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 - 분열의 정치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는 시간 서가명강 시리즈 41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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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양질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제목만 읽어도 지난해에 있었던 갑분 계엄을 다루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서울대 정치학 교수가 보는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일지 통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는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세계 최강국이자 민주주의의 선봉장이었던 나라에서는 정권 교체에 대한 반발로 폭력 사태를 촉발했던 자가 두 번째 대통령에 당선되는가 하면, 우리와 비슷하게 민주화의 길을 걸었던 헝가리나 폴란드는 다시 독재 국가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그 밖에도 브렉시트 사태와 몇몇 유럽 국가들에서 극우 정당이 상당한 득표를 얻는 등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현재의 민주주의에 새로운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만 있었던 민주화의 독특한 경향, 즉 권위주의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공존하며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가능했던 87년도 이후의 정치 체계를 정리한다.

구체적으로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시대를 말한다.

저자는 이 당시만 하더라도 갈등이 존재했지만 적어도 상대를 용인하고 설득하려는 움직임은 충분히 보였다고 평가한다.

타협은 서로를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민주화 이후 정치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호 인정과 공존의 정신이 지속되어야 한다.

만약 어느 한 쪽이 상대를 부정하거나 배제하려 한다면,

타협의 기반은 흔들리고 다시 극한의 대립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정신은 타협과 합의라고 할 수 있다.

(pg 66)

저자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라는 지지층이 극명하게 달랐던 세 대통령이 보여준 설득과 타협의 리더십을 꽤나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며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들 역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이 보여준 설득과 타협은 곧 양쪽 끝에서 보기에는 야합이나 굴복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만들었던 문화가 민주주의의 발달 과정에서 매우 필요한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대통령 재임 시기에 있었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 중략 -

살짝 언 얼음관처럼 쉽게 깨질 수 있었던 민주화 초기의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들은 타협하고 양보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도출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이뤄냈다. - 중략 -

최근 한국 정치가 다시 불안정해지고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시기의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적 관행이 무너지고,

'관용과 통합'의 정치 리더십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pg 117)

사실 이러한 문화가 사라지게 된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특히 SNS 보급이 가져온 필터 버블 효과를 간과할 수 없다.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 인간은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기 위해 더 극단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알고리즘은 이에 반응해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노출함으로써 인간을 필터 안에 가둔다.

이제 국내 정치판은 스펙트럼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저 동전의 양면처럼 앞과 뒤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우리 편이 아니라면 적일뿐인 세상이 되었다.

후반부터는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와 '양보, 타협의 정신'이 사라진 이유를 보복의 정치의 탄생에서 찾고 있다.

전반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있었지만, 보복 정치의 탄생을 문재인 정부부터라고 보고 있는 지점만큼은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명박의 노무현 탄압은 의혹이고 문재인의 이명박근혜 탄압은 보복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명백한 국정 농단 범죄자의 후속 정부로 출발했다는 특이사항이 있다.

이미 국민들의 분노를 등에 업고 출발한 정부가 지난 정부의 과오를 청소하지 않고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저자의 주장은 친일 청산을 하지 못했(않았)던 대한민국 초기 정부의 정치적 실수를 되풀이하라는 말과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현재 이재명 정부 역시 같은 출발선 위에 있다.

아직 범죄자에 대한 법의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를 지지했던 자들도 국회에 잔존한다.

과연 이 상태에서 그 어떤 리더십이 양보와 타협을 주장할 수 있을까?

저자 역시 현재 정치 체계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상생의 길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조국 등의 사면을 통해 편을 더욱 명확히 가르고자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런 이상의 실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작금의 정치적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저자는 대통령 권한의 수직적, 수평적 분배와 다당제로의 개편이 중요하다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선거구 개편도 뒤따라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유권자들 역시 '우리 편 아니면 나쁜 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24년 12월에 발생한 정치적 위기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이 울린 것이다.

사태가 일단락 되었다고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꼼꼼한 진단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경각심을 갖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이번의 정치적 위기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pg 242)

본래 정치를 다루는 책들은 저자의 정치적 색깔이 명확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당연하지만 이 편이 책 판매에는 도움이 되나, 필터 버블 때문에 읽지 않아도 될 사람들만 열심히 읽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정치색을 숨기려고 노력한 흔적이 꽤 보인다.

물론 학자로서 중립을 지키고자 노력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문제는 저자가 지적했듯이 이미 대한민국이 상당한 수준으로 양극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가 오히려 양쪽에서 욕을 먹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쪽에서 보면 '노태우 칭찬하고 문재인 욕하네? 색깔 나왔네'라며 빈정댈 것이고 저쪽에서 보면 '아직도 5.18 타령에 또 김대중 찬양이야? 태생이 전라도인가'라고 비아냥댈 게 눈에 선하다.

(물론 난 '이쪽'이기에 전자의 시각으로 읽었음을 고백한다.)

위의 사유로 저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 가지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바로 우리의 정치 문화에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명제 그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웠다.

세상이 그 이상으로 향하는 길을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 개인의 생각이라도 보다 유연하게 변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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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쟁 2 -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
박순찬 지음 / 아라크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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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난 1권에 이어 관재 이도영 선생의 삶을 다룬 작품의 2권이다.

2권으로 완결되는 만큼 이번 편에서는 그의 주요 업적과 당시 시대상을 잘 요약해 담아내고 있다.

1905년 결국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대한제국은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그 이전부터 만민공동회 활동 등 민중들이 깨어남으로써 부패한 상부 권력층이 팔아넘기려 했던 나라를 지켜내고자 했던 활동들이 쭉 소개된다.

관재 이도영 선생은 이러한 뜻을 계승하고자 했던 국민교육회의 일원으로 지식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이해를 돕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최근에도 증명한 바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 속에는 직접 뽑은 대통령도 우리의 뜻에 반할 경우 끌어내리고야 마는 저항정신이 숨어 있다.

이 당시 우리 조상들도 더 강했으면 강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중들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친일 세력들의 농간에 의해 나라가 넘어간 상황이니 분노의 감정이 온 나라에 흘러 넘치고 있던 시기였다.

따라서 이러한 저항정신을 구체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정제할 수 있도록 교육과 계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던 것이다.

관재 이도영 선생의 작품은 신문에 삽화라는 명칭으로 개제되는데, 지금 우리가 신문에서 보는 만평과 거의 비슷한 형식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그의 펜이 향한 곳은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 등의 매국노들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관념 중심의 기존 서화 형식을 벗어나 구체적인 현실과 인물들을 담아내고 그 안에 통렬한 비판의 목소리를 더함으로써 두 눈 멀쩡히 뜬 채 나라를 빼앗겼던 당시 민중들에게 큰 위로를 주게 된다.

작품의 스토리상으로는 신격화된 일본 황제의 본래 모습을 담은 그림이 하나 존재하고, 한일 양국의 자객들이 이 그림의 향방을 추격하면서 긴장감을 더해주는데, 이 부분은 작가가 창의성을 발휘해 추가한 부분으로 보인다.

형식적인 부분으로는 여러 미술 작품들이 같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림을 보는 맛이 좋았다.

특히 관재 이도영 선생의 작품은 2권 후반부에 주로 수록되어 있고, 초반에는 우리나라 그림의 변천사를 잘 알 수 있도록 기존 사대부의 서화에서부터 여러 문화의 영향을 받아 변해가는 민속화, 초상화 등이 수록되어 있다.

총 두 권의 분량이지만 만화인지라 읽는 시간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의병 활동과 같은 무장저항 외에도 많은 저항 방식들이 있었고 그런 활동들에 투신했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어떠했는지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이 더 많이 있을 텐데 그들의 이야기도 발굴이 되어 다양한 작품들로 사람들을 찾아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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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쟁 1 -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 이도영
박순찬 지음 / 아라크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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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만화를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룬 작품이라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잘 몰랐는데 예전에 '장도리'라는 신문 만화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그림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만화가의 삶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되었다.

제목인 '환쟁'은 과거에 그림 그리던 사람을 낮잡아 부르던 말이다.

성리학의 영향으로 중국풍의 그림 양식만을 '고급'이라 여기던 시절, 눈에 보이는 현실을 표현하는 그림은 천대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는 관재 이도영 선생이다.

사대부 출신이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해 스스로 환쟁이가 되고자 했던 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 보면 되겠다.

총 두 권인데 이번에 읽은 1권에서는 이도영 선생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있다.

시대적으로는 1903년부터 1905년 사이로 일제가 조선을 향한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던 시기였다.

작품은 동학농민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했던 한 인물이 의문의 자객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객의 정체가 중반쯤에 밝혀지는데, 이 인물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저자가 창조한 인물로 보인다.

여하간 이도영 선생은 우연히 이 자객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그림을 남기게 되는데, 일본군이 이 그림을 이용해 자객을 잡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를 위해 활동하던 암살자를 일본군에 넘긴 앞잡이가 되고 만다.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고자 그 자객을 돕기로 결심하는 부분까지가 1권의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이 당시 조선에서는 재산을 축적한 중인들이 사대부의 취미를 따라 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사군자가 들어간 서화가 인기를 끌게 된다.

하지만 이도영 선생은 한국에서는 겨울에 피지도 않는 매화를 눈과 함께 그려 놓은 것을 보며 찬양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그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만을 쫓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민중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는 서양의 그림을 보며 이도영 선생은 자신도 성리학의 사군자나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민중의 삶을 담아내는 환쟁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살아 있는 현실의 모습을 그리는 자들이 환쟁이야.

나는 사대부를 버리고 환쟁이가 되겠네.

(pg 74-75)

처음 알게 되어 생소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만화로 보니 친숙한 느낌이 들어 작품에 금방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1권에서는 이도영 선생의 성격과 시대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느낌이었고 아직 구체적인 업적이나 활동이 본격적으로 소개되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2권에서 선생의 활약이 이어질 것 같으니 얼른 2권으로 넘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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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세트 박스 - 전4권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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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죽음이 극복된 세상에서 죽음을 다루는 사람들을 그려내 상당한 재미를 안겨줬던 '수확자' 시리즈의 저자가 이번에도 죽음을 주제로 한 SF 작품을 발표했다.

이번 작품의 시리즈명은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로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권마다 접두사 'un'으로 시작하는 제목이 달려있고, 모든 제목이 작품의 세계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세계관이 비범하다.

멀지 않은 미래, 미국에서 낙태의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내전이 일어난다.

전쟁으로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공교육이 무너지자 길 잃은 10대들이 강력 범죄로 빠지거나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과격한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다.

이러한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가지 안이 만들어진다.

문제 청소년들이 10대 후반이 되면 부모의 동의를 얻어 그들을 분해한 뒤(말 그대로다.) 각 장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 제도의 이름이 바로 시리즈의 제목이자 1권의 제목인 '언와인드'다.

언와인드는 법에 따라 고통 없이 이루어지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신체적 고통보다 나쁜 것도 있다.

그는 두려움에, 외과 의사들이 다가오고 팔다리가 얼얼하다 마비되고

의료용 보존 아이스박스가 시야에서 들려 나갈 때,

그 아이들이 하나하나 느꼈던 순수한 무력감에 비명을 지르곤 한다.

감각은 하나하나 차단되고 기억은 하나하나 증발한다.

그렇게 각각의 언와인드가 망각 속으로 사라지면서, 언제나 그 끝은 소리 없는,

저항조차 무기력한 비명이다.

(3권, pg 147)

필요한 장기만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99% 이상이 이식되기에 흩어질 뿐, 죽는 것이 아니라는 궤변으로 무장한 그 안은 무법천지의 10대를 두려워하던 낙태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를 그럭저럭 만족시킬 수 있었고 전쟁은 종식된다.

이 제도가 정착되자 문제아들은 물론이고, 버려진 아이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 등 태생적으로 언와인드 되기 쉬운 아이들이 생겨나고, 종교적 이유로 아이를 십일조로 보내고자 하는 부모도 생겨나는 등 기상천외한 세상이 펼쳐진다.

완벽한 세상이라면 모든 어머니가 모두 아기를 원할 테고,

낯선 사람들은 사랑받지 못한 아기를 위해 자기 집 문을 열어 줄 것이다.

완벽한 세상이라면 모든 것이 검거나 희고, 옳거나 그를 것이다.

모두가 그 차이를 알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완벽한 세상이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완벽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1권, pg 118)

작품은 부모가 언와인드에 동의한 문제아 '코너', 보육원에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 '리사', 부모의 세뇌로 자신의 사명이 십일조로 언와인드 되는 것이라고 믿었던 '레브'라는 세 청소년의 이야기다.

해체되기 위해 이동하던 그들이 우연한 기회에 만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미친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1권에서 셋은 언와인드 시설 중 하나를 박살 내며 언와인드의 세상에 경종을 울리게 된다.

1권을 덮으면서 이 시점에서 이야기가 끝나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그와 비슷한 두께의 책이 세 권 더 있어서 살짝 의아한 마음으로 다음 책들로 넘어갔다.

시리즈를 다 읽고서 검색해 보니 1권이 이미 오래전에 발매된 적이 있었고(국내에는 '분해되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더 추가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소개하면 나머지 세 권이 거대한 사족처럼 느껴지지는 않을까 우려되겠지만, 4권에서 카타르시스가 폭발하는 멋진 결말을 보여주고 그때까지의 여정도 꽤 재미있기 때문에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작품 속 세상이 어떻게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를 나머지 세 권에서 상세히 밝혀주기 때문에 1권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 세계 사람들은 정신머리가 어떻길래 이런 제도를 찬성했을까'라는 질문이 들었다면 이후의 부분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역시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비인간성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해당 세계 안에서 어떤 프로파간다가 펼쳐지는지를 찬반 양쪽에서 추진하는 광고 형태로 묘사함으로써 세계관에 현실성과 개연성을 부여한다.

일이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거나 아무 이유가 없다.

인간의 인생은 영광스러운 태피스트리의 실오라기이거나,

그저 절망적으로 뒤엉킨 매듭에 불과하다.

(2권, pg 558)

그들이 맞서고자 하는 것이 거대한 이권이 걸린 사회 제도 그 자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그 사회를 떠받치는 모두가 정신이 나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로 인해 생긴 어려움을 사람들을 통해 해결해 가면서 각각이 모두 독특한 방식으로 성장해 나간다.

나만큼 오래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건...

사람들이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다는 거야.

우리는 평생 어둠과 빛을 드나든다.

(1권, pg 168)

사실 법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금도 장기를 이식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10대 청소년들의 강력 범죄가 자극적으로 보도되면서 이런 아이들은 미리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여론도 이미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 두 가지 사실이 결합되면 이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지옥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의 발달에는 사회적인 규제가 반드시 따라붙어야 한다.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잠깐만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두면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는 다시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멀리 가게 될 것이고, 이 작품 속 사람들처럼 '우리가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쯤에는 너무도 늦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작 말 한마디 때문에 그런 짓을 했다고? 말로는 다치지 않아."

그건 이 세상 아이들을 상대로 어른들이 영원히 되풀이하는, 가장 범죄적인 거짓말이다.

말은, 어떤 신체적 고통보다 아프다.

(2권, pg 24)

꽤 두꺼운 네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지만 저자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 덕분에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너무도 많은 어려움들을 너무도 운 좋게 풀어가는 과정이 후반부가 되면 살짝 지겨워지기도 하는데, 작품의 전반적인 인상을 부정적으로 바꿔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작품 역시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스토리가 꽤 길어서 여러 편으로 나오거나 미드로 나오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어찌 됐든 제대로 영상화가 돼서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담아내주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수확자' 시리즈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의 기존 작품들을 좋아했던 사람뿐 아니라 SF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꽤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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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쾅툭탁 힘과 운동 이야기 교과서가 쉬워지는 교과서 12
김성호 지음, 김고은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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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 과학 책이 나왔다.

'교과서가 쉬워지는 교과서'라는 시리즈로 이미 열 권이 넘는 책이 출간되어 있고, 이 책이 그중 12번째 책이다.

딸아이가 읽기에는 아직 난이도가 조금 높을 것 같았는데, 책 내용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읽어주게 되더라도 아이가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에 접하게 되었다.



책은 과학이라는 학문의 기원부터 시작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연과학 역시 철학의 한 가지였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던 여러 학설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중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물체의 무게에 따라 중력 가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우리의 직관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공기로 가득한 우리 주변에서는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는 물체일수록 늦게 떨어지기 때문에 깃털과 같은 가벼운 물체가 무거운 물체에 비해 늦게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큰 우박과 작은 우박이 동시에 떨어진다는 것을 관찰하고는 피사의 사탑에서 아래의 실험을 했다고 전해진다.

(pg 20)

이후 뉴턴이 등장하면서 고전 물리학을 정립한 과정과 고전 물리학의 3개 법칙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다.

산책을 하다 아이와 부딪힐 때 아이가 밀려나면 우스갯소리처럼 '이게 바로 작용, 반작용이야'라고 알려주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후미에는 전자기학의 기초적인 부분들을 다루며 책이 마무리된다.

이 책은 인터넷 서점 기준 초등 3-4학년 서적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어서 고학년들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씨의 양이 엄청 많다거나 설명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공이 날아가다 떨어지는 현상과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같은 현상이라는 것을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교과에서 이 부분을 다루기 전에 재미 삼아 읽어본다면 학교에서 이 부분을 다룰 때 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인슈타인부터 양자역학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이 편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는데, 시리즈로 계속해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부분을 다룬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모르던 부분을 배웠을 정도로 기대했던 만큼 내용도 충실하고 재미있었다.

독서의 힘이 좀 갖춰진 아이들이라면 분명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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