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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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작품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작이 하나의 사건을 다룬 장편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총 세 개의 사건('사연'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이 등장하는 단편집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역시 전직 마술사라는 설정의 '블랙 쇼맨', '가미오 다케시'다.

첫 에피소드에서 전작의 희생자 딸이었던 '마요'가 등장하고 가미오 다케시의 성격이나 능력도 이전 작품에서 충분히 다뤄지기 때문에 이를 읽지 않았다면 작품의 매력이 상당히 반감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작을 꼭 먼저 읽고 이 책으로 넘어올 것을 추천하고 싶다.

각 에피소드들의 제목은 각각 맨션의 여자, 위기의 여자, 환상의 여자로 블랙 쇼맨이 이 세 여성을 돕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여성이 세 번째에 카메오로 등장하니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겠다.

호흡이 짧은 이야기들이어서 긴 장편 추리소설처럼 긴밀한 트릭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각기 다른 고민거리를 가진 여성들의 사연이 소개되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비밀을 블랙 쇼맨이 특유의 잔꾀와 관찰력으로 밝혀주는 이야기들이라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고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모든 이야기들을 다 읽고 나면 블랙 쇼맨이라는 캐릭터에게 좀 더 애정이 생긴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책 소개에 작가가 최근에 가장 공들여 만든 캐릭터가 바로 블랙 쇼맨이라는 언급이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이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 대비 아주 재미있는 축에는 들지 못하겠으나 작가의 후속 작품들까지 온전히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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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퀴즈 백과 100 - 풀수록 똑똑해지는 바이킹 어린이 퀴즈 백과 시리즈
신기한 생각 연구소 지음, 구연산 그림 / 바이킹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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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지만 올해 7세인 딸 자랑을 하나 하자면 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아침잠이 많은 부모보다 늘 일찍 일어나 자기 방에서 책을 읽는 아이를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자랑하고 싶어서인지 문제를 많이 낸다.

읽는 정보량이 늘어감에 따라 내는 문제들도 꽤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아예 문제로 된 책이 나와 아이에게 선물하게 되었다.



이름에 충실하게 곤충에 관한 상식들을 퀴즈 형태로 수록한 책이다.

앞 장에 문제가 두 문제씩 나오고 바로 뒷장에 정답이 수록되어 있어서 아이가 바로바로 확인해 보기 쉬웠다.

각각의 문제들마다 소개되는 곤충의 실사진도 잘 수록되어 있고 정보 전달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그림과 대사로 처리해 한글을 이제 막 깨우친 아이라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퀴즈도 단순히 객관식 답안 선택형만 있지 않고 주관식이나 칸 채우기, 선 연결하기, 알맞은 퍼즐 조각 찾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오래 집중해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 점이 좋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옆에서 읽으면서 계속 문제를 내고 있는 것을 보니 책이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

아직 시리즈로 나온 것 같지는 않은데 동물이나 식물, 공룡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 계속해서 나올 수 있을 형식이어서 나올 때마다 아이와 함께 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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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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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면서도 작품마다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추리 소설이다.

'블랙 쇼맨'이라는 또 하나의 걸출한 탐정 캐릭터를 만들어낸 모양인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 작품에도 늘 그렇듯 한 명의 중년 남성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피해자의 친동생이자 왕년의 유명한 마술사인 '다케시'라는 인물이 마술사 특유의 손재간과 뛰어난 사고력으로 형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내용이다.

특이하게도 용의자가 모두 피해자 딸의 동창들이고 피해자는 그들의 은사로 존경받아 온 사람이었다.

보기 드문 참 스승의 모습을 보여 온 피해자에게 누가 어떤 원한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서를 전혀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본격 추리소설처럼 독자가 모든 미스터리를 직접 풀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전직 마술사라는 설정을 활용해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원하는 정보를 이끌어 내는 다케시의 독특한 수사법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머리가 좋지만 아버지를 잃은 조카를 뜯어 먹으려는 수전노 설정까지 더해져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만 사건의 전말이나 동기가 의외라면 의외였지만 아주 마음에 와닿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제와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인해 읽는 재미는 충분했다.

최근에 후속 작품이 발간된 모양인데, 그 작품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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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The Complete Maus 합본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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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 형식을 가진 이 작품은 1980년대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에 소개되었다.

국내에 발간된 지도 꽤 오래된 작품인데 지금도 그래픽 노블 분야 베스트셀러에 포진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픽 노블 자체가 슈퍼히어로물이 아니면 그다지 인기 있는 장르는 아닌지라 단순히 발간되는 책이 적어 그런가 짐작만 해왔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열면 故 신영복 교수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이 책이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기 때문에 생의 마지막까지 '인권과 평화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온 고인의 추천사가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작가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물론 작가는 전쟁이 끝나고 태어났기 때문에 전쟁의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전쟁 중에 독살당한 첫째 아이를 비롯해 주변에 죽은 친척들이 너무 많아 우울하게 살아가던 어머니가 끝내 자살로 삶을 끝내고, 아버지 역시 그 모든 죽음과 홀로코스트를 견디며 얻게 된 PSTD에 평생 시달리는 탓에 그의 삶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책은 작가와 작가의 아버지, 두 남자의 시각으로 전개된다.

가장 큰 비중은 역시 전쟁을 온몸으로 경험한 아버지의 경험담이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유대인은 쥐로, 나치는 고양이로 표현함으로써 그들 사이에 있었던 힘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독일인으로 변장한 쥐는 가면을 쓰고 있다거나, 컷의 배치를 이용해 게슈타포의 수색을 피해 숨어 있는 인물들을 묘사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제노사이드'라는 단어를 정립하는 계기가 될 정도로 인류 역사상 참혹하기로 손꼽히는 사건이었다.

그 끔찍한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보기에 거부감이 크지 않은 그림체를 선택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덕분에 매우 끔찍한 서술이라 하더라도 읽기에 부담스럽지가 않았고, 그러면서도 흑과 백의 선으로 표현된 차분함과 차가움 역시 느껴져서 사건의 심각성은 온전히 전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부분들이 설명으로만 들으면 매우 끔찍한 일이지만, 참혹한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인터뷰 내용만으로는 이 책이 갖는 독특한 지점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처참함을 모두 겪어낸 이후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는 온갖 강박에 시달리는데 이러한 강박을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서 견뎌내야 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고충도 작품의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거나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저장하려고 하는 행위가 전쟁 유경험자들에게서 얼마나 흔하게

발견되는 증상인지는 모르겠다.

물론 아래의 페이지처럼 작가 주위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 가운데서도 그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해 작가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는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6.25 전쟁을 겪은 우리 할머니 역시 비슷한 강박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작가의 심정에 꽤 공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아래의 두 페이지는 우리 할머니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어머니가 할머니에 대해 말하던 것과 너무 비슷해서 소름이 돋았던 장면이다.)

(실제로 작가의 아버지는 저 먹던 시리얼을 가게에서 새 제품으로 바꿔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겪으며 성장한 아버지와 자유 민주주의의 선봉장인 미국을 겪으며 성장한 작가는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자신 역시 차별의 대표적인 희생자면서도 공공연하게 인종 차별 발언을 하는 아버지를 작가는 이해할 수 없다.

악에게 희생되었다고 해서 다 선으로 볼 수는 없다는 명제를 여기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과 다른 인간을 차별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신의 관념을 돌이켜봐야 할 필요성 역시 동일한 무게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역사서를 읽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가 유대인과 나치를 각기 다른 동물로 묘사한 이유가 '결코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뇌피셜일 뿐이다.)

그만큼 인류는 오랜 역사를 통해 서로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인간의 정신이 그래도 진보한다고 믿는다면 이러한 싸움이 언젠가는 종식되어야 할 텐데 아직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현재에도 변함없이 유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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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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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만 보면 벌써 환갑을 훌쩍 넘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이다.

(e북으로 읽었는데 해당 콘텐츠에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췌문에 페이지를 표기하지 못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우리가 식량으로 삼는 농작물들의 수분이 어려워져 식량난에 봉착하게 되고 결국에는 인류에도 위기를 불러온다는 식의 이야기는 자주 들어본 것 같다.

실제로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의 감소세가 심상치 않아 양봉 업계에 타격이 크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었다.

이번 작품은 이러한 꿀벌과 환경이라는 소재를 저자 특유의 전생관에 버무려 낸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 르네는 관객들에게 전생 최면을 경험하게 해주는 최면술사인데, 어느 날 한 관객이 과거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을 경험하고 싶다고 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지만 '안 될 것 없지'라는 생각에 그 관객에게 미래의 모습을 보게 하는데, 이때의 충격으로 해당 관객이 큰 사고에 휘말려 거액의 소송을 당하게 된다.

현실에서 큰 어려움에 닥친 르네는 마찬가지로 최면을 통해 미래의 자신을 찾아가 보는데, 뜻밖에도 위에서 언급한 꿀벌의 멸종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로 인한 식량난 때문에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래의 그는 현재의 그에게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의 존재를 알려주며 이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중세에 쓰여진 이 예언서의 행방을 찾아 과거로, 미래로 최면을 통한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다.

주목해야 할 소재는 역시나 '최면'이라는 방식을 통한 시간여행일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지는 당연히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최근에 발간된 저자의 자서전 격인 책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 그가 전생 체험을 굉장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작가는 이를 진짜로 믿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간 저자의 시간관은 아래의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저 나무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뿌리는 과거를, 줄기는 현재를, 가지는 미래에 해당한다고 말이야.

과거는 땅에 묻혀 있어 보이지 않지. - 중략 -

이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단단하고 선명하지. 하나의 줄기 속에 들어 있거든.

미래는 나뭇잎이 달린 무수한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 중략 -

하지만 이 미래의 나뭇가지들은 굵고 단단해질 수도, 가늘어져 꺾일 수도 있네.

작가는 이렇게 과거, 현재, 미래를 정의해 놓은 뒤 웜홀처럼 시공간을 구부려 한 점에서 만나게 하면 상호 소통이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있으며 그 웜홀의 발생 방식이 최면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한 방식으로 예언서를 둘러싼 인물들의 전생들과 현생의 좌충우돌 모험기가 두 권에 걸쳐 펼쳐진다.

전개에 있어서 놀라운 부분은 저자의 방대한 사전 조사에 따른 역사적 지식들이다.

특히 중동 지역 종교 관련 분쟁의 역사를 꽤나 상세히 알 수 있다. (물론 읽고 나면 금세 잊게 되겠지만)

종교를 둘러싼 인류의 갈등은 특정 종교만의 일방적인 박해나 차별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타인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모든 종교가 공통되게 보여오던 모습이기에 그리 새롭지는 않지만, 그러한 사실들이 가상의 예언서를 둘러싸고 절묘하게 섞여 독특한 맛을 자아낸다.

(물론 역사 수업 같은 부분들이 꽤 많아서 이 부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인연이라는 것이 이번 생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거듭해 계속 이어진다고 믿는 작가의 사상이 이번 작품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르네가 예언서를 둘러싸고 만나게 되는 전생의 인물들이 현생에서도 그의 주변에 존재한다.

물론 그가 이러한 전개를 이번 작품에서만 활용한 것이 아니어서 그의 작품을 자주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다소 식상하다 느껴질 수 있을 법한 전개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관을 계속 확장시켜가고 있는 것 같아서 흥미롭게 읽은 것 같다.

판타지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저자 특유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현실적인 관찰은 이 작품에서도 계속된다.

무조건적인 악인이나 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심과 갈등, 화해와 후회 모두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 중 하나일 뿐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3보 전진, 2보 후퇴를 거듭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 속에서도 여러 배신과 갈등이 등장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예언에 관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예언이라는 것이 '존재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앞서 '우리에게 굳이 예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래를 알고 싶다는 욕망은 인류의 오랜 욕망이지만, 이 작품 속의 예언서처럼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미리 알 수 있다면 그 정보의 습득 이전과 이후의 삶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 같다.

저자는 아래의 문구를 통해 우리에게 예언이란 결국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시각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다.

예언이 저절로 실현된다는 말은 우리가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입에 올리는 순간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예언이 없었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조차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점이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지만, 재미가 있었느냐고 물으면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작품이었다.

물론 전개에 있어 예측 가능한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아서 '역시 또 이렇게 가는구나' 싶은 지점이 꽤 여럿 존재했다는 점은 고백해야 할 것 같다.

특히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서사의 흐름을 꽤 많이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나이가 들어가나 새로운 독자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므로 그의 저작이 아직 새로운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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