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 인간 - 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
제이미 배런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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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과부하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선진국 축에서도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부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끝도 없는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저자는 30대 이전까지 자신을 좀먹던 타인과의 비교, 자기 비하, 자괴감, 수치심들을 떨쳐 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 나간 자신의 여정을 독자들에게 풀어내고 있다.

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성공적인 삶'이라는 목표가 사실은 사회가 주입한 가치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모두가 최고의 대학, 최고의 직업, 높은 연봉, 멋진 몸매,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싶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 기준점이 타인과의 비교와 경제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에서 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 중 몇 가지는, 사실 우리 인생에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

이 사실을 인정하려면 상당한 자기 탐구와 솔직함이 필요하다. - 중략 -

진짜로 의미 있는 건, 당신이 어떻게 느끼느냐다.

당신이 당신의 삶을 어떻게 느끼는가다.

(pg 57)

요즘 워낙 사회적으로 자리 잡는 시기가 늦춰져서 요즘 서른이면 아직도 어리다는 시각이 대세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도 서른 즈음이면 적어도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시작은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자연스레 생기게 마련이다.

미국에서 자란 저자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생이라는 것이 빨리 도달하면 끝나는 결승점 같은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30대가 되기 전에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쓰는 사람에겐 자신이 정말로,

진정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뭘 원하는지 멈춰서 자문할 겨를이 없다.

남에게 질세라 사회가 그린 지도를 따라가느라 바쁘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하루는 눈을 떴을 때 자기 인생이 이상하게도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pg 90-91)

이러한 점을 자각했다면 다음 단계로 자신을 가혹하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 보라고 말한다.

먼저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일기를 쓴다던가, 작은 목표들을 세워 성취감을 느낀다던가 하는 활동들을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만을 위해서'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당신의 가장 자유로운 삶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가장 번쩍거리고 그럴듯해 보이는 삶이 아니다.

당신에게 맞는 삶은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다.

당신에게 맞는 삶은 당신이 의식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pg 191)

물론 효과가 있을 법 하고 다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아등바등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저자의 충고가 지구 반대편의 무한 경쟁 사회 속 젊은이들에게도 통할까 싶은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시간을 쪼개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스펙을 쌓아도 자기 몸 하나 경제적으로 독립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이런 상황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일단 한번 해보라'라고 말하는 저자의 충고가 과연 와닿을까 싶다.

현대인의 과부하는 상당 부분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큰데 이런 부분에 대한 통찰 없이 개인의 인식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이러한 아쉬움의 근원은 국문 제목 탓도 크다고 본다.

책의 원제는 'Radically content'로 직역하면 '근본적으로 만족스러운'이라는 뜻이며 부제로 '끊임없이 불만족스러운 세상에서 만족스럽게 살아가기' 정도의 표현이 붙어있다.

'과부하 인간(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이라 붙은 국문 제목과는 내용의 결이 좀 다르다.

다 읽은 후 생각해 보니 확실히 원제가 책 내용을 더 잘 요약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개인의 소진을 막기 위해 강조한 것들이 모두 개인적인 사고와 행동의 변화이고 그러한 변화를 통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사회적인 접근을 기대하게 만든 것이 저자의 탓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이 당신의 진실을 알길 바란다.

오롯이 당신만의 것인 삶을 선택하고, 만들고, 가꿔가길 바란다. - 중략 -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 없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을 필요도 없다.

당신은 그저 당신답게 살면 된다.

멋지게, 행복하게, 만족스럽게.

(pg 244)

물론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되게 어렵고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것이 자신을 바꾸는 것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접근법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우리가 매일을 힘겹게 살아가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온 열등감의 발현일 수 있다는 통찰 역시 현대인에게 굉장히 큰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직장 후배들이 나보다 더 크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며 '아.. 빨리 차 바꾸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내 삶에 과연 큰 차가 정말 필요한 걸까, 아니면 그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사고 싶은 걸까'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효과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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