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의 출처: 구입


뇌 가소성이라는 어렵지만 신기한 개념을 재미있게 알려주었던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의 저자가 쓴 작품으로 이번에는 우리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우리가 의식적이라 믿고 행하는 지각과 사고, 행동의 작동 원리에 무의식이 관여하는 바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각만 보더라도 우리는 눈으로 객관적인 세계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보는 주체는 우리의 뇌이며 뇌가 보는 세계는 매우 주관적이다.


눈이 멀쩡해도 뇌에서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기능이 마비된다면 눈을 잃은 것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반대로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정상적인 안구를 이식받는다 하더라도 즉각적으로 시각이 생기지 않는다. 

뇌가 눈이 제공하는 정보를 처리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뇌가 눈에서 보내는 정보를 익숙하게 느낄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우리가 집중해서 보는 것도 아니다.

출퇴근길에 무수한 사람들을 마주치지만, 자주 마주치거나 굉장히 특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 정도가 아니면 기억에 남기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어느 정도 뇌에서 예측하는 바를 보고, 뇌의 예측에서 어긋나는 것들만 주의를 집중해 보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고나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행동을 처음 하게 되었을 때에는 의식적으로 집중하고 노력하지만 그게 익숙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된다. 

지금 타자를 치는 나 역시도 타자를 치면서 자판의 배열을 인지하지 못한다. 

되려 자판에 어느 키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떠올리려고 하면 타자가 더 느려질 것이다. 


과제를 수행 중인 누군가의 뇌에서 활동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 사람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 사람이 과거에 열심히 노력해서 

해당 프로그램을 뇌 회로에 각인시켰다는 뜻일 가능성이 더 높다. 

(pg 200)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무의식이 우리의 판단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진화의 움직임은 당연하고,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할 만큼 사소한 호르몬의 변화나 약물의 작용도 사고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굉장히 많은 사례들이 등장하지만 애주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바로 배우 '멜 깁슨'이 취중에 유대인 혐오 발언을 했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취중진담'이 맞는지, 술이 불러온 실수인지 첨예한 논쟁이 오갔는데 저자의 결론은 '둘 다' 그라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가 자신과 다른 누군가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품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이 과정이 매우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적으로 이를 통제하고자 노력한다. 


저자는 이렇게 작동하는 우리의 뇌를 '라이벌들로 이루어진 팀'으로 비유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충동을 느끼지만 그 충동을 모두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다.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다음 날 중요한 회의가 있다면 자제하려고 하고, 가끔은 한 대 때리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감옥에 간 아빠를 부끄러워할 딸을 생각하며 자제한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그러한 '팀'을 가지지 못한 채 태어난 사람이라면 어떨까?

혹은 질병으로 뇌에 이상이 생겨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일을 저질러 버린 사람이라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뇌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사람과 뇌 질환자가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놀라운 제안을 한다. 

책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기도 한데, 우리가 뇌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정상을 참작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즉, 지금은 우리가 '뇌에 아무 지장이 없는 사람'으로 분류한 범죄자를 100년 후의 과학 지식으로 분석해 보면 사실 지장이 있는 사람이었고, 치료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그래서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은 당연히 아니고, 범죄자를 처벌함에 있어서 미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면 이를 강화할 수 있는 훈련, 약물, 시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처벌의 범위와 종류도 달라져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마다 다른 유전자와 경험을 지닌 사람들의 내면은 외모만큼 다양하다.

신경과학이 발전하면, 조악한 이분법적 카테고리가 아니라 

스펙트럼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모든 뇌가 똑같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며 

똑같은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믿는 척하는 대신, 

개인별 맞춤 선고와 재활을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g 260-261)


인류의 과학은 눈부신 발달을 이루었지만 그 발달을 통해 우리가 알아낸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주 많다는 것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뇌 과학 역시 우리의 무의식까지 상당 부분 들여다보는 수준에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뇌는 아직도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비밀이 밝혀질 것이기에 저자의 책처럼 과학이 밝혀낸 바를 대중들에게 쉽게 풀어주는 책이 계속해서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우리 뇌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구조였다면, 

우리는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 못할 것이다. 

(pg 3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사자소학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5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국어, 영어는 물론 사자성어와 경제 상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재미나게 알려주는 '빵빵한'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아이가 한글을 막 익히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좋아하던 시리즈인데 곧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요즘도 정말 자주, 재미나게 읽는 시리즈 중 하나이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다소 꼰대 같지만 요즘은 애고 어른이고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예절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갈수록 어린이 수가 줄어 다들 너무도 귀중하게 오냐오냐하며 키우는 데다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대면 의사소통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이런 세상에 '사자소학'의 메시지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사자소학'이라는 책은 나에게도 생소했는데 소개를 보니 '소학'에서 아이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구절들을 뽑아 네 글자의 구로 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책의 첫 구절은 '부생아신 모국오신'이라는 구절로 '나를 낳으시고 기르시는 부모님'이라는 뜻이다.

부모와 형제, 친척, 친구, 선생님 등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호작용하게 되는 여러 사회 구성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재미난 만화와 함께 설명해 준다.

단순히 '부모에게 효도하라', '선생님을 공경하라' 등의 도덕적인 구절 외에도 '깊은 물에 가지 마라', '높은 나무에 오르지 마라'와 같이 안전에 관련된 구절,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와 같이 학습을 강조하는 구절도 있어서 아이들의 종합적인 생활 습관 개선에 유익할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각 구절과 연관된 만화도 재미있고, 모든 구절의 한자와 뜻까지 표기되어 있어서 그리 두껍지 않은 학습 만화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양은 꽤 방대하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 역시 반복해서 보면 자연스럽게 자주 쓰이는 한자와도 친숙해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기회가 되면 아이에게 권해주는 시리즈인데 이번 편 역시 기대에 걸맞은 훌륭한 구성과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방학을 맞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에게 재미와 함께 바른 생활습관을 알려주는 재미난 책을 찾는 부모라면 한 번쯤 고려해 봄직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쿠키런 바삭한 탐정단 2 - 황금 낙타 도난 사건 쿠키런 바삭한 탐정단 2
순삭 지음, 팀키즈 그림 / 올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모바일 게임으로만 알고 있었던 쿠키런 IP로 아이들용 책이 이렇게 많이 나와 있을 줄은 몰랐다.

아이가 도서관에 가면 쿠키런 캐릭터들이 나오는 학습 만화를 자주 읽는데, '바삭한 탐정단'이라는 별도의 시리즈가 있길래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탐정'이라는 단어가 붙었으니 당연히 추리가 따라 나와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용으로 제작된 책이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수준을 요하지는 않는다.

일례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추리가 미로 찾기 정도다. 


이번 작품에서는 요거트크림맛 쿠키가 가문에서 전해지는 보물을 도둑맞아 이를 해결해 주는 내용이다.

아이들 책인지라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도난 사건 해결을 위해 모험을 떠나면서 간간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제들을 풀어가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글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치기 시작한 아이라면 부모와 함께 읽기에도 좋을 것 같고,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스스로 읽으면서 바로 문제도 풀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라고 보면 되겠다. 


이번 작품이 2권이기 때문에 1권을 보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겠지만 사실상 아이들 책은 스토리가 다음 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편부터 읽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 

게다가 캐릭터가 워낙 많아서 주인공인 '용감한 쿠키'와 '호두맛 쿠키'만 알아도 충분하다. 


세계관 상 캐릭터들이 다 쿠키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쿠키들이 캐릭터로 등장한다.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도 신기한데 아이가 이 모든 캐릭터들을 외우는 건 더 신기하다.

워낙 귀여운 캐릭터들이어서 아이들이 덕질하며 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IP 하나 잘 만들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제품들이 정말 많아서 사실상 IP의 인기에만 기대는 아동용 책도 무수히 많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유명 IP로 아이들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수동적으로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IP의 유명세에만 기대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고민이 엿보이는 시리즈들이 많이 나와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인웅 옮김, 신혜선 해설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에 읽었던 것 같은데 워낙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새로운 판본이 나왔다는 소식에 이 불멸의 고전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고전 문학의 경우 여러 출판사에서 계속 새롭게 찍어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인데, 이 판본만의 특징이라면 작품의 해석을 돕는 전문가 두 명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독문학 전문 학자가 아닌 헤르만 헤세 전문가임을 표방하는 두 교수의 시각이 책 후미에 상당한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어서 고전 작품과 현대 독자 간의 소통을 도와주고 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 그런지 출판사마다 번역가도 다 달라서 번역 역시 책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는 하는데 이 책은 번역도 상당히 훌륭했다. 

어릴 적 읽었던 데미안은 뭔가 난해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 책은 내 정신이 그간 성장한 덕분인지, 번역이 깔끔한 덕분인지 어쨌든 읽기에 그다지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설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의 필독서처럼 인식되어 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나 역시 평균 수명이 80이라고 하면 대략 절반을 살아왔지만 진정한 자신이 무엇인지 확신하지는 못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온 궤적 역시 작품 속 싱클레어와 데미안이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던 '남들이 기대하는 대로 사는 사람'에 가깝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나온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pg 150)


물론 그 여정이 쉬운 것이었다면 이 작품이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가 다른 동물과는 무언가 다른 존재라고 믿는다면 어찌 됐든 우리에게 기대되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있고 그중 일부는 우리의 본능, 본성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싱클레어의 여정에서도 끊임없이 선과 악, 빛과 어둠 속을 헤매며 정확하게 자신이라 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고민하는, 자신의 내면에 천착하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된다. 

결국 데미안도, 베아트리체도, 피스토리우스도, 에바 부인도 싱클레어가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에 지나지 않듯 진정한 자기 자신은 치열한 고민을 통해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친애하는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아브락사스라 합니다. 

그는 신인 동시에 악마이며, 내면에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가지고 있어요. 

아브락사스는 당신의 사상이나 꿈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돼요. 

그러나 당신이 일단 비난할 여지없는 보통 사람이 된다면, 

그는 당신을 떠날 거요. 

(pg 173)


선과 악, 빛과 어둠이라는 도덕적인 관념이 오직 인간만의 것이라면 그 속에서 자신을 찾는 여정 역시 지극히 인간적인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재미로 쥐를 잡아 죽이는 고양이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만둘 리 없듯이, 지나온 세월과 자신의 언행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삶을 수정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힘을 믿고 있었기에 각자가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연의 고귀한 단 한 번의 시도인데도 

우리는 인간을 대량으로 살상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단 한 번의 고귀한 시도가 아니라면, 

또 우리 각자를 한 발의 총알로 세상에서 완전히 제거해 버리는 게 가능하다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말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누구나 그 인간 자신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존재이고 완전히 특별하다. 

(pg 4)


해설을 보면 작품의 후반부에 전쟁을 다소 미화하는 듯한 문구들이 있어 오해를 샀었다고 하던데, 위 구절만 봐도 저자가 전쟁을 미화할 의도를 가졌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 생각한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기존의 종교 체계와 도덕관념에 의문을 던지며 진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노력하는 한 젊은이의 모습에서 저자가 가진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많은 곳에서 인용되어 다소 식상한 느낌마저 있는 구절이지만 '데미안'하면 아래의 구절을 빼놓을 수 없다. 

'알'은 여러 가지를 상징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애정 속 완벽한 안전의 세계일 수도 있고, 자신의 정신을 가두고 있는 스스로의 제약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새가 되기 위한 존재인 알은 결코 새가 될 수 없다. 

그 알은 곧 자신이 보고 누려야 할 하늘을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pg 141)


후미에 수록된 작품의 해설에는 저자의 삶과 그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하지만 시대적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문학 작품이기에 그저 작품을 읽고 혼자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해설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 언급하고 있듯이 오히려 청소년 시절보다는 어린 티를 벗고 세상에 대한 열패감이 조금은 스며들었을 때 읽으면 더 좋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의 힘 - 나를 바꾸는 5분의 기적
틱낫한 지음, 위소영 옮김 / 소수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자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어도 그의 말씀이나 저서를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명상에 관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명상의 효과에 대해서는 딱히 더 언급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대중화로 현대인들은 언제 어디서나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사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스트레스 해소에 명상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 상상하게 되는데, 저자는 앉든, 서든, 심지어는 걸으면서도, 사소하게는 양치를 하면서도 명상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설파하는 명상의 핵심은 호흡에 있다.

코로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 자체에 집중하면서 온전히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


고요함은 단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소음 대부분은 내면에서 바쁘게 떠드는 것입니다. 

(pg 72)


돌이켜 보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그 행동이 양치나 출근하기처럼 굉장히 일상적인 일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나는 출퇴근을 걸어서 주로 하는데, 걸으면서도 늘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등등을 생각하느라 사실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저자는 걷는 동안에도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 발이 땅을 디디는 것을 즐길 수 있다면 출근길도 훌륭한 마음 챙김의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한다.

중요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느끼는 것이다.


이미 우리가 보았듯이, 멈추지 않고 도는 생각의 수레바퀴에서 자유로워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마음챙김 호흡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관심을 두고 집중하는 일은 거의 없죠. 

호흡을 즐기는 일은 아주 드물어요. 

마음챙김 호흡은,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는 모든 호흡 동안 

들숨과 날숨에 당신이 집중하면 즐거움을 선물하는 특별한 것입니다. 

(pg 155)


저자는 이러한 훈련을 통해 진정한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경지가 되어야 타인과도 진실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과 소통하는 동안에도 우리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멈출 수 있어야 타인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생각을 멈춘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에 가장 간단한 행동인 숨쉬기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일상 중에 설거지를 하면서, 샤워를 하면서, 출근길에서 호흡에 집중하고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공중이나 물, 또는 불 위에서 걷는 것을 기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게는 대지 위를 평화롭게 걷는 것이 진짜 기적입니다. 

어머니 대지, 그 자체가 기적입니다. 모든 발걸음은 기적입니다. 

이 아름다운 행성 위에서 의식적으로 걷는 발걸음은 치유와 행복을 가져옵니다. 

걷기 명상은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고 삶으로 돌아오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pg 169)


기본적으로 명상과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어서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 읽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의 메시지는 공감할 수 있었다.

쉽진 않겠지만 이제부터 출근길 정도라도 의식적으로 호흡하며 생각을 비우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직장인이 스트레스가 없이 살 수는 없으므로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 방법이 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