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연애소설 느낌의 제목이지만 내용은 꽤 알찬 과학 지식을 담고 있는 교양서다.
원제는 독일어로 'Alles Zufall', 우리말로 '우연의 모든 것'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원제가 책의 주제를 더 함축적으로 잘 요약하고 있다.
하지만 원제는 너무 재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나름 잘 바꾼 제목이라 할 수 있겠다. (이래서 문과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이 책은 운동방정식을 알면 물체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고전 물리학자들의 시각(즉 세상이 운명적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던)이 현대 양자역학 등 최신 과학 이론들에 힘입어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연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시각으로 변화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 주는 책이다.
원자 수준의 작은 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양자역학에서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측정하는 순간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입자부터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저자는 우리가 태어나는 과정 역시 우연의 산물이라 말한다.
부모 중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없었다면, 하필 그날 관계를 갖지 않았다면, 임신인 줄 모르고 독한 약물을 복용했다면 등등 우리의 탄생과 관련된 부모님들의 오만가지 행동들은 모두 우연의 산물이다.
게다가 우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라나게 된 것 역시 우연의 산물이다.
부모가 바란 우리의 모습과 우리의 현재 모습이 아주 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전자의 위치와 속도처럼 피드백 효과가 있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시스템에는 변수가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고려한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람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는 유전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 모두가 만족할만한 예측을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탄생뿐 아니라 진화라는 긴 관점에서도 생물은 역시 우연을 통해 살아남았다.
구조적으로 더 단순해 보이는 생물이 진화 과정상 훨씬 후대에 발생한 종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