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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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책 소개를 보고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이제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보편적인 상식이 되었고, 그 대안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첨단 IT 기술의 발전으로 이루어낸 '그린' 사회라는 것에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의 디지털 기술들이 생각보다 환경 문제를 잘 해결해 주는 방안이 아니라는 것, 심지어는 상당 부분 환경 문제를 심화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언제부턴가 페이퍼리스 오피스를 추구하며 종이 사용량을 상당 부분 줄여왔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서버실의 존재와 이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 연간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종이를 데이터가 대체하고 있으므로 그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 종이값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종이보다 월등히 사용하기 편리하고 보관도 용이하며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노동력 절감 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단순히 비용만 놓고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에 놀랐다.

일개 대학에서도 이 정도니 매머드급 데이터 기업, 지역사회, 국가로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데이터 자체를 저장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IT 기술이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을 추적해 고발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업들이 '그린' 딱지에 민감하고 기술 유출 등의 핑계로 시설 공개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의 눈에는 이와 같은 악영향이 잘 눈에 띄지 않아 피해의 누적 정도도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렵다고 한다.

전쟁으로 점철된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승자가 얼마나

자기식으로 역사를 다시 쓰려는 집착을 보이는지 학습했다.

21세기의 디지털 기업들은 이러한 기법을 한층 세련되게 가다듬어 아예

미래를 새로 쓸 것을 제안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알고 보면 디지털은 세상을 오염시키니까.

그것도 아주 엄청나게.

특히 물과 에너지 소비량, 광물 자원 고갈에의 기여 등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산업이라는 분야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생태발자국을 발생시킨다.

(pg 44)

저자는 GAFAM이라 하여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몬스터들의 사례를 주로 언급하지만 데이터에 대한 광적인 수집 경향이 비단 미국의 일만은 아니므로 세계 곳곳에 포진한 보다 작은 규모의 디지털 회사들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전력'이다.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한 서버는 항시 일정하게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서버가 방대하게 모여있는 장소인 데이터 센터에는 엄청난 냉방 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전력은 아직까지도 화석연료에 의존해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데이터 센터로 모이는 데이터들은 각 대륙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이동하는데 기업들은 새로운 케이블을 매설하는 것에는 열심이지만 노후된 케이블을 재활용하거나 수거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 생산 과정에 필수적인 '순수한 물' 역시 중요한 자원이다.

게다가 각종 디지털 기기들의 제조에 필요한 희귀 금속류 등 지하자원도 포함된다.

지구 여기저기에 소량씩 분포하는 희소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벌목, 개간 등으로 발생되는 직접적인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이를 세계 곳곳으로 배송하기 위해 소비되는 간접적인 환경파괴까지 모두 고려한다면 엄청난 수준의 공해를 발생시키는 셈이다.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들 역시 이렇게 생산된 스마트폰을, 그것도 인류를 달에 보낸 컴퓨터보다 더 좋은 컴퓨터임에도 불구하고 2년에 한 번씩 갈아치우는 소비 행태를 보여줌으로써 이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인터넷이라고 할 땐 통신망의 모든 것(케이블, 라우터, 와이파이 접속단자 등)은 물론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사물인터넷이 서로 통신 가능하도록 해주는

데이터센터까지 모두 포함된다. - 중략 -

이러한 자원들을 손안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 안에 모두 욱여넣는 일은 이제

너무도 복잡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 작업은 '에너지 먹는 하마' 격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은 제조 과정에서만 이미 제품의 생애 주기 전체가 만들어내는

생태발자국의 절반, 소비 에너지의 80퍼센트를 잡아먹는 원흉이 되었다.

(pg 61)

따라서 우리가 현재 줄이려고 노력하는 탄소 배출량 만으로는 디지털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MIPS(Material Input Per Service unit)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즉 탄소 외에도 해당 활동이나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물건에서 디지털 기기로 갈수록 MIPS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환경 문제를 고려함에 있어서 탄소 배출량보다 더 효과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우리가 화석연료 절감을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야심 차게 개발 중인 전기 자동차도 그 속에 포함되는 각종 전자 기기 및 센서들의 제조와 그 기기들이 발생시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기 위한 시설까지 고려한다면 과연 정말로 적합한 대안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서비스나 소비 행위의 MIPS도 측정할 수 있다.

자동차로 1킬로미터 주행, TV 1시간 시청은 각각 1킬로그램과 2킬로그램의 자원을

필요로 하며, 전화 통화 1분엔 200그램의 자원이 필요하다.

한 통의 SMS는 0.632킬로그램이라는 무게가 나간다.

(pg 88)

이 지점에서 책 제목도 이해할 수 있다.

얼핏 우리가 SNS를 탐색하며 '좋아요'를 누를 때에는 아무런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해당 행위에 필요한 각종 디지털 기기들을 생산하는 자원, 그리고 그 행위를 둘러싼 모든 데이터들이 축적될 장소의 건설과 유지 및 보수에 들어가는 자원까지 고려하면 우리의 '좋아요'는 결코 무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잉 연결된 우리 사회는 실제로 패러다임의 급진적인 전복을 낳는다.

풍요에 중독된 세계에 예정된 위협은

희소성에 의해 통제되는 세계가 겪는 시련보다 훨씬 막강하다.

축적이 결핍보다 훨씬 치명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pg 240)

후반부의 참고 자료 목록을 제외하면 약 300페이지 정도로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이지만 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읽고 나서 약간의 허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던 환경 관련 문제들의 새로운 이면을 알게 되었는데 그 해결책은 전무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DNA 안에는 환경에 대한 염려라는 부분이 들어있지 않다.

환경을 염려했다면 네트워크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존재한다 한들 최소한 현재와 같은 형태로는 아니었을 것이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세속적이다. 인터넷은 권력과 돈을 쟁취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이다.

(pg 282)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환경에 무해할 것이라 믿어왔던 디지털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음을 고발하는 책이다.

기업이 스스로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시민사회가, 정부가, 국제기구들이 이 산업 전반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늘려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을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메시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세속적임을, 디지털이 실제로는 우리를 본떠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합의에 의해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기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pg 301)

언젠가 읽었던 다른 책에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쓰레기를 생산하는 존재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실제로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그것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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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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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SF 소설 쪽으로는 손꼽히는 작가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 SF를 좋아하고 더 알아가고 싶어하는 독자로서 기대가 컸다.

보통 기대가 컸는데 작품이 별로면 글을 쓸 때 고민이 많은데 다행히 이 책은 아무런 고민 없이 느낀 바를 솔직히 적으면 될 것 같다.

제목이 독특해서 제목만 보면 SF 소설이라 생각하기 쉽지 않은데, 총 아홉 편이 수록된 단편집이고 그중 하나의 제목일 뿐이다.

특이하게도 언어가 주제가 되는 작품이 두 작품이나 실려 있다.

표제작은 마치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에 나오는 외계인처럼 미래를 경험한 것으로 기술하는 시제(말 그대로 미래과거시제)를 사용하는 미래인에 대한 이야기다.

시제라는 독특한 소재를 시간 여행이라는 SF 단골 소재와 잘 버무려 인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하지만 기억에 더 남았던 것은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작품이었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이후 인류는 'ㅊ,ㅋ,ㅌ,ㅍ' 등 발음할 때 비말을 내뿜을 우려가 있는 파열음을 아예 쓰지 않는 방향으로 언어를 진화시켜 나간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한 배우가 파열음으로 가득한 지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 도전하게 되고 그를 지켜보는 이가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데 스토리라인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세계관이 너무 재밌고 매력적이었다.

작품의 서술 자체도 모든 파열음이 바뀌어있어서 처음에는 '오타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면 '배경 진짜 치열하게 만들었구나' 하는 감탄이 나왔다.

SF 단골 소재라 할 수 있는 로봇을 다룬 작품으로는 '수요곡선의 수호자'와 '임시 조종사'가 있는데 그중 '임시 조종사'는 단연코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의 전통 판소리 느낌으로 지어진 SF 소설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어쭙잖게 설명하는 것보단 작품 속 한 구절을 음미해 보면 무슨 의미인지 대번에 이해가 갈 것이다.

아래는 주인공이 로봇에 탑승해 펼치는 게릴라전으로 크게 활약하자 적군이 고민에 빠지는 부분인데, 전통 장단을 잘 모르더라도 판소리하면 떠오르는 그 톤으로 읽어보면 문장에 운율이 잘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리)

적기를 격추하고, 장비 챙겨 황급 하산 동굴에 은신하니,

집산이 위성을 몰아 백 리 반경을 더듬었으되, 보이느니 산이요 관목에 기암뿐이라.

수차에 요격하고 곳곳 은신처 숨어드니, 없는 대공포대에 금쪽같은 전투기가 똑똑 떨어져 집산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생각하되 가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

(pg 235-236)

로봇과 판소리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가 절묘하게 만나 기가 막힌 작품을 만들어 냈다.

제목이 다소 평범해서(물론 내용을 잘 담아내고 있긴 하지만) 표제작이 되지는 못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별도의 책으로 나와도 좋겠다 싶을 만큼 재미도 있었고 인상에도 강하게 남았다.

진짜 판소리가 들어간 오디오북으로 나올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서 먼 미래의 가능성 정도라도 기대해 보고 싶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 외에도 '접히는 신들', '인류의 대변자', '알람이 울리면' 등의 작품에서는 행성 간 여행과 외계인,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장기간 수면 통제 등 익숙한 소재지만 우주와 인류가 보다 더 가까워지면 발생할법한 일들이 빼어난 상상력으로 잘 그려져 있다.

사이보그를 다룬 '절반의 존재' 역시 우리가 흔히 보던 '뇌만 빼고 다 기계'인 사이보그가 아니라 하반신만 원래의 인간이고 상체는 모두 기계인 사람이 등장한다.

과연 그때에도 우리는 그 존재를 인간이라 칭할 수 있을까?

SF 팬들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SF 작품을 볼 때 '재미'를 느끼려면 뛰어난 상상력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소재 자체는 굉장히 익숙한 것들이지만 소재를 비틀어보는 부분이나 서술 방식의 참신함이 더 돋보였다.

단편집이라 호흡이 그리 길지 않은 작품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정이 튀어 보인다거나 허무맹랑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작품마다 짧게 작가 노트가 수록되어 작가의 의도나 느낌을 공유함으로써 작가와 독자가 같은 세계관을 경험했다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것도 좋았다.

(작가 노트 같은 부분은 다른 작가들도 단편집을 낼 때 꼭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 여느 작가의 단편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므로 국내 SF에 그다지 신뢰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책만큼은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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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과 우주론 - 블랙홀 박사가 들려주는 우주학당 강의 노트
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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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우주 관련 교양서를 몇 권 읽게 되었는데 순수한 문과의 눈으로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콩나물시루에 물 빠지듯 읽은 후 기억에 얼마 남지는 않아도 계속 읽다 보면 무언가 남는 게 있겠지 싶어 쉬워 보이는 우주 과학 책이 나오면 읽어보려고 시도하는 편이다.

이 책 역시 그런 시도의 연장선에서 읽어보게 되었다.

'블랙홀 박사'라고 불릴 만큼 평생을 블랙홀 연구에 바쳐온 저자가 청소년은 물론 나 같은 문돌이 성인들을 위해 블랙홀의 정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책 표지에 세 명의 할아버지 도사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중간중간 중요한 개념들을 그림으로 보여줄 때 등장해서 이해를 돕는다.

우주 과학 서적에는 흔히 아인슈타인을 닮은 캐릭터가 등장하기 마련인지라 저자가 한국스러운 캐릭터가 나와서 설명하는 것이 과학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직접 창조한 캐릭터라 한다.

(요즘 이런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저자가 머리말에서 그림 실력이 부족해 여자 도사는 못 그려 죄송하다고 미리 밝혀두고 있다.)

역시나 우주를 이해하는 초석은 상대성이론인지라 이 책의 시작 역시 상대성이론으로 시작한다.

물론 그 자체로 책 한 권이 부족할 개념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점만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간다.

2장에 드디어 이 책의 중심 주제인 블랙홀이 등장한다.

블랙홀의 개념 자체는 191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블랙홀의 압도적인 질량이 비현실적이라 믿은 당시 사람들은 그저 상상의 개념으로 취급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1963년에 이르러 수학적으로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됨에 따라 블랙홀의 연구가 다시금 탄력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서 SF의 필수 개념인 웜홀 이야기를 비롯해 별이 블랙홀이 되기까지 별의 일대기를 별의 크기별로 분류해 알려준다.

중간중간 '코스모스 군도 여행'이라는 가상의 여행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앞서 설명한 개념들을 한 번 더 알려줌으로써 이해를 돕는다.

사실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이라 생각해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안에 내용은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달리 표현하자면 문체는 친절한데 설명이 아주 친절한 편은 아니었다.

적은 분량에 많은 개념을 설명해야 해서 그런지 짧은 설명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그려진 그림들이 부족한 텍스트를 꽤 많이 보완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본래 블랙홀을 비롯한 우주 과학의 기본 개념들이 그리 쉬운 것들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18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에 이 정도의 개념을 녹여냈다는 점은 훌륭했다.

이 책을 읽은 후 다른 책들로 시야를 넓혀갈 수 있다면 우주 공부에 재미를 느끼기 위한 초석으로서는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생이 문돌이인지라 과학 지식을 수식 없이 이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줘서 나 같은 사람들도 과학을 조금이나마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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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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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연애소설 느낌의 제목이지만 내용은 꽤 알찬 과학 지식을 담고 있는 교양서다.

원제는 독일어로 'Alles Zufall', 우리말로 '우연의 모든 것'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원제가 책의 주제를 더 함축적으로 잘 요약하고 있다.

하지만 원제는 너무 재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나름 잘 바꾼 제목이라 할 수 있겠다. (이래서 문과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이 책은 운동방정식을 알면 물체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고전 물리학자들의 시각(즉 세상이 운명적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던)이 현대 양자역학 등 최신 과학 이론들에 힘입어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연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시각으로 변화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는 책이다.

원자 수준의 작은 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양자역학에서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측정하는 순간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입자부터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저자는 우리가 태어나는 과정 역시 우연의 산물이라 말한다.

부모 중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하필 그날 관계를 갖지 않았다면, 임신인 줄 모르고 독한 약물을 복용했다면 등등 우리의 탄생과 관련된 부모님들의 오만가지 행동들은 모두 우연의 산물이다.

게다가 우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라나게 된 것 역시 우연의 산물이다.

부모가 바란 우리의 모습과 우리의 현재 모습이 아주 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전자의 위치와 속도처럼 피드백 효과가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시스템에는 변수가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고려한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람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는 유전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 모두가 만족할만한 예측을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탄생뿐 아니라 진화라는 긴 관점에서도 생물은 역시 우연을 통해 살아남았다.

구조적으로 더 단순해 보이는 생물이 진화 과정상 훨씬 후대에 발생한 종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다윈은 자연의 다양성을 우연으로 설명한다.

어떤 생물도, 인간의 어떤 특성도, 계획에 따른 것은 없다.

진화가 무슨 일을 불러왔건 간에 목표도 의도도 없었으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겠다는 야망 같은 것은 더더욱 없었다.

중요한 건 그저 살아남는 것이었다. - 중략 -

어쩌다 우연히 생겨났고, 그것이 필요하거나 크게 장애가 되지 않아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것밖에는 별다른 존재 이유를 발견할 수 없는 특징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파란 눈이 더 나을 것도 없고 갈색 눈이나 초록색 눈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pg 118)

물론 종교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의 삶이 다 높으신 어떤 뜻에 따라 계획된 대로 흘러간다고 믿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은 과학의 관점에서 논증 가능한 것이 아니기에 논의에서 제외한다.

어떤 이론을 검증하려면 그 이론에서 출발한 예측이 현실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만약 현실과 맞지 않으면 우리는 그 이론을 폐기하고,

현실과 일치하면 그 이론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더 나은 테스트로 검증한다.

하지만 형이상학적 결정론에서는 이런 테스트가 불가능하다.

제한된 이성을 가진 인간들로서는 그 이론에서 출발한 어떤 예측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pg 57)

어찌 됐든 우연이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라는 것은 여러 과학 이론들로 증명할 수 있겠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어쩌면 온 우주에 우리뿐일지도 모를 지적 생명체로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가 보다 특별하기를 바란다.

나의 탄생이 그저 우연의 산물이기보다는 특별한 어떤 목적의 결과물이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운명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될 일들도 많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처럼 9.11테러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하필 추락할 비행기에 탑승해 생을 마감한다거나 잃어버린 아들을 자신이 운전하는 택시에서 마주친 사람의 사례처럼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역시 수학적 확률에 따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우연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의 뇌가 수많은 무작위 속에서 무엇이든 연관성을 찾으려는 쪽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 증명한다.

그리고 세상이 우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므로 우리의 자유의지라는 것이 온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분 나빠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자유는 예측할 수 없음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정할 수도, 예언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가 내린 많은 결정들은 우연한 것처럼 보인다.

자기 연관성이 초래하는 많은 결과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가 자신을 꿰뚫어볼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pg 85)

게다가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생존에 유리한 지점들이 반드시 존재했다.

바다에서 가장 처음 육지를 밟은 생물은 그 이전에는 어느 개체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했다는 것이고 이것을 시작으로 현존 인류까지 진화해왔으니 예측 불가능성이 반드시 나쁜 개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경쟁에 유리하고, 협력과 신뢰를 가능하게 한다.

인간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 뇌가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 우리의 의도를 숨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자연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놓은 듯하다.

(pg 171)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어차피 우연으로 돌아가는 세상, 막 살면 그만이라는 메시지로 끝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연을 최대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한 번에 큰 변화를 주려 하지 말고 단계를 나눠 조금씩 움직인다면 우리 앞에 펼쳐지는 우연의 한계를 나름 한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작은 걸음으로 겸손하게, 하지만 성공적으로 전진하는 것에 그리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최종적이고, 단호한 해결책을 찾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삶을 변화시키려고 하거나 변화시켜야 할 경우 작은 걸음으로 가는 것이 최상의 길이다.

(pg 321)

양자역학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행동심리학, 뇌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풍부한 사례를 통해 우리 세상을 '우연'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설명해 주고 있어서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뭔가 잡지식이 굉장히 늘어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서술도 친절한 편이고 현학적이거나 이론적인 설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읽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무신론자이자 유물론자인지라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이 아주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사례가 워낙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세상이 우연이라는 멋진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우연은 우리에게 신중함을 가르쳐준다.

이것이 바로 우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우연은 현재에 민감하게 만든다.

현재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아니던가?

우연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pg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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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TV 방울이의 하루 상식 레벨업 코믹북 2 방울이TV 방울이의 하루 상식 레벨업 코믹북 2
스튜디오 왓츠비 지음, 방울이TV 원작 / 서울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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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만화로 된 책은 혼자서도 곧잘 읽어서 만화로 되어 있으면서 내용도 좋은 책은 얼마든지 읽게 해주고 싶은 요즘이다.

지난해 말쯤 1권이 발매된 방울이 시리즈인데 이번에 2권이 나와서 이번에도 아이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되었다.

1권을 너무 좋아했던 터라 2권이 왔다는 소식에 퇴근한 애비 얼굴보다 훨씬 반가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루 상식 레벨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만큼 어린이가 생활하면서 알아두면 좋을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번에는 특히 주인공인 방울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체험을 해보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바코드 찍는 방법, 카드를 긁는 방법 등 아주 기초적인 부분까지 묘사되어 있었다.

덕분에 아이들도 자주 만나게 되는 편의점 언니, 오빠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우리가 편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뒤에서 얼마나 많은 노고가 필요한지를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미성년자에게는 복권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나 술, 담배를 살 때에는 반드시 신분증 검사가 필요하다는 사실 등 어린이들이 구매할 수 없는 물건들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 좋았다.

그밖에도 다양한 상식들이 실려 있다.

집사람이나 내가 주말에는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인데, 커피를 많이 마시면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지식도 알려준다.

어른들이 하는 건 다 따라 해보고 싶은 것이 어린이의 마음일 텐데 이 부분을 읽고서 굳이 커피를 입에 대보지 않아도 어른들이 왜 마시지 말라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1권에서는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면 이번 2권에서는 스튜어디스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방울이가 여자아이여서 여성들이 주로 하는 직업을 먼저 다루는 모양인데, 다음 편에서는 특정 성별이 많이 종사하는 직업군이 아닌 일반적인 직업들도 다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들 책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가끔 아이들 책도 만들기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부모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이왕이면 내용도 좋고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둘을 충족하는 책을 만들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내용도 좋고, 아이가 몇 번이고 읽는 걸 보면 재미도 있는 모양이라 일단 안심이 된다.

앞으로 시리즈가 더 나올 것 같은데 나올 때마다 아이가 읽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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