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이도 잘만 큽니다 - 아직도 돈으로 키우려 합니까?
이경숙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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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사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지금 사는 동네가 조금 특이하게 교육열이 높다 보니 나도 주변의 부모들을 보면 우리 아이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외벌이 직장인이 한 달 벌어봐야 빤하니 마음 편히 사교육을 시킬 여유도 되지 않아 사실상 반강제로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다.

그러던 차에 책 제목을 보고 저자가 어떤 메시지를 줄지 기대가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아이만 넷을 키웠고 학원 운영, 학습지 교사 등의 경력으로 많은 학생들을 만나본 경험을 책 안에 풀어놓았다.

이런 책을 쓰면 으레 '그 집 자식들은 얼마나 잘 됐길래 아는 척이냐?'라는 반응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도입 부분에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 공기업들에 다니는 아이들 자랑도 깨알같이 수록해 두었다.

제목만 보면 사교육을 일절 하지 않고 아이를 교육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 같지만 사실 저자도 사교육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교육의 주체가 '부모'가 아닌 '아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 하니까, 이 과목 성적이 떨어지는 것 같으니까, 아이가 잘하는 것 같으니까 하는 사교육은 모두 부모의 바람에 따른 사교육이다.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고, 아이가 부족함을 느껴서, 아이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서 하는 사교육은 아이가 주체가 된 사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부모가 능력이 안 돼서 속상하다는 한탄은

소위 '비싸고 좋은 학원에 보낼 형편이 안 돼서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부모의 역할을 소홀히 한 데 대한 '변명'일 수 있다.

사교육을 시키기에 앞서 아이가 어떤 수준인지, 어떤 상황인지,

아이의 흥미는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pg 34)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이와 나누는 대화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시간을 변경해가며 아이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 온 저자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대화의 기회라는 것을 어쩌다 한 번 갖는 것이 아니라 하루 일과의 하나로 꾸준하게 가지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매일 저녁 시간을 정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시간을 만들려면 부모가 자신의 휴식 시간을 일정 부분 육아에 할애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도 육아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부분인데 저자의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했다고 한다.

네 자녀들이 서로 나이 차이가 있으니 손위 형제들이 읽는 수준 높은 책들도 비교적 빨리 접하게 된다.

요즘처럼 자녀가 한 둘 정도밖에 안된다면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책을 늘 가까이하라고 권하고 싶다.

책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사교육 없이 잘 키웠다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하나같이 독서를 많이 시켰다고 한다.

(pg 41)

그 밖에도 사교육에 고민을 많이 해 본 부모들에게는 귀가 솔깃할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다.

저자가 쓴 짧은 에세이들을 묶어놓은 형태로 목차나 순서가 논리정연하다는 느낌은 없는지라 처음부터 쭉 읽는 것도 좋고, 궁금한 부분을 그때그때 읽어도 좋을 책이다.

물론 읽는다고 모두 다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법을 아는 것보다 실제로 행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예습, 복습의 중요성이야 누구나 알지만 실제로 학창 시절에 예복습 잘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교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원래 육아에 '정답'이라는 게 있을 수는 없다.

'금쪽이' 프로그램만 봐도 매주 나오는 아이마다 보여주는 증상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도 다 다르다.

저자의 아이들에게는 통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도,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보고 육아에 대한 정답을 얻겠다는 기대보다는 사교육으로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육아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가겠다는 기대를 안고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교육의 목표를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가 잘하면 할수록 비교 대상인 친구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남들보다 더 잘한다는 목표에 도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비교 대상이나 기준은 어제의 아이여야 하고,

사교육은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지원할 때 부담이 적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은 아이가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질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pg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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