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으로 어쩔 수가 없다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이정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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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모르게 일본 냄새가 풍기는 제목 답게 일본인 진화심리학자가 쓴 책이다.

51가지나 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행동들이 사실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아래와 같은 상황들은 누구나 거의 매일 겪는 상황들이지만 이런 느낌이나 감정들이 사실은 진화 과정에서

우리의 생존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만년에 걸쳐 축적되 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pg 10-11)

51가지나 되니 분량이 꽤 많을 것 같지만 한 꼭지당 4페이지 정도에 글씨도 크고 간격도 넓어서 읽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각각의 행동들이 연관성이 크게 없기 때문에 목차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부분만 찾아 보기에도 좋고

각 꼭지별 호흡이 길지 않아서 출퇴근 길 대중교통이나 화장실에서 잠깐씩 보기에도 좋을 책이었다.

학자가 쓴 책이긴 하지만 철저하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집필된 책이어서 설명이 매우 쉽다는 것도 특징이다.

문장이 쉽다는 건 읽기에는 장점이지만, 읽은 후 머리에 남는 정보의 양도 적다는 측면에서는 단점일 수도 있겠다.

특히나 거의 대부분의 꼭지들이 '진화를 이렇게 한 결과이니 넘 자책하지 말고 살아라' 수준으로 마무리 되고

있어서 읽다보면 그 말이 그 말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저자가 문장을 상당히 재미나게 쓰는 편이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덕분에 분량 대비 인상깊은 구절이 많았던 것 같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모두 개성이다.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불편하다면 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다른 대처법을 생각하는 편이 나을 때가 많다.

(pg 17)

충동구매를 통해 경제는 더욱 활성화되므로, 사회적으로는 '충동구매=장려되는 행동'이다. 그러니까 물건을 구매한 후에 '다른 걸로 살 걸'하는 후회가 든다면,

더 노력해서 그것까지 살 돈을 모으자.

(pg 47)

사용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없다면 그 물건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리하는 데 방해가 되므로 버리는 게 좋다.

하지만 물건을 버리면 재산을 잃는 것 같기 때문에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미 가치가 없어졌지만 애착만 남아서 가지고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pg 68)

우리의 조상들은 수렵채집 활동에서 실수했던 부분을 후회했기에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후회한 결과, 사냥감의 행동 패턴, 나무 열매가 익는 시기 등을 습득할 수 있었으므로 먹을 것을 풍족하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면 행동의 성공률이 높아지므로 후회는 원래 좋은 것이다.

(pg 107)

제비나 참새처럼 암수가 함께 새끼를 키우는 종은

수컷과 암컷의 겉모습에 차이가 거의 없다.

즉, 암컷이 혼자서 육아를 담당하는 종은 수컷이 덩치가 크거나 깃털이 화려한 경향이 있다. 한가한 수컷이 외모를 꾸미는 데 정성을 쏟는 것이다.

(pg 190)

다 읽은 뒤 뭔가 대단한 진화심리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진 않았다.

하지만 책 자체가 읽기에 재미가 있는 편이며 읽는 동안 자신이나 주변인들을 돌아보며 어떤 사람이 이런 케이스에

잘 맞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제목은 약간 일본어 번역투 냄새가 나지만 본문의 번역은 그렇지 않아서 읽으면서 거슬리는 부분도 없었다.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케이스들은 인류가 수렵채집생활을 할 무렵부터 축적된 것들이다.

이 때부터 우리 유전자 속에 이런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걸 알고나면 마음은 좀 편해질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더 이상 수렵채집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도 누누히 강조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본능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사고나 행동들을 현대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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