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만화를 잘 보는 편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룬 작품이라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잘 몰랐는데 예전에 '장도리'라는 신문 만화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그림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만화가의 삶이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되었다.
제목인 '환쟁'은 과거에 그림 그리던 사람을 낮잡아 부르던 말이다.
성리학의 영향으로 중국풍의 그림 양식만을 '고급'이라 여기던 시절, 눈에 보이는 현실을 표현하는 그림은 천대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이자 독립운동가는 관재 이도영 선생이다.
사대부 출신이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해 스스로 환쟁이가 되고자 했던 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 보면 되겠다.
총 두 권인데 이번에 읽은 1권에서는 이도영 선생의 젊은 시절을 다루고 있다.
시대적으로는 1903년부터 1905년 사이로 일제가 조선을 향한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던 시기였다.
작품은 동학농민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했던 한 인물이 의문의 자객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객의 정체가 중반쯤에 밝혀지는데, 이 인물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저자가 창조한 인물로 보인다.
여하간 이도영 선생은 우연히 이 자객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그림을 남기게 되는데, 일본군이 이 그림을 이용해 자객을 잡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를 위해 활동하던 암살자를 일본군에 넘긴 앞잡이가 되고 만다.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고자 그 자객을 돕기로 결심하는 부분까지가 1권의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
이 당시 조선에서는 재산을 축적한 중인들이 사대부의 취미를 따라 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사군자가 들어간 서화가 인기를 끌게 된다.
하지만 이도영 선생은 한국에서는 겨울에 피지도 않는 매화를 눈과 함께 그려 놓은 것을 보며 찬양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그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만을 쫓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민중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는 서양의 그림을 보며 이도영 선생은 자신도 성리학의 사군자나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민중의 삶을 담아내는 환쟁이가 되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