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에게 묻다
노암 촘스키.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최유경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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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난달에 읽었던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라는 책에 이어 또 다른 대담집이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지난 책과 마찬가지로 노엄 촘스키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엮은 것이며 이전 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위기를 주로 다뤘다면, 이 책에서는 기후 위기라는 큰 틀은 유지하고 심화되는 정치적, 경제적 양극화를 추가했다고 보면 되겠다.

사실 기후 위기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하나의 국가가 나서서 해결할 수도 없기에 전 지구적인 변화가 필요한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정치권이 이 문제의 해결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정치권이 그런 모습으로 바뀌게 된 원인으로 민주주의의 약화를 들 수 있는데, 그의 표현을 빌면 '합리적 담론의 붕괴'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관찰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100초 전으로 앞당긴 세 가지 주요 요인인 핵 위협,

기후 위기, 합리적 담론'의 붕괴가 지난 한 해 동안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결론입니다.

(pg 111)

기후 위기는 정치적 어젠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대 정당에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자는 목소리를 높이면 상대를 방해하기 위해 '기후 위기란 그저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는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주장들을 언론과 기업계가 적극적으로 인용하면서 일반 유권자들의 시각도 극단적인 두 방향으로 갈라지게 된다.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 정책이 초래한 주요 결과 중 하나는 사회 질서의 붕괴입니다.

그 붕괴는 극단주의, 폭력, 증오, 희생양 만들기 같은 현상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며, 이 틈을 타 권위주의적 인물들이 '구세주'의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이 조성됩니다.

우리는 지금, 신파시즘의 한 형태로 나아가는 길 위에 있습니다.

(pg 120)

또한 미국 내 화석연료 기반의 기업들은 아직도 그 영향력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기에 이들이 지속적으로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마련인데, 이는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기업들은 아직 효과성이나 경제성이 검증된 바 없는 탄소 포집 기술 등에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경향이 곧 '우리가 파괴하면 누군가는 해결해 줄 것이다'라는 어처구니없는 희망 위에 기반한 것임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게다가 공교육의 붕괴와 실질 임금의 감소, 빈부격차의 심화 등으로 중산층이라 불리는 계층이 아예 사라져버렸다는 점 역시 이러한 현상과 궤를 같이 한다.

7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주도적으로 채택한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유권자들은 쉽게 파시즘적 리더에게 이끌리게 되며 그 결과 더욱 불평등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실제의 정책 모델은 경제의 지배 세력이 국가를 장악하여,

거의 아무런 제약 없이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것은 '제약 없는 계급 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pg 120)

경제적인 불평등은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악영향을 미친다.

고소득 국가일수록, 그리고 고소득자일수록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큰데,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 국가의 저소득층부터 발생한다는 점 역시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정치 체계로서의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해결책 역시 정치 체계로서의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가진 여러 학자들의 의견들을 인용하며 미국 유권자들에게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2025년 현재 언론을 통해 파악한 미국과 국제 정세는 그리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민주주의를 향한 한층 진지한 한 걸음은 좁은 의미의 정치 영역을 넘어서려는

시도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그런 변화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미국은 여전히 매우 자유로운 사회이며,

의미 있는 변화가 실현 가능한 범위 안에 놓여 있습니다.

문제는 그 가능성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분명하게 자리 잡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지금 말 그대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pg 153)

대담을 가진 시점이 트럼프의 재집권 이전이라 저자가 아직 진정한 절망(?)을 목격하지 않은 시기였다는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저자 역시 책 후반부에서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중심적 외교를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누가 되었든지 간에 인류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움직일 시간이 점점 더 늦춰지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과연 파괴를 가능케 하는 기술적 능력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도덕적 능력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요?"

이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어떤 질문에도 관심을 가질 수 없을 테니까요.

(pg 195)

사실 너무도 명백한 문제에 너무도 명백한 해결책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류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책의 딜레마가 이런 책을 통해 생각을 변화시켜야 할 사람들은 결코 읽지 않고, 원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읽는다는 것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절망적인 미래 외에는 딱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 인류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정제된 언어로, 많은 사례들과 함께 설명하고 있으므로 현재 인류의 위치와 방향성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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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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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름은 알았어도 저작은 읽어보지 못했다가 최근에서야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하 '고양이')를 읽고 푹 빠졌었는데, 저자의 다른 작품이 새로운 판본으로 출시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발표된 연도는 '고양이' 이후 바로 다음 해인 1906년으로 약 12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다.

작품의 화자는 집에 하인이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유복한 가정의 차남이었다.

그래서 제목인 '도련님'도 집안의 하인이었던 노부인이 화자를 어릴 적부터 부르던 호칭이다.

사고뭉치였던 탓에 혼나기 일쑤였고 아버지가 형을 편애해 가정에서는 안정을 찾지 못했던 그에게 도련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늘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기요'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그는 기요를 친할머니 혹은 제2의 어머니처럼 여기며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애정의 상징이었던 그 호칭이 성장 후에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학업을 마치고 고향인 도쿄를 떠나 한 시골마을의 수학교사로 가게 된 그는 사람들이 그 호칭을 '도시에서 와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놈'과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지만 정서적인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했던 탓에 그에게는 아직 어린아이와 같은 인정의 욕구가 남아 있다.

반면에 자존심 강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는 피해를 보더라도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당찬 면모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상반되는 특질을 동시에 지니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 속 화자는 조금 더 특이하다.

나쁘게 말하면 부잣집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 사회성이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좋게 보자면 사회가 정한 관행이 자신의 신념이나 원칙에 반할 때 두려움 없이 나서는 강단 있는 사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하간 처음 부임한 교사면서도 교장이 이런저런 조언을 하니 대뜸 이런 말을 던질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아무래도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 임명장은 돌려드리겠습니다."

(pg 27)

그 밖에도 여러 당돌한 행동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저 대사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평생을 내 몸뚱어리 이외에는 기댈 구석 없이 살아와서 그런지 직장인 생활 15년이 넘은 지금, 아무리 과거를 돌이켜보아도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던 순간이 내 삶에 단 한순간이라도 있었을까 싶다.

여하간 그가 도착한 중학교는 교사도 몇 명 되지 않는 작은 곳임에도 고여있는 인간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모순들을 그대로 품고 있다.

착한 척, 친절한 척 가면을 쓴 늑대가 사실 가장 위험한 녀석이었고, 정직하거나 물러터진 사람들은 이리저리 이용당하다 가치가 없어지면 단칼에 베어지고 만다.

선생이란 모름지기 고결한 취미를 가져야 한다던 자가 수시로 게이샤 업소를 들락거리며 이미 임자가 있던 동네 미녀도 꼬셔내고 자신의 연적은 아예 깡촌으로 보내버리는 등 어지간한 빌런도 한 작품에서 다 하기 힘든 업적들을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연이어 성공해 낸다.

피해자들은 눈물을 삼키며 고향을 떠나거나 교활한 술수에 휘말려 스스로 사표를 내고 만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그가 느끼는 환멸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람들은 가끔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보면,

도련님이니 애송이니 하며 트집 잡고 깔본다.

그럴 거면 애당초 초등학교나 중학교 윤리 시간에 거짓말하지 마라, 정직하게 살아라,

하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학교에서 대놓고 거짓말하는 법이나 남을 믿지 않는 요령,

사람을 속이는 방법 같은 걸 가르치는 쪽이 세상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나을 것이다.

빨간 셔츠가 호호호호 웃은 건 내 단순함을 비웃은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pg 74)

전반적으로 '고양이'와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이었다.

꼴에 먹물 좀 들었다고 하는 자들이 보여주는 위선과 담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받는 현실은 작품이 발표된 지 1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후반부에 약간의 카타르시스가 있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웃는 자는 술수에 능한 자다.

묵묵히 일하던 패자의 결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선을 가르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선한 사람은 바보가 되는 인간 사회의 모순을 이 작품에서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분량에 압도되어 대표작인 '고양이'에 손이 가지 않았다면 이 작품으로 저자의 작품에 입문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얇은 분량에 재미도 있고 저자의 문제의식도 비슷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고양이'가 훨씬 재미있었다.)

대표작 이외에도 이미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디자인이나 폰트 측면에서 새로운 판본이 읽기에 더 좋기 때문에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족족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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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
오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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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SF 작품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너무 가볍거나 허황된 이야기를 즐기지는 않는 편이어서 책 제목만 처음 봤을 때는 읽을까 말까 꽤나 망설였다.

하지만 책 소개를 보니 경쾌한 이야기 속에 현실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담아냈을 것 같아서 읽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품의 배경은 마블의 엑스맨처럼 기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 후 자연스럽게 사회의 한 축으로 정착된 세상을 그리고 있다.

경제 활동을 비롯한 모든 활동에 특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활약하고, 그중 특출난 사람들은 마치 아이돌 그룹처럼 매니지먼트 회사가 달라붙어 관리하는 스타로 자리 잡는다.

물론 개중에는 영화처럼 물이나 불을 통제하는 유용한 능력도 있지만, 생각만으로 단체(스팸) 메일을 보낸다거나 손에서 형광펜이 나오는 것처럼 일상에서 딱히 쓸 일이 있을까 싶은 능력도 등장한다.

작품의 주인공인 조영은 이런 사회에서 별 능력이 없는 일반인으로(작품 속 표현으로는 '이능력미소지자') 신인 능력자들을 발굴해 히어로로 키우는 회사의 직원이다.

과거에 한 히어로를 키우다가 대실패로 끝난 이후 속죄하는 마음으로 회사에서 떨어지는 일들을 밀린 빨래를 하듯 쳐내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평소 그녀를 높게 샀던 직장 상사가 딱 한 달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히어로만 데뷔시켜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작품의 초반 스토리이며 이후로 도의상 일을 떠맡았던 그녀가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고 보면 되겠다.

일단 세계관이 상당히 재미있다.

농사마저 능력자들을 통해 5분 만에 작물을 키워내는 세상에 아직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것부터가 재미있고, 그런 능력자들이 있어봐야 이곳이 '헬조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지라 저임금과 노동착취에 시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도 재미있다.

덩치만 큰 중소기업이 돈이 많은 이유는 사람 굴리는 데 쓰는 돈을 최대한 아껴서,

한 명의 직원이 피 말라 죽을 때까지 업무를 가중시켜 잔고를 채우기 때문이니까.

그것이 중소기업의 정수니까.

(pg 148)

저자는 다소 허황된 배경을 유머로 포장해 읽는 이의 정신적 무장을 똑똑하게 해제시킨다.

그런 다음 이토록 현실과 동떨어진 세상에서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아름답게 여기고, 또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뻔하지 않게 잘 그려내고 있다.

마지막에 사건이 모두 해결되는 장면에서도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스펙터클함보다는 아기자기하지만 필사적인 장면들을 모아 감동과 함께 풀어냄으로써 이 말도 안 되는 세계의 일들이 꽤나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마음 한편에 재미를 추구하는 철부지 같은 생각을 품고 살아올 수 있었던 건,

회사와 히어로와 여론이 늘 손을 들어주지 않아도

조영 자기 자신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된다는 확신, 사람들이 내 결과물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

(pg 150)

어린 작가라 그런지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티키타카가 트렌디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느껴졌고, 줄거리도 전형적인 왕도물 같지만 그 안에 공감 가는 드라마를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첫 장편이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에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지 기대되는 작가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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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우주 고양이
이준희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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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접하는 국내 작가의 SF 단편집이다.

총 여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각각이 모두 조금씩 비슷한 듯 다른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각 작품마다 주제도, 등장인물의 성향도, 분위기도 조금씩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 권의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기억'이라는 단어를 택해본다.

첫 작품인 '루디'와 후반부에 등장하는 '마인드 리셋'은 마치 한 세계에서 벌어지는 듯한 이야기들이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의 기억을 직접적으로 편집할 수 있는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루디'의 경우 PTSD를 앓는 소방관들을 위해 인위적으로 기억에 AI를 개입시켜 기억을 변화시킴으로써 부정적인 경험을 없애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인드 리셋' 역시 부정적인 것이 명백한 기억을 제거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사실상 동일한 시대의 다른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두 작품 모두에서 저자는 인간의 기억이란 단순히 뇌에 저장된 데이터 이상의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살다 보면 많은 것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져 이미 잊은지 오래된 것 같지만, 불현듯 마주친 누군가의 이미지나 지나가는 사람의 향수 냄새, 특정한 음식의 맛과 같은 여러 자극들로 인해 어떤 기억이 훅 떠올랐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억이란 우리 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오감으로 대표되는 신체와 분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이 작품들의 핵심이었다.

"내가 어떻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알아?

내 몸이 기억하는 것들, 의식을 잃고 쓰러져가다가도

내가 내민 팔을 보고 강렬히 움켜쥐는 손, 현

장에서 부축해 빠져나오는 동안 뛰는 요구조자의 심장 소리와 숨소리...

그런 것들로 비로소 실감하거든. 아, 또 구했구나, 나도 살아남았구나.

앞으로도 계속 구해내고 싶다고 말이야."

그는 면체와 헬멧을 쓰더니, 관창을 집어 든다.

"실패한 경험이라도 나는 철저하게 더 기억할 거야."

(pg 45, '루디' 中)

표제작인 '평행우주 고양이'와 '대수롭지 않은', '여자의 계단' 등의 작품에서는 각각의 인물들이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어떻게 기억되는가 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으로 다뤄진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 타인과 관계를 맺고, 필요에 의해 그 관계가 단절되기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타인의 존재가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타인에게 그러한 존재여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존재란 타인의 인지가 없으면 증명할 수 없고,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이용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간다.

이러한 관계 이야기 위에 멀티버스와 같은 SF 설정을 살짝 얹어놓은 작품들이라 보면 되겠다.

사실 '심해의 파수꾼들' 역시 위와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다만 그 대상이 인간을 포함한 자연, 특히 바다와 그 속의 생물들에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다른 작품들과 차별되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작품인 '루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본 책에 담긴 '마인드 리셋'은 물론이고, 후속으로도 얼마든지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을 여지가 충분한 설정이어서 이후에도 인간의 기억을 편집하는 세상에서 벌어질 이야기들을 더 들려주었으면 하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었다.

전반적으로 짧으면서도 간결한, 그러면서도 각각의 작품들마다 고유한 재미가 인상적이었다.

더위에 지친 여름, 시원해 보이는 파란 표지를 보며 재미난 SF 작품 속으로 빠져보고 싶다면 읽어봄직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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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튤립과 친구들 - 눈을 크게 뜨고 숨은그림찾기 TULiPE
소피 게리브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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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 볼 만한 책을 찾던 중 귀여운 그림이 마음에 들어 같이 보게 된 책이다.

제목에 충실하게 튤립과 친구들을 찾아보는, 어릴 적 좋아했던 '월리를 찾아라'와 비슷한 종류의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각 장면들마다 아래의 세 친구들이 숨어있어서 이를 찾으면 된다.

책의 후미에는 바이올렛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찾아보라고 하니 한 번에 찾고 싶은 친구들은 각 장면마다 총 다섯 개의 그림을 찾으면 되겠다.

(pg 1)

책에 동봉된 팸플릿을 보니 이 책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 작품들을 접했던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숨은 그림 찾기라는 활동은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자연의 천연 보호색 속에 숨은 생명체들을 찾아야 했던 우리 조상들의 인간적 본능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난이도 측면에서는 이미 튤립 시리즈를 읽은 아이들이라면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변형되어 그려질지 예상할 수 있어서 조금 쉬울 것 같은데, 우리처럼 이 책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초반 세 장면 정도까지는 찾은 뒤에도 '얘가 얘가 맞겠지?' 싶을 정도로 확신이 잘 서지 않았는데, 찾다 보니 대충 어떻게 생겼을지 예상이 돼서 이후에는 잘 찾을 수 있었다.

캐릭터의 색깔과 비슷한 숲이나 눈, 바다와 같은 배경이 많고 깨알같이 그림이 작기 때문에 의외로 찾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에는 볼륨감이 다소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세 장면을 다 찾는 데 1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꽤 오래 집중해야 찾을 수 있었다.

참고로 책에는 정답이 수록되어 있지 않은데, 아래 출판사의 블로그에 가면 정답을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randomhouse1/223908791021

이미 시리즈에 익숙한 어린이들이라면 다른 작품에 나왔던 캐릭터들도 많이 숨어있다고 하니, 다섯 캐릭터를 모두 찾은 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각자 자기가 그림 하나씩을 고르고 그 그림을 설명한 뒤 상대방이 찾도록 하는 게임을 해 보는 것도 좋은 활용법이 될 것이다.

방학에 시간이 남는 아이들은 쉽게 영상 매체에 노출된다.

아무 생각 없이 수용되는 영상물이 우려되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이런 책들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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