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간 그의 철학에서 주장하는 궁극적인 자유의 상태는 모든 욕망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하고 그 욕망의 큰 부분이 식욕과 성욕 등 생존에 필요한 욕망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저자는 쇼펜하우어가 불교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언급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궁극의 자유를 뜻하는 단어가 '열반'이라는 뜻을 가진 'Nirvana'로 표현되어 있고, 각 개체의 삶과 죽음은 '온 우주의 의지'라는 시각에서 볼 때 그저 순환하는 미세한 한 부분에 지나지 않다는 시각 등이 불교의 윤회, 해탈과 상당히 닮아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이 최근에 읽은 노장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노장사상에서의 '도'가 우주를 구성하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비슷한 느낌이고, 욕심을 버리고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추구하는 삶에 대한 모습도 노장사상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지 않나 싶다.
물론 쇼펜하우어는 노장사상처럼 인간이 규정한 모든 도덕적 관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모든 인간에게 동정심이 있고, 이 동정심이야말로 기본적으로 이기적 존재인 인간이 선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쇼펜하우어와 노장사상은 근본적인 인간관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불교사상과 노장사상이라는 동양 철학의 큰 두 줄기와 서양의 대표적인 철학자의 사상에 유사한 부분이 이토록 많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 사는 세상은 다 비슷비슷하고, 이 때문에 인생을 논하는 철학 역시 공통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서가명강 시리즈들이 다 그렇듯, 길지 않은 분량으로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이 시리즈만큼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의 철학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부담 없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