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책 소개를 보고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이제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보편적인 상식이 되었고, 그 대안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첨단 IT 기술의 발전으로 이루어낸 '그린' 사회라는 것에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의 디지털 기술들이 생각보다 환경 문제를 잘 해결해 주는 방안이 아니라는 것, 심지어는 상당 부분 환경 문제를 심화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도 언제부턴가 페이퍼리스 오피스를 추구하며 종이 사용량을 상당 부분 줄여왔는데, 그러던 어느 날 서버실의 존재와 이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 연간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종이를 데이터가 대체하고 있으므로 그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해 종이값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종이보다 월등히 사용하기 편리하고 보관도 용이하며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노동력 절감 효과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단순히 비용만 놓고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에 놀랐다.
일개 대학에서도 이 정도니 매머드급 데이터 기업, 지역사회, 국가로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데이터 자체를 저장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IT 기술이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을 추적해 고발하고 있다.
특히 해당 기업들이 '그린' 딱지에 민감하고 기술 유출 등의 핑계로 시설 공개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의 눈에는 이와 같은 악영향이 잘 눈에 띄지 않아 피해의 누적 정도도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렵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