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다.
영화는 물론이고 소설도 SF라고 하면 일단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 SF를 문학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책이 그간 몇 권 접했었던 '서가명강' 시리즈로 나와서 읽어보게 되었다.
일단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그려낸다는 점에서 판타지와 SF는 그 시작점이 비슷하다.
하지만 마법이나 악마 등 순수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판타지와 달리 SF는 과학적인 사실이나 과학기술에 대한 전망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SF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저자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개념으로 노붐(novum)과 인지적 낯섦을 꼽는다.
노붐이란 우리의 정신세계가 뒤바뀔 정도로 새로운 개념의 무언가를 말한다.
저자는 '타임머신'이라는 단어가 처음 소설에 등장했을 때를 예로 들고 있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에 시간 여행이라는 것은 마법 같은 판타지적인 요소에 불과했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어쩌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다는 것이다.
인지적 낯섦은 독자에게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줘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소설 '듄'의 배경이 되는 아라키스라는 행성은 지구의 사막을 떠올리면 익숙한 곳이지만 그곳에 서식하는 거대한 모래벌레와 그것이 생산하는 스파이스는 굉장히 낯선 것이다.
따라서 좋은 SF라면 노붐과 인지적 낯섦을 잘 갖추어야 한다.
물론 모든 SF가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자 역시 존재하는 모든 SF 작품들 중 10% 정도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작품들이 될 것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