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 -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그들을 위한 변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광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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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변호사가 쓴 직관적인 제목을 가진 책이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각종 매체들에서 촉법소년의 범죄를 다루는 시각이 조금 우려스러웠던 터라 현직 변호사로서 직접 관련 청소년들을 만나온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200페이지 초반으로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 15개의 사례가 실려 있으며 각각마다 저자가 만난 다양한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사연 없는 범죄가 어디 있으랴만은 각각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드는 사연들이 담겨 있고 청소년들이 저지르게 되는 범죄의 형태도 다르지만 핵심은 하나다.

위기청소년은 범죄자이기 전에, 피해자이기 전에 하나의 '청소년'이다.

그리고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배우고 경험해가는 존재다.

그 배움과 경험의 절대치는 성인에게서 나온다.

즉, 청소년의 어떠한 행동 뒤에는 반드시 '어른'이 존재한다.

(pg 5)

'금쪽이' 방송을 봐도 아이가 문제인 경우보다는 부모의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는 사례가 많은 것처럼 사실 청소년 범죄의 이면에도 불안정한 가정에서의 양육과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는 폭력이 체화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범죄의 모든 책임을 온전히 청소년 본인에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책의 주된 논지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저자가 변호에 성공한 케이스뿐 아니라, 실패한 케이스도 많이 담겨 있다.

청소년 범죄의 경우 판사가 미리 증거를 모두 열람하고 오기 때문에 유죄라는 것이 전제된 상태로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아 변호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물론 처분 자체도 성인에 비해 관대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전문직인 당사자가 자신의 실패 사례를 매체에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적지 않은 실패 사례들을 공유하며 이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을 함께 전달하고 있어서 저자가 청소년 범죄 문제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사례가 다양할 뿐이지 저자의 메시지 자체는 매우 심플하다.

우리 사회가 촉법소년 등 청소년 범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은 일면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언론에서 부추긴 측면이 크며 실제 청소년 범죄의 비율과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촉법소년 사건 중 우리가 오래도록 기억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등)는 당연히 형법의 적용을 받아 처리하게 되므로 현행법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청소년 범죄의 형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겠다.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가장 쉬운 처벌이지만

가장 지양해야 할 조치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은 사회에서 배워야 한다.

소년원이나 교도소에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간접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사회만큼 직접 배울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렇게에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즉 사회화 시기에 있는 청소년은 사회 안에 있어야 한다.

(pg 100)

그리고 청소년 시기에 교화가 아닌 사회 격리를 통한 처벌은 한 번의 실수를 반복되는 범죄로 이어지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청소년 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초범률은 감소하나 재범률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별 문제없이 자란 청소년들도 자라서 자리잡고 사는 것이 힘든 사회인데 청소년 시기에 범죄로 사회에서 격리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범죄의 특성은 전체 범죄율은 감소하는 반면 누범율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3~4범 이상 누범자들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즉 이것은 초범자는 줄어드는 반면에 재범자 중 일부는 계속해서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을 뜻한다.

(pg 132)

사실 이성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에 꽤 공감하는 편이다.

요즘 애들은 그 시기면 알 것 다 아는 나이이니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리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시민의 기본 권리인 투표권부터 성인과 동일하게 부여해야 옳다.

뉴스만 봐도 결정할 수 있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 조차도 판단할 나이가 안됐다고 명시한 사람에게 범죄에 대한 책임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믿을 근거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보니 충격적인 청소년 범죄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청소년 범죄의 형량을 높여 범죄율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쉽게 쓸려가게 마련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방법이 통계 수치로 보나, 전문가들의 의견으로 보나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지 저자가 '청소년 범죄는 그리 심각하게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하나의 사회 문제에 단 하나의 해결책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청소년 범죄도 예방하고 단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른 청소년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충분한 재사회화가 이루어지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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