히 높은 확률로 인류가 영원히 알지 못하는 부분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왔고, 나름대로 죽음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승 가는 길이 나타나고 죽음 인도신이 신화에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길이 어떤지는 막연하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먼지, 그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르기에

사람들은 그저 신화적 상상력으로 그 세계를 그려보고

또 종교에 기대어 죽음의 세계를 이해하며 위안을 삼으려고 할 따름이다.

(pg 226)

책의 제목이나 표지가 진지한 느낌이어서 책을 펴기 전에는 책의 재미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서술이 쉽고 친절하며 중간중간 사진 자료도 꽤 많기 때문에 읽는데 지루함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에게 친숙한 신화는 오히려 적게 소개하고 사람들이 잘 모를만한 문화권의 신화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꽤 재밌다고 느꼈던 것 같다.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면하고 살아가는 '죽음'이라는 것을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어떻게 설명하고자 했었는지 그 궤적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교양 삼아 읽어봄직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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