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기적의 첫 독서법
오현선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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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적인 시간을 분절해 인식하는 인간의 특성상 특정 나이가 되면 갑자기 느낌이 달라질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이 딱 그런 시기인데, 내 나이 앞자리가 4로 바뀌기도 하고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가게 되는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저 천방지축인 아이를 보면 내년에 학교 가서도 잘 지낼 수 있을지 부모로서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특히 학업 걱정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문해력이 학업 성취와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모든 부모가 가진 바람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 딸은 책을 보는 행위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라 하루 독서 시간이 꽤 된다.

하지만 읽는 책의 종류가 학습만화 쪽으로 치중되어 있고 글이 많거나 글만으로 된 책은 아직 '어른 책'으로 인식되어 있어서 읽으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그거라도 보는 게 어디냐고 할 부모들이 많겠지만 이미 형성된 습관이 있기 때문에 독서의 수준을 높여준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문해력이 학업에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위해 별도의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취미 생활의 일환으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독서를 많이 하는 것과 문제를 잘 푸는 것은 다른 능력이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곧 높은 국어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문제를 잘 푸는 연습을 한다고 해서 깊이 있는 독서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일단 독서 습관을 먼저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상에 바르게 앉아 문제에 집중할 때에만 읽기 실력이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뒹굴뒹굴 누워서 놀 때처럼 즐겁게 책을 읽을 때 읽기 실력이 성장합니다.

(pg 30)

저자는 특히 특정한 독서법을 습득하기 위한 처방은 지양하고 있다.

책에 따라 독서법을 스스로 달리할 수 있는 능동적인 독자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는 것이다.

성인들 역시 책을 읽을 때 모든 책을 속독하거나 모든 책을 정독하지 않는 것처럼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지도 아니가 책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히 배우게 된다.

읽기 지도를 위해 어른이 가끔 정독과 다독을 시도하거나 권유할 순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독자 스스로 상황에 맞게 읽는 방법을 적용할 줄 알아야만 합니다.

그러려면 자발적으로 읽어야 하고, 그래야 능동적으로 읽습니다.

섣불리 어떤 독서법을 강조하기보다 우선 스스로 읽을 수 있는 아이로 키워주세요.

(pg 34)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책놀이 방법을 상세히 알려준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루에 하나씩 해보더라도 두 달이 넘게 걸리는 66개가 수록되어 있고 난이도도 '등장인물 소개하기'처럼 단순한 것부터 '인권 선언문 쓰기'처럼 성인도 쉽지 않아 보이는 주제까지 다양하다.

물론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문장을 떠올려보라는 뜻이지 그럴듯한 선언문을 쓰라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책 후미에는 각 주제별로 저자가 추천하는 도서의 목록도 수록되어 있고 읽은 책에 간단히 별점을 줄 수 있는 독서 캘린더 양식도 있다.

도구는 충분히 주어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이를 활용할 부모의 의지뿐이다.

나름 독서 블로거인지라 집에서도 최소 1-2시간 정도는 책을 읽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저녁 식사 후에는 책 읽는 시간을 갖고 있다.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에는 충분한 성공을 거둔 듯 하니 저자가 추천해준 책들과 양식들로 독서 수준을 좀 더 높여줄 궁리를 해야 할 것 같다.

후미에 양식과 추천도서 목록을 제외하면 원론적인 부분은 150페이지 정도로 읽는데 부담을 느낄 분량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독서를 가르치고 싶은 부모라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읽고서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와 얼마나 실제로 할 수 있을지에 따라 이 책의 효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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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스기타 슌스케 지음, 명다인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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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어느 방구석 인셀이 또 페미니즘 씹으려나 보다' 싶은 제목인데 의외로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다길래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일단 저자의 문제의식이 '모든' 남성이 힘들다거나 '남성도 여성만큼 힘들다'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약자 남성'이라는 계층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약자 남성'의 '약함'(취약성)은 여성, 성소수자, 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안티'가 아니라 주변성과 비정규성을 의미한다. - 중략 -

정규직 고용, 표준적인 가족상, 정해진 궤도로 운행하는 인생, '남자다움',

지배적인 남성성 등의 '정규성=정답'에서 탈락하고 이탈한 다수자 남성 중 일부.

이들이 약자 남성이다.

(pg 72)

저자는 분명 남성이 여성에 비해 사회 진출에 유리한 것이 통념적으로나 데이터로 볼 때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진 남성들은 힘듦을 인정받기도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남자로 태어났으면서도 소위 잘나가지 못하는 남성들은 자신의 노력 부족이나 환경 부족을 탓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소수자들에 비하면 형편이 낫다, 더 우대받고 있다는 우월과 비교의 눈으로

남성 문제를 논하지 않았으면 한다. 구조적인 비대칭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누가 누가 더 힘든지 비교하고 경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불행한 건 불행한 것이고 괴로운 건 괴로운 것이다.

이런 단순한 인식이 '약자 남성' 문제의 근간에 있다.

(pg 34)

게다가 이미 전통적인 '가부장적 남성상'은 이미 해체된 지 오래인데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남성상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가부장적이건 가정적이건 관계없이 아직 남성에게는 경제력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인식 때문에 충분한 경제력(물론 경제력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여야 충분한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을 갖추지 못한 남성들은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사회 역시 그런 남성들을 조롱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장애인도, 소수민족도, 성적소수자도, 심지어는 여성도 아니면서 경제력이 없다니'라는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용인할 수 없으면서, 노동자계급의 경제적 빈곤과 비참한 삶은

자기책임으로 치부하고 그들을 차별 대상이자 공포와 모멸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노동자계급을 '야생화된 하류계급'으로 보는 것이다.

(pg 69)

문제는 이러한 절망이 쌓여 가끔씩 큰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일어난 여러 총기난사 사건이나 일본의 아베 총리 살해 사건 등을 예로 들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변변치 못한 직업을 가진 남성들이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절대적인 기준에서의 '약함'이 있다.

사실 '남성'이라는 속성도 부차적이어서 철저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남자'로 태어난 이상, 남성이라는 속성에서

해방돼 빠져나오는 일도 용인되지 않는다.

(pg 34)

당연히 저자가 이러한 폭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될 때까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이들을 외면해왔다는 뜻이며 이에 대한 처방이 없을 경우 이러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의 양극화 심화 역시 비단 우리 사회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언제까지고 이러한 일들이 '능력 없는 개인의 일탈'로 정의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격차와 사회적 배제의 시대에서

초격차 양극화와 무관용의 시대로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탈감은 '인간'의 '존엄' 문제와 연결된다.

우리는 국민, 시민, 노동자이기 전에 응당 한 명의 '인간'이어야 하나,

이 '인간의 존엄'이 박탈당하고 있다.

(pg 42)

그리고 근본적으로 '남성'이라는 속성 자체가 약함의 개념을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같은 '약자 남성'들은 서로 연대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약자 남성'이라는 개념을 차근차근 만들어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소수자는 차별당하는 속성을 무기로 내세워 정체성 정치로 전환할 수도 있다.

부당하게 억압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의 처지가 더 낫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소수자 속성이 없는 '남성'들은 정치성을 띨 수 없다.

연대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개인이 충분히 성찰할 여유도 없다.

(pg 57)

그렇다면 우리는 '약자 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먼저 '약자 남성'이 엄연히 존재하며 이들을 위한 새로운 가치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천상'과 '최하층'을 이어주는 근본적인 '사상'을 찾아내지 않는 한,

약자 남성과 인셀이 일으키는 반란과 저항은 현대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단순한 '폭발'과 '경련'에 지나지 않는다.

(pg 138)

또한 절망한 '약자 남성'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주도하고 있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 '남성 대 페미니스트 여성' 등의 갈등을 가짜 대립으로 보고 보다 본질적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갈등이 오히려 문제의 진짜 원인을 가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잘못 설정된 적을 겨눌 힘을 아껴 오히려 진짜 원인인 이 세상에 화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적'을 오인해 진흙탕 싸움처럼 서로를 미워하지 말고

이 세상의 시스템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인셀 남성들은 인생의 굴욕에서 복받쳐 오르는 '적'에 대한 증오를,

자신과 적을 분열시키고 대립을 강요하는 '세계(시스템)'를 향한 분노로 바꿔야 한다.

용기 내어 싸우기로 결단해야 한다.

증오하지 말고 분노하라. 이 사회에 분노하라.

(pg 146)

물론 모든 '약자 남성'이 사회운동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고 격려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마저도 쉽지 않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내는 투쟁이라도 이어가야 한다.

절망에 빠져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지기보다는 계속 살아내어 자신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사회에 계속 인지시켜 주어야 한다.

저자 역시 그저 계속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존엄하다고 역설한다.

한쪽에는 이 쓸모없는 인생을 끝까지 살아내고,

계속해서 '노동'하는 '그냥 인생'을 완수하겠다는 존엄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가짜 적에 대한 증오가 아닌,

쓸모없음을 강요하는 사회를 향한 분노가 있고,

사회 변혁으로 가는 실천이 있다.

(pg 217)

굉장히 어려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지만 책 자체는 그리 두껍지도 않고 문체도 쉬워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당연히 일본 저자라 일본의 사례가 많기는 하나, 사례들의 양상이 우리나라와 그다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공감도 잘 되는 편이었다.

다만 저자가 전문적인 학자는 아니기 때문에 논지가 약간 중구난방으로 전개된다는 느낌은 있다.

이 책이 학술서가 아닌 에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여하간 쉽게 입에 올리기도, 또 일관된 논리로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주제인데 이 부분에 관해 쭉 글을 써온 저자라 그런지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저자가 이 주제에 관해 여러 책을 써 온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저서에서도 어떤 논지를 펴는지 궁금한데 앞으로도 국내에 계속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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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 인간 - 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
제이미 배런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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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과부하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선진국 축에서도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부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끝도 없는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30대 이전까지 자신을 좀먹던 타인과의 비교, 자기 비하, 자괴감, 수치심들을 떨쳐 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 나간 자신의 여정을 독자들에게 풀어내고 있다.

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성공적인 삶'이라는 목표가 사실은 사회가 주입한 가치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모두가 최고의 대학, 최고의 직업, 높은 연봉, 멋진 몸매,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싶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 기준점이 타인과의 비교와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에서 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 중 몇 가지는, 사실 우리 인생에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이 사실을 인정하려면 상당한 자기 탐구와 솔직함이 필요하다. - 중략 -

진짜로 의미 있는 건, 당신이 어떻게 느끼느냐다.

당신이 당신의 삶을 어떻게 느끼는가다.

(pg 57)

요즘 워낙 사회적으로 자리 잡는 시기가 늦춰져서 요즘 서른이면 아직도 어리다는 시각이 대세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서른 즈음이면 적어도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시작은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자연스레 생기게 마련이다.

미국에서 자란 저자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생이라는 것이 빨리 도달하면 끝나는 결승점 같은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0대가 되기 전에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쓰는 사람에겐 자신이 정말로,

진정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뭘 원하는지 멈춰서 자문할 겨를이 없다.

남에게 질세라 사회가 그린 지도를 따라가느라 바쁘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하루는 눈을 떴을 때 자기 인생이 이상하게도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pg 90-91)

이러한 점을 자각했다면 다음 단계로 자신을 가혹하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 보라고 말한다.

먼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일기를 쓴다던가, 작은 목표들을 세워 성취감을 느낀다던가 하는 활동들을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만을 위해서'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당신의 가장 자유로운 삶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가장 번쩍거리고 그럴듯해 보이는 삶이 아니다.

당신에게 맞는 삶은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다.

당신에게 맞는 삶은 당신이 의식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pg 191)

물론 효과가 있을 법 하고 다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아등바등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저자의 충고가 지구 반대편의 무한 경쟁 사회 속 젊은이들에게도 통할까 싶은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스펙을 쌓아도 자기 몸 하나 경제적으로 독립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이런 상황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일단 한번 해보라'라고 말하는 저자의 충고가 과연 와닿을까 싶다.

현대인의 과부하는 상당 부분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큰데 이런 부분에 대한 통찰 없이 개인의 인식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이러한 아쉬움의 근원은 국문 제목 탓도 크다고 본다.

책의 원제는 'Radically content'로 직역하면 '근본적으로 만족스러운'이라는 뜻이며 부제로 '끊임없이 불만족스러운 세상에서 만족스럽게 살아가기' 정도의 표현이 붙어있다.

'과부하 인간(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이라 붙은 국문 제목과는 내용의 결이 좀 다르다.

다 읽은 후 생각해 보니 확실히 원제가 책 내용을 더 잘 요약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개인의 소진을 막기 위해 강조한 것들이 모두 개인적인 사고와 행동의 변화이고 그러한 변화를 통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사회적인 접근을 기대하게 만든 것이 저자의 탓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이 당신의 진실을 알길 바란다.

오롯이 당신만의 것인 삶을 선택하고, 만들고, 가꿔가길 바란다. - 중략 -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 없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을 필요도 없다.

당신은 그저 당신답게 살면 된다.

멋지게, 행복하게, 만족스럽게.

(pg 244)

물론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되게 어렵고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것이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접근법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우리가 매일을 힘겹게 살아가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온 열등감의 발현일 수 있다는 통찰 역시 현대인에게 굉장히 큰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직장 후배들이 나보다 더 크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며 '아.. 빨리 차 바꾸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내 삶에 과연 큰 차가 정말 필요한 걸까, 아니면 그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사고 싶은 걸까'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효과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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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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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제목을 가진 담백한 철학 책이다.

21세기,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는 요즘 다시 '인간답다'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솔직히 최재천 교수 유튜브에 저자가 출연해 나눈 대화를 보고 읽고 싶어진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인간다움의 세 가지 조건으로 아래와 같은 개념들을 제시한다.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해 자율적으로 공동체적인 규범을 구성해 공존하는 성품

(pg 60)

여기에서의 키워드는 이성과 공감, 그리고 자유(자율)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밖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여타 다른 동물과 구분 짓게 하는 특징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저자의 연역적인 추리 끝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특징으로 도출된 결과는 이 세 가지였다.

저자는 이 세 가지의 개념들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성의 경우 고대부터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언급되어 왔지만 중세를 거치면서 종교의 위세에 가려져 그 중요성이 상당히 약화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등을 거치면서 다시금 이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그 결과로 과학이 발전해 사회를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게 된다.

공감의 가치 역시 인간이 공동체를 형성함과 동시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지만 이 역시 감정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이성을 중시하고 감성을 멸시했던 철학이 우세했던 시절에는 그 중요성이 제대로 강조되지 못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개인'과 '자유'의 가치가 중시되고 내가 존중받아야 할 만큼 타인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공감의 가치는 제 자리를 찾게 된다.

내적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은

단지 예술을 발전시켰다는 의미 이상이다.

욕망과 정서가 머무는 내부에 대해 자유롭게 쓰고, 묘사하고, 이야기하면서

자아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pg 145)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에서 점차 공동체가 개인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자유에 대한 개념도 많이 확산되었다.

저자는 '개인이 자신의 신념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소극적 자유'와 마르크스가 주장한 '삶에 대한 전반적인 자유를 포함하는 적극적 자유'를 구분한다.

보통 여기까지 설명하면 적극적 자유를 더 보장하는 것이 좋다는 논리로 흐르기 쉬운데, 놀라운 점은 저자가 적극적 자유의 추구가 역사적으로는 반드시 억압과 압제라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소극적 자유를 더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믿음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절대적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공고해지면 다른 사람에 대한 기치론적인 압제와 강요를 하게 된다.

그것이 마치 그 사람을 위한 것인 양 정당화하면서 말이다. - 중략 -

이런 부작용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소극적 자유를 엄격히 지키는 것이다.

(pg 244)

여하간 이러한 역사를 통해 확립된 인간다움의 조건들은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SNS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간과 동물은 결국 지능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조적인 시각도 널리 퍼지고 있다.

이성의 경우 과학과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이론적 이성과 도구적 이성은 분명 강화되고 있지만 행동의 기준이 되는 가치 이성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비대면 소통의 증가는 공감의 가치를 상당 부분 약화시킨다.

여러 연구결과들이 최근의 청소년들에게서 공감 능력이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범죄의 발생 양상도 더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달은 인간의 고유한 기능이라 믿어왔던 추론과 판단마저도 외주화하는 경향을 만들어 낸다.

내가 무엇을 보고 싶을지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결정하고 점심에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도 네이버 블로그의 추천 맛집이 알려주며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에도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따른다.

도구적 의존을 넘어 점차 목표 의존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율적 선택을 하는 것에 점점 더 게을러지고,

우리의 선택은 그들의 선택으로 대체된다. - 중략 -

인공지능에 선택을 의존하는 상황은 이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공지능이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성은 우리의 행동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행위자의 자율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 중략 -

그러나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선택의 이유를 고민하는 이성은 잠자고

교통 포털이 제공하는 경로를 별생각 없이 따른다.

선택을 위한 고민을 외부에 의존하다 보니 이성을 통해 상황을 성찰할 기회는 줄어든다.

스스로의 삶을 그려나가는 자율성도 그만큼 위축된다.

(pg 312-313)

저자는 이런 위협에 직면해 과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무슨 가치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갈 것인지, 무슨 가치는 불멸의 가치로서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다움에 대한 고대인들의 생각이 오늘 우리의 생각과 다르듯

인간다움에 대한 오늘의 생각도 역사 속에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성철하지 않고 그저 변화하는 세태에 몸을 맡길 수는 없다.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인간다움에 대한 생각에 도달했다.

그런 만큼 현재 우리가 처한 도전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인식한 뒤,

보존할 것은 보존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화를 시작하자는 이야기다.

인간다움에 대한 도전에 눈을 감는 것은 결코 인간답지 않기 때문이다.

(pg 323)

당연히 '인간다움'을 정의하는 단어들이 모두 추상적인 개념들이기 때문에 마냥 쉽게만 느껴지는 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현학적인 표현이나 지나친 추상화,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마구 늘어놓지는 않는다.

오히려 굉장히 친절하게 서술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쓰려고 애쓴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을 정도로 두껍지도 않고 내용도 꽤 흥미로운 편이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인간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역사적으로 인간은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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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 퀴즈 백과 100 - 풀수록 똑똑해지는 바이킹 어린이 퀴즈 백과 시리즈
신기한 생각 연구소 지음 / 바이킹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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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 시리즈를 손에 넣은 것도 벌써 네 번째다.

물론 아비의 세트병이 한몫하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곤충, 동물, 수수께끼를 지나 이번에는 속담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속담 책을 꽤 여러 권 읽은지라 속담의 종류와 의미는 이미 잘 알고 있는 편인데 이를 응용해 이런저런 퀴즈를 풀어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에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속담에 대한 설명이나 뜻이 비슷한 속담 등 속담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을 위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문제를 내서 맞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책이기 때문에 속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구성이라 보면 되겠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알게 된 새로운 지식을 뽐내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아는 척' 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제대로 건드린다.

따라서 앎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을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형식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이제 일상적인 대화에서 속담을 인용하는 경우는 많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글을 쓸 때에는 속담을 제법 많이 쓴다.

따라서 속담을 아는 것이 곧 문해력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릴 때 속담의 뜻과 쓰임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학창 시절 외워야 할 내용이 있을 때 예상 문제를 만들어보듯 속담 관련 퀴즈들을 풀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속담과 친해질 수 있는 형태라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다른 시리즈들이 나와줄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에는 어떤 주제로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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