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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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쓴 중독에 관한 책이라는 소개에 읽고 싶어졌다.

술을 너무도 좋아하는 탓에 늘 스스로 알코올 중독 아닐까 싶어 중독 관련 책이라면 일단 읽어보는 편이다.

제목의 뜻을 풀어쓰자면 온 세상이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하는 요인들로 가득 차서 사람들이 중독에 빠질

염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적인(?) 중독 물질이라 할 수 있는 마약, 담배, 알코올, 도박 외에도 스마트폰, 게임, 저자가 자신의 사례라며

소개한 싸구려 소설들은 물론 우리가 흔히 건강을 위한다고 하는 운동에도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pg 27)

우리 뇌 속에서 중독 발생 물질 또는 행위로 인해 도파민이 분비되면 쾌락을 느끼지만, 이후에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항상성을 추구하려는) 우리 몸의 작용으로 필연적인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이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더 자주,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우리는 이 물질 또는 행위에

중독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간혹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단속을 하지 않을 뿐이지

마약이라는 것이 사회 깊숙한 곳에서는 꽤 많은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예로 든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의사가

적극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고 있어서 중독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유튜버의 아내가 미국에서 출산을 했는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것이 영상으로 올라온 적이 있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수유를 하는 사람에게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아프다고 하니 고통을 없애주는 중독성 약물을 처방해 주는 것이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중독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마약에 한정되어 볼 때는 그렇겠지만 이미 알코올 섭취량과 흡연율에 있어서는 여타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게임, SNS 등에 중독되는 사례까지 합친다면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간은 궁극적인 추구자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는 세상의 시험에 너무나 잘 대응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이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지나치게 풍족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다.

(pg 88)

이런 중독 증상이 소득과 교육수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잘 사는' 나라일수록 소득과 교육수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자리, 안전한 주거, 수준 있는 교육, 적절한 의료 서비스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중독의 위험성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 후 자신이 상담하면서 만들어 낸 중독 치료 프레임을 소개한다.

책 제목에 맞춰서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풀어 단계별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참신했다.

단어만 봐도 대충 무슨 내용일지 대충 예상이 될 정도로 체계적이고 기억하기도 쉽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pg 111)

물론 개인이 저 틀 대로 해보는 것도 중독 치료에 효과적이겠지만 사실 그렇게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으면 우리는 굳이 '중독'이라고까지는 표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중독이라는 것이 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의지로는 자력으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제대로 된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신과 치료가 될 수도, 같이 중독을 이겨낼 동료들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이라는 단체의 도움을 받아볼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지인 중 술 때문에 이혼한 뒤 A.A를 찾아 술을 완전히 끊고 새사람이 된 분이 있다.

(실제로 살도 30kg도 넘게 빠지셔서 못알아볼 정도가 되었다.)

부모, 처자식 그 누구도 막지 못했던 금주를 익명의 회원들 덕분에 해냈다는 말을 들으니 그 효과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직 안 간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긴 하지만 나도 술을 좀 그만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에도 나를 유혹하는 것들은 많다.

한 달에 한두 개씩 사는 게임들도 그렇고, 디즈니플러스나 유튜브처럼 시간 죽이는 데 최적화된 서비스들도 있다.

요즘은 사방에서 도파민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어져 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 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pg 131)

위와 같은 저자의 지적은 참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느닷없이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를 때 30분이면 문 앞에 그 음식이 나타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상 체계가 뇌를 길들이면 필연적으로 우리 뇌는 더 큰 고통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좇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다.

우리는 고통 후에 쾌락이 온다는 것을 배워도 이를 아주 쉽게 잊는다. - 중략 -

따라서 우리는 고통을 찾아내어 삶에 끌어들여야 한다.

(pg 186)

그래서 저자는 반대로 우리 몸을 고통으로 끌어들이는 습관을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고통이 바로 운동일 것이다.

운동은 너무 식상하니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예를 들면, 냉수 목욕이 있다.

한 환자가 중독 치료의 일환으로 냉수 목욕을 시작했는데, 냉수에 몸을 담그고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단다.

나중에는 냉수 목욕에 중독(?)되어 목욕 물에 얼음을 넣거나 지인들을 초대해 냉수 목욕에 입문 시키는 등 냉수

목욕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냉수 목욕이야 자신이나 남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없고 중독된다고 해서 얼어 죽을 때까지 하진 않을 테니 반은

우스갯소리처럼 한 말이겠지만 저자는 고통에도 중독될 수 있으므로 어느 한 물질이나 행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까지 심취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도 중독 물질이나 행위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심리적, 물리적 장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중독에 대한 솔직함을 유지하는 것 등 다양한 팁들이 소개된다.

나도 일단은 술을 줄이기 위해 집에 술을 쟁여놓는 짓을 좀 안 해보려고 한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진짜 오늘은 꼭 먹어야겠다 싶을 때 집 앞 조그만 마트에서 그날 먹을 만큼만 사다 먹는 귀찮음을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갖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pg 277)

위 문장은 중독에 빠지게 되는 원인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무엇 때문인지를 잘 정리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어서 피우는 담배, 오늘 업무 생각을 좀 떨쳐 버리고 싶어서 마시는 술, 늘 고만고만한 월급에서 벗어나고 싶어 시작하는 도박 등등 거의 모든 종류의 중독은 사실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중독에 빠진 삶이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며 이제부터라도 내 삶을 제대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계기가 된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주제는 흥미롭지만 책 자체가 재미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문장도 깔끔하고 번역도 좋았다.

저자가 직접 겪은 환자와 자신의 중독 사례들도 적절한 곳에 충분히 흥미롭게 배치해 둔 느낌이다.

(자극적인 사례들도 많아서 읽는 것이 지루하지가 않다.)

자신이 무언가에 약간 도를 지나칠 정도로 몰두하고 있다면, 또 그런 자신을 조금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동기부여가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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