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교도관이야? - 새로운 시선과 그림으로, 개정판
장선숙 지음, 김지영 그림 / 예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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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 소개를 보다가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삶은 어떨까 갑자기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주변에 징역을 살아본 사람도 없고, 교도소가 등장하는 문학 작품에서도 주로 죄수의 시각에서 묘사되기 때문에 교도관은 그저 게임 속 NPC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들도 삶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교도관은 그저 교도소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재소자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막는 정도의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보다 재소자들이 출소 후 다시 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업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도관은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안전하게 격리 구금하고 교정,

교화하여 사회에 복귀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중략 -

교정이 굽은 것을 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용자들의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바로 세우기 위한 보안과 처벌 중심이라면,

가둔 이들을 다시 사회로 내보내기 위한 자기반성과 심성순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복지 측면이 교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pg 30)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강도 전과자는 배달도 못하냐는 글에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에서 정해진 죗값을 제대로 치렀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정당하게 돈을 버는 일을 하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내 집 앞까지 전과자가 음식을 날라준다는 사실이 그리 달갑게 느껴질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이미 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발붙이고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고, 그 때문에 다시 범죄의 유혹으로 빠져들고 만다면 이는 사회 전체적인 비용을 높이는 문제가 된다.

따라서 저자는 자신이 만난 재소자들을 다시 교도소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 여러 활동을 수행했다.

재소자들을 위한 인성교육부터 시작해 출소 후 취업이나 창업으로 다시 사회인이 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주로 종교인들이 주축이기는 하나, 사기업에도 출소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이들의 사회 정착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여러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숱하게 많을 것이고 저자 역시 자신이 겪으며 실망했던 사례들을 무수하게 쏟아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돌아갈 가정조차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 해결책으로 곧 범죄를 생각하게 마련이고, 이 증오의 화살은 곧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리 정성 들여도 사람 바뀌지 않는다고... 맞습니다.

사람 바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바뀌기 어렵지만 상황과 환경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또는 한때 잘못된 판단으로

그릇된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요?

(pg 269)

타인의 삶에 본질적으로 무관심한 우리는 출소한 전과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으면 '그러게 범죄를 저지르지 말았어야지'라고 무심코 결론을 내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말은 가난한 사람에게 '그러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범죄자들을 죽여서 재범률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정책에 공감할 수 없다면 당연히 출소한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범죄와 평생 인연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낸 세금으로 저들이 먹고 자는 것조차 마음에 안 들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의 의견 역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시각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시각이 저자처럼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는 평생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간접 체험 측면에서 꽤 흥미로웠고, 저자의 개인적인 사례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문장 수준에서 약간 어색한 부분이 간혹 눈에 띄기는 하나, 전반적으로는 쉽고 친절하게 기술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했고 귀여운 삽화도 가독성을 높여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범죄와 딱히 인연이 없겠지만,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더 밝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부담 없이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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