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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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책 소개를 보고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이제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보편적인 상식이 되었고, 그 대안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첨단 IT 기술의 발전으로 이루어낸 '그린' 사회라는 것에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의 디지털 기술들이 생각보다 환경 문제를 잘 해결해 주는 방안이 아니라는 것, 심지어는 상당 부분 환경 문제를 심화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언제부턴가 페이퍼리스 오피스를 추구하며 종이 사용량을 상당 부분 줄여왔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서버실의 존재와 이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 연간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종이를 데이터가 대체하고 있으므로 그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 종이값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종이보다 월등히 사용하기 편리하고 보관도 용이하며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노동력 절감 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단순히 비용만 놓고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에 놀랐다.

일개 대학에서도 이 정도니 매머드급 데이터 기업, 지역사회, 국가로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데이터 자체를 저장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IT 기술이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을 추적해 고발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업들이 '그린' 딱지에 민감하고 기술 유출 등의 핑계로 시설 공개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의 눈에는 이와 같은 악영향이 잘 눈에 띄지 않아 피해의 누적 정도도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렵다고 한다.

전쟁으로 점철된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승자가 얼마나

자기식으로 역사를 다시 쓰려는 집착을 보이는지 학습했다.

21세기의 디지털 기업들은 이러한 기법을 한층 세련되게 가다듬어 아예

미래를 새로 쓸 것을 제안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알고 보면 디지털은 세상을 오염시키니까.

그것도 아주 엄청나게.

특히 물과 에너지 소비량, 광물 자원 고갈에의 기여 등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산업이라는 분야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나라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생태발자국을 발생시킨다.

(pg 44)

저자는 GAFAM이라 하여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몬스터들의 사례를 주로 언급하지만 데이터에 대한 광적인 수집 경향이 비단 미국의 일만은 아니므로 세계 곳곳에 포진한 보다 작은 규모의 디지털 회사들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전력'이다.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한 서버는 항시 일정하게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서버가 방대하게 모여있는 장소인 데이터 센터에는 엄청난 냉방 장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전력은 아직까지도 화석연료에 의존해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데이터 센터로 모이는 데이터들은 각 대륙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이동하는데 기업들은 새로운 케이블을 매설하는 것에는 열심이지만 노후된 케이블을 재활용하거나 수거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 생산 과정에 필수적인 '순수한 물' 역시 중요한 자원이다.

게다가 각종 디지털 기기들의 제조에 필요한 희귀 금속류 등 지하자원도 포함된다.

지구 여기저기에 소량씩 분포하는 희소 자원을 채취하기 위한 벌목, 개간 등으로 발생되는 직접적인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이를 세계 곳곳으로 배송하기 위해 소비되는 간접적인 환경파괴까지 모두 고려한다면 엄청난 수준의 공해를 발생시키는 셈이다.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들 역시 이렇게 생산된 스마트폰을, 그것도 인류를 달에 보낸 컴퓨터보다 더 좋은 컴퓨터임에도 불구하고 2년에 한 번씩 갈아치우는 소비 행태를 보여줌으로써 이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가 보통 인터넷이라고 할 땐 통신망의 모든 것(케이블, 라우터, 와이파이 접속단자 등)은 물론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사물인터넷이 서로 통신 가능하도록 해주는

데이터센터까지 모두 포함된다. - 중략 -

이러한 자원들을 손안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 안에 모두 욱여넣는 일은 이제

너무도 복잡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 작업은 '에너지 먹는 하마' 격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은 제조 과정에서만 이미 제품의 생애 주기 전체가 만들어내는

생태발자국의 절반, 소비 에너지의 80퍼센트를 잡아먹는 원흉이 되었다.

(pg 61)

따라서 우리가 현재 줄이려고 노력하는 탄소 배출량 만으로는 디지털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MIPS(Material Input Per Service unit)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즉 탄소 외에도 해당 활동이나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물건에서 디지털 기기로 갈수록 MIPS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환경 문제를 고려함에 있어서 탄소 배출량보다 더 효과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일례로 우리가 화석연료 절감을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야심 차게 개발 중인 전기 자동차도 그 속에 포함되는 각종 전자 기기 및 센서들의 제조와 그 기기들이 발생시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기 위한 시설까지 고려한다면 과연 정말로 적합한 대안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서비스나 소비 행위의 MIPS도 측정할 수 있다.

자동차로 1킬로미터 주행, TV 1시간 시청은 각각 1킬로그램과 2킬로그램의 자원을

필요로 하며, 전화 통화 1분엔 200그램의 자원이 필요하다.

한 통의 SMS는 0.632킬로그램이라는 무게가 나간다.

(pg 88)

이 지점에서 책 제목도 이해할 수 있다.

얼핏 우리가 SNS를 탐색하며 '좋아요'를 누를 때에는 아무런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해당 행위에 필요한 각종 디지털 기기들을 생산하는 자원, 그리고 그 행위를 둘러싼 모든 데이터들이 축적될 장소의 건설과 유지 및 보수에 들어가는 자원까지 고려하면 우리의 '좋아요'는 결코 무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잉 연결된 우리 사회는 실제로 패러다임의 급진적인 전복을 낳는다.

풍요에 중독된 세계에 예정된 위협은

희소성에 의해 통제되는 세계가 겪는 시련보다 훨씬 막강하다.

축적이 결핍보다 훨씬 치명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pg 240)

후반부의 참고 자료 목록을 제외하면 약 300페이지 정도로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이지만 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읽고 나서 약간의 허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던 환경 관련 문제들의 새로운 이면을 알게 되었는데 그 해결책은 전무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DNA 안에는 환경에 대한 염려라는 부분이 들어있지 않다.

환경을 염려했다면 네트워크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존재한다 한들 최소한 현재와 같은 형태로는 아니었을 것이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세속적이다. 인터넷은 권력과 돈을 쟁취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이다.

(pg 282)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환경에 무해할 것이라 믿어왔던 디지털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음을 고발하는 책이다.

기업이 스스로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시민사회가, 정부가, 국제기구들이 이 산업 전반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늘려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을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온 메시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현실은 이보다 훨씬 세속적임을, 디지털이 실제로는 우리를 본떠 만들어진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합의에 의해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 기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우리가 하는 만큼만

친환경적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pg 301)

언젠가 읽었던 다른 책에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쓰레기를 생산하는 존재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실제로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그것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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