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말이지만 서평 쓸 책을 고르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히 망설여진 책이었다.
제목 자체가 책의 내용을 절반은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인지라 감상을 남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책에 등장하는 김봉철의 나이가 대략 나랑 비슷할 것 같은데 책을 읽고 난 뒤 '나 정도면 엄청 잘 살고 있구나'하는 싸구려 감상에 젖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앞섰다.
다 읽고 난 직후의 소감은 '굉장히 찝찝하다'라는 것이다.
일단 시종일관 이어지는 비관과 우울의 정서가 읽는 행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표지만 보면 마치 '백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삽니다'라는 메시지라도 담겨있을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의 학대와 그로 인한 우울증, 이어지는 학교 폭력으로 고등학교도 중퇴하면서 변변한 직업은커녕 원만한 인간관계조차 하나 없이 엄마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하며 절망에 빠져 지내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엄마가 스팸 대신 저렴한 햄을 사 왔다며 분노하는 구절에서는 짜증이 일기도 했다.
읽다 보면 진짜 '쓰레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 때가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표지를 보면 약간의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다행한 점이라면(?) 마치 자서전처럼 쓴 에세이지만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MSG인지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글에서는 고도비만이라고 했다가 어느 글에서는 거식증 때문에 체중이 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보면 100% 저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냥 이런 형태의 삶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기야 독립 출판이지만 이미 책을 여러 권 쓴 저자니 말 그대로 '백수'라고 믿는 것도 우습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너무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그냥 픽션이라고 생각하며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지닌 상당한 수준의 필력이다.
읽기에 부담스러운 감정을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게 만든 힘은 순전히 그의 필력이었다.
독립 출판으로 책을 여러 권 냈을 정도로 '글빨'이 좋다.
운이 좋게도 학교를 졸업한 뒤로 백수로 살아본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던 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될만한 구절들이 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