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성의 사내 필립 K. 딕 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남명성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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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덟 번째 접하는 저자의 작품이다.

저자의 작품들이 대체로 평가가 들쭉날쭉한 편이지만 이 작품은 작가에게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대체 역사'를 다루고 있어 기존 작품에서 읽었던 SF나 판타지가 접목된 세계관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달랐다.

게다가 그 대체 역사가 지난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승리를 거둔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래의 원문 표지가 작품 속 세계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원문의 표지)

작품 속 세계는 나치 치하의 독일과 제국주의 일본이 세계를 양분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과는 160도 정도 다른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확히 반대는 아니다.)

미국은 일본의 속국으로 등장하고, 독일인이 아닌 백인들은 일본인에 비해 열등한 대접을 받는다.

유대인들의 씨를 거의 말려버린 독일은 다음 타깃으로 흑인을 거의 몰살하다시피 한다.

이런 세상에 특이하게도 두 권의 책이 널리 보급되어 읽힌다.

그중 하나는 '주역'으로 일본을 통해 서방으로 전해져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주역에 의존해 점을 쳐보며 살아간다.

정작 동양인인 나도 주역이 뭔지 잘 모르겠는데 비록 소설이지만 서양 사람들이 주역으로 그날의 일진을 점친다는 것이 신기했다.

작품 후반에 역자가 남긴 글을 보면 저자가 주역에 푹 빠져서 실제로 이를 활용해 점을 치는 행위를 굉장히 즐겼다고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책은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라는 제목의 한 소설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소설의 설정이 지금 현재 우리의 세계와 비슷한 세계, 즉 독일과 일본이 전쟁에서 진 이후를 다룬 대체 역사물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해당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들에서는 금서로 지정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데 이 책을 집필한 자가 바로 소설의 제목인 '높은 성의 사내'다.

제목처럼 그 소설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만 여러 평행세계의 하나처럼 과거의 한 사건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다르게 흘러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골동품 판매점 주인이나 액세서리 가공업자 같은 소시민적인 인물의 시점부터 일본 정부 고위 관료, 독일 정부의 스파이에 이르는 인물들의 시점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묘사해 두었다.

정부 고위 관료와 독일의 스파이는 세계의 존망이 걸린 일들을 논의하지만 그 하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자신의 신분과 인종에 따른 차별과 세상살이의 고단함만이 중요하게 느껴질 뿐이다.

작품은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무리된다.

가장 단순하게는 우리 세계가 진짜 세계이고,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본인들의 세계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끝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해석은 너무 심심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멀티버스 개념으로 해석하고 싶다.

마블 등의 영화로 멀티버스라는 개념에 익숙하다면, 본 작품의 세계가 멀티버스의 하나이고 '메뚜기는 무겁게 짓누른다'라는 작품의 세계 역시 멀티버스의 하나이며 그 작품을 쓴 작가가 멀티버스 간 정보 이동에 성공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어떻게 해석하든 작품은 재미가 있었다.

이 작품 속에서도 타 행성으로의 진출이나 로켓을 활용한 여행 등 SF 느낌이 나는 소재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세계관 전체로 보면 소품 정도로 활용될 뿐이다.

진짜 중요한 소재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유일한 세계인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절대적인 현실인가와 같은 질문들일 것이다.

이미 드라마로도 제작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평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현실과는 정 반대인 세상을 그려냈다고 하니 한번 찾아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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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인생 처음 논리 - 생각을 키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초딩 인생 처음
이창후 지음 / 의미와재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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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말에 논리가 부족해 나중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그런 면이 더 큰데 학교에 가기 전에 딸아이에게 논리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재미나게 인지시켜줄 수 있는 책이 나왔다고 해서 같이 읽어보게 되었다.



표지가 막 재미있어 보이는 느낌은 별로 없는데 안에 내용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아이들이 익숙하게 느낄 전래동화나 이솝우화 등이 3-4페이지 정도 진행되고 이야기가 끝나면 아래와 같이 논리적 사고의 핵심 포인트들을 정리해 준다.

(pg 21)

7세인 우리 아이가 혼자 보기에는 글씨가 다소 많은 느낌이긴 하나, 꼭지 하나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읽어주면서 등장인물들의 언행에 담긴 논리적 요소들을 같이 이야기해 보기 좋았다.

글씨가 많긴 해도 이야기 자체는 재미난 것들이라 처음에 그림이 너무 적다며 부담스러워했던 딸도 집중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논리적 사고의 기본인 주장과 근거, 연역적 추리와 귀납법 등 아이들에게는 꽤 어려울법한 개념들까지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꽤 긴 책이기 때문에 빨리 읽고 넘어가기보다는 하루에 한두 이야기씩 꾸준히 읽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이 논리력을 기르는데 좋을 것 같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른들도 막상 논리적으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논리를 갈고닦는 연습을 해두면 영어 단어 몇 개 더 아는 것보다 살아가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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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생각이 많을까? - 머릿속의 스위치를 끄고 싶을 때 보는 뇌과학 이야기 나는 왜 시리즈
홋타 슈고 지음, 윤지나 옮김 / 서사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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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표지에 얇은 두께가 읽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책이다.

수필일 것 같은 제목이지만 나름 뇌과학 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저자는 뇌과학적으로 밝혀진 정보들을 통해 덜 생각하고 더 많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인이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고 정적인 환경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에 행복한 삶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은 걱정을 하도록 진화해왔다.

더 구체적으로는 걱정을 많이 하는 인류가 자손을 남겼을 확률이 높았을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이다.

생각해 보면, 원시 자연 상태의 인간은 수많은 자연적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했으므로 주변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 그 변화가 나에게 미칠 악영향은 없을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치열하게 걱정했던 개체의 유전자가 별생각 없이 그냥 사는 개체에 비해 보존될 확률이 높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현대에 들어 환경의 변화는 더욱 빨라진 반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낄 불안 요소는 많이 줄어들었다.

당장 내일 먹을 것이 없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비가 올 때 비를 피할 곳이 있을까를 걱정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걱정의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다.

저자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다.

또한 SNS의 발달 역시 우리를 걱정의 소용돌이에 빠뜨린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비교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SNS를 통해 화려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일상적인 삶이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g 55)

그 밖에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피로 회복에도 좋다던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을 때 우리의 뇌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조합해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한다던가, 귀여운 동물의 사진을 보면 업무 효율이 증가한다는 사실 등 일상을 살아가면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짧은 지식들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목차가 40개가 넘어서 정보량이 많아 보이기는 하나,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두께에 글이 그리 많지 않고 삽화도 꽤 있는 편이라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이런 책의 특성상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출퇴근 길 등 짧은 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이어가기에는 좋은 형식이라 접근성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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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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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전에 '퍼펙트 와이프'라는 작품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었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볼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총 3권이 출시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는 평이 있어 읽어보게 되었다.

이전에 읽은 작품도 SF 소재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작가 본인이 '심리 스릴러'라고 했었는데 이 작품 역시 심리 스릴러 소설로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상당한 몰입감을 자랑하는 작품이었다.

표지가 작품의 배경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정신병원이 연상될 정도로 새하얀 배경에 몇 안 되는 가구.

미니멀리즘을 극한으로 구현한 인테리어에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주택으로 유명 건축가인 에드워드가 직접 지은 집이다.

강박적인 성격을 지닌 에드워드는 저렴한 월세로 그 집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대신 200개가 넘는 까다로운 규칙들을 제시하고 면접까지 봐가며 세입자를 고른다.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해 그 집에 살게 되는 에마와 제인이라는 두 여성의 시각으로 작품은 전개된다.

에마는 과거 시점으로, 제인은 현재 시점으로 등장하는데 두 여인 모두 디자이너인 에드워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제인이 그 집에 살게 된 시점에 이미 에마는 죽은 것으로 밝혀지는데 에마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완전하게 풀리지는 않은 상황에서 제인은 에드워드의 강박적인 규칙에 점점 불안을 느낀다.

작품은 두 여성의 서술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두 여성 모두 상처 입은 과거를 가지고 있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데 여기에 에드워드와의 관계가 변화의 큰 축을 이룬다.

과거의 에마와 현재의 제인이 어떤 공통적인 사건을 겪는지, 또 비슷한 사건을 어떻게 다르게 경험하는지를 시간의 흐름이 교차됨에 따라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에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인물이 누구인지 밝혀가는 과정에서, 또 비슷한 위험이 제인에게도 닥치게 되면서 전개가 급물살을 탄다.

이야기의 전개가 생각보다 뻔하지 않고 반전이라면 반전도 있는 결말이어서 꽤 두꺼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은 느낌이다.

서양인 특유의 쉽게 사랑에 빠지고 쿨하게 헤어지는 연애 감정이 그리 공감되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히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먼저 읽었던 '퍼펙트 와이프'와 느낌이 비슷했다.

소재는 물론 다르지만 가스라이팅에 능한 남성이 등장하며 그 남성에게 이용당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 의문의 죽음이 있고 그 미스터리를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비슷함 위험을 겪게 되는 서사가 유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작품도 심리 스릴러라 하니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미 드라마로 영상화도 된 이력이 있는 작품으로(드라마의 평이 썩 좋아 보이진 않지만)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되는 작품이었다.

다른 한 작품도 조만간 읽어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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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동물병원 2 -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 공식 동물 만화 백과 쪼꼬미 동물병원 2
김강현 지음, 황정호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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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함께 하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딸아이도 아비의 수많은 특질 중 하필 알레르기 비염 같은 것까지 함께 물려받은 터라 털이 있는 동물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털이 없는 어류나 파충류, 양서류 같은 동물들은 아내가 질겁을 해서 쉽게 키울 생각을 못 하고 있다.

그런 집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몇 개월 전에 선물한 쪼꼬미 동물병원 1권은 그야말로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2권이 나오게 되어 누구보다 빠르게 아이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작은 반려동물들이 총 10종이나 등장한다.

저마다 다른 사연들로 병원을 찾게 된 동물들이 수의사 선생님의 정성 어린 치료로 다시 건강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동물들마다 특성과 습관이 다른 만큼 치료법도 다양해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아이가 읽는 동안 나도 옆에서 같이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앵무새의 사연이었다.

보통 집에서 키우는 새는 자유롭게 날지 못하니 불쌍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이 새는 특이하게도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우울증이 온 케이스였다.

새의 보호자가 떡집을 했었는데 그 시절에는 많은 손님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았다가 주인이 떡집을 그만두자 사람들을 보지 못해서 우울증이 왔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새가 우울하면 스스로 자신의 털을 뽑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로 꽤 오랜 시간 고생하고 있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털을 잃은 새를 보니 사람과 동물이 그리 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8화에는 달팽이 사연도 나오는데, 달팽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것도 신기하지만 키우던 달팽이가 아파서 병원을 찾는 것도 신기했다.

달팽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병원비가 달팽이 값보다 비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역시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쉽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1권과 마찬가지로 이번 2권 역시 딸아이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책이 온 지 한 3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매일 2번 이상은 읽는 것 같다.

동물을 직접 키우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통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것 같아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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