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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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다.

영화는 물론이고 소설도 SF라고 하면 일단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 SF를 문학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책이 그간 몇 권 접했었던 '서가명강' 시리즈로 나와서 읽어보게 되었다.

일단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판타지와 SF는 그 시작점이 비슷하다.

하지만 마법이나 악마 등 순수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판타지와 달리 SF는 과학적인 사실이나 과학기술에 대한 전망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SF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저자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개념으로 노붐(novum)과 인지적 낯섦을 꼽는다.

노붐이란 우리의 정신세계가 뒤바뀔 정도로 새로운 개념의 무언가를 말한다.

저자는 '타임머신'이라는 단어가 처음 소설에 등장했을 때를 예로 들고 있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에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마법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에 불과했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어쩌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다는 것이다.

인지적 낯섦은 독자에게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줘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소설 '듄'의 배경이 되는 아라키스라는 행성은 지구의 사막을 떠올리면 익숙한 곳이지만 그곳에 서식하는 거대한 모래벌레와 그것이 생산하는 스파이스는 굉장히 낯선 것이다.

따라서 좋은 SF라면 노붐과 인지적 낯섦을 잘 갖추어야 한다.

물론 모든 SF가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자 역시 존재하는 모든 SF 작품들 중 10% 정도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작품들이 될 것이라 말한다.

노붐과 인지적 낯섦은 SF 작품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그것은 독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작품이 그 기준이 부합하지 못한다고 그냥 있을 필요는 없다.

작품이나 혹은 작가가 상상하지 못한 것은 독자의 몫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pg 71)

태생이 '현실도피'다 보니 초창기 SF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액션 활극을 펼치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주로 쓰였다.

하지만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반성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자 SF는 '외삽'의 형태를 빌어 현실 세계에 깊숙이 접근하기 시작한다.

외삽이란 현재에 어떤 문제나 상황을 좀 더 논리적으로 발전시켜보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환경 파괴가 지금처럼 심화되기만 한다면 결국 기후 문제로 인류 종말이 온다는 스토리들이 외삽을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실 문제를 파고들다 보니 당연히 소재도 다양해지고 플롯과 인물도 더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변화했다.

따라서 문학적인 측면에서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외삽까지 감안하면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 자체가 과학의 산물이고 과학기술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SF가 우리 시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 말한다.

과학기술의 흔적이 직간접적으로 남아 있지 않은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의식하든 못하든 상상하든 못하든 간에 과학기술은 우리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전부 SF라 할 수 있다.

과장해서 말하면 모든 문학과 문화가 SF라고 할 정도다.

(pg 191)

그렇다면 앞으로의 SF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저자는 우리가 과학으로 밝혀낸 것들은 전체 우주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며, 더 크고 중요하지만 우리가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사변적'인 작품들이 더 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지만 사고 실험을 통해 논리의 끝까지 가보는 작품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이 설명하는 어떤 세계 너머의 과학이 있어야만 한다.

아니면 과학 밖 실재를 이야기하는 소설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칙상으로 이 실험적 과학이 불가능하고

실제로 알려지지도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소설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pg 207)

저자는 SF 작가들 역시 독자들이 원하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책을 끝맺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21세기 독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특별한 책임이 있다.

지금의 상황과 문제를 작품에 대입해서 고민해야 하는 책임 말이다.

공상의 세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공상의 세계를 잇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상과 비판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동적인 독자가 될 책임이 있다.

(pg 236)

서가명강의 다른 책들처럼 이 책 역시 200페이지 정도로 그리 길지 않고 현학적인 내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러운 책은 아니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은 뒤에는 단순히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든다, 들지 않는다' 정도의 감상에서 끝나지 않고 노붐, 인지적 낯섦, 외삽, 사변적 사실주의 등의 기준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따져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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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김봉철 지음 / 문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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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서평 쓸 책을 고르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히 망설여진 책이었다.

제목 자체가 책의 내용을 절반은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인지라 감상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책에 등장하는 김봉철의 나이가 대략 나랑 비슷할 것 같은데 책을 읽고 난 뒤 '나 정도면 엄청 잘 살고 있구나'하는 싸구려 감상에 젖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앞섰다.

다 읽고 난 직후의 소감은 '굉장히 찝찝하다'라는 것이다.

일단 시종일관 이어지는 비관과 우울의 정서가 읽는 행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표지만 보면 마치 '백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삽니다'라는 메시지라도 담겨있을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의 학대와 그로 인한 우울증, 이어지는 학교 폭력으로 고등학교도 중퇴하면서 변변한 직업은커녕 원만한 인간관계조차 하나 없이 엄마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하며 절망에 빠져 지내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스팸 대신 저렴한 햄을 사 왔다며 분노하는 구절에서는 짜증이 일기도 했다.

읽다 보면 진짜 '쓰레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 때가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표지를 보면 약간의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다행한 점이라면(?) 마치 자서전처럼 쓴 에세이지만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MSG인지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글에서는 고도비만이라고 했다가 어느 글에서는 거식증 때문에 체중이 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보면 100% 저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냥 이런 형태의 삶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기야 독립 출판이지만 이미 책을 여러 권 쓴 저자니 말 그대로 '백수'라고 믿는 것도 우습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너무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그냥 픽션이라고 생각하며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지닌 상당한 수준의 필력이다.

읽기에 부담스러운 감정을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만든 힘은 순전히 그의 필력이었다.

독립 출판으로 책을 여러 권 냈을 정도로 '글빨'이 좋다.

운이 좋게도 학교를 졸업한 뒤로 백수로 살아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던 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될만한 구절들이 꽤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 힘들다.

일체개고라 하여 인생의 무상함과 무아함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삶은

언제나 고통뿐이다.

이 고통은 오로지 개개인의 고유한 것으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고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내가 조금 더 살만하다,

내가 그나마 이 사람들 보다는 덜 힘들다고 비교되거나 비교될 수 없는 일이다.

나의 괴로움은 나만의 것이고 이 괴로움의 무게는

살면서 오로지 나 혼자만이 짊어지고 살아가야 되는 것이다.

(pg 91-92)

권력, 지위의 격차 등의 이유로 사람이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기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나는 이 모든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것뿐이다.

그러자면 일단 인간이 아니어버리고 싶다.

어쩌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

권력이나 지위의 격차로 사람이 사람 사이에 층계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 아득바득 저런 말들을 바보같이 우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pg 109)

사람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사람과 관계로 인한 상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읽었던 한 철학자는 세상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는 관계로부터의 상실과 상처 때문에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관계를 갈구하는 모순적인 한 인간의 모습이 처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물론 굉장히 극단적인 모습이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얼마쯤은 가지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마음. 내가 가져보고 싶었던, 의 말을 차마 내뱉지 못하고 삼킨다.

차마의 심정으로 얼마나 많은 말들을 말하지 못하고 삼켜야 했던가.

(pg 49)

사랑이나 가족, 친구 같은 말들을 목적을 가지고 변명으로 사용하면 할수록

그 말의 가치는 점점 떨어져 가는 것이다.

(pg 58)

누구에게도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나의 이 고독과 외로움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는 마음을 닫는다.

감정 같은 것은 쓸모가 없으니 모두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pg 196)

정말 독특한 책이었다.

주말을 맞아 거침없이 읽어가긴 했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거나 소위 '힐링'이 되는 책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글과 글 사이에 묘하게 끌리는 구절들이 많아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혹시라도 책을 읽을 예정이거나 책에 관심이 가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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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우주여행, 태양계의 행성들! 신통방통 과학 탐구 그림책 2
존 디볼 지음, 박서경 옮김 / 상수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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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이와 함께 세계지도를 보다가 우리나라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한 아이가 '엄청 쪼그맣구나'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산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지구도 엄청 커다랗게 느껴지겠지만 태양계만 보더라도 지구보다 큰 행성들이 존재하고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와 같은 은하도 엄청나게 셀 수 없이 많이 존재한다.

아이에게 우리가 속한 태양계 행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알려주는 책이 있어서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태양계 행성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는 책이다.

'수성, 금성은 너무 뜨겁고 천왕성 해왕성은 너무 춥다' 정도로 간략하게 소개해 주는 책이지만 의외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1,660km라는 것을 구체적인 수치로 알려주는 등 정보가 적은 편은 결코 아니다.

아이에게 1년이 365일인 이유도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365일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점을 책을 읽으면서 알려줄 수 있었다.

학창시절에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하면서 행성의 순서를 외웠던 기억이 나는데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어 이 목록에서 제외된 시기가 2006년이라는 것도 나와 있어서 나도 몰랐던 정보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

행성들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 같은데 행성들의 모습이 그림으로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아이의 눈 높이에 맞게 화려한 색채로 각 행성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게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아이가 글씨 부분을 다 읽어준 다음에도 그림을 오랫동안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관적으로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우주는 아직도 인류가 알아내지 못한 비밀들로 가득하다.

아이는 그저 재미난 그림책을 하나 읽었을 뿐이겠지만 나에게는 아이가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이란 하염없이 작은 존재라는 점을 마음에 새기며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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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개정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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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지만 사실 제목보다는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이라는 부제가 책 내용을 더 잘 말해준다.

구글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경제학자인 저자가 빅데이터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기존의 학술 연구를 위한 기초 데이터 확보용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의 방법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거짓으로 답변한다는 것을 언급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문의 타당성이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응답자가 거짓으로 답변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저자의 표현을 빌면 진실을 말할 '유인'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구글에 검색을 할 때에는 거짓이 아닌 자신의 평소 가치관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구글 사용자들의 검색 기록이라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사회적으로 유용한 시각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결과로 야구 선수의 미래 예측부터 사람들의 성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고 충격적인 사실은 언론이 편향성을 갖는 이유를 분석한 글이었다.

흔히들 언론사의 소유주나 편집장 등 정치적 견해를 밀어붙일 수 있는 계층의 입맛에 따라 특정 관점을 제시해 해당 언론에 노출되는 대중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일정 부분 이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은 소유주나 편집장에 따라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어느 당이 우세한지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독자가 원하는 말을 해주는 방향으로, 즉 굉장히 자본주의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대중에게 영향을 주려는 기업이나 부자들이

미국의 저널리즘을 지배해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정치적 견해를 강요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겐츠코프와 셔피로의 논문은 소유주의 두드러진 동기는 그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유주는 대중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서 더 큰 부를 쌓고자 한다. - 중략 -

거대한 음모 따위는 없다. 그저 자본주의가 존재할 뿐.

(pg 127-128)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일정한 수준의 경향성을 포착하기는 쉽지만, 이것이 곧 명확한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빅데이터 활용의 가장 유명한 예시 중 하나인 허리케인과 딸기맛 팝타르트 사례에서도 보듯이 허리케인이 올 때 사람들이 왜 딸기맛 군것질거리를 더 많이 구매하는지 그 이유를 빅데이터 자체에서 찾을 수는 없다.

데이터는 단지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고 기업에서는 이를 활용해 수익을 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신의 목표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면 당신의 모델이

어떻게 좋은 효과를 내는지 정확한 이유를 너무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정확한 수치만 얻으면 그만이다.

(pg 102)

하지만 저자는 빅데이터가 주는 명확한 장점이 있고,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활동이 가능해지리라 보고 있다.

물론 빅데이터가 기존의 연구 방법론들을 모두 대체할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데이터 취합에 있어서 속도와 비용의 절감은 물론이고 객관적이고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보다 명확한 상관관계를 찾아내며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사회과학을 보다 '과학적'인 활동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말한다.

구글 검색 데이터나 인터넷에 있는 다른 진실의 샘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인간 마음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어둠을 마주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진실은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둠과 싸우는 데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세상의 문제에 관한 풍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문제를 고치는 방향으로 내딛는 첫걸음이다.

(pg 205)

나는 빅데이터가 폭로하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하는 혁명이 일어나리라고 내다본다.

그렇다고 어떤 문제에든 단순히 데이터만 갖다 대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빅데이터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개발해온 다른 모든 방법의

필요성을 없애지 않는다. 그것들은 서로를 보완한다.

(pg 315)

다만 저자가 구글 출신이기에, 그리고 자신이 데이터 과학자이기 때문에 빅데이터 활용을 장밋빛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저자도 빅데이터의 활용에서 경계해야 할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활용과 데이터 소유 주체의 권력 남용 문제를 언급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갖는 빅데이터의 무서운 점(내 인터넷 사용 활동의 모든 부분이 어딘가에 기록되고 있고 이를 기업의 수익 활동의 일환으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상쇄할 정도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인터넷상의 데이터는 기업들에게 어떤 고객을 피하고

어떤 고객을 착취할지 알려준다.

또한 고객들에게 반드시 피해야 할 기업이 어디이고,

어떤 기업이 그들을 착취하려 하는지 알려준다.

빅데이터는 지금까지 소비자와 기업 간의 싸움에서 양쪽 모두를 도와왔다.

우리는 그것이 공평한 싸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pg 328)

저자가 위와 같이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돈의 이동 방향을 보면 빅데이터가 누구의 편이기가 쉬울지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빅데이터 활용이 개별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물론 인터넷에서 쇼핑할 때 원하는 상품이 더 빠르게 등장할 확률이 높아지기는 했지만)는 그리 체감할 정도가 아니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우리의 상식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다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비록 구글 출신이어서 구글에 편향된 시각으로 집필될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긴 하지만 책 자체는 매우 재미있다. (그리고 구글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기에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등장하는 사례들도 하나같이 흥미롭고 저자의 문체도 상당히 재치있다.

데이터 과학자다운 결말도 재미있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적절한 방법으로 끝맺을 것이다.

데이터에 따라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에 따라서 말이다. 나는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하고 이 망할 결론을 그만 쓸 것이다.

빅데이터가 말하길 여기까지 읽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니까.

(pg 349)

빅데이터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의 저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들의 비율은 7%가 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나는 굉장한 소수인 셈이다.

빅데이터의 맛을 알게 된 기업들은 데이터가 곧 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인 이상 돈이 있는 곳에 인재가 몰리게 마련이다.

미래를 대비함에 있어서도 앞으로 꽤 유망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점에도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살짝 두꺼워 보이지만 내용이 그리 어렵지는 않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므로 빅데이터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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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도 잘만 큽니다 - 아직도 돈으로 키우려 합니까?
이경숙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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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사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 사는 동네가 조금 특이하게 교육열이 높다 보니 나도 주변의 부모들을 보면 우리 아이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외벌이 직장인이 한 달 벌어봐야 빤하니 마음 편히 사교육을 시킬 여유도 되지 않아 사실상 반강제로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다.

그러던 차에 책 제목을 보고 저자가 어떤 메시지를 줄지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만 넷을 키웠고 학원 운영, 학습지 교사 등의 경력으로 많은 학생들을 만나본 경험을 책 안에 풀어놓았다.

이런 책을 쓰면 으레 '그 집 자식들은 얼마나 잘 됐길래 아는 척이냐?'라는 반응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도입 부분에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 공기업들에 다니는 아이들 자랑도 깨알같이 수록해 두었다.

제목만 보면 사교육을 일절 하지 않고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지만 사실 저자도 사교육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교육의 주체가 '부모'가 아닌 '아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하니까, 이 과목 성적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까, 아이가 잘하는 것 같으니까 하는 사교육은 모두 부모의 바람에 따른 사교육이다.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고, 아이가 부족함을 느껴서, 아이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서 하는 사교육은 아이가 주체가 된 사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부모가 능력이 안 돼서 속상하다는 한탄은

소위 '비싸고 좋은 학원에 보낼 형편이 안 돼서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부모의 역할을 소홀히 한 데 대한 '변명'일 수 있다.

사교육을 시키기에 앞서 아이가 어떤 수준인지, 어떤 상황인지,

아이의 흥미는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pg 34)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이와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시간을 변경해가며 아이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 온 저자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대화의 기회라는 것을 어쩌다 한 번 갖는 것이 아니라 하루 일과의 하나로 꾸준하게 가지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매일 저녁 시간을 정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시간을 만들려면 부모가 자신의 휴식 시간을 일정 부분 육아에 할애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육아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부분인데 저자의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했다고 한다.

네 자녀들이 서로 나이 차이가 있으니 손위 형제들이 읽는 수준 높은 책들도 비교적 빨리 접하게 된다.

요즘처럼 자녀가 한 둘 정도밖에 안된다면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책을 늘 가까이하라고 권하고 싶다.

책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사교육 없이 잘 키웠다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하나같이 독서를 많이 시켰다고 한다.

(pg 41)

그 밖에도 사교육에 고민을 많이 해 본 부모들에게는 귀가 솔깃할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다.

저자가 쓴 짧은 에세이들을 묶어놓은 형태로 목차나 순서가 논리정연하다는 느낌은 없는지라 처음부터 쭉 읽는 것도 좋고, 궁금한 부분을 그때그때 읽어도 좋을 책이다.

물론 읽는다고 모두 다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법을 아는 것보다 실제로 행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예습, 복습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알지만 실제로 학창 시절에 예복습 잘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교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원래 육아에 '정답'이라는 게 있을 수는 없다.

'금쪽이' 프로그램만 봐도 매주 나오는 아이마다 보여주는 증상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도 다 다르다.

저자의 아이들에게는 통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도,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보고 육아에 대한 정답을 얻겠다는 기대보다는 사교육으로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육아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가겠다는 기대를 안고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교육의 목표를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잘하면 할수록 비교 대상인 친구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남들보다 더 잘한다는 목표에 도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비교 대상이나 기준은 어제의 아이여야 하고,

사교육은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지원할 때 부담이 적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은 아이가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pg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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