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표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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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전에 '일몰'이라는 작품을 꽤 즐겁게 읽었는데 어쩐 일인지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작가의 신작이 나와 읽어보게 되었다.

꽤 많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인데, 저자 스스로가 자신이 쓴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라고 언급할 정도라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과 표지가 작품의 줄거리를 잘 요약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인간이 가장 아름다울 때 표본을 만들고 싶다는 괴상한 집착을 보이는 한 연쇄살인마의 이야기인데, 스토리 전개 과정에 있어서 나비라는 소재가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총 여섯 명의 소년이 살해된 채 발견되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범인이 표본 제작 과정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한 후 자세한 제작 후기까지 작성해 경찰에 자수하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 여섯 중 마지막 소년이 범인의 아들이라는 점도 작품 초반에 밝혀지게 된다.

인간 중에서는 내게만 보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영원불변의 형태로 남겨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신이 내게 부여한 천명이 아닐까?

(pg 77)

총 350페이지 정도의 작품인데, 중반까지는 범인이 인터넷에 공개한 표본 제작 과정과 그러한 정신 상태에 도달하게 된 배경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작품의 진정한 재미는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다.

사실 이런 작품의 경우 '반전이 있다'라는 사실 자체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조심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소개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꽤나 충격적일 것이고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읽어도 쉽사리 결말을 예측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책장을 열면 저자의 친필 사인과 함께 짧은 메시지가 적혀 있는데 그 메시지가 스포일러일 수 있다는 사실 정도만 밝혀둔다. (스포일러에 너무 민감한 사람이라면 저자가 남긴 메시지조차도 읽지 말고 바로 작품으로 넘어가기를 추천한다.)

눈을 뜨면, 나비의 왕국이다. 나비는 나비를 죽이지 않는다.

나비가 나비와 다투지 않는 것은 라이벌 의식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 중략 -

저마다 멋진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비는 그것을 다른 종과 비교하려 들지 않는다. 자기 특성을 호흡처럼 자연스럽게 살리며 동료들과 무리 짓고, 반려를 찾아,

자손을 낳고, 마지막 그날까지 아름다운 세계를 날아다닌다.

(pg 291)

저자가 읽고 나면 뒷맛이 찜찜하고 기분이 언짢아지는 이른바 '이야미스' 장르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뒷맛이 찜찜하지 않았다.

물론 인간을 표본으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자극적이고 불쾌하긴 하지만, 작품 속에서 표본 제작 과정이 그렇게까지 끔찍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고, 저자 역시 아무리 예술의 탈을 쓴다 하더라도 범인의 행각은 그저 한 정신병자의 미친 짓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덮으면서 꽤 재미있었다는 감상만 남을 뿐이었다.

결말이 불쾌하냐 아니냐 보다 중요한 점은 350페이지 정도로 살짝 두꺼운 느낌을 주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전혀 지루할 틈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통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의 상징으로 많이 쓰이는 나비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끔찍하면서도 섬뜩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자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라는 멘트가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미스터리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므로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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