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작가이면서 본인이 삽화와 소설의 배경에 어울릴 BGM까지 작곡했다는 소개에 솔깃해 읽게 된 판타지 소설.
국내에서 장르 소설의 입지가 그리 넓지 않다 보니 그 옛날 퇴마록 정도나 기억에 남지 그 이후로는 확 마음에 들었던 판타지 작품이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신인 작가가 쓴 작품인지라 솔직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읽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상당히 괜찮은 판타지 소설을 만났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판타지나 SF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리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세계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가, 즉 세계관을 중시하는 편인데 이 작품의 세계관이 상당히 창의적이라는 점을 언급해야겠다.
300페이지 이상 되는 책 네 권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으로 풀어낸 세계 속에는 단순히 마법사와 상상 속 동물들이 펼치는 모험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토리를 정리하기에 앞서 세계관과 관련해서 몇 가지 정리해 보려 한다.
먼저 이 책에도 여느 판타지물처럼 마법이 등장한다.
각종 원소를 다루는 마법이 있지만 특이하게도 전통적인 판타지물처럼 마법을 '배워서' 쓰는 개념이 아니라 각 인종들마다 고유의 마법 능력을 유전으로 타고나는데 이 능력의 정도가 개체마다 차이가 크다고 보면 된다.
즉, 물의 기운을 타고난 사람은 물만 다루지 결코 불을 다루지는 못한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인 보리얀은 여러 인종 중 가장 차별받는 계층의 여자아이로 등장하며 동물, 영혼과 대화가 가능한 판타지물의 '드루이드' 포지션의 능력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사회적인 배경은 보리얀이 어려서 부모님께 전해 들은 세계의 창조 설화에 따르면 세계의 균형을 지키는 두 가지 힘이 존재하고, 선의 힘을 숭배하는 자들이 종교적인 권력으로 세계를 다스리는 신분 계급 사회로 그려냈다.
여러 인종들이 있지만 특정 인종이 특권층에 집중되면서 인종 차별, 계급 차별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다.
당연히 고여있는 권력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패하게 되고 보리얀과 그의 동료들이 이 부패한 사회에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이 주요 스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