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쟁이 사과와 잔소리 할머니 제제의 그림책
휴 루이스-존스 지음, 벤 샌더스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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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제목을 가진 아이 책을 만났다.

일단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눈길을 끌었다.

무슨 상을 받은 이력이 화려하던데 진짜 그만큼 대단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유아용 책이니 내용도 간단하다.

제목 그대로 심술쟁이 사과가 할머니 사과에게 잔소리를 듣는 내용이다.

할머니 사과는 심술쟁이에게 모범 사과가 되라며 여러 친구들을 보여주고 본받으라 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보통 아이들 책이니 '어른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라는 내용일 거라 예상하기 쉬운데,

이 책은 심술쟁이가 결국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면서 끝난다.

처음에 아이와 같이 읽었을 때 '헐, 이렇게 끝이라고?!'라는 반응이었다.

아이도 이상하게 끝난다며 재밌어했다.

다시 읽어보니 작가가 의도한 바가 와닿는 것 같았다.

심술쟁이 사과는 남들을 따라 하거나 닮는 것 대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남고 싶었던 것이다.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살 필요는 없다'라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진리를 동화로 풀어낸 것이다.

이는 책을 읽어주는 부모들에게도 꽤나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보통 부모는 자신이 바라는 특정한 상이 있고 그 상에 맞게 아이가 자라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육과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아이에게는 잔소리로 느껴질 말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진지하게 묻는 부모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였듯)

이제부터라도 내가 바라는 모습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묻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유아용 책이라 글 양도 많지 않은데 생각보다는 깊이가 있는 책이었다.

늘 어른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들만 나오는 동화만 보다 보니 이 책이 더 신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글이지만, 내용이 괜찮았기 때문에 유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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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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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받아들면 가장 먼저 관능적인 표지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내 그 모습이 죽은 피해자의 자세를 묘사한 사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긴장감이 훅 오른다.

평범한 가정의 유부녀만을 노려 살해하지만 결혼반지 외엔 전혀 손대지 않고 성폭행의 흔적도 없이 정말 딱 살인만

하고 사라지는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과 이를 쫓고자 하는 한 경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약 40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은 두께에 범인과 피해자, 그리고 사건을 쫓는 경위의 시각이 계속해서 바뀌며

지루할 틈 없이 책장이 넘어간다.

후반부에 이르면 나름의 반전을 주는 엔딩도 인상적이다.

게다가 범인이 피해자를 발굴(?)하는 장소가 가상 세계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속이라는 것이

흥미를 더한다.

나 역시 WOW라는 게임에 빠져 몇 개월을 허비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게임인데 이 소설 속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작품에 대한 세세한 감상을 남기기에 앞서 책장을 덮고 딱 느낀 소감을 말하자면, 누군가 이 책이 재미가 있느냐라고 물으면 나름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러나 스릴러 팬에게도 적극 추천할 만한 작품이냐고 물으면 약간의 망설임과 물음표가 떠오른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아래에 서술할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독자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조금 있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담하게도 작품 초반부터 범인의 시각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때문에 독자는 시작부터 범인의 실명은 물론, 범행 동기와 계획, 방법까지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알고 시작한다.

반면 우리의 주인공인 조 프루니에 경위는 소설의 후반부까지도 범인의 주요 행위가 게임 속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한다.

철저하게 자신을 숨겨가는 범인의 신출귀몰함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겠지만 우리의 주인공이 계속해서 뻘짓만 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읽어야 하는, 그리고 그 짓이 뻘짓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 수밖에 없는 독자의 입장은 솔직히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매력적인 빌런이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마틴은 능력 있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자신의 흔적을 지우는 데 특화되어 있다.

여성을 사로잡는 언변과 좋은 머리,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나지도 않은 외모를 지녔고 철저한 자기관리와 독특한 자신만의 살인 철학까지 가진 그야말로 매력적인 빌런상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근원이 친모의 정신적, 성적 학대였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바람피우는 유부녀만을 골라 살해한다는 다소

식상한 오리진 스토리를 가진 것이 못내 아쉽다.

게다가 그에게 현혹돼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는 피해자들의 전형적인 모습과 범인을 쫓기 위해 주변 관계가 소홀해질 정도로 수사에 매달리는 워크홀릭 경관까지 묘하게 어디선가 본 듯한 판에 박힌 등장인물들이 작품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반전으로 작가가 제시한 범인의 최후 역시 작품의 후반쯤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전형적인 인물들만 나오다가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니 당연히 무언가 있겠다고 예측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WOW라는 게임에 익숙하기도 하고 블리자드의 배틀넷 시스템도 익숙해서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는 독자라면 범인과 피해자의 상호작용은 물론, 배경의 설명을 이해함에 있어서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엔딩이 아주 깔끔한 맛은 아닌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음 작품에서 이 찜찜함이 어떻게 해소될까 하는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이 작품이 조 프루니에 경위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 한다.

아쉬운 점을 많이 남기긴 했으나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느낀 아쉬움이기도 해서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사건과 전개를 보여줄지 궁금하긴 해서 나중에 한국어로 발간된다면 또 읽어볼 것 같다.

(부디 우리의 주인공이 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보여지길 바란다.)

"그녀의 일상을 소소하게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더라고.

모두에게 투명인간으로 간주되는 삶은 영혼을 갉아먹을 수 있지.

어째 익숙하지 않아?"

(pg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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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웨이 세트 - 전10권 - 아세안 국가, 아는 만큼 가까워진다! 아세안 웨이
돈라야 티안텅 지음, 배수경 옮김, 부산외국어대학교 특수외국어사업단 감수 / 한국국제교류재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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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NATO나 EU, UN 등 국제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단일 국가가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을 모여서 해결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이런 국제기구들인데,

오늘 소개할 책은 이러한 국제기구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가입국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총 10권짜리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10권의 제목만 봐도 ASEAN의 10개 참여국들이 어디인지를 바로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들 나라 중에는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등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국가도 있지만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등 매체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국가들도 있어서 흥미를 더한다.

통일되어 보이지만 각 나라들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표지를 보니 저자가 모두 현지인들인지 우리 눈에는 다소 생소해 보이는 이름들이 눈에 띈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과 비교한다면 그동안 동남아 국가 출신 저자들의 이름을 문학이나 저서를 통해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책 머리말을 보니 이들 아세안 국가들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가 36만에 달한다고 한다.

36만 명이면 중소도시 한 개에 버금가는 인구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아세안 국가들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으므로

이런 책을 시작으로 해당 국가들에서 발간되는 저서나 문학 작품들도 국내에 많이 소개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 중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 인도네시아 편이다.

처남이 인도네시아에 가 있어서 자주 보지 못하는데 아이에게 외삼촌이 사는 나라를 소개해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신혼여행도 인도네시아 발리로 다녀왔고, 출장 차 족자카르타 지역도 한 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막상 그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내가 공부한 것이 더 많은 느낌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한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읽어주기에는 글이 다소 많다.

하지만 사진 자료가 많고 권당 50페이지를 넘지 않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넘기면서 흥미로워하는 부분만 읽어주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서술 역시 아이에게 말을 걸듯 편안한 문제('~에요, ~랍니다'로 주로 끝난다.)로 번역되어 있어서 읽기에도 편하다.

물론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세계 문화 공부에 이만한 책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 pg 32-33

해당 국가의 상징이나 언어, 민족 구성, 경제, 정치 체계 등 나라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올법한 일반적인 사실들은

물론이고 음악과 놀이, 음식, 복장, 전래동화와 역사 속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한 권의 길이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담겨있는 정보의 양이 상당하다.

간단한 그 나라의 회화와 함께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예의를 차려 인사하는 법도 소개되어 있어서 어른이라 하더라도 이 책 한 권만 읽어보면 해당 지역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계획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넘기다 보니 같은 아시아권이기는 하지만 불교와 한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의 국가들과 이들 아세안 국가는 확실히 문화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

특히 이슬람교가 아세안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과 함께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3개국의 언어가 모두 말레이어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아직 코로나가 국가간의 장벽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고 미얀마나 필리핀 등 정세가 불안정한 국가도 존재하지만

다시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이들 아세안 국가가 접근성 측면에서 선호되는 관광지이기도 할 것이다.

경제 형편 상 아이와 함께 여러 나라를 실제로 구경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책으로 먼저 읽어보면 하다못해 다큐멘터리를 보더라도 이해되는 폭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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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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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쓴 중독에 관한 책이라는 소개에 읽고 싶어졌다.

술을 너무도 좋아하는 탓에 늘 스스로 알코올 중독 아닐까 싶어 중독 관련 책이라면 일단 읽어보는 편이다.

제목의 뜻을 풀어쓰자면 온 세상이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하는 요인들로 가득 차서 사람들이 중독에 빠질

염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적인(?) 중독 물질이라 할 수 있는 마약, 담배, 알코올, 도박 외에도 스마트폰, 게임, 저자가 자신의 사례라며

소개한 싸구려 소설들은 물론 우리가 흔히 건강을 위한다고 하는 운동에도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pg 27)

우리 뇌 속에서 중독 발생 물질 또는 행위로 인해 도파민이 분비되면 쾌락을 느끼지만, 이후에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항상성을 추구하려는) 우리 몸의 작용으로 필연적인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이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더 자주,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우리는 이 물질 또는 행위에

중독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간혹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단속을 하지 않을 뿐이지

마약이라는 것이 사회 깊숙한 곳에서는 꽤 많은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예로 든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의사가

적극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고 있어서 중독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유튜버의 아내가 미국에서 출산을 했는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것이 영상으로 올라온 적이 있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수유를 하는 사람에게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아프다고 하니 고통을 없애주는 중독성 약물을 처방해 주는 것이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중독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마약에 한정되어 볼 때는 그렇겠지만 이미 알코올 섭취량과 흡연율에 있어서는 여타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게임, SNS 등에 중독되는 사례까지 합친다면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간은 궁극적인 추구자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는 세상의 시험에 너무나 잘 대응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이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지나치게 풍족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다.

(pg 88)

이런 중독 증상이 소득과 교육수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잘 사는' 나라일수록 소득과 교육수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자리, 안전한 주거, 수준 있는 교육, 적절한 의료 서비스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중독의 위험성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 후 자신이 상담하면서 만들어 낸 중독 치료 프레임을 소개한다.

책 제목에 맞춰서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풀어 단계별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참신했다.

단어만 봐도 대충 무슨 내용일지 대충 예상이 될 정도로 체계적이고 기억하기도 쉽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pg 111)

물론 개인이 저 틀 대로 해보는 것도 중독 치료에 효과적이겠지만 사실 그렇게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으면 우리는 굳이 '중독'이라고까지는 표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중독이라는 것이 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의지로는 자력으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제대로 된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신과 치료가 될 수도, 같이 중독을 이겨낼 동료들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이라는 단체의 도움을 받아볼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지인 중 술 때문에 이혼한 뒤 A.A를 찾아 술을 완전히 끊고 새사람이 된 분이 있다.

(실제로 살도 30kg도 넘게 빠지셔서 못알아볼 정도가 되었다.)

부모, 처자식 그 누구도 막지 못했던 금주를 익명의 회원들 덕분에 해냈다는 말을 들으니 그 효과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직 안 간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긴 하지만 나도 술을 좀 그만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에도 나를 유혹하는 것들은 많다.

한 달에 한두 개씩 사는 게임들도 그렇고, 디즈니플러스나 유튜브처럼 시간 죽이는 데 최적화된 서비스들도 있다.

요즘은 사방에서 도파민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어져 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 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pg 131)

위와 같은 저자의 지적은 참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느닷없이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를 때 30분이면 문 앞에 그 음식이 나타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상 체계가 뇌를 길들이면 필연적으로 우리 뇌는 더 큰 고통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좇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다.

우리는 고통 후에 쾌락이 온다는 것을 배워도 이를 아주 쉽게 잊는다. - 중략 -

따라서 우리는 고통을 찾아내어 삶에 끌어들여야 한다.

(pg 186)

그래서 저자는 반대로 우리 몸을 고통으로 끌어들이는 습관을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고통이 바로 운동일 것이다.

운동은 너무 식상하니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예를 들면, 냉수 목욕이 있다.

한 환자가 중독 치료의 일환으로 냉수 목욕을 시작했는데, 냉수에 몸을 담그고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단다.

나중에는 냉수 목욕에 중독(?)되어 목욕 물에 얼음을 넣거나 지인들을 초대해 냉수 목욕에 입문 시키는 등 냉수

목욕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냉수 목욕이야 자신이나 남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없고 중독된다고 해서 얼어 죽을 때까지 하진 않을 테니 반은

우스갯소리처럼 한 말이겠지만 저자는 고통에도 중독될 수 있으므로 어느 한 물질이나 행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까지 심취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도 중독 물질이나 행위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심리적, 물리적 장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중독에 대한 솔직함을 유지하는 것 등 다양한 팁들이 소개된다.

나도 일단은 술을 줄이기 위해 집에 술을 쟁여놓는 짓을 좀 안 해보려고 한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진짜 오늘은 꼭 먹어야겠다 싶을 때 집 앞 조그만 마트에서 그날 먹을 만큼만 사다 먹는 귀찮음을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갖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pg 277)

위 문장은 중독에 빠지게 되는 원인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무엇 때문인지를 잘 정리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어서 피우는 담배, 오늘 업무 생각을 좀 떨쳐 버리고 싶어서 마시는 술, 늘 고만고만한 월급에서 벗어나고 싶어 시작하는 도박 등등 거의 모든 종류의 중독은 사실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중독에 빠진 삶이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며 이제부터라도 내 삶을 제대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계기가 된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주제는 흥미롭지만 책 자체가 재미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문장도 깔끔하고 번역도 좋았다.

저자가 직접 겪은 환자와 자신의 중독 사례들도 적절한 곳에 충분히 흥미롭게 배치해 둔 느낌이다.

(자극적인 사례들도 많아서 읽는 것이 지루하지가 않다.)

자신이 무언가에 약간 도를 지나칠 정도로 몰두하고 있다면, 또 그런 자신을 조금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동기부여가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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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의 탄생 -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브랜드
세상의모든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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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어지간한 다른 지식 전달 매체들을 다 씹어먹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책이라는 매체가 주는

신뢰감이라는 것이 다른 매체들보다 월등하기 때문일까, 이미 상당한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 내용의 일부를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그럼 유튜브로 보면 되지 왜 굳이 책을 읽나 싶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짧은 지식일지라도 제대로 된 습득을 위해서는

영상보다는 활자를 더 선호하는지라 오히려 채널을 구독하는 것보다 심리적 저항이 적었다.

게다가 누구나 들어봤고 심지어는 일상에서 자주 쓰고 있는(물론 롤스로이스는 제외) 브랜드들의 기원을 알 수

있다니 흥미가 일었다.

이 책은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명 브랜드들의 시작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계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식품부터 공산품, 의약품, 자동차까지 28개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들이 러시아에 계속 영업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 뉴스로 떠오를 정도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브랜드들이다.

이들 모두를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테니 내용은 기억에 나는 것들 위주로만 짧게 소개하고 간략히 책의 소감을

남기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사실은 누텔라로 전 세계 비만인 증가에 기여한(?) 페레로의 설립자가 밸런타인

데이에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평생을 초콜릿에 바친 사람이 초콜릿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날 죽었다고 하니 역사적인 브랜드에는 다 이유가 있는

모양이구나 싶다.

또 아디다스와 푸마의 설립자가 형제지간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두 형제가 가치관이 달라 서로 다른 신발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둘 모두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가 되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상당히 재밌게 읽힌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프리랜서 PD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문장이 상당히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읽기가 편했다.

특별히 인상 깊은 구절이 있지는 않았지만 사실 위주의 담백한 서술이라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갔다.

보통 이렇게 자잘한 지식이 쭉 나열된 책들은 읽을 땐 재밌는데 읽고 나서 머리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기 쉬웠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남는 것이 좀 있는 느낌이었다.

저자의 깔끔한 문장 덕분도 있겠지만 본래의 컨텐츠가 유튜브 영상이어서 그런지 시각 자료들도 충실한 편이라

읽으면서 휴대폰으로 찾아봐야 할 것이 적어서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도 한몫한 것 같다.

한 300페이지 정도로 두께는 평균적이지만 상술한 이유들 덕분에 금세 읽은 느낌이 든다.

한 브랜드가 10페이지 내외로 소개되고 있으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기에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던 중 소개된 브랜드들에서 묘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전쟁을 경험한

브랜드였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선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1, 2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남북 전쟁 등 세계사 속 굵직한 전쟁의 포화에도 이들은 살 길을 모색했고 이것이 전후에 대박이 나는 초석이 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물론 전쟁 때문에 사라진 기업도 셀 수없이 많았을 테니 그 와중에 살아남은 기업들은 전쟁이 끝난 뒤 그 위세가

더욱 커질 기회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건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도 벌써 4분의 1 가까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전 세계가 전쟁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어떤 기업들이 사라지고 또 어떤 기업들이 새롭게 떠오르게 될지도 자못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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