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읽고 나면 뒷맛이 찜찜하고 기분이 언짢아지는 이른바 '이야미스' 장르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뒷맛이 찜찜하지 않았다.
물론 인간을 표본으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자극적이고 불쾌하긴 하지만, 작품 속에서 표본 제작 과정이 그렇게까지 끔찍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고, 저자 역시 아무리 예술의 탈을 쓴다 하더라도 범인의 행각은 그저 한 정신병자의 미친 짓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덮으면서 꽤 재미있었다는 감상만 남을 뿐이었다.
결말이 불쾌하냐 아니냐 보다 중요한 점은 350페이지 정도로 살짝 두꺼운 느낌을 주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전혀 지루할 틈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통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의 상징으로 많이 쓰이는 나비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끔찍하면서도 섬뜩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자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라는 멘트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미스터리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므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