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슈퍼의 비밀 새싹동화 12
최명서 지음, 박지윤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비인지라 시간이 나면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육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점점 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나름의 뿌듯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글이 많지 않은 책은 스스로 읽을 수도 있는 시기라서 조금 더 글자가 많은 책으로 책 수준을 좀 높여주려는 의도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쓰인 동화책을 골랐다.

6세인 아이가 보기에는 많이 두껍다 싶은 정도의 두께인데다 글씨도 꽤 많은 편이기 때문에 육성으로 읽어줘야 하는 나에게도 조금 도전의식이 필요했다.

초등학생이 대상이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 그림도 없이 글씨만 가득한 페이지도 꽤 많은 편이다.

아이가 줄글로만 된 책에도 적응을 해갈 수 있도록 준비한 책인데 다행히 스토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스토리는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진 지후라는 남자아이가 수영 강습이 끝난 후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여우 슈퍼'라는 곳에 우연히 도착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설희라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어느덧 저녁이 되자 설희의 할머니가 나타나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

지후는 집에 가려 했으나 할머니가 지후를 강제로 잡아둔다.

이상함을 느끼는 지후에게 설희의 할머니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데, 충격적이게도 그 할머니는 사람으로 둔갑한 구미호였다.

알고 보니 설희 역시 구미호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우(?!)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인간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던 설희는 지후를 데리고 할머니 여우에게서 도망치게 된다.

지후는 마치 좋아하던 스마트폰 게임을 하듯 설희와 함께 달리고 도망치며 고난을 극복해나간다.

함께 고생하면 가까워지는 속도도 더 빠른 법인지라 지후는 설희와 정이 잔뜩 들지만, 다시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없이도 친구와 노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집필 목적에 충실하게 스마트폰에만 빠져있던 지후는 친구와 함께 뛰노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문장 역시 지후가 자신이 겪은 일을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친근한 문체로 쓰여서 아이들 눈 높이를 맞추었다.

게다가 뻔한 친구 만들기 스토리가 아닌 구미호라는 한국 전통의 상상력이 더해져 아이들의 흥미를 잘 이끌어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유아용 동화보다는 그림의 비중이 적긴 하지만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도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이야기의 흐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6세인 우리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는 것은 아직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유지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장꾼의 아들 1
샘 포이어바흐 지음, 이희승 옮김 / 글루온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에서 온 판타지 소설이라니 뭔가 생소하면서도 흥미가 끌려 접하게 되었다.

책을 받아드니 5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두께라 살짝 묵직함이 느껴진다.

표지 역시 판타지물에 등장하는 고서적처럼 디자인되어 있어서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줄거리에 앞서 꽤 재미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두께가 좀 있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받은 후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아 다 읽었을 정도로 판타지 소설이 갖는 본연의 기능인 '재미'라는 측면에서 매우 탁월했다.

판타지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이 책만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작가의 문장이 참 좋다.

단순히 장르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작가의 문장력이 꽤나 좋게 느껴졌다.

번역가의 번역 역시 깔끔해서 책만 읽으면 원작이 외국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소재 자체가 아주 참신한가 하면 그런 건 아니다.

기사와 마녀, 마법, 악령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는 스토리라는 점에서는 여타의 판타지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재가 갖는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전개 자체가 엄청 흥미진진한데 여기에는 작가의 탁월한 문장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부터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주의하며 작성했으나 본의 아니게 줄거리가 노출될 수 있으니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무 정보 없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소설의 배경은 여타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의 무대와 비슷하게 왕과 기사, 영주 등의 지배계층이 존재하고 신부를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이 위세를 떨치는 시기이다.

소설의 제목에 등장하는 매장꾼은 '시신의 매장'이라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최하층민으로 등장한다.

제목 그대로 매장꾼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파린 역시 이름보다는 '매장꾼의 아들'로 불리기 일쑤였다.

파린은 최하층민의 자녀가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들(가난, 아동노동, 폭력,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등)을 겪으며 불행하게 자랐지만 아버지의 일을 도와가며 나름의 직업의식을 가지고 성실히 살아가던 청년이었다.

작가는 파린이 가난하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바지까지 빨아서 불 가에 말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꾸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에게 바지라고는 딱 한 벌뿐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도 소유했다 할 만한 것이 과연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 이름 뿐이었다.

신에겐 없지만 파린에겐 있는 것, 이름. "파린!"

(pg 13)

파린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한 노파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물건을 손에 넣게 되고, 그 물건을 노리는 자들에게 쫓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파린은 시체를 닦던 경험이 쌓여 자신에게 마치 현대의 법의학자처럼 죽은 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황상 나중에 파린이 '뼈를 보는 자'로 불리게 될 것 같은데, 지금 법의학자가 하는 일과 비슷할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생이 갖는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파린에게 삶은 무의미할 뿐이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

그의 삶은 목표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나아가는 배 같았다.

아니 인생이란 배 안에 자신이 타고 있기나 한 건지.

어쩌면 그의 옆을 이미 지나쳐 간 것은 아닐지.

해야 할 일들과 지루함 사이에서,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아침과 저녁 사이에서 그의 인생은 집 앞에 흐르는 개울처럼 덧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개울은 언젠간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pg 259)

그러던 중 파린의 시체를 보는 능력을 범상치 않게 여긴 한 기사가 파린을 자신의 조수 역할인 스콰이어로 키우고자 자신의 성으로 데려간다.

한낱 매장꾼의 아들일 뿐인 자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자신을 믿어준 기사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충돌하며 1권은 끝이 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능력을 알게 된 후로 늘 내가 기적을 일으켜 주길 바랐지.

하지만 넌 머리와 손과 발과...그러니까 온몸으로 저항하잖아.

"난 그런 걸 원치 않아. 난 나이고 싶다고."

(pg 473)

1권에서는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아로스라는 소녀도 등장한다.

아로스 역시 어릴 적 고아원에 버려져 비참한 생활을 전전하던 중 파린처럼 어떤 '물건'을 갖게 된다.

1권까지는 아직 파린과 만나지 않았지만 이후에 이 둘이 어떤 사연으로 어떻게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어서 모두 읽고 서평을 남기고 싶었지만, 권당 500페이지 정도로 호흡이 긴 편이라 까먹기 전에 읽은 감상을 써두고 싶었다.

이후 모두 읽게 되면 전반적인 감상을 다시 작성해보려 한다.

책이 두꺼운 편이긴 하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계속해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유도하는 작가의 문장력이 좋고, 사건의 전개도 꽤 빠른 편이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계속해서 파린의 시각에서만 서술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혀 별개의 일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나중에 큰 줄기에서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도 작품이 갖는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1권만 하더라도 파린과 파린을 거두어 준 기사, 그리고 파린이 습득한 물건과의 관계가 흥미를 이끌어가는(나름의 반전도 있고) 핵심 내용이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상술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통적인 판타지의 영역인 마법이나 악령 같은 것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파린의 능력이 현대의 법의학자처럼 시체를 관찰해 죽음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라는 점이 참신했다.

파린은 1권에서만 무려 두 건의 시체를 보고 죽음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맞춰낸다.

막대기에서 불이 나가는 같은 것에 비하면 굉장히 현실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앞으로 이 능력이 판타지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가 된다.

전체적으로 흡족하게 읽은 작품인지라 남은 세 권도 빨리 읽어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를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 열 번은 읽은 듯한 빠삭함!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또 하나의 삼국지를 만났다.

사실 지금까지 발간된 삼국지는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게다가 삼국지를 토대로 지어진 인문학, 경영학, 인간관계론 등등 파생된 책들도 엄청나게 많다.

때문에 살면서 한 번도 안 읽어보기가 더 어려운 작품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너무 많아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삼국지는 워낙 어릴 때 읽었던 터라 기억이 잘 나지 않기도 하고,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을 통해 계속 비슷비슷한 부분만 반복해서 보다 보니(게임에서 다뤄지는 삼국지의 내용은 늘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 진짜 내용이 어땠는지 헷갈리기도 하던 차에 만화로 만들어진 한 권짜리 삼국지가 나왔다는 소식이 반갑게 느껴졌다.

책 제목처럼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심리적, 물리적 진입장벽이 굉장히 낮게 느껴질 것이다.

책을 받아드니 400페이지 정도의 적당한 분량에 올 컬러로 재미나게 그려진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식후 졸음이 쏟아지는 와중에 책장을 넘겼는데 너무 재밌어서 잠도 싹 달아난 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일단 보면서 느꼈던 점은 역시 만화라 보기가 편한 데다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 '재미'라는 것이 삼국지 자체가 지닌 스토리의 재미도 있겠지만, 작가들이 그려낸 만화의 재미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

단순히 줄글로 표현하면 '유비, 관우, 장비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도로 표현될 내용이 아래의 그림처럼 표현되니 보면서 피식피식 웃게 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아래에 소개한 내용 외에도 옛날이야기니 당연히 서신으로 왔다 갔다 했을 법한 내용이 카톡 화면으로 표현된다든가, 도망칠 때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등 어처구니없지만 웃긴 장면들이 많아 읽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pg 32)

게다가 최신 인터넷 밈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아래와 같은 그림도 해당 밈의 원본을 안다면 보는 순간 빵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밈이 등장하므로 평소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자주 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는 밈이 얼마나 나오는지 찾아보는 것도 읽는 즐거움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생각한다.

(pg 43)

그러면서도 삼국지 원본의 내용은 매우 충실하게 잘 전달하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삼국지의 특성상 각 인물들의 관계가 헷갈리기 쉬운데 챕터 시작마다 인물 관계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직관적인 관계도로 보여주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대세에 지장이 없는 잡다한 내용들은 모두 '잡학사전'이라 하여 챕터 뒷부분에 간략히 그려둔 것도 책의 분량을 줄이면서 디테일도 챙기기 위한 의도인 것 같아 좋은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읽는 동안 굉장히 즐거웠는데 내용도 좋아서 마음에 드는 책이다.

기본적으로는 만화이기 때문에 초등학생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낄낄거리면서 보지만 다 읽고 나면 삼국지 전체 내용의 흐름이 쭉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책의 제목처럼 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후에 더 긴 버전을 도전해 볼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미 예전에 읽어봤던 독자라면 내용을 다시 한번 쉽게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접해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루할 틈 없는 경제학 - 옥스퍼드 경제학자가 빠르게 짚어주는 교양 지식
테이번 페팅거 지음, 조민호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뭔가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면서도 막상 공부하면 괴리감이 느껴지는 학문 분야가 바로 경제학인 것 같다.

대학을 다녔다면 전공자가 아니어도 교양이나 선택과목으로 경제학 관련 수업은 많이들 듣는 편일 텐데, 관련 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경제학이 아주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겨냥해(?) 최근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 경제학 이론들을 짤막하게 정리해 주는 책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주석을 제외하면 300페이지 정도로 일반적인 책 두께지만 한 주제 당 7-8페이지 정도로 짧게 서술되어 있어서 다루는 이슈들은 굉장히 많은 편이다.

대통령 교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낙수 효과의 영향,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내용들이 두루 등장한다.

책의 앞 부분(3장까지)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보다는 기존의 경제 이론들을 곁들여 현상을 설명하는 것에 주력하는 느낌이다.

이 부분에서는 '경기가 위축되면 정부가 돈을 풀어 경제에 활기를 가져올 수 있다', '의사결정에 매몰비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결정이 어려워진다' 등 일반적인 경제학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래와 같은 문구들은 다른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라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두 축으로 설명 가능한 것들이다.

노동시장의 수요 감소 폭보다 인구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 당연히 나라 밖에서 인력을 충원하게 된다.

시장에서 도태된 기업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해결책 밖에 안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30년 또는 40년 동안 이민자들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뀔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갈 것도 없이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민자 유치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젊고 건강한 이주 노동자들을 데려가려고

너도나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지 모른다.

(pg 82)

가망 없는 기업과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세수만 낭비할 뿐이다.

명백히 실패한 기업을 지원하기 보다 실직한 노동자들이

더 생산적인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pg 116)

주제가 방대하기 때문에 저자가 무작위로 주제들을 선정한 것 같이 느껴지지만 읽다 보면 저자가 생각보다 고심해서 순서를 정했다는 느낌이 든다.

앞에서는 단순한 사실 전달 위주의 주제들이 등장한다면 뒤쪽으로 가면 점점 더 정치적, 도덕적 판단들이 개입되는 주제들이 등장한다.

가령 경제 성장이 환경 보호에 우선해야 할 가치인지를 묻는 질문은 읽는 자의 국적에 따라 극명하게 답이 갈릴 수 있는 주제이다.

당장 질병과 기근으로 굶는 나라에서는 환경 보호보다는 기반 산업 개발이 우선일 수밖에 없겠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제법 해결된 나라라면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가 경제 성장률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흔히 경제학개론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 시각과는 조금 다른 경제학 이론들을 소개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앞 부분보다 월등히 재미있었는데, 그래도 앞부분을 읽지 않으면 뒷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다소 어렵긴 하다.

아래와 같은 구절에서는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라고 가정했던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우리가 돕는 이뉴는 그것이 사회에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이 개념에 보편타당성을 부여하면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는 경제학자들이 비경제학자들보다 더 이기적인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pg 161)

또 아래와 같은 구절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더 익숙할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소개하고 있다.

자유무역이 전 세계 시장경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다음에 인용한 암표 관련 문구에서도 수요와 공급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오늘날의 유치 산업 보호론은 주로 1차 산업에 기반을 둔,

최근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낮은 경제 성장률에 머문 가난한 나라들과 관련이 있다.

이들이 단기적 비교 우위보다 경제 다각화와 새로운 제조업 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18세기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 국가도 그런 산업을 육성하려면 관세 보호가 필요하다. 자유무역만 강요한다면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pg 224)

음악, 스포츠, 연극, 영화, 뮤지컬, 미술 등

모든 문화 산업에는 이윤 추구 이상의 존재 의미가 있다.

암표는 모든 대중에게 공평하게 제공될 문화 경험을 경쟁하게 만들어

문화 산업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킨다.

(pg 283)

사회의 발전 정도를 GDP의 증감으로만 가늠하는 현 경제 체제에 대해서도 저자 나름의 소견을 밝히기도 한다.

물론 워낙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된 지표여서 당장 대체하기 어려울뿐더러 단일 학자의 연구를 통해 제시될 수준도 아니겠지만 이제는 새로운 경제 지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나 싶다.

삶의 질은 돈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게다가 인간은 자연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경제학은 생산과 소비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제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반영한 새로운 경제 지표를 마련할 때다.

(pg 233)

물론 경제학을 잘 안다고 해서 우리가 케인즈처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저자조차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의사는 우리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심혈관질환 위험을 경고할 수 있지만,

잘못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예기치 않게 건강할 수 있다.

경제학자도 마찬가지로 그 역할이 일기 예보보다 의료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정 경제 행태를 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어느 시점에 경기 침체가 일어날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pg 144)

하지만 정부나 중앙은행의 경제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단순히 뉴스 기사를 통해서만 판단하기엔 우리나라의 언론이 너무나 무능하기 때문에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면 갖출수록 보다 명확한 상황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경제학을 아주 멀게 느끼지는 않아서 그런지 막히는 부분 없이 평이하게 읽히는 책이었다.

각 주제별로 서술에 필요한 경제학 이론들을 간단히 소개하며 그래프를 통한 설명도 자주 등장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비경제학 전공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교양서라는 느낌을 주었다.

주제가 워낙 다양해서 본인이 관심 가는 주제만 발췌해 읽는 것도 가능하겠으나, 앞에서 설명한 개념을 뒤에도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처음부터 쭉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학창 시절에 경제학 관련 수업을 한두 개 정도 들은 사람이라면 잊어버렸던 기억을 새롭게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념 잡는 엄마표 수학 놀이 - 초등교사 엄마와 놀면서 깨우치는 수학 놀이 139
장예원 지음 / 소울하우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살 된 딸아이가 이젠 제법 한글을 잘 읽는 편이다.

부모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글을 읽을만하니 덧셈 뺄셈 등 기초적인 수학을 가르치고 싶어진다.

숫자부터 읽고 써보는 아주 기초적인 책들은 벌써 몇 권 해봤는데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접하게 된 책이다.

아이는 지금도 100 미만의 숫자는 잘 읽는다.

아이에게 숫자를 가르치다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숫자를 '읽는' 것과 숫자를 '이해'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31보다 1이 크면 32가 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에게 31보다 1 큰 숫자가 32라는 걸 가르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신기하게 31과 32를 '읽을' 수는 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숫자라는 기호를 인식하는 것과 그것이 의미하는 개념을 깨닫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면서 답답함을 느끼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아이는 괜히 주눅 들고 그래서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이 책을 발견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아이에게 놀이를 통해 단순한 기호로서의 숫자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수학적 개념을 조금씩 일깨워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숫자와 연산, 공간, 도형 등 다양한 주제로 가볍게 수학 개념을 소개하는 놀이 방법들이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핵심은 '놀이'인 만큼 대단한 수학적 개념을 전수한다는 느낌 보다는 놀면서 수학적인 사고를 같이 경험할 수 있는 방법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교사여서 그런지 저자의 손재주가 제법 좋은 모양이다.

직접 만든 수학 놀잇감들이 보기에도 예뻐서 내가 만들어도 저런 비주얼이 나와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이 책의 목적은 수학적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므로 조금 못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훨씬 중요할 것이다.

간단한 그리기나 오리기 정도가 가능한 아이라면 아이와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장난감으로 놀면서 공부한다면 아무래도 개념도 더 잘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pg 38-39)

사진 비중이 크고 글씨가 많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이 될 건 없지만, 아무래도 놀잇감들을 직접 만들거나 준비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읽고 실천하기까지는 부모의 의지가 좀 필요하다.

요리 책을 보면 당장이라도 따라 할 것만 같지만 직접 요리하는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듯이 이 책 역시 보고 '나중에 해봐야지' 하고 넘어가면 읽으나 마나 한 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에 소개한 페이지처럼 집에 굴러 다니는 블록이나 빨대, 종이컵 등 집에 구비해 놓고 있을 법한 소품들을 활용한 놀이들도 제법 되는 편이라 이런 놀이들부터 먼저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책 뒤편에는 잘라서 바로 활용 가능한 카드들도 마련되어 있으므로 당장 놀잇감들을 만들어 줄 여유가 안된다면 이 카드라도 잘라서 같이 놀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제목은 '엄마표'지만 굳이 엄마 아빠를 가릴 이유는 전혀 없는 놀이들이기 때문에 부부가 같이 보면서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