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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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소개에 자신의 클론과 바람을 피운 남편을 가진 한 여성의 이야기라는 정신 나간 줄거리를 보고

너무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작가 경력 대비 수상 경력이 화려해서 더 기대가 컸다.

책을 읽기 전에 든 의문은 보통 외도라고 하면 배우자와는 조금 다른 상대를 추구할 것이라 생각되는데

'굳이' 현재의 배우자랑 똑같이 생긴 클론이랑 바람을 피울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 의문을 해소하기에 앞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에블린을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에블린은 여성 생물학자로서 복제인간에 관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큰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평소 연구밖에 모르는 워크홀릭으로 살아온 에블린은 같은 분야의 교수인 네이선과 결혼했지만 그와

아이를 가지는 문제로 크게 대립한다.

남편이 포기한 줄 알고 지내던 어느 날, 에블린은 남편이 자신의 연구 결과를 훔쳐 자신의 클론을

만들었고 심지어는 그 클론이 남편의 아이를 갖게 됐음을 알게 된다.

그 클론의 이름은 마르틴이었고, 에블린은 마르틴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소설 속 복제인간은 근 20년 전 영화인 '아일랜드' 속 복제인간과 유사하다.

장기를 대체한다거나 암살이 우려되는 정치인을 대신해 총알을 맞아주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폐기될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에블린은 철저하게 생식 기능이 제한된 클론만을 만들도록 연구했다.

하지만 네이선은 그 연구를 이용해 자신의 2세를 만들 수 있는 클론을 만들었고 에블린은 분노한다.

이쯤에서 작품의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엄밀히 말하면 작가가 제시한 복제인간 제작 방식은 다소 의아하다.

논리적으로 말이 좀 안된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 속에서는 복제인간이 원본 인간과 동일하게 보일 수 있도록 '조건화'라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면, 지금 나의 클론을 만든다고 하면 30대부터 생기기 시작한 쥐젖이 목에 있어야 한다.

내 목에 쥐젖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목이 매끈한 내 클론을 보면 이상하게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론이 지금의 나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30대 이후에 생긴 쥐젖을 일부러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 과정이 '조건화'이다.

하지만 이 조건화라는 방식 자체가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제작하는 클론들에게는 불필요한 과정이다.

장기만 떼어내고 폐기하면 되는데 굳이 원본과 비슷하게 생길 필요까진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암살이 우려되는 정치인을 대신해 총알을 맞아주는 클론이라면 원본과 똑같이 보여야 할테니

이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만약 클론 암살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정치인의 정치 생명은 클론이

목적을 달성하는 그 즉시 끝나기 때문에 수요가 있을리 만무하다.

클론이든 원본이든 이미 사람들 인식에는 총맞아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정치인이 정치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죽은 자가 클론이라는 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자기 대신 클론을 죽였다는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이 외에도 클론의 생활 습관을 코딩할 수 있다거나 원본의 기억을 선별적으로 정리해 입력할 수 있다는

것 등 논리적으로 생각하거나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조금 말이 안 된다 싶은 부분들이 분명 있다.

게다가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출생신고가 없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보면 애초에 말이 안되는 전개를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이는 문화적 차이이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흠잡기 어려웠다.

400페이지 정도로 적당한 길이에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맥 끊기는

느낌 없이 쭉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생각 거리를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어릴 적 아버지의 억압적인 모습을 보며 자라온 에블린이 연구밖에 모르면서 타인들과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1인칭 시점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그녀는 남편인 네이선과도 조금 더 가까운 연구자 동료 이상의 관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내가 사라졌다가 조금 이상해져서 돌아오면, 그 차이를 느꼈을까?

아니면 자신이 고치고 싶은 부분만을 봤을까?

우리는 과연 서로를 제대로 보긴 했을까?

(pg 294-295)

자신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조금 더 네이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마르틴을 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 변화도 작품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결혼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저 나라는 여성이 결혼하면 성도 바꾸지만)

하지만 상대와 함께 맞춰 살아가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조차 없다면 당연히 그 결혼은 하면 안되는 것이아닐까.

내가 감명을 받은 그녀의 부분들은 모두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건 내게서는 결핍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이걸 견뎌내려면 그녀를 조금이라도 미워해야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나보다 낫다는 걸 진심으로 믿는다면,

원래의 내이선이 그녀를 만든 건 옳은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pg 278-279)

작품을 읽기 전에 내가 가졌던 질문에 이제 답하자면, 네이선에게는 설령 클론이라 할지라도 에블린의

일부를 진심으로 소유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 정신병자의 미친 형태이긴 하지만 그가 저지른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그가 에블린을 꽤나

사랑하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에블린은 작품 내내 네이선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지만, 내가 볼 때는 그렇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또 내가 만약 그 상황에 처했다면 배우자와 아이를 갖는 문제로 대립할 경우 그냥 이혼

하고 아예 다른 여성을 찾는 '합법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네이선은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에블린과 자신의 DNA를 가진 아이를 갖고 싶어했다.

이 사고방식이 나는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물론 에블린의 우수한 DNA만을 원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으나, 에블린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여성이 아닌 이상에야 이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일인가 싶긴 하다.)

복제인간은 아직도 먼 일처럼 느껴지고 만약 등장한다 할지라도 이런 형태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인간을 복제한다는 행위에는 반드시 그 처분 방식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

보여준 윤리적인 문제 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SF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클론을 소재로 인간관계라는 주제를 풀어낸 스릴러

작품이라 생각하고 읽는다면 더 훌륭하게 느껴질 작품이었다.

아주 대단한 반전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넘치는 스토리에 깔끔한 서술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다른 작품들도 더 찾아보고 싶은 매력이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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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페인팅북 : 곤충 스티커 페인팅북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키즈프렌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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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을까.

게다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곤충 그림까지 그려져 있다.

이 두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육아의 치트키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최근에 책상을 큰 것으로 바꿔줬다.

새로운 책상과도 친해질 겸, 아이가 책상에 진득하게 앉아서 무언가를 해 보는 습관도 들일 겸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마침 이 책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뒤 표지에 보이듯 총 10장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스티커북이다.

유아들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데 보통 40-60 피스 정도의 스티커가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여러 상황에서 유용하겠지만 특히 우리 딸처럼 대근육 발달은 좋은데 소근육 발달이 살짝

아쉬운 아이들은 스티커북을 자주 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앞, 뒤 표지)

스티커북을 아이와 함께 여러 번 한 것 같은데 시간 차를 두고 해보면 할 때마다 아이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작년에 동일한 시리즈로 나온 동물 스티커북을 같이 할 때만 해도 10 이상의 숫자는 잘 못 읽어서 내가 숫자를 찾아

줘야 했었는데 이번에 할 때에는 아이가 알아서 숫자를 찾아 척척 붙이기까지 한다.

가끔 의욕이 앞서 스티커의 숫자를 보지 않은 채 떼어내서 그게 몇 번인지 기억을 못할 때 정도만 개입해서 알려주고

다른 것은 아이가 직접 해보도록 유도했다.


곧 만 5세가 되는 우리 아이가 약 35분 정도 걸려 완성한 첫 작품.

아이의 원픽은 레드와 블랙이 인상적인 무당벌레였다.

이번에는 진짜 나의 개입을 최소화하고자 삐딱하게 붙은 것도 그냥 넘어가는 등 부단히 노력했는데 아이가

생각보다 집중력 있게 잘 붙이고 놀아서 기분이 좋았다.

(삐딱하게 붙어 있는 걸 못 보는 강박 같은 게 생겼는지 언제부턴가 이런 걸 보면 떼서 다시 붙이고 싶어진다;;)



이 책 한 권이 약 9천 원 정도 하고 10장이 수록되어 있으니 한 장 완성하는데 9백 원 꼴이라고 생각하면 꽤나

가성비가 좋은 놀잇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아이가 흥미만 있어 한다면 30분 이상 책상에 진득이 앉아 무언가에 집중하는 연습도 할 수 있다.

다 붙인 후 아이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거나 아이가 원하는 위치에 붙여주면 성취감도 맛보게 해 줄 수 있어서 좋다.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쓴 글이지만 만 3세 이상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놀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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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알려 줄까? -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동물들 자연 속 탐구 쏙 4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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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로 시작하는 총 4권짜리의 시리즈 중 마지막 책이다.

본 시리즈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각 주제별로 추려낸 소수의 동물들을 큼직하지만 세밀하게 그려낸 그림들과

생각보다 상세한 정보가 실려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에 따라서 사진으로 된 책을 더 선호할 수 있겠으나 나는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바를 정확히 표현해 낸

그림들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며 읽기에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앞, 뒤표지에 큼직하게 등장하는 동물들이 그려져 있어 목차를 보지 않아도 무슨 동물이 나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책의 앞표지

이번 책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큰 소리를 내는 동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총 9가지의 동물을 소개하고 있는데, 매미나 수탉처럼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동물들도 있고,

사자나 검은고함원숭이처럼 동물원이나 다큐 아니면 보기 힘든 동물들도 있다.

동물들의 크기나 서식지, 먹이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생활습관이나 천적 등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아래와 같은 서술들이 인상적이다.

처음에 아이와 함께 책을 볼 때 아이가 '원숭이도 잡아먹을 수 있어요?'라고 물었었다.

이어진 서술을 읽어주면서 인간은 잡아먹지 않아도 동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줄 수 있었다.

(pg 41)

동물들끼리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는 딱히 슬플 것도, 기쁠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인간이 연관된 위협은

슬픈 일에 가깝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다르다.

딱히 먹기 위해 사냥하는 것도 아닌데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부가적인 영향으로 무수한 생물 종의 절멸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외에는 딱히 천적이 없는 동물이었지만 인간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는 급속한 멸종위기를 불러온다.

아이와 함께 보는 책이니만큼 이러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줌으로써 아이가 어린 나이부터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력을 깨닫게 해 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글씨의 비중 보다는 그림의 비중이 더 큰 책이다.

하지만 글씨가 작고 서술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아직 스스로 읽을 수 없는 아이의 경우 부모가 함께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읽어야 한다.

(노안이 온 할머니와 함께 보기에는 글씨가 다소 작았던 것 같다.)

앞의 시리즈들은 책만으로도 어느 정도 아이의 호기심이 충족되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주제는 '소리'이다 보니

단순히 그림과 텍스트만으로는 아이의 호기심을 모두 충족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실제로 어떤 소리가 얼마나 크게 나는지를 책만으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바로 옆에서 나는 헬기 소리보다 크다' 정도의 해설이 있긴 하나 어차피 헬기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을 일도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인지라 아이에게 얼마나 와닿을지 잘 모르겠다.)

요즘 유튜브가 워낙 잘 되어 있으니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실제 소리를 바로 찾아서 보여준다면 더 효과적인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 역시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쓴 글이지만 이 시리즈는 부모인 내가 봐도 내용이 좋고 우리 아이도 좋아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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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이정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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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모르게 일본 냄새가 풍기는 제목 답게 일본인 진화심리학자가 쓴 책이다.

51가지나 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행동들이 사실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아래와 같은 상황들은 누구나 거의 매일 겪는 상황들이지만 이런 느낌이나 감정들이 사실은 진화 과정에서

우리의 생존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만년에 걸쳐 축적되 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pg 10-11)

51가지나 되니 분량이 꽤 많을 것 같지만 한 꼭지당 4페이지 정도에 글씨도 크고 간격도 넓어서 읽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각각의 행동들이 연관성이 크게 없기 때문에 목차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부분만 찾아 보기에도 좋고

각 꼭지별 호흡이 길지 않아서 출퇴근 길 대중교통이나 화장실에서 잠깐씩 보기에도 좋을 책이었다.

학자가 쓴 책이긴 하지만 철저하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집필된 책이어서 설명이 매우 쉽다는 것도 특징이다.

문장이 쉽다는 건 읽기에는 장점이지만, 읽은 후 머리에 남는 정보의 양도 적다는 측면에서는 단점일 수도 있겠다.

특히나 거의 대부분의 꼭지들이 '진화를 이렇게 한 결과이니 넘 자책하지 말고 살아라' 수준으로 마무리 되고

있어서 읽다보면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저자가 문장을 상당히 재미나게 쓰는 편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덕분에 분량 대비 인상깊은 구절이 많았던 것 같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모두 개성이다.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불편하다면 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대처법을 생각하는 편이 나을 때가 많다.

(pg 17)

충동구매를 통해 경제는 더욱 활성화되므로, 사회적으로는 '충동구매=장려되는 행동'이다. 그러니까 물건을 구매한 후에 '다른 걸로 살 걸'하는 후회가 든다면,

더 노력해서 그것까지 살 돈을 모으자.

(pg 47)

사용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없다면 그 물건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리하는 데 방해가 되므로 버리는 게 좋다.

하지만 물건을 버리면 재산을 잃는 것 같기 때문에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미 가치가 없어졌지만 애착만 남아서 가지고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pg 68)

우리의 조상들은 수렵채집 활동에서 실수했던 부분을 후회했기에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후회한 결과, 사냥감의 행동 패턴, 나무 열매가 익는 시기 등을 습득할 수 있었으므로 먹을 것을 풍족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면 행동의 성공률이 높아지므로 후회는 원래 좋은 것이다.

(pg 107)

제비나 참새처럼 암수가 함께 새끼를 키우는 종은

수컷과 암컷의 겉모습에 차이가 거의 없다.

즉, 암컷이 혼자서 육아를 담당하는 종은 수컷이 덩치가 크거나 깃털이 화려한 경향이 있다. 한가한 수컷이 외모를 꾸미는 데 정성을 쏟는 것이다.

(pg 190)

다 읽은 뒤 뭔가 대단한 진화심리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진 않았다.

하지만 책 자체가 읽기에 재미가 있는 편이며 읽는 동안 자신이나 주변인들을 돌아보며 어떤 사람이 이런 케이스에

잘 맞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제목은 약간 일본어 번역투 냄새가 나지만 본문의 번역은 그렇지 않아서 읽으면서 거슬리는 부분도 없었다.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케이스들은 인류가 수렵채집생활을 할 무렵부터 축적된 것들이다.

이 때부터 우리 유전자 속에 이런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걸 알고나면 마음은 좀 편해질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더 이상 수렵채집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도 누누히 강조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본능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사고나 행동들을 현대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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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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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이름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했었다.

평소 독서 영역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역사는 그 중에서도 가장 기피하는 분야 중 하나였는데

그 책은 역사책이면서도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렇게 느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저자가 본래 뛰어난 문학가였기 때문일텐데,

이번 기회에 슈테판 츠바이크 문학의 진수를 접할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인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비롯한 그의 중단편 6편이 실려있다.

해설을 제외하면 350페이지 정도로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에 총 여섯 편의 소설을 즐길 수 있었다.

각각의 작품들이 모두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알차게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단편들의 모음이지만 아무 고민 없이 무작위로 작품을 선정해 묶은 것 같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주제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찔한 비밀'과 '불안'은 불륜에 빠진 여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모르는 여인의 편지'와 '어느 여인의 24시간'은 절절한 짝사랑을 다루고 있다.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과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작가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형식적으로 비슷한 점도 있다.

예를 들면 '모르는 여인의 편지'와 '보이지 않는 소장품', '어느 여인의 24시간'은 내용의 대부분이 한 인물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찔한 비밀'과 '불안'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다루고 있는데,

전자는 주로 불륜 당사자의 아들의 시각에서, 후자는 주로 불륜 당사자의 시각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 등이다.

짧은 길이의 소설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의 흡입력이나 등장인물들의 심경 묘사에 있어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문장들이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번역 역시 너무도 깔끔한데, 이전에 읽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의 번역가가 이번 작품도 번역해서 그런지

읽는 동안 이 책이 원서를 번역한 것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아래부터는 각 작품들을 읽으면서 잊고 싶지 않았던 문구들을 옮겨두었다.

아래 두 구절은 어머니가 불륜을 저지르려는 것을 목격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불륜'이라는 것은 모르는 아이가

자신이 성장했음을 깨닫는 구절이다.

어떻게 바람피는 엄마를 보고 아래와 같은 것들을 깨닫게 되는지는 작품을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에드거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유복한 환경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삶 양옆으로는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아득한 낭떠러지가

시커먼 입을 쩍 벌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직업과 타고난 팔자 같은 것이 있음을, 자신의 삶 주변에 수많은 비밀이

손을 뻗치면 잡힐 만큼 가까이 있었지만 이제껏 눈여겨보지 않았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pg 94, 아찔한 비밀)

아이는 이내 잠이 들었다.

삶이라는 깊디깊은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pg 107, 아찔한 비밀)

아래 문구는 작품 속에서 큰 역할을 하는 구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짝사랑이라는 단어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싶어 기억에 남았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 또한 아래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난 항상 당신 주위에 머물며 긴장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지만, 당신은 전혀 느끼지 못했지요.

당신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계태엽의 긴장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똑같아요.

시계 태엽은 어둠 속에서 쉬지 않고 당신의 시간을 세고 나누며,

들리지 않는 심장 박동 소리를 내며 당신을 따라다니지만,

당신은 초침이 수백만 번 똑딱거리는 동안 무심히 딱 한 번 힐끗 시선을 던질 뿐이잖아요.

(pg 192), 모르는 여인의 편지

아래 구절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보이지 않는 소장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문구다.

개인적으로는 '수집'이라는 것에 잠시 미쳐 있었던 과거가 떠올라 가슴에 깊이 남았다.

저 위 창가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환한 얼굴은 착한 망상이라는

흰 구름에 싸여 살포시 우리의 역겨운 현실 세계 위로 솟아 있었습니다.

그 얼굴이 쫓기듯 거리를 바삐 오가는 퉁명스러운 사람들 위에

둥둥 떠있던 광경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오래된 속담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괴테가 한 말일 겁니다. "소장가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pg 259, 보이지 않는 소장품)

다음 구절들은 작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삶에 대한 미련을

작품 속에 남겨둔 것이 아닐까 싶어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이다.

얼마 전까지 자살로 삶을 끝낸 작가들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서평을 남긴 나이지만,

이런 문장들을 보면 이 책의 저자는 정상 참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혼과 정신과 감정과 고통! 우리는 언제나 오만하게 이런 것들에 대해 언급하곤 하지만,

저는 이들이 지극히 약하고 보잘것없고 형체 없는 것이라는 사실에 새삼 경악하곤 합니다.

정신적 고통이 최대 용량에 달했을 때조차도 괴로워하는 몸을,

만신창이가 된 몸을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은 그런 순간에도 벼락 맞은 나무처럼 쓰러져 죽지 않고,

계속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pg 343), 어느 여인의 24시간

그러나 제가 방금 말했듯이, 고통은 비겁합니다.

고통은 살고자 하는 막강한 요구 앞에서는 움찔 물러섭니다.

살고자 하는 요구는 우리의 정신 안에 있는 죽음을 향한 열망보더 더 강하게,

우리의 육신 속에 뿌리내리고 있나 봅니다.

(pg 344), 어느 여인의 24시간

특히 아래의 문장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아래의 구절을 읽는 순간 눈물이 맺혔다.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에는 살아낼 힘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결국, 시간은 심오한 힘을 지니고,

나이는 온갖 감정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희한한 위력을 행사합니다.

(pg 346, 어느 여인의 24시간)

슈테판 츠바이크.

옛날 작가이기도 하고 작품 속 세계도 너무나 오래된 세계이지만 그의 작품 속에 들어가면

늘 그 시대의 인물이 되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나는 여성으로 단 한 순간도 살아본 적이 없지만 그의 작품 속 여성들에게는 감정 이입이 너무 잘 된다.

이는 그의 탁월한 문장력이 높은 수준의 심리학 이론을 만나 탄생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이쯤이면 고백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출판사가 무료로 나에게 책을 증정함으로써 작성된 서평이다.

하지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광고판 역할을 자처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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