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사또를 이긴 대단한 다섯 자매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 5
정미영 지음, 고아라 그림 / 라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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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재밌어하고 읽어주는 부모도 마음이 흡족한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앞 절반 부분에는 전래동화가 있고 뒤 절반에는 난이도에 따른 수리 문제와 문해력 향상을 위한 단어 공부 콘텐츠가 실려 있어서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도 아이와 함께 할 것이 많은 시리즈다.

보통 전래동화에서 누군가를 무찌르는 이야기는 대체로 남성이 주인공이기 쉬운데 이번 작품은 자매가 주인공이라 하니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무시무시한 호랑이 사또를 이겼다고 하니 아이도 읽기 전부터 흥미를 가졌다.

딸 부잣집 이야기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여행을 떠나며 만나게 되는 의자매 사이였다.

자매들이 마치 엑스맨처럼 특수능력들이 있는데 능력대로 이름을 지어놔서 이름이 굉장히 재미있다.

천리안을 가진 첫째는 '천리보니', 괴력의 장사 둘째는 '가뿐번쩍', 백발백중의 명사수 셋째는 '듣고쏘니', 입에서 태풍이 나오는 넷째는 '태풍입김', 머리를 묶으면 주변을 꽁꽁 얼리는 막내 '얼음땡땡'까지 자매들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아이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사또로 둔갑한 호랑이를 만나게 되고 이를 다섯 자매의 각기 다른 능력을 활용해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후반에 등장하는 수리 문제들은 '집합', '그래프' 같이 초등학교 정도는 가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 많아서 6살인 우리 딸에게는 조금 어려운 수준이지만 단어 퀴즈 같은 것들은 이야기를 잘 읽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서 이런 것들 위주로 먼저 풀어가면 될 것 같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재밌기 때문에 이야기만 즐겨도 충분한 가치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전래동화를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래동화에 성차별 요소가 많아서 읽어줄 때 주의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런 요소가 없어서 더 좋았다.

이 책이 다섯 번째 이야기인데 앞으로도 계속 나와서 재미와 교육적 요소의 균형을 잘 잡아주는 시리즈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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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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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고 할 때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벌써 네 번째 읽은 가키야 미우의 작품.

'70세 사망법안, 가결'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그 뒤로 그만한 임팩트가 있는 작품은 아직 없었던 것 같아 읽을까 말까 망설였었는데 표지에 보이는 토끼가 너무 귀여워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 본인이 중년 여성이어서 그런지 작품의 화자가 중년 여성일 경우 몰입도가 상당히 높아지는데 이 작품의 화자 역시 중년의 여성이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다.

저자가 고령화, 저출산, 지방소멸 등의 문제를 다룬 작품을 많이 내는데 이 작품 역시 고령화 시대의 중년 여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처럼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해야 하는 이야기다.

오십 대 중반, 본인도 젊은 시절처럼 몸이 날렵하지 않은데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4층에서 평생을 맥시멀리스트로 살아온 시어머니의 유품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가키야 미우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편이라는 존재는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디폴트 값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도 시어머니의 유품 정리는 며느리인 모토코의 몫이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이긴 하지만 온갖 쓰레기와 사용한 흔적도 없는 잡동사니들이 넘쳐나는 시어머니 집을 보면서 오랜 시간 투병하며 스스로의 죽음 이후를 준비하고 깔끔하게 떠난 친정어머니를 떠올린다.

작품의 중반까지는 이런 상황에서 짜증을 참아내며 어떻게든 짐을 줄여보려 애를 쓰는 상황이 이어진다.

물건이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영혼이 깃든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영혼이 나에게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의 것이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다.

(pg 264-265)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시어머니의 이웃들을 만나게 되고 시어머니가 살아온 흔적들을 되짚어 본다.

타인에게 피해가 되기 싫어 깔끔하게 떠난 친정어머니는 그랬던 만큼 가족들에게도 속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래서 떠난 뒤 추억할 만한 물건도, 기억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이에 반해 시어머니는 오지랖이 넓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했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모토코는 성향이 180도 달랐던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삶을 보며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는데 똑같은 면을 보더라도 누구는 장점으로, 누구는 단점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진리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먼저 떠나간 두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사람은 제각각이네요.

어머니는 무슨 일이건 남들과 비교하는 걸 싫어하셨지요.

어머니와 시어머니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pg 308)

물건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살아가는 과정은 이별의 연속이기도 하다.

사람과의 이별은 미리 준비하기 어렵지만 물건과의 이별은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떠난 뒤 남은 이들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평소에 물건과의 이별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친할머니가 작품 속 시어머니처럼 맥시멀리스트셨고, 외할머니는 미니멀리스트셔서 작품 속 모토코에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직 두 분 다 살아 계시긴 하나, 요양병원 신세를 지고 계셔서 미리 짐 정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그러니 조만간 엄마에게도 이 작품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 엄마는 어떻게 느끼게 될지 궁금해진다.

300쪽이 살짝 넘는 분량인데 책이 작고 폰트가 큰데다 문장의 가독성이 좋아서 읽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떤 반전이 있거나 큰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일들과 대화 속에 잔잔한 감동이 숨어있는 작품이었다.

역시나 아직 중년도 아니고 여성이었던 적도 없는데 희한하게도 공감이 잘 되었다.

그러니 중년 여성이라면 더욱 공감이 잘 될 것이다.

나도 읽고 나서 꼭 엄마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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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멍만 겨누는 가짜 명궁 꾀돌이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 4
정미영 지음, 고아라 그림 / 라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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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땅속 괴물을 물리친 용감한 막둥이'라는 책으로 먼저 접했던 '암산이 즐거운 전래동화' 시리즈의 최신작이 나와 바로 집에 들이게 되었다.

아이가 전래동화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용된 단어의 수준도 좋고 이야기가 끝난 후 아이와 함께 수리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부모 입장에서도 아주 마음에 들었던 시리즈다.

전래동화라고는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에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최근에도 이 시리즈에 나오는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는걸 보면 작가의 창작 동화인 모양이다.

일단 제목부터 너무 재밌다.

아이들이 제목만 읽어도 책장을 넘겨보고 싶게 만드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밤마다 부엉이가 찾아와 울어대는 통에 잠을 설치는 공주가 있어 왕이 이 부엉이를 잡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는 소문을 들은 꾀돌이는 무작정 활과 화살을 사들고 궁궐로 향한다.

한 번도 활을 쏴 본 적이 없었던 꾀돌이는 길에 떨어져 있던 참새의 똥구멍에 화살을 꽂아 궁궐 안으로 던진 후 자신이 쏜 참새를 찾아달라고 말하자 궁궐 경비대가 깜짝 놀라며 왕에게 꾀돌이를 데려간다.

활은 쏘지 못하지만 이름처럼 머리가 좋은 꾀돌이는 꾀를 내어 부엉이 역시 똥구멍에 화살을 꽂아 잡아내고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나라에 엄청난 호랑이가 나타나 왕이 꾀돌이에게 이 호랑이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번에야말로 죽겠구나 하며 길을 떠난 꾀돌이가 우여곡절 끝에 호랑이까지 똥꾸멍에 화살을 꽂아 잡아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쌍하게 똥구멍에 화살이 박혀 죽는 동물이 꽤 많이 등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읽는 내내 아이의 입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름처럼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꾀돌이의 모습에 아이들도 '호랑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고 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뒤에 나오는 수리 문제들은 난이도가 꽤 있어서 6세인 우리 아이는 잘 풀어내지 못하긴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앞부분만 읽어도 아이가 굉장히 좋아해서 책을 읽어주는 부모 마음도 좋았다.

여전히 그림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용이 좋아서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계속해서 아이와 함께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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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리시온 1 - 신이 떠난 세상
이주영 지음 / 가넷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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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작가이면서 본인이 삽화와 소설의 배경에 어울릴 BGM까지 작곡했다는 소개에 솔깃해 읽게 된 판타지 소설.

국내에서 장르 소설의 입지가 그리 넓지 않다 보니 그 옛날 퇴마록 정도나 기억에 남지 그 이후로는 확 마음에 들었던 판타지 작품이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신인 작가가 쓴 작품인지라 솔직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읽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괜찮은 판타지 소설을 만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판타지나 SF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세계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가, 즉 세계관을 중시하는 편인데 이 작품의 세계관이 상당히 창의적이라는 점을 언급해야겠다.

300페이지 이상 되는 책 네 권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으로 풀어낸 세계 속에는 단순히 마법사와 상상 속 동물들이 펼치는 모험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토리를 정리하기에 앞서 세계관과 관련해서 몇 가지 정리해 보려 한다.

먼저 이 책에도 여느 판타지물처럼 마법이 등장한다.

각종 원소를 다루는 마법이 있지만 특이하게도 전통적인 판타지물처럼 마법을 '배워서' 쓰는 개념이 아니라 각 인종들마다 고유의 마법 능력을 유전으로 타고나는데 이 능력의 정도가 개체마다 차이가 크다고 보면 된다.

즉, 물의 기운을 타고난 사람은 물만 다루지 결코 불을 다루지는 못한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인 보리얀은 여러 인종 중 가장 차별받는 계층의 여자아이로 등장하며 동물, 영혼과 대화가 가능한 판타지물의 '드루이드' 포지션의 능력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사회적인 배경은 보리얀이 어려서 부모님께 전해 들은 세계의 창조 설화에 따르면 세계의 균형을 지키는 두 가지 힘이 존재하고, 선의 힘을 숭배하는 자들이 종교적인 권력으로 세계를 다스리는 신분 계급 사회로 그려냈다.

여러 인종들이 있지만 특정 인종이 특권층에 집중되면서 인종 차별, 계급 차별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다.

당연히 고여있는 권력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패하게 되고 보리얀과 그의 동료들이 이 부패한 사회에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주요 스토리이다.

목장들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저마다 울타리가 있어. 그렇지 않니?

그 울타리를 무시하고 함부로 남의 영역에 들어갈 때 약탈이 일어나는 거란다.

그게 바로 고통의 시작인 게야.

눈에 보이는 약탈은 남의 재산을 훔치는 거고, 보이지 않는 약탈은 자유를 훔치는 거지."

(1권, pg 76)

판타지 소설이면서도 고대의 유물을 차지하거나 세계 멸망을 저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층을 몰아내고 평등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이 스토리의 참신함을 더해준다. (물론 이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세계 멸망을 막는 길이기도 하지만)

물론 드루이드의 능력을 지닌 보리얀과 함께 싸우는 상상 속 동물들과 각종 원소들을 다루는 마법사들(작품 속 명칭으로는 '마녀'지만)의 활약도 상당하지만 노예 출신이었다가 주인공 일행들에 감화되어 권력층에 대항하기로 마음먹은 일반 병사들의 활약도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진다.

반면, 워낙 오랜 기간 노예의 신분으로 살아와서 '자유'라는 개념을 몰라 해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도 등장할 정도로 저자가 판타지스러운 세계에 나름의 현실성을 부여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노예가 별것인가? 자신의 힘을 포기하고 생각하길 멈추는 순간 누구나 노예가 되는 거야. 달랑 증서 한 장으로 노예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나.

무니안들의 성스러움이 주는 공포, 이 도시를 움직이는 황금의 힘,

그리고 잘못된 세상에 대항하기 두려워하는 개인의 나약함이 모두를 노예로 만드는 것이지.

(3권, pg 101)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았을 주제인 '권선징악' 이야기지만 악의 세력이 단순한 판타지물에 등장하는 '세계 멸망 성애자'가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놓고 싶지 않았던 지극히 인간적인 동기를 지닌 인물이라는 점도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권리, 권력, 규율, 법도, 그리고 그것을 아우르는 정의와 도덕.

그 모든 것은 사람들이 믿을 때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것들에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정치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대중이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3권 pg 126)

작품은 동양적인 내세관인 윤회와 업보의 개념이 떠오르는 결말로 끝이 난다.

꽤 오랜 분량을 들여 사건의 마무리와 그 뒷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어서 모든 일이 끝난 후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궁금해할 독자들의 목마름도 잘 해결해 주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속에서 생명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수많은 진동과 갈등의 세상을 여행하게 된다는 것.

그 진동과 갈등들은 탄생과 죽음의 고리를 만들고,

그 사이에서 '삶'이라는 신비로운 경험을 만들지."

(4권, pg 232)

물론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작가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보리얀이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여성들이 굉장히 소극적인 역할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래서 주인공의 활약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싶었던 의도로 보이기는 하나, 세계관 상 여성이라고 해서 상급 지위에 올라간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리얀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주체적인 여성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다.

실제로 여성으로 바꿔도 전개에 전혀 지장이 없는 인물들이 꽤 많다.

(최근에 하도 PC에 범벅된 사례들만 보다가 덜 PC한 작품을 봐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이 홀로 여성인데 멋진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작품의 러브라인도 약간은 유치한 느낌(전형적인 여성향 연애소설의 전개를 보는 듯한)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도 아쉬웠다.

러브라인이 작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 비중이나 전개 방식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했다면 작품의 완성도가 훨씬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서두에서 작가가 다방면에 재능이 많다는 말을 썼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글이 그중 가장 좋아 보였다.

내가 그림이나 음악에는 무지해서 그런지 그렇게 좋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한 것 같다.

솔직히 표지도 너무 어린 독자를 겨냥한 취향이 아닌가 싶어 처음에 읽을 때 거부감이 조금 있었다.

내용이 판타지 소설 치고는 유치함이 적기 때문에 보다 나이 많은 독자를 겨냥한 감성으로 포장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세계관의 디테일한 표현, 전개가 빠르게 느껴지도록 간결하게 표현한 상황 묘사, 추상적인 개념이나 감각에 대한 풍부한 묘사 등 작가의 문장은 꽤 마음에 들었다.

4권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으로 첫 작품을 펼쳐 낸 작가이니만큼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본 작품은 4권으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잘 되었기 때문에 다음에는 또 어떤 세계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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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쓰면 재미있는 어린이 사자성어 맛있는 교양 1
박일귀 지음, 김현후 그림 / 맛있는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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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 키우는 집들을 보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영어를 시켜야 한다며 이런저런 사교육을 보내곤 한다.

보낼 형편이 안되기도 하지만 난 돈이 있어도 국어를 더 진지하게 가르치는데 쓰고 싶다.

문해력이 다른 공부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국어를 더 확실히 알려주고 싶고, 그 첫걸음이 다양한 표현에 익숙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일찍부터 속담 책을 사주고 같이 읽었었는데 그러다 보니 여섯 살 아이가 이제 제법 속담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부모 된 입장에서 뿌듯하기도 하고 다른 걸 더 알려주고 싶다는 욕심도 든다.

속담을 알았으니 이제 사자성어도 슬슬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만화로 된 어린이 사자성어 책이 나왔다고 해서 얼른 읽어보게 되었다.

(pg 90-91)

요즘은 자격증 딸 게 아니면 '한자'를 공부하지는 않지만 '한자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 책은 한자도 실려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사자성어가 어떤 의미이고 어떤 상황에 쓰이는지를 알려주는 것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일단 주제가 되는 사자성어의 의미를 알려준 뒤 이와 비슷한 말과 반대말인 사자성어까지 다 실려있다.

비슷한 의미지만 쓰이는 상황이 미묘하게 다른 경우도 있고, 한 표현의 정 반대되는 상황을 묘사하는 표현도 있기 때문에 하나의 사자성어를 공부할 때 연관 사자성어를 함께 읽어볼 수 있게 한 구성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해당 사자성어가 쓰이는 구체적인 맥락은 옆의 만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속담도 그렇고 사자성어도 그렇고 알면 알수록 언어 구사력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

부모가 집에서도 영어를 쓰는 것이 아닌 이상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운다고 아이의 언어생활이 윤택해지기는 어렵겠지만 속담이나 사자성어는 아이의 모국어 활용 능력에 제법 영향을 준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아이가 속담처럼 사자성어에도 관심을 가져 국어를 보다 풍성하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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