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 기자의 할 일, 저널리즘 에세이
김성호 지음 / 포르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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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기자가 쓴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에 대한 에세이다.

그리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내 느낌이 그랬다.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야 모르는 바 아니고, 열심히 해봐야 '기레기' 소리나 들어야 하는, 절이 싫어 떠난 중이 어떤 말을 했을지 조금은 뻔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도 담백하지만 솔직해 보이는 제목이 결국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책 내용은 솔직히 예상한 범위를 넘지 않는다.

인쇄 매체는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고 클릭 하나에 울고 웃어야 하는 언론사의 현실.

그렇기 때문에 팩트 체크는 사치요, 주어지는 보도자료 적당히 편집해 조회 수 잘 나올 제목이나 궁리하는 기자들의 행태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물가 상승률 정도나 반영되는 최저임금 상승에는 거품을 물고 반대하지만 자신이 얻어먹을 밥값이 줄어들었다며 김영란법을 욕하는 그들을 표현하기에 '기레기'라는 단어만큼 잘 어울리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언론사도 결국은 회사입니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고, 갈수록 더 잘 먹고 잘 살아야 합니다.

무너지는 수익 모델을 뒤로한 채 고고하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건

어려운 데다 바람직한 일도 아닙니다. - 중략 -

클릭 수가 돈이 되는데 자극적인 기사를 마다할 회사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저자는 그런 동료 기자들에게서 느낀 환멸과 자신 역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자괴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을 마치 술 한잔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제 몫의 부끄러움을 매일 감당해내는 소수의 기자와 무엇이 부끄러운 건지도 까먹은

다수의 기자가 무참하게 섞여 있는 게 한국 언론의 오늘입니다.

언론인으로서 그가 해낸 성취들 중에는 얼마 전까지도 큰 이슈가 되었던 수술실 CCTV 이슈가 있다.

저자는 수술실에서 발생한 불법 의료 행위들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만나며 집요하게 기사로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그 결과 관련 법령의 입법이라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최근에 성형외과 CCTV 유출 사건을 빌미로 관련 법령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데 저자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해진다.)

저자는 특히 저널리즘과 자긍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언론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에게 귀 기울였던 사례들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살다 보면 한 번은 억울한 일을 경험할 수 있지만 언론은 힘없는 자들의 억울함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저자 역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기사를 썼지만 '어른의 사정으로' 기사를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내가 부자였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처럼 보이지 않았다면

이런 취급을 받지는 않았겠지요?"

세상엔 사소한 억울함이 널려 있습니다.

억울한 일을 겪었는데 어디 하소연할 수 없어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남이 보기엔 큰 일 아니니 참고 넘어가라 하지만

본인은 억울하여 넘길 수 없는 때가 분명히 있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억울함은 억울함을 풀 길 없는 이들에게 집중됩니다.

뿐만 아니라 조직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공익제보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그리고 그런 기사를 작성한 자신에게 어떤 피해가 왔었는지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세상에 정의가 점점 사라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이유를 이런 사례들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생각합니다. 어째서 누군가는 공익제보를 하는지요.

예견된 위험을 감수하며 모두를 위한 목소리를 기꺼이 내는 이들을요.

그들을 그런 결정으로 이끄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인류애든 정의감이든 그런 거창한 것들이

가장 평범한 인간들에게 깃들어 있는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기자라서 즐거웠던 많은 일들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는

바로 그런 이들과 만나 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언론이 언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상은 최근에 일어난 것도,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조직 자체가 '이윤 추구'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언론 역시 기업의 편, 자본의 편, 힘 있는 자들의 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게 일반적으로 공유되는 기댓값이 있다.

적어도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

그 책임을 조금만 더 무겁게 느껴주기를 바라는 것이 일반 대중들의 기대일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란 끝내 진실에 닿을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의 불행도 그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기자는 제가 진실에 닿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없이 진실을 좇아야 하는

운명을 가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

결국 그러한 구조를 만든 것은 우리 사회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일말의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기사는 독자에게 다가가 비로소 완성됩니다.

기자의 목표는 제가 공들인 기사가 마땅히 읽을 만한 이에게 읽혀

의미 있는 정보가 되는 겁니다.

좋은 기사와 좋은 독자의 만남이지요.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책인데 생각보다 깊은 울림이 있었다.

물론 언론이 당장에 큰 변화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고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쓴다는 건 잘못을 감내하는 일입니다.

기사 끄트머리의 작은 오탈자부터 누군가 분명한 피해자가 있을 중대한 잘못에 이르기까지,

모든 잘못이 온전히 제 탓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저자가 감성적인 글도 굉장히 잘 쓴다는 점이다.

언론인 출신이고 지금은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니 당연히 사실을 전달하는 글은 잘 쓰리라 생각했지만 감성적으로도 이렇게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문장이 깔끔해 쉽게 읽히면서도 그 안에 울림이 있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인상 깊은 구절도 꽤 많았던 것 같다.

인터넷의 발달이 오히려 진실을 가려버리는 요즘, 기자는 무엇을 써야 하고 우리는 무엇을 읽고 믿어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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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처음 하기 사전 - 슬기로운 학교생활을 위한
정명숙 지음, 김윤정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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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벌써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한 살을 더 먹을 뿐인데 뭔가 학교에 간다고 하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다.

아이에게 선행으로 지식적인 것들을 더 알려주기보다는 태도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는데 마침 딱 알맞아 보이는 책이 나와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에 대놓고 '일곱 살'이라고 적혀 있으니"나도 일곱 살인데" 하며 아이 눈도 따라 커진다.

만 나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제목을 개정해야겠구나 싶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한다.



책은 딱 내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실(?) 몸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스스로 해보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와 식사, 양치질, 옷 갈아입기 등 등교 전에 해야 하는 일들이 1장에서 먼저 나오고 2장에서는 학교에 가는 도중에 지켜야 할 교통 법규와 버스 탑승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어서 수업 시간에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각종 학용품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등등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나오고 하교 후 집에서 씻고 숙제하는 것까지 하루 일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목차만 쭉 읽어봐도 요즘 초등학생이 하루 종일 어떤 일과로 움직이는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할 정도로 알찬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딱딱하게 설명만 이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일단 모든 챕터의 시작이 수수께끼로 되어 있어서 아이가 먼저 수수께끼의 정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며 주제로 넘어갈 수 있다.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쭉 훑어보면서 수수께끼만 풀어봐도 아이가 재미있어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나오면 자세히 같이 읽어보면 될 구성이었다.

(pg 46-47)

천둥벌거숭이마냥 뛰어다닐 줄만 아는 것 같은데 어느새 어린이집 왕고가 되어 1년 뒤엔 초등학생이 된다고 생각하니 나름 심경이 복잡하다.

조금 있으면 애비는 뽀뽀도 못하게 하겠구나 싶기도 하고 아기 때는 참 시간 안 가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금방금방 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니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모쪼록 남은 1년을 알차게 보내서 아이가 처음 학교라는 나름 큰 조직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도 재미있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에게도 이 책이 좋은 지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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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 -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그들을 위한 변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광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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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변호사가 쓴 직관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각종 매체들에서 촉법소년의 범죄를 다루는 시각이 조금 우려스러웠던 터라 현직 변호사로서 직접 관련 청소년들을 만나온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200페이지 초반으로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 15개의 사례가 실려 있으며 각각마다 저자가 만난 다양한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사연 없는 범죄가 어디 있으랴만은 각각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드는 사연들이 담겨 있고 청소년들이 저지르게 되는 범죄의 형태도 다르지만 핵심은 하나다.

위기청소년은 범죄자이기 전에, 피해자이기 전에 하나의 '청소년'이다.

그리고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배우고 경험해가는 존재다.

그 배움과 경험의 절대치는 성인에게서 나온다.

즉, 청소년의 어떠한 행동 뒤에는 반드시 '어른'이 존재한다.

(pg 5)

'금쪽이' 방송을 봐도 아이가 문제인 경우보다는 부모의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는 사례가 많은 것처럼 사실 청소년 범죄의 이면에도 불안정한 가정에서의 양육과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폭력이 체화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범죄의 모든 책임을 온전히 청소년 본인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책의 주된 논지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저자가 변호에 성공한 케이스뿐 아니라, 실패한 케이스도 많이 담겨 있다.

청소년 범죄의 경우 판사가 미리 증거를 모두 열람하고 오기 때문에 유죄라는 것이 전제된 상태로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 변호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물론 처분 자체도 성인에 비해 관대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전문직인 당사자가 자신의 실패 사례를 매체에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적지 않은 실패 사례들을 공유하며 이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을 함께 전달하고 있어서 저자가 청소년 범죄 문제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사례가 다양할 뿐이지 저자의 메시지 자체는 매우 심플하다.

우리 사회가 촉법소년 등 청소년 범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은 일면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언론에서 부추긴 측면이 크며 실제 청소년 범죄의 비율과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촉법소년 사건 중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등)는 당연히 형법의 적용을 받아 처리하게 되므로 현행법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청소년 범죄의 형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겠다.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가장 쉬운 처벌이지만

가장 지양해야 할 조치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은 사회에서 배워야 한다.

소년원이나 교도소에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간접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사회만큼 직접 배울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렇게에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즉 사회화 시기에 있는 청소년은 사회 안에 있어야 한다.

(pg 100)

그리고 청소년 시기에 교화가 아닌 사회 격리를 통한 처벌은 한 번의 실수를 반복되는 범죄로 이어지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청소년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초범률은 감소하나 재범률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별 문제없이 자란 청소년들도 자라서 자리잡고 사는 것이 힘든 사회인데 청소년 시기에 범죄로 사회에서 격리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범죄의 특성은 전체 범죄율은 감소하는 반면 누범율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3~4범 이상 누범자들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즉 이것은 초범자는 줄어드는 반면에 재범자 중 일부는 계속해서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뜻한다.

(pg 132)

사실 이성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에 꽤 공감하는 편이다.

요즘 애들은 그 시기면 알 것 다 아는 나이이니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시민의 기본 권리인 투표권부터 성인과 동일하게 부여해야 옳다.

뉴스만 봐도 결정할 수 있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 조차도 판단할 나이가 안됐다고 명시한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책임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믿을 근거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충격적인 청소년 범죄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청소년 범죄의 형량을 높여 범죄율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쉽게 쓸려가게 마련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방법이 통계 수치로 보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보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지 저자가 '청소년 범죄는 그리 심각하게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하나의 사회 문제에 단 하나의 해결책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청소년 범죄도 예방하고 단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른 청소년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충분한 재사회화가 이루어지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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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해 소중해 너의 마음도 - 5-7세를 위한 첫 회복탄력성 그림책 소중해 소중해 시리즈
아다치 히로미 지음, 가와하라 미즈마루 그림, 권남희 옮김, 최성애 해설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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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혼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이면에 담긴 뜻은 자신과 타인의 안전이나 사회생활을 하며 지켜야 할 기본예절 등을 가르치기 위함이겠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섭섭하거나 슬픈 마음이 들게 마련일 것이다.

게다가 내년이면 딸아이도 학교에 들어가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친구들, 더 많은 선생님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살면서 그런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좌절감, 분노,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을 때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개념인데 성인이라 하더라도 이런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꽤 많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나다.

나 역시 대학을 거쳐 첫 직장에 재직할 당시까지도 회복탄력성이 거의 없어서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정말 심하게 겪었고 대인기피 증세가 심해 연차를 낸 후 휴대폰을 끄고 방에 혼자 있었던 적도 종종 있었다.

나 자신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이는 그런 성격을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 책이 아동들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는 소개를 보고 아이와 꼭 같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아동들이 신체 활동을 통해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5세에서 7세 사이에 연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아이가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깨닫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부정적인 감정들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당연히 심호흡이나 몸 근육의 수축과 이완, 주변 어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등 아이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스스로 최선을 다해 성취했던 것은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며 자기 자신을 더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도 던져준다.

이 부분은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바로바로 답할 수 있게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가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자 나 역시 딸아이를 조금 더 잘 알게 된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다.

대상 연령이 5~7세인 책이기 때문에 글씨가 그리 많지 않아서 부모가 읽어주기에도 그리 부담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높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서 같이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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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낸시 프레이저 지음, 장석준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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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충동구매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인터넷 서점에서 제목을 보는 순간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는 반응이 튀어나와 정신 차려보니 집에 도착한 책이다.


국문 제목이 원제보다 더 거창한 느낌인데, 원제는 'Cannibal Capitalism', 즉 '자기 자신을 잡아먹는 자본주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책은 우리가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자본주의란 단순한 경제체제가 아닌 '사회'의 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라는 측면에 국한해서 자본주의를 이해하면 자본주의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자본의 축적을 최우선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인종과 젠더, 환경, 정치 등 4가지 분야에서 각기 착취와 수탈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발생한 착취와 수탈이 곧 자본의 축적을 가져오는 과정인데 특이하게도 자본은 이 4가지의 재생산, 즉 지속가능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4가지 분야에서 쌓인 모순들이 다양한 사회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저자는 이러한 개별적인 인식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해답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통합적인 사회 체제로 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다 자본주의 그 자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사실 자본주의의 목적이 잉여를 남겨 자본 그 자체를 증식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수탈과 착취는 기본적인 현상이고 여기에 인종과 젠더에 따른 불평등이 관찰된다는 것이 그리 색다른 시각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부분 외에 자본주의가 노동력의 재생산 과정조차도 갉아먹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실질소득의 감소, 노동시간의 증가는 당연한 말이지만 노동자가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당장에 매일 출산율 최저를 갱신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세종시의 출산율이 다른 곳보다 높은 이유는 다름 아닌 안정적인 직장과 급여 덕분인 것이다.

저자가 굳이 '수탈'과 '착취'라는 단어를 구분해서 쓰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즉 착취는 잉여 이익을 착취 당하는 대신 노동력 등 투입되는 자원의 재생산 비용은 지급받는 계층에서 발생한다면, 수탈은 그마저도 보장되지 않는 계층(아동 노동, 노예 노동, 강제 노역 등)에게서 발생하는 현상, 즉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급여 수준이 자신의 후속 세대를 키울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수탈'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자본가는 절감액을 이윤의 형태로 전유하며,

그 부산물과 함께 살아가야 할(또한 그 때문에 죽어가야 할)

이들에게 환경 비용을 전가한다.

여기에는 미래 인간 세대도 포함된다.

(pg 164)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위한 원자료를 공급하는 자연을 마치 무한히 존재하는 것처럼 수탈한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책임은 나무나 몇 그루 심으면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마저도 하면 다행이다.)

저자의 비유를 그대로 옮기자면 자본에게 자연이란 원료를 공급해 주는 상수도이자 폐기물을 품어주는 하수도이다.

그러면서도 상하수도 비용은 거의 지불하지 않는 셈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의 인류가 받게 마련인 것이다.

'자기 확장'하도록 조작된, 화폐화된 추상인 자본은 끝없는 축적을 명한다.

그 결과 이윤극대화에 골몰하는 소유주가 '자연의 선물'을 최대한 싸게 징발하는 게

칭찬받을 일이 되고, 그러면서도 사용한 만큼 보충하거나

해를 끼친 만큼 수선할 의무는 모조리 면제받게 된다.

피해는 이윤의 동전 반대 면이다.

(pg 163)

마지막 키워드인 정치 역시 자본의 힘 앞에 무릎 꿇은 지 오래다.

착취와 수탈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법률 제도와 장치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막대하게 커져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자본은 오히려 공적 권력에 불안정성을 가져온다.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이재용이 청문회에 끌려 나와 어리바리도 떨고 징역도 살았으니 국가 권력이 자본을 잘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위한 국제기구들(각국 정부가 아닌)이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

이 체제에서는 전 세계에 걸쳐 사회적 상호작용의 막대한 부분을 다스리는

강압적 규칙의 알짜를 만드는 것이 국가가 아니다.

대신 유럽연합, 세계무역기구, NAFTA, TRIPS 같은

초국적 거버넌스 구조가 이를 대체한다.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으며, 압도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이 기구들은

'자유무역'과 '지적재산권' 같은 신자유주의적 관념들을 '헌법으로 제정'하고,

이를 글로벌 체제로 고정시킨다.

이로써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민주적 노동, 환경 입법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pg 243)

이처럼 자본은 자신의 축적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탐욕적으로 흡수하면서도 그 재생산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갉아먹는' 체제라는 것이 책의 핵심이며, 아래의 문장으로 잘 요약해두고 있다.

자본은 이러한 사회-재생산 활동에 크게 의존함에도 여기에 어떠한 (화폐화된)가치도

부여하지 않으며, 무상으로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게다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혹은 전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을 무한히 축적하려는 끝없는 충동에 따르도록 방치하면,

자본이 의존하는 바로 그 사회적 재생산 과정이 불안정해질 위험에 빠지게 마련이다.

(pg 225)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저자는 당연히 문제의 근원이 자본주의 그 자체에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 자체로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 이후의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저자의 답은 '사회주의'이다.

그것도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확장된 개념의 사회주의'여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의 핵심은 자기 파괴적인 성격을 지닌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대안 부분은 언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이 뒤집힌 것을 바로 돌려놓아야 한다.

즉 사람들의 양육, 자연의 보호, 민주적 자치를 사회의 최우선으로 놓고,

이것들이 효율성과 성장을 압도하게 해야 한다.

요컨대 사회주의는 자본이 책임을 회피하며 배경 취급하는 사항들을

똑바로 전경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pg 280)

책은 총 6장으로 1장에서 자본주의의 확장된 시각을 제시한 뒤 2, 3, 4, 5장에서 자본주의가 수탈과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인종, 젠더, 환경, 정치에 관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6장에서 논지를 종합하는 굉장히 논리 정연한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약 300페이지 초반으로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문장이 그리 잘 읽히는 느낌이 아니라서 읽는데 시간은 꽤 오래 걸린 느낌이다.

(문장은 번역의 문제라기보다는 저자가 다소 현학적으로 썼다는 느낌이 강했다.)

임계치에 도달한 대중이 집단행동을 통해 기성 질서를 변혁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결의할 때에만 객관적 곤경은 주체를 통해 발설된다.

그때에야, 오로지 그때에야, 우리는 결단을 요구하는 비상한 역사적 갈림길이라는

좀 더 거대한 의미에서 위기를 말할 수 있게 된다.

(pg 246)

나름 마르크스 자본론도 공부를 좀 했었기 때문에 이를 확장한 저자의 시각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자본이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수혜를 얻으며 성장하는데 사실상 노동자의 임금과 어떻게든 피하고 줄이려 애를 쓰는 세금 외에는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 자본주의에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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