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타 역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자기 때문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피해자는 물론이고 갑작스럽게 아내와 어머니를 잃은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분명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죄책감 때문에 죽은 피해자가 환각과 환청으로 찾아와 괴로운 시간들을 보낸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창창했던 자신의 미래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20대의 절반을 형벌로 보낸 것에 대한 억울함도 동시에 느낀다.
게다가 자신의 가족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쇼타로 인해 삶이 망가져 버렸다.
죄책감과 억울함이라는 상충되는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쇼타에게 갑자기 피해자의 남편이 칼을 들고 찾아온다.
고령인 데다 치매까지 앓고 있던 그는 필사적으로 쇼타에게 접근한다.
주변 사람들은 단순히 복수를 하기 위함이라 여겼지만 그는 쇼타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한다.)
읽다 보면 대충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전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감동을 주는 결말이었다.
쇼타가 바로 구속됨에도 불구하고 왜 제목이 '도망자'의 고백인지도 결말을 보고 나면 온전히 이해된다.
사회에서 부여한 처벌을 모두 받고 났다면 당연히 그 범죄자에게도 제2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내가 만약 피해자이거나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심정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쇼타와 노리와가 보여준 결말은 진정한 속죄와 용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쇼타가 저지른 범죄가 사실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사고로 가족을 잃는 것 역시 경험이 있든 없든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감정인지라 등장인물들의 심정에 더 공감이 잘 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