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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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도서관 대출

본래 SF 작품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모든 SF 작가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인기가 많다니까 접했고 별 감흥 없이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몇 권 읽다 보니 이제는 저자의 작품을 찾아서 읽을 정도로 스며들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장편보다 단편에서 더 빛을 발하는 작가라 생각하는데, 이 작품 역시 총 일곱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시작을 여는 '수브다니의 여름휴가'는 SF 불멸의 소재인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 속 안드로이드만의 특징이라면 누구도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완전한 인간의 모습이 되었음에도 다시 기계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기계지만 사람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가던 안드로이드가 사람에게 치이다 못해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은퇴를 고민한다는 콘셉트가 재미있었다.

두 번째 작품이 표제작인 '양면의 조개껍데기'다.

성간 여행이 가능해진 시기, 인류의 아종들이 여러 행성에서 나타나 공존하고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그중 한 종이 태어날 때부터 한 뇌 안에 두 가지 이상의 인격이 병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작품에는 여성이지만 남성인 자아가 하나 더 있는 '샐리'가 등장한다.

두 자아가 한 몸을 공유하며 함께 일하고 함께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다.

표제작 다운 독특한 상상력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자아의 성적 지향도 아예 달랐다면 더 재미있는 갈등 양상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느껴졌다.

진동 언어를 사용하는 외계인을 분석하는 작품인 '진동새와 손편지'를 지나면 본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 중 하나인 '소금물 주파수'라는 작품이 등장한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이라는 살짝 식상한 뻔한 소재에 기계와 환경의 조화라는 새로운 소재를 조합해 독특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인간의 생애 주기에 비하면 기계의 생애 주기는 매우 길고, 자연의 주기는 그보다 더욱 길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간차가 가져오는 만남과 이별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고요한 소란'에서는 청각이라는 인간의 감각이 어떤 미지의 힘에 의해 일정 기간 영향을 받은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독특한 소재였지만 서사적으로 특별한 감상은 없었던 이 작품을 지나면 꽤나 흥미로웠던 두 작품이 연달아 등장하며 책이 마무리된다.

'달고 미지근한 슬픔'은 양자컴퓨터 속 시뮬레이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마인드 업로딩의 결과물인 듯한 인물들이 큐비트로 이루어진 양자컴퓨터 속에서 '살아있다'라는 감정을 찾기 위해 연구 활동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비전공자인 우리가 교양서들을 통해 접하는 양자역학의 세계가 직관적이기보다는 관념적으로 느껴지듯이, 양자로 이루어진 존재들이 거시적인 실체를 가진 우리를 이해하려 한다면 마찬가지로 꽤나 관념적으로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마지막 작품인 '비구름을 따라서'는 SF에서 자주 다루는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특이하게도 멀티버스가 존재하기는 하나, 각각의 세상에서 없어져도 하등 상관없는 물건들만 어쩌다 한 번씩 다른 세계로 튕겨져 나온다는 설정을 채용하고 있다.

마치 모든 가능성이 중첩되어 있다가 관측하면 상태가 하나로 고정되는 양자처럼, 아무도 몰라서 모든 세계에 중첩되어 있을 수 있는 물건들만 어쩌다 한 세계로 톡 튀어나와 버리는 것이다.

인간은 살아가는 매 순간 너무 많은 것과 상호작용하고,

그래서 너무 많은 것을 상처 입히는 존재라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움직임마다 이 세계 전체가 몸에 감겨든다고.

누구도 원해서 태어나지는 않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이 세계에 연루되기 시작한다고.

돌멩이처럼 사소해지면 건너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돌멩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pg 358, '비구름을 따라서' 中)

현실이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다른 세계가 있다면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는 공상에 빠져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설정한 멀티버스에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세계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따라서 멀티버스가 몇 개가 존재하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나는 이 세계에 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참으로 SF스럽게 전달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어떤 낯선 생각은 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pg 333, '비구름을 따라서' 中)

수록된 모든 작품이 재미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상상력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 역시 재미나게 읽었다.

강박적으로 여성 인물만을 고집했던 초기의 모습도 이제는 꽤 사라진 것 같아서 이야기의 흐름도 많이 매끄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직 젊은 작가라서 앞으로도 얼마나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앞으로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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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표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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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전에 '일몰'이라는 작품을 꽤 즐겁게 읽었는데 어쩐 일인지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작가의 신작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꽤 많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인데, 저자 스스로가 자신이 쓴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라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과 표지가 작품의 줄거리를 잘 요약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인간이 가장 아름다울 때 표본을 만들고 싶다는 괴상한 집착을 보이는 한 연쇄살인마의 이야기인데, 스토리 전개 과정에 있어서 나비라는 소재가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총 여섯 명의 소년이 살해된 채 발견되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범인이 표본 제작 과정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한 후 자세한 제작 후기까지 작성해 경찰에 자수하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 여섯 중 마지막 소년이 범인의 아들이라는 점도 작품 초반에 밝혀지게 된다.

인간 중에서는 내게만 보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영원불변의 형태로 남겨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신이 내게 부여한 천명이 아닐까?

(pg 77)

총 350페이지 정도의 작품인데, 중반까지는 범인이 인터넷에 공개한 표본 제작 과정과 그러한 정신 상태에 도달하게 된 배경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작품의 진정한 재미는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다.

사실 이런 작품의 경우 '반전이 있다'라는 사실 자체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조심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소개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꽤나 충격적일 것이고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읽어도 쉽사리 결말을 예측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책장을 열면 저자의 친필 사인과 함께 짧은 메시지가 적혀 있는데 그 메시지가 스포일러일 수 있다는 사실 정도만 밝혀둔다. (스포일러에 너무 민감한 사람이라면 저자가 남긴 메시지조차도 읽지 말고 바로 작품으로 넘어가기를 추천한다.)

눈을 뜨면, 나비의 왕국이다. 나비는 나비를 죽이지 않는다.

나비가 나비와 다투지 않는 것은 라이벌 의식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 중략 -

저마다 멋진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비는 그것을 다른 종과 비교하려 들지 않는다. 자기 특성을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살리며 동료들과 무리 짓고, 반려를 찾아,

자손을 낳고, 마지막 그날까지 아름다운 세계를 날아다닌다.

(pg 291)

저자가 읽고 나면 뒷맛이 찜찜하고 기분이 언짢아지는 이른바 '이야미스' 장르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뒷맛이 찜찜하지 않았다.

물론 인간을 표본으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자극적이고 불쾌하긴 하지만, 작품 속에서 표본 제작 과정이 그렇게까지 끔찍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고, 저자 역시 아무리 예술의 탈을 쓴다 하더라도 범인의 행각은 그저 한 정신병자의 미친 짓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덮으면서 꽤 재미있었다는 감상만 남을 뿐이었다.

결말이 불쾌하냐 아니냐 보다 중요한 점은 350페이지 정도로 살짝 두꺼운 느낌을 주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전혀 지루할 틈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통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의 상징으로 많이 쓰이는 나비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끔찍하면서도 섬뜩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자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라는 멘트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미스터리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므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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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월드 도와줘! 초등 신문 2 : 절대 읽지 마, 신문 요미월드 도와줘! 초등 신문 2
김지균 지음, 이정수 그림, 요미월드 원작 / 서울문화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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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취미가 되다 보니 아이 책도 자주 접하게 된다.

요즘은 서점에 가도 어린이용 책은 다 비닐 포장이 되어 있어서 안을 보기가 어렵다 보니 책 소개만 보고 아이에게 책을 권해주면 반응도 제각기 다르다.

이제는 아이의 반응을 책이 왔을 때의 반응과 반복해서 읽는 지속성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나눠 총 네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첫 반응은 그렇게까지 뜨겁지 않았지만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꽤나 강점이 있었던 책이었는데 2권이 나와 이번에도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만화로 된 부분도 있지만 글씨의 비중도 꽤나 높아서 아이들이 첫인상만으로는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보의 양과 질이 꽤나 높아서 읽고 아는 척 하기를 즐기는 아이라면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 아이 역시 처음에는 만화만 읽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더니 요즘은 점점 한 페이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인지 이번 2권은 받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권 역시 1권과 마찬가지로 총 5개 챕터로 나눠져 있다.

신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제, 사회, 언론 챕터는 유지하고 환경과 문화 카테고리가 추가되었다.

지난 1권에서도 사례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등장하는 등 꽤나 최신 정보들을 다루고 있어서 깜짝 놀랐었는데, 이번 2권에서도 최근에 큰 이슈가 되었던 캄보디아의 범죄조직이라던가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같은 최신 이슈들을 충분히 다루고 있다.

특히 아래와 같은 기사들은 현재 전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WTO의 관계를 짚어주고 있다.

물론 가상의 인터뷰이기는 하나 꽤 사실적으로 작성되어 있고, WTO라는 조직에 대해서 상세히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WTO의 사무총장 이름이 '오콘조이웨알라'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pg 56)

그 밖에도 점차 심해지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한 글도 많고, 점점 심해지는 SNS 중독이나 수도권 집중과 같이 우리 삶과 밀접한 주제들도 많이 다루고 있었다.

이번 책 역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잘 풀어낸 것 같다.

책 표지 뒷면에 "3권 읽으러 가자"라고 외치는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면 계속해서 시리즈로 나와줄 모양이다.

아이도 좋아하고 부모 입장에서도 매우 마음에 드는 책이라 앞으로도 새로운 소식들을 가득 담아 찾아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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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 - 23년간 법의 최전선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온 판사 출신 변호사의 기록
정재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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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법정이 등장하는 장면을 꽤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판사를 하다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에 변호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증이 일었다.

예전에는 판사를 하다 변호사를 하면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어서 판사 경력이 쌓이면 독립해 변호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는데, 요즘은 변호사들이 많아져서 경쟁도 치열하고 벌이도 예전 같지 않아 그냥 판사로 쭉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왜 굳이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을까?

저자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심지어 젊은 시절부터 윗사람이나 구성원 다수가 무난하게 좋아하는 모습에

자신의 성격이나 정체성을 끼워 맞추기도 한다.

이렇게 '가짜 자기'로 살면 신이 날 리가 없다. 우울증이 안 찾아오면 다행이다.

내 삶을 사는 듯 살기도 짧은 인생을,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허비할 순 없다.

(pg 25)

책 제목에도 쓰여있지만, 변호사는 곧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정황이 불리하더라도 고객이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면 변호사는 그 말을 믿고 변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초반에는 수임료를 떼 먹히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변호사에게조차 사기를 치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저자 역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범죄가 바로 사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억대급 사기를 친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는 이제 너무 봐서 더 이상 충격적이지도 않을 정도니 실제 사법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는 저자가 보기에는 그 심각성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약과 사기와의 전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로 두면 소말리아에서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

해적이었던 것처럼, 우리도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마약을 팔거나

사기를 치려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범죄와 사기가 판치면 우리 사회는

점점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pg 168)

이처럼 변호사로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담백하게 풀어낸 책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 한가운데에서 목격한 여러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검찰의 막강했던 권력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지금은 '검수완박'이 추진되어 그 위세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검찰의 권한은 막강한 편이고 경찰 역시 수사를 위한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도 형사사건 기록을 보며 왜 이 사람이 기소되지 않았는지 석연치 않은 경우가

왕왕 있었지만 내가 직접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보니 비로소 생생하게 깨달았다.

검찰의 진짜 힘은 죄지은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기소권보다 죄 있는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는 불기소권에 있다는 것을.

(pg 158)

저자 역시 판사 경험이 있기 때문에 판사들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검사와 변호사 중 어느 하나의 손만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불신의 눈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고, 문서 위주의 재판을 진행하다 보니 그 안에 담긴 맥락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판사의 판결은 누군가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릴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므로 작은 사건이라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판사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직업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범죄자들의 판결이 나오는 뉴스 댓글을 보면 판사들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판사를 맡기는 편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는데, 물론 인공지능이 인간 판사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양형을 정하는 등 일부 과정에 있어서는 꽤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는 입장이었다.

인공지능 판사가 누군가를 믿어 주고 그와 깊은 관계를 맺긴 어렵겠지만,

어차피 국민들이 기대하는 판사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공정한 판결이다.

정확성과 공정성은 사람 판사들보다 인공지능이 나을 수밖에 없다.

(pg 334)

물론 살면서 변호사를 만날 일은 아예 없는 편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될 때도 있다.

나 역시 첫 직장 사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배임으로 나를 고소하는 바람에 경찰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대학 선배 중 변호사를 하고 있는 선배가 있어서 전화로 도움을 받았었는데, 변호사가 지인으로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위안이 될지 몰랐다.

다행히 당시의 자료를 모두 백업해둬서 잘 소명이 되어 무혐의로 넘어가긴 했지만 당시에 느꼈던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도와줬던 선배의 모습이 많이 겹쳐 보였다.

선배 역시 저자처럼 법 지식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며 멋지게 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저자가 방송에도 꽤 나왔다고 하는데, 아직 본 적은 없어서 나중에 유튜브로 꼭 찾아볼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재미도 있으면서 형사소송에 관한 지식도 꽤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던 책이었다.

변호사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거나 형사소송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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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교도관이야? - 새로운 시선과 그림으로, 개정판
장선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예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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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 소개를 보다가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삶은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주변에 징역을 살아본 사람도 없고, 교도소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에서도 주로 죄수의 시각에서 묘사되기 때문에 교도관은 그저 게임 속 NPC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들도 삶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교도관은 그저 교도소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재소자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막는 정도의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보다 재소자들이 출소 후 다시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업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도관은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안전하게 격리 구금하고 교정,

교화하여 사회에 복귀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중략 -

교정이 굽은 것을 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용자들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바로 세우기 위한 보안과 처벌 중심이라면,

가둔 이들을 다시 사회로 내보내기 위한 자기반성과 심성순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복지 측면이 교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pg 30)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강도 전과자는 배달도 못하냐는 글에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에서 정해진 죗값을 제대로 치렀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정당하게 돈을 버는 일을 하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내 집 앞까지 전과자가 음식을 날라준다는 사실이 그리 달갑게 느껴질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이미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발붙이고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고, 그 때문에 다시 범죄의 유혹으로 빠져들고 만다면 이는 사회 전체적인 비용을 높이는 문제가 된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이 만난 재소자들을 다시 교도소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 여러 활동을 수행했다.

재소자들을 위한 인성교육부터 시작해 출소 후 취업이나 창업으로 다시 사회인이 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주로 종교인들이 주축이기는 하나, 사기업에도 출소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이들의 사회 정착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여러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숱하게 많을 것이고 저자 역시 자신이 겪으며 실망했던 사례들을 무수하게 쏟아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돌아갈 가정조차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 해결책으로 곧 범죄를 생각하게 마련이고, 이 증오의 화살은 곧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정성 들여도 사람 바뀌지 않는다고... 맞습니다.

사람 바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바뀌기 어렵지만 상황과 환경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또는 한때 잘못된 판단으로

그릇된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요?

(pg 269)

타인의 삶에 본질적으로 무관심한 우리는 출소한 전과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으면 '그러게 범죄를 저지르지 말았어야지'라고 무심코 결론을 내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말은 가난한 사람에게 '그러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범죄자들을 죽여서 재범률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정책에 공감할 수 없다면 당연히 출소한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범죄와 평생 인연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낸 세금으로 저들이 먹고 자는 것조차 마음에 안 들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의 의견 역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각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시각이 저자처럼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는 평생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간접 체험 측면에서 꽤 흥미로웠고, 저자의 개인적인 사례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문장 수준에서 약간 어색한 부분이 간혹 눈에 띄기는 하나, 전반적으로는 쉽고 친절하게 기술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했고 귀여운 삽화도 가독성을 높여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범죄와 딱히 인연이 없겠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더 밝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부담 없이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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