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과 우주론 - 블랙홀 박사가 들려주는 우주학당 강의 노트
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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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우주 관련 교양서를 몇 권 읽게 되었는데 순수한 문과의 눈으로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콩나물시루에 물 빠지듯 읽은 후 기억에 얼마 남지는 않아도 계속 읽다 보면 무언가 남는 게 있겠지 싶어 쉬워 보이는 우주 과학 책이 나오면 읽어보려고 시도하는 편이다.

이 책 역시 그런 시도의 연장선에서 읽어보게 되었다.

'블랙홀 박사'라고 불릴 만큼 평생을 블랙홀 연구에 바쳐온 저자가 청소년은 물론 나 같은 문돌이 성인들을 위해 블랙홀의 정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책 표지에 세 명의 할아버지 도사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중간중간 중요한 개념들을 그림으로 보여줄 때 등장해서 이해를 돕는다.

우주 과학 서적에는 흔히 아인슈타인을 닮은 캐릭터가 등장하기 마련인지라 저자가 한국스러운 캐릭터가 나와서 설명하는 것이 과학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직접 창조한 캐릭터라 한다.

(요즘 이런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저자가 머리말에서 그림 실력이 부족해 여자 도사는 못 그려 죄송하다고 미리 밝혀두고 있다.)

역시나 우주를 이해하는 초석은 상대성이론인지라 이 책의 시작 역시 상대성이론으로 시작한다.

물론 그 자체로 책 한 권이 부족할 개념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점만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간다.

2장에 드디어 이 책의 중심 주제인 블랙홀이 등장한다.

블랙홀의 개념 자체는 191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블랙홀의 압도적인 질량이 비현실적이라 믿은 당시 사람들은 그저 상상의 개념으로 취급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1963년에 이르러 수학적으로 블랙홀의 존재가 증명됨에 따라 블랙홀의 연구가 다시금 탄력을 받게 되었다.

여기에서 SF의 필수 개념인 웜홀 이야기를 비롯해 별이 블랙홀이 되기까지 별의 일대기를 별의 크기별로 분류해 알려준다.

중간중간 '코스모스 군도 여행'이라는 가상의 여행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앞서 설명한 개념들을 한 번 더 알려줌으로써 이해를 돕는다.

사실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이라 생각해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안에 내용은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달리 표현하자면 문체는 친절한데 설명이 아주 친절한 편은 아니었다.

적은 분량에 많은 개념을 설명해야 해서 그런지 짧은 설명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그려진 그림들이 부족한 텍스트를 꽤 많이 보완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본래 블랙홀을 비롯한 우주 과학의 기본 개념들이 그리 쉬운 것들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18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에 이 정도의 개념을 녹여냈다는 점은 훌륭했다.

이 책을 읽은 후 다른 책들로 시야를 넓혀갈 수 있다면 우주 공부에 재미를 느끼기 위한 초석으로서는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생이 문돌이인지라 과학 지식을 수식 없이 이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줘서 나 같은 사람들도 과학을 조금이나마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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