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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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접한 한강 작가의 작품이다.

'소년이 온다'가 광주에서 국가의 손에 죽어간 이들을 다룬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제주에서 국가의 손에 죽어간 이들을 다루고 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제주 4.3사건을 다루고 있으면서 시점이 현재라는 것이다.

제주 4.3사건 당시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노모를 두었던 다큐멘터리 감독 인선과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작가 경하의 시각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러면서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아직 발굴조차 되지 못한 유해들을 비롯해 완결되지 않은 그날의 사건을 영원히 기억에 남게 하는 작품이었다.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마치 '소년이 온다'를 쓴 작가 본인처럼 소설 속 경하 역시 5.18 관련 책을 낸 작가로 등장한다.

그 여파로 악몽에 시달리는데, 그 악몽을 현실에서 표현해 보자는 프로젝트를 인선과 함께 하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후 경하는 극심한 우울과 무기력함 속에서 세월을 버텨가고 서로 삶의 궤적도 다른 탓에 프로젝트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그렇게 죽음이 나를 비껴갔다.

충돌할 줄 알았던 소행성이 미세한 각도의 오차로 지구를 비껴 날아가듯이.

반성도, 주저도 없는 맹렬한 속력으로.

그러던 중 인선이 손가락 두 마디를 잃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에서 만난 인선이 경하에게 한 부탁은 뜻밖에도 키우던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것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받은 경하는 폭설이 내리는 제주의 한 오지로 떠난다.

그럼...그래야지...라고 습관적으로 대화를 맺는 사람의 탄식하는 말투처럼,

끝이 가까워질수록 정적을 닮아가는 음악의 종지부처럼,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눈송이들은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다가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다.

인선의 집으로 가던 경하는 실족 사고를 당하는 등 고난 끝에 집에 다다르지만 이미 앵무새는 죽어 있다.

그런데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이 눈에 보이면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인선의 이야기(인선의 어머니가 겪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유령이 등장했던 '소년이 온다'처럼 고통스러웠던 역사를 다루면서도 몽환적인 판타지 느낌을 담아내고 있다.

실제로 경하가 만난 인선이 이미 죽은 인선의 유령인지, 죽어가는 경하가 보는 환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상식을 벗어난 존재가 와서 70여 년 전에 있었던 상식을 벗어난 사건을 담담하게 들려줄 뿐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인간이 갖는 공감의 본능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제주에 지인이 있는 것도, 그 사건의 피해자 중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겪었던 일들은 결코 쉽게 잊히지 않는다.

죽어가는 동생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에 피를 내어 동생 입에 흘려주던 언니의 심정을, 언제 죽었는지 기록조차 남지 않은 오빠의 흔적을 쫓는 동생의 심정을, 사건의 트라우마로 실톱을 이불 밑에 넣어놔야만 잠이 드는 어머니를 평생 지켜보며 살아온 딸의 심정을, 그 어느 것도 인생에서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솔직히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고는 말 못 하겠다.

타인의 감정은커녕 자신의 감정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읽기에는 몰려오는 감정의 양이 너무 커서 읽는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그저 '빨갱이'를 지향했던 사람으로서 이 사건을 다룬 소설이니 꼭 봐야만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작가의 문장이 가진 힘 때문이었다.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가만히 웃으며 내 뺨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뒷머리도, 어깨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고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러 해당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잊힌 후에서야 대한민국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절대로 이 사건과 작별하지 않겠다고 외치고 있다.

그 외침을 들은 독자들 역시 국가의 손에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이 이 땅에서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지 않을까.

지금 해수욕장이 된 백사장에서 12월에 모두 총살됐어.

모두?

군경 직계가족을 제외한 모두.

젖먹이 아기도?

절멸이 목적이었으니까.

무엇을 절멸해?

빨갱이들을.

언급하기도 어려운 사건을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로 풀어낸 작품이기에 읽기에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실감 나게 살려낸 제주의 방언 역시 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멸공'이라는 단어 없이 서술하기란 불가능할 테고 그중에서도 제주 4.3 사건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역사서는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전후 맥락이나 경과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기초지식이 좀 있다면 등장인물들의 심정에 공감하기가 보다 쉬울 것 같긴 하다.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작품은 아니지만 읽는다면 후회하지는 않을 작품이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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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권수경 옮김, 쿠리하라 타케시 외 감수 / 성안당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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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너무 좋아하는 탓에 '간과 술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간 전문의가 풀어준다'라는 책 소개에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책 배송이 온 날 집사람이 책 표지를 보더니 혀를 쯧쯧 찬다.

집사람은 술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평소 내 음주 습관을 탐탁지 않아 하는데, 나도 일리 있다고 생각해서 집사람 말을 잘 들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술을 무조건 끊거나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책에서 제시된 하루에 소화 가능한 알코올의 양은 맥주 기준으로 500ml 두 잔 정도이다.

물론 술꾼 치고 500ml 두 잔으로 만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텐데, 이 책에서는 일주일 단위로 그 양을 관리해 보라고 말한다.

즉, 오늘 맥주를 한 4천 정도 마셨다면 그 주는 음주를 피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알코올 적정 섭취량은 '1일 20g(순 알코올 양)'이다.

허용량은 하루 40g까지이고 일주일 동안 140~280g을 섭취할 수 있도록 컨트롤하면 된다. 이정도 양이면 스스로 판단하여 조정할 수 있으니

간 쉬는 날을 만들어 술을 참을 때 생기는 스트레스도 없을 것이다.

(pg 16)

이는 내 음주 습관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라 일단(?) 안심이 되었다.

체중이 급격히 늘어서 음주 횟수를 주 1-2회 정도로 제한하고 있고 되도록이면 한 번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알코올에 대해서는 조금 관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당질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편이다.

지방간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알코올도 조심해야 하지만 당질을 정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맛이 나는 술의 경우 알코올도 있고 당질도 높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한다.

'당대사'라고 불리는 지방과 당질의 변환 작업은 간이 담당하고 있다.

알코올 분해로 바쁠 때 당대사 업무까지 더해지면 간은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술을 마실 때 당질이 많은 안주를 섭취하는 건 피해야 한다.

(pg 90)

당질이 많은 음식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맛이 강한 음식들과 밥, 빵, 면 등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들이 포함된다.

안주로 이와 같은 음식들을 먹으면 간에 더 큰 무리가 가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현대인들의 경우 술을 제외하더라도 당질을 권장 섭취량보다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술 문제뿐 아니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술을 마실 때 함께 먹는 음식으로 '고단백 저당질'을 꼭 기억하라고 말한다.

단백질은 고기나 생선, 달걀, 콩 등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알코올 분해를 도와주는 비타민 B군까지 포함한 식재료를 추천한다.

구체적으로는 돼지고기, 장어, 가자미, 연어, 방어 등이 있다.

채소 중에서는 당근에 비타민 B군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 중략 -

또한 어패류에 함유된 타우린과 아연에는 간 기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굴이나 백합 조개를 먹는 것도 추천한다.

(pg 76)

물론 알코올에 다소 관대한 시각을 가진 책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크게 벗어나진 않고 있다.

2차, 3차가 이어지도록 늦게까지 마시는 것,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는 것, 술 종류를 이것저것 섞어서 한 번에 마시는 것 등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지적하고 있다.

소량으로 적절하게 즐길 때 건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자명하기 때문에 이 책이 음주의 면죄부를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술로 건강을 해친 결과는 오로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책에 '그림으로 읽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을 정도로 도표와 그림이 많은 편이고 전체 페이지도 130페이지가 채 안 되기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간과 음주 습관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주는 편이기 때문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음주 횟수가 그리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번 먹을 때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많은 양을 마시는 경향이 있어서 횟수는 유지하되 한 번에 마시는 양을 좀 줄이려는 노력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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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1학년을 부탁해 - 개정판 랄랄라 학교생활 1
이서윤 지음, 윤유리 그림 / 풀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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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참 빠르다는 생각이야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들게 마련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라면 그 체감이 몇 배는 빠른 느낌이다.

나 자신의 늙는 속도도 그렇지만 아이가 커가는 속도를 지켜보는 체감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갓난쟁이를 안고 '이걸 언제 키우나' 했었는데 벌써 1년 후면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아직 취학 전인데 키가 120센티가 넘어가니 그야말로 허우대는 멀쩡한데 아직도 천둥벌거숭이마냥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학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중에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에 숙지하면 좋을 내용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동화로 풀어낸 책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부모 입장에서야 이런 책은 아이에게 일부러라도 읽게 하고 싶은데 문제는 아이도 흥미를 느끼느냐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의 아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니만큼 영유아 동화책보다는 글씨가 다소 많은 편이지만 서술이 매우 친절하고 동화의 내용도 상당히 재밌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알아야 할 내용들이 잘 수록된 느낌이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고, 새로운 일정에도 적응해야 하는 등 아이에게도 학교란 굉장히 낯선 곳이기 마련인데 아이들이 걱정할 부분들을 미리 읽어봄으로써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기 좋을 것 같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스스로 생각해서 적어본다거나, 자신만의 학교 가는 길 약도를 그려보는 등의 활동들도 마련되어 있어서 읽는 동안 아이의 집중력을 유지하기에도 좋았다.

후반부에는 나 같은 초보 부모를 위해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에 해주면 좋을만한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이 취학 전에 구구단을 떼고 들어갔던지라 수학을 어디까지 해줘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단순한 덧셈, 뺄셈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아이랑 산수 연습하다 혈압 터질 뻔했는데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어 보여서 스스로를 안심시키기로 했다.)

엄청 잘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 학교 다닐 때 정도만 해주면 좋겠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것도 욕심이구나 싶을 때가 많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고 아이들은 1년 사이에도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하는 만큼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 하지만 워낙 교육열이 특이하게 높은 동네에 살다 보니 남들처럼 이것저것 시켜주지 못하는 형편에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부모들의 마음이 다 비슷비슷하게 마련인지 아이와 부모 모두 차분하게 취학 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반가운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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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 생각 수업 - 수학자는 어떻게 발견하고 분석하고 활용할까
이광연 지음 / 유노라이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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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학창 시절 나를 가장 많이 괴롭힌 과목이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가 끝나자마자 수학에 대한 관심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과학이 자연을 기술하는 언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요즘, 그 과학 이론들이 모두 수학으로 기술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수학 역시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늘어났다.

그러던 와중에 쉬워 보이는(?) 수학 관련 교양서가 나와서 읽어보게 되었다.

나도 그렇지만 '수학'이라고 하면 일단 긴장부터 하고 보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생을 수포자로 살아온 나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은 책이었다.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에서 나오는 최소공약수나 최소공배수 정도의 개념은 알 것이라 생각하고 서술되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다행한 건 그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만 알고 있으면 내용을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다. (즉, 어떤 수의 최소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직접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이 책을 읽을 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저자는 일반 대중들이 수학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가지고 있을 의문인 '대체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서 시작하고 있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요약하면 '수학적 사고방식'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그래프나 입체도형의 면적과 부피를 구해야 할 일은 거의 없겠으나 자신의 생각이나 요점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할 일은 굉장히 많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일에 수학적 사고방식이 굉장히 유용하다는 것이다.

특히 몇 년 전부터 구글의 입사 시험에 등장해 유명해진 '페르미 추정' 같은 사고 연습은 막연한 문제를 해결하는 기초적 논리 전개 방식으로 실제 사회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논리력을 키우려면 수학에서는 하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나머지를 연결해 알아가는 '생각의 끈'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런 연결된 끈을 찾을 수 있는 지헤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학을 공부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입니다.

(pg 96)

또한 수학은 세상을 보다 단순하게 만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형시킨다.

복잡한 세상을 '카테고리화', '단순화'해서 이해하는 인간의 특성이 수학을 통해 비약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예시들은 지금 인간의 눈으로는 '진짜 그랬을까?' 싶지만 실제 수천 년 전 인류에게는 당연한 사고방식이었을 것이다.

"인류가 '닭 두 마리'의 2와 '이틀'의 2가 같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pg 168)

물론 저자는 이런 실제적인 유용함이 전혀 없다 할지라도 자연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수학이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글로벌하게 통용될 수 있는 언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학문이 발전함에 있어서 특히나 수학은 숫자와 수식으로 증명되면 더 이상의 논란의 여지라는 것이 생겨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우주의 진리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일반적인 독자 입장에서는 '수학'이라는 분야는 이미 거의 완성되어 있어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생겨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매년 30만 건에 달하는 수많은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발견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하는 것도 힘들 정도라 한다.

저자는 17세기까지도 '0'의 개념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을 예로 들며, 수학적인 발견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처음 발표했을 때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식이 되었듯,

현재 매우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수학도

미래에는 상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인류의 발전을 읽고 나아가려면 수학적 사고가 역시 필요해 보입니다.

(pg 176)

이 책을 읽고 싶어 할 사람들 중에는 어떻게 하면 본인이나 자식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가 궁금해서 읽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여러 방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방법은 아래의 방법이었다.

결국 수학 역시 문제가 무엇을 의미하고 무슨 답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이해력', 즉 텍스트나 수식으로 된 문장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지 궁금해합니다.

한 가지 방법 중에 "책을 읽으세요"라는 답을 줄 수 있겠네요.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은 '이해력'을 기르는 것인데,

독서야말로 이해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스스로 수학에 관련된 책을 읽고 수학적 원리를 이해한다면

수학 공부는 자연스럽고 흥미로워질 것입니다.

(pg 265)

여하간 흥미로운 예시들도 많고 서술도 굉장히 친절한 편이어서 수학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나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읽은 책이었다.

재미도 있었고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다시 수학 공부를 하고 싶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사실 수학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나 자신이 수학과 얼마나 친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인데, 무작정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이라면 읽은 후 제법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수학자의 생각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이용할 수도 없던 어떤 대상을 눈에 보이게끔 만듭니다.

그로 인하여 엄청난 문명의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pg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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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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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권 접한 바 있는 서가명강 시리즈 중 하나로 저자의 책은 '에리히 프롬' 이후 두 번째로 읽게 되었는데 발매 시기로 보면 이 책이 더 먼저 나왔다.

이번에는 흔히 '염세주의 철학'으로 잘 알려진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이전에 읽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해설서가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느낌이었던 터라 그의 사상을 쉽게 다시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우리 인생이 고통이라는 고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고통의 시작점은 우리가 가진 욕망이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욕망에는 끝이 없고, 욕망의 충족으로 얻는 행복은 찰나에 사라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모든 욕구가 신속하게 충족된다고 해도 인간은 필연적으로 권태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어찌 되었든 우리가 욕망이라는 것의 지배를 받는 한 우리의 삶은 고통일 수밖에 없다.

욕망이 신속하게 충족되는 상태가 행복이고

늦게 충족되거나 충족되지 않은 상태가 고통이다.

욕망과 충족 사이의 시간 간격이 짧을수록 고통은 최소한으로 줄어들고 행복감은 증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욕망은 즉각적으로 채워지지 않고,

채워지기 위해서는 많은 노고와 시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욕망이 즉각적으로 충족되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극히 짧은 순간에 그친다. 행복은 욕망이 충족되자마자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이라고 본다.

쇼펜하우어는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은총'으로 보았으며, 그 상태가 진정한 자유의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삶을 '관조'하는 자세이며 이 활동의 연장선에 인간이 추구하는 각종 예술 활동들이 포함된다고 보았다.

이전에 읽었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정리를 빌면, 세계를 구성하는 '의지'는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반면 그 의지가 구현된 '표상'들은 경험할 수 있다.

예술 활동은 그 표상들 속에서 '의지', 즉 사물의 참된 모습(이데아)를 찾아가는 활동이라 정의한 것이다.

모든 욕망을 부정한 사람은 겉으로 볼 때는 아무런 기쁨도 없이

결핍뿐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내적인 기쁨 속에서 산다.

이러한 기쁨은 바다와 같이 고요한 부동의 평화와 안식

그리고 깊은 평정과 숭고한 명랑함이 지배하는 상태다.

이처럼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삶이 고통 그 자체이며, 그가 말한 진정한 자유의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생을 이어가기 위한 욕망에서조차도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결국 죽음 자체도 긍정적인 것으로 본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철학이 '염세주의'라는 이름표를 부여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쇼펜하우어가 '이따위 세상, 다 같이 죽어버리자'라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이 현재 느끼는 고통이 없다면 어떻게든 살고 싶어 하지만,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것이다.

이때 그가 절망하는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비참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살하는 자는 자신의 생명을 끊을 뿐이지,

살려는 의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살려는 의지를 강하게 긍정하고 있으며, 자신이 현재 처해있는 고통스러운

상황만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여하간 그의 철학에서 주장하는 궁극적인 자유의 상태는 모든 욕망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하고 그 욕망의 큰 부분이 식욕과 성욕 등 생존에 필요한 욕망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저자는 쇼펜하우어가 불교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궁극의 자유를 뜻하는 단어가 '열반'이라는 뜻을 가진 'Nirvana'로 표현되어 있고, 각 개체의 삶과 죽음은 '온 우주의 의지'라는 시각에서 볼 때 그저 순환하는 미세한 한 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시각 등이 불교의 윤회, 해탈과 상당히 닮아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최근에 읽은 노장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노장사상에서의 '도'가 우주를 구성하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비슷한 느낌이고, 욕심을 버리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추구하는 삶에 대한 모습도 노장사상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지 않나 싶다.

물론 쇼펜하우어는 노장사상처럼 인간이 규정한 모든 도덕적 관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모든 인간에게 동정심이 있고, 이 동정심이야말로 기본적으로 이기적 존재인 인간이 선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쇼펜하우어와 노장사상은 근본적인 인간관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불교사상과 노장사상이라는 동양 철학의 큰 두 줄기와 서양의 대표적인 철학자의 사상에 유사한 부분이 이토록 많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 사는 세상은 다 비슷비슷하고, 이 때문에 인생을 논하는 철학 역시 공통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서가명강 시리즈들이 다 그렇듯, 길지 않은 분량으로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이 시리즈만큼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의 철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부담 없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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