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를 위한 일러스트북 - 애묘인들을 위한 귀엽고 깜찍한 고양이 드로잉북 애완동물 일러스트북
젬마 코렐 지음,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단순한 것에 집중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잊는 이른바 힐링 취미들이 인기라고들 한다.

주로 색칠하기, 블록 맞추기, 퍼즐 맞추기 등등의 취미들인데 날이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전에 집사람과 함께 카페에서 컬러링 북을 함께 색칠하며 보냈던 시간이 기억난다.

시간도 잘 가고 둘만의 추억을 만들기에도 좋지만

무엇보다 하나의 그림을 둘이서 완성하는데 두 사람의 성향 차이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오늘 소개할 책 역시 비슷한 컨셉의 그리기 책이다.

특히 고양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아내를 위해 선택한 책인데 운 좋게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비염이 심한 남편 때문에 고양이의 집사가 되는 것은 꿈도 못꾸지만 고양이는 아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다.

하루에도 고양이 움짤을 몇 개씩 찾아보고는 한다.

그런 아내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요렇게 생긴 책이다.

표지부터 재미나게 생긴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첫 페이지를 열면 사용법이라 하여 주절주절 쓰여 있는데 핵심은 아무 도구나 집어들고 막 그리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너무 잘 그리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눈에 띈다. 사실 저자도 엄청 잘 그리는 것 같진 않아서 신뢰(?)가 간다. 

 

 

 

아래처럼 샘플들이 있고 빈 칸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백이 많이 있어서 간단한 채색 도구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릴 수 있다.

좌측 페이지 중 좌측이 내 그림, 오른쪽이 아내의 그림이다.

확실히 아내가 뭔가 더 귀여운 맛을 잘 살리는 것 같다. 

 

 

 

빈 얼굴이 잔뜩 그려져 있고 표정을 그려넣는 페이지도 있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검은색 표정은 내가, 갈색 표정은 아내가 그린 표정들이다. 

 

 

 

특히 현실적이지 않은 고양이들을 그리는 파트도 마련되어 있는데 아래에는 가상의 직업을 가진 고양이들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슈퍼히어로물 덕후인 나는 고양이로 저스티스 리그를 그려봤다.

그림이라는 것을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 그려보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잘 그려서 나도 놀랐다;;;

아내는 역시 귀여운 녀석들을 그려 넣었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맛있는 것 잔뜩 먹고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지만 나와 함께 해서 그런지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뻤다.

특별한 이벤트는 할 줄 모르지만 이 책 덕분에 기억할만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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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생소한 작가의 책을 접했다.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접하는 일은 마치 소개팅을 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낯섦'이 주는 설레임이랄까...여하간 그런 느낌을 받고 싶었다.

 책 소개에 '만다라체 상 수상'이나 '할리우드가 주목한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들이 관심을 끌기도 했고,

113편이라는 엄청난 양의 단편들을 묶어둔 책이라니 그 형식이 신선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도전적인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편들의 모음이라면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접하기 전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물론 소개팅 나가면서 '아 전지현 같은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잘못이지만, 어쨌든 내 기대와 이 책은 좀 달랐다.


조각조각의 단편들이 묶여 있는데 아무리 단편이라지만 이야기들이 너무 짧아서 작가가 왜 이 이야기를 썼는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113편이 각기 연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야기와 어떤 이야기는 이어지는데도 순서상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

때문에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 천천히 읽다보면 앞에 읽은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놓치기 쉽상이다.


작가가 어디까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들의 순서도 일부를 제외하면 그다지 많은 고민을 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마치 작가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메모해 둔 공책을 출판한 것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담대하게도 '여기에 용이 있다'고 표시되었던 한 지도를 인용하면서

처음부터 천천히 읽으라는 도전장을 독자들에게 내밀고 있다.

마치 나는 용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니 찾는 것은 너희들의 몫이라는 듯이 말이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도 그 상상력이 와닿을 수 있으려면 뼈대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아무리 단편이어도 독자들의 머리속에 어떤 그림이 남을 수 있어야 하는데, 책에 실린 대다수의 이야기들이 뼈대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건 마치 어떤 화가가 붉은색 그림을 그려놓고 뭔지 맞춰보라고 한 뒤 못맞추면,

"이거 봉황이잖아, 상상력이 부족하네." 라고 핀잔을 주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pg 115)


위 사진은 113개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뭔가 중간에 끊긴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저게 다다.
이 책의 대부분이 위와 같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이야기인가. 사실 저런 상상 정도는 누구나 다 하지 않는가.

굉장히 좋은 이야기 거리인데 너무 뼈대만 제시해주는 바람에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느낌이다.

좋은 이야기라면 그 소재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는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같은 농담인데 어떤 사람은 어떻게 해도 재미가 없고, 컬투가 하면 엄청나게 웃긴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독자도 알고 있을것이라는 착각, 즉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쓴 책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쓴 사람이야 자신의 머릿속에는 스토리의 전후 맥락이 존재하니 이해가 갈지 모르지만 책만 보는 사람은 그것을 알리가 없다.

이를 벗어나려면 어느 정도는 배경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게 다소 부족하다.

뜬금없이 나온 등장인물이 아무런 설명 없이 다른 작품들 속을 영화 '링'처럼 왔다갔다 하는데 이를 '오 상상력 쩐다'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을 상상력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 찍어야 한다는 말인가.


상당히 혹평한 것 같지만, 113개 중 일부는 읽어봄직한 이야기들이다.

그 중 '열려있는 문'이라는 작품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책을 덮은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도 '열려있는 문'이었는데

이 책에서 이 작품이 가장 디테일한 편이라는 것도 큰 이유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시간의 길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의 처지에 따라 느껴지는 시간이 상대적임을 알려주는데 문장들이 상당히 멋지다.

하지만 그 조차도 중2병 환자가 자신의 싸이월드에 남긴 글처럼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독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으나 내 개인적인 취향에서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소설 작가를 위한 아이디어 모음집 같은 느낌이랄까.

소재들의 가지를 좀 친 후 몇 가지 좋은 소재들에 충분한 살을 붙여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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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리락쿠마 자수 & 니트 소품 두근두근 애니멀 핸드메이드
주부와생활사 지음, 김수정 옮김, 코하스아이디 소잉스토리.송영예 감수 / 참돌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리락쿠마는 아내가 정말 사랑하는 캐릭터이다.

가끔 선물로 사준 물건들 중에도 리락쿠마 관련 캐릭터 상품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 때마다 참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난 이 캐릭터의 매력을 잘 모르겠지만 여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헬로키디도 비슷한 이유였던 것 같은데, 리락쿠마처럼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가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인기가 더 있는 모양이다.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보는 사람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락쿠마도 기분이 좋을 때 보면 귀여워 보이고, 기분이 안좋을 때 보면 위로해주는 듯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하튼 가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읽고 서평을 남기는 편인데,

이 책은 아무래도 집사람을 위한 책인 것 같아서 집사람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집사람의 의견을 남겨두는 것이 객관적인 방법일 것 같다.

아래부터는 아내가 직접 쓴 수기이다. (수기 원문: http://hamtok.zz.am/220485328578)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 만들어 내는 즐거움!


남편 다음으로 가장 오랜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는 컴퓨터.

직업상 컴퓨터로 무언갈 그려내고 작업하는게 익숙해있던 요즘, 

손이 근질근질 거리면서 눈여겨 보던 취미생활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수와 뜨개질!


학창시절, 추운 겨울에 뜨개질로 목도리를 떠보겠다고 야심차게 도전했던 기억이 난다.

단순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오랜시간을 떠야하는 작업이니만큼,

인내심과 끈기를 필요로 하는데


잘 뜨다가도 무언가 마음에 안든다고 다 풀어버리고..

딴 생각에 빠져서 꼬이는 바람에 다시 풀어버리기를 반복..


결국 목도리는 완성하지 못하고,

털실만 그대로 남았던 기억이 난다.


책에는 리락쿠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혹 할만큼 리락쿠마와 관련된 소품들이 많이 들어있다.

사실 나도 리락쿠마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팬으로써 이 책을 선택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나같은 초보자가 자수와 뜨개질 입문을 하기엔 이 책은 너무 턱이 높았던 것 같다.

이 책만 보아서는 자수나 뜨개질을 하는 방법을 쉽게 이해하긴 좀 어려웠다.


글씨가 너무 작은 폰트로 빽빽하게 쓰여있어서 

설명이 한 눈에 알아보기 쉬운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입문자가 아닌 중급자 정도가 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인터넷에 개인블로거들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방법을 일러주고 있는게 현실인지라,

나도 그 분들의 설명을 참고하였다.


이번만큼은! 꼭!! 완성해보리라는 다짐을 가지고 

리락쿠마 자수에 도전장을 던졌다!

 


난생 처음 자수에 도전해보았다.

손으로 바늘과 실을 꿰어, 한땀 한땀 가방에 놓으면서 천천히 완성되어 가는 모습에 묘하게 희열을 느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자꾸 빠른 것만 원하고, 요구하게 되는 요즘 세상에 자수는,

마음을 내려놓고, 잔잔한 음악속에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취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수를 완성시키기까지, 2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눈도 피곤하고, 바늘에 많이 찔려서 손도 아팠었지만 역시나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은 정말 멋진 것 같다.



리락쿠마라기 보다는..

감자형 얼굴의 곰탱이에 가깝지만.. (감자락이 라는 이름을 붙혀주었다^^)

내 손으로 만들어 낸 첫 자수 작품이라는 점이 너무나 뿌듯했다.




완성된 작품이 아주 훌륭해 보이지는 않지만 생전 처음 도전한 작품인데 저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가 즐겁게 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결혼한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슬슬 2세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솔직히 말하면 자수 같은 것이 태교에 좋다고 해서 아내에게 권해본 측면도 있다.

취미를 붙이면 나중에 아이가 생겨서도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보다 손으로 하는 작업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선물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말을 빌리면, 책 자체가 썩 친절한 편은 아니었다.

책의 절반 정도가 완성된 작품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자수에 대한 기초가 없으면 이 책만 봐서는 선뜻 도전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자수의 기본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보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귀여움을 강조하고 싶었던 탓인지, 책 자체의 사이즈가 좀 작다.

그렇다보니 도안이나 설명이 상당히 작게 인쇄되어 있어서 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20대 후반인 아내가 보기 힘들었을 정도이니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이 책을 통해 리락쿠마를 소품에 새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팬시샵에 가보면 알겠지만 똑같은 상품인데 리락쿠마 얼굴 하나 그려져 있으면 가격이 껑충 뛰어 오른다.

그런 캐릭터를 내 손으로 내 소품에 직접 새길 수 있다는 것은

소품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성취감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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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유혹의 기술 -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유혹했을까
오정호 지음, EBS MEDIA 기획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TV를 즐겨보지 않는 편이지만, EBS 다큐프라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자연 관련 다큐를 더 좋아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보여주는 다큐도 정말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이 책 역시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된 내용이라고 한다.


대중을 유혹하는 기술.

특정 인물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중이라고 하는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하고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심지어는 NGO들에서도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홍보나 PR은

이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보다도 중요한 핵심 전략이 되었다.

매일 스팸번호를 업데이트 해도 끊임없이 오는 스팸 전화와 문자부터 시작해서

어디를 가든 우리가 시선을 두는 곳 그 어디에서라도 무언가를 사고 먹고 입으라는 광고를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사실 어지간한 광고에는 이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누군가의 '의도'대로 믿고 사고 살아가는 부분이 분명 있다.

대중들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전략도 날이 갈수록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대중을 유혹하는 사람들은 있던 것도 없애고 없던 것도 있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요술도 마술도 아닌 하나의 기술이다. (pg 42)



이 책에서는 총 7가지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대중을 유혹하는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들을 컬러 사진들과 함께 수록해 두어서 읽어가는 재미를 더한다.

유명한 사례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가 바로 담배와 다이어트에 관한 신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한 사례이다.

특히 여성 흡연자들 중에서 담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었다.

담배에 지방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신념이 퍼지게 되었을까?

그 시초는 미국의 한 담배 회사의 홍보 메시지에 있었다.

한 담배회사가 미국인들이 즐겨먹는 달고 기름진 고칼로리 디저트 대신

담배를 피우는 편이 날씬하고 멋진 몸매를 위한 일이라고 홍보를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대다수는 담배는 담배대로, 디저트는 디저트대로 먹을테니 결과적으로는 다이어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 메시지가 여성 흡연자를 늘리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포토샵 등의 발달로 인한 이미지의 효과를 다룬 챕터는 매우 재미있었다.

연예인들의 사진을 뽀샵질로 예쁘고 멋지게 치장하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하는 일이지만,

이미지 조작이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도 심심치않게 사용된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TV나 인터넷 등 이미지를 통한 정보 습득의 비중이 큰 사람일수록 이러한 조작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지 조작이 용이해지는 시대는 문자 대신 이미지라는 언어만을 편식하는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정보 편향성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미지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읽고 해석해야 하는 대상으로 재인식되어야 한다. (pg 239)



위 사진은 우스개소리로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으로

"사진과 따옴표가 있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읽은 모든 것은 그대로 믿지 말아라." 라고 적혀 있다.

워낙에 조작되는 정보들이 많다보니 이를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사진인 것이다.


이제 학생들은 교과서보다도 네이버 지식인을 더 신뢰할 정도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인에 틀린 정보가 올라오는 바람에 한 반 학생 전부가 숙제를 잘못해오기도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들려올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다.

특히 동영상도 얼마든지 편집이 가능해졌다고 하니, 이제 CCTV 영상도 조만간 그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미지 조작 시대의 가장 위험한 적은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봐도 진짜라고 믿지 않는 것이라는 어느 사진가의 말에 우리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pg 241)



전반적으로 사례들이 많아 읽기에 지루한 느낌이 없는 책이었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책 답게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 비교적 최근의 일들도 사례로 등장한다.

하지만 일부 내용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는 '아 새로운 걸 알았다'하는 맛은 생각보다 덜 했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처음 보는 것일지라도 시각화에 의한 정보조작, 고객의 체험을 가장한 기업의 바이럴 마케팅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난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한편 수많은 사람들의 집합체인 대중의 무의식을 아는 것은 두 개의 도시가 만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중략-

각자의 욕망, 각자의 결핍, 각자의 부끄러움의 기억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형태의 지도로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지도를 그려보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들이 만나 좋은 대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좋게 만들어질 수 있다. (pg 282)


조작의 기술을 아는 것과 거기에 현혹되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이다.

점점 더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과연 정말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진다.

100%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는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그래서 더욱 더 다양한 '소스'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TV에서는 방영이 끝났다고 한다.

나중에 꼭 VOD로 챙겨 봐야겠다.

인상깊은 구절 하나를 더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일반 대중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원시적인 면이 있다. 그러므로 프로파간다는 항상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반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식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든 문제를 가장 단순하게 축소시키고 단순한 용어와 끊임없이 영원히 반복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자만이 여론을 움직이는 데 성공할 것이다. (pg 199) 

이미지 조작 시대의 가장 위험한 적은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봐도 진짜라고 믿지 않는 것이라는 어느 사진가의 말에 우리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pg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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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난 가끔씩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뒷담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뒷담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서는 뒷담화가 인류의 공통된 특징(!)임을 깨닫게 되었다.


본격적인 책 소개에 앞서서 이 책의 전개 방식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내용 전개가 상당히 재미난 편이다.
마치 최근에 읽었던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처럼 '멘눌라라'라는 인물이 주인공이지만,
죽으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뭘 한다기 보다는 타인들의 뒷담화나 회상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주인공이 직접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거니와 한 인물이 주인공을 쭉 관찰하고 있지도 않아서
멘눌라라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도 서술자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뉜다.
독자들은 멘눌라라의 주인집 식구들, 하인들, 동네 사람들, 친척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뒷담화를 통해 과연 어떤 여자였을까를 나름대로 상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의 치밀한 안내에 따라 책을 덮을 때 쯤엔 멘눌라라가 진짜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잘 알게 된다.  



이 책의 배경은 1960년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이다.

이탈리아도 잘 모르는 마당에 시칠리아가 어떨지는 알 수 있을리 없고, 게다가 시대도 60년대가 배경이다.

배경을 잘 알기는 쉽지 않지만,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아래부터는 소설의 줄거리를 일부 담고 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멘눌라라는 '알팔리페'라는 가문의 하녀(가정부)로 들어가 평생을 살다 죽은 여인이다.

'멘눌라라'는 '아몬드를 줍는 여자'라는 뜻으로 본명이 아닌 별명이지만, 등장인물들의 대부분이 이 별명으로 더 많이 부르고 있다.

어릴 적 아몬드 줍는 일을 했던 것으로 묘사되는데 일을 얼마나 잘 했는지 그 일을 한 것이 평생의 별명이 된 셈이다.

우연한 기회로 알팔리페 가문에서 일을 하던 멘눌라라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중년에 이르러서는 가문의 재산관리까지 맡게 된다.


그러던 멘눌라라가 유언장에 재산 분배에 대한 언급 하나 없이 죽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알팔리페가 사람들은 멘붕에 빠진다. 그녀가 관리하던 재산에 대한 행방이 묘연해졌기 때문이다.

멘눌라라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 자신의 장례식을 치뤄줄 것을 주인집 가족들에게 요구한다.


그러자 알팔리페가 사람들과 이들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멘눌라라가 어떤 이였는지를 떠들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착실하고 일 잘하고 똑 부러지는데다 외모까지 아름다웠던 똑순이였고

누군가에게는 안하무인에 같은 하인들끼리도 무시와 막말을 일삼는데다 뒤로 재산까지 빼돌리는 악녀였다.

독자들은 책의 후반부가 될 때까지 과연 멘눌라라가 성녀인지 악녀인지 알쏭달쏭한 채로 책을 따라가게 된다.


그녀의 마지막 말대로 장례가 치뤄지지 않자, 알팔리페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

급기야 죽은 멘눌라라에게 편지까지 오게 되면서 책은 후반부로 치닫는다.



죽은 사람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전반부의 몰입도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띠지에 적힌 것처럼 '지적 유희'나 '숨 막히는 두뇌 게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반 이후부터 두뇌게임 비슷한 것을 하긴 하지만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에 비하면 싱거운 편이다.

하지만 책의 중반부 이후부터 죽은 멘눌라라가 쓴 편지가 도착하고 그녀의 과거 행적들의 객관적인 사실들이 제시되면서

몰입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장점은 마케팅 문구인 '지적 유희'보다는 인간과 인간관계에 관한 성찰에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상당히 편협한 정보를 가지고 타인을 판단하곤 한다.

또한 굉장히 쉽고도 즐겁게 타인의 불행과 행복을 가십거리로 삼는다.

이것은 책에서 묘사한 대로 알팔리페가 사람들이나 마을 사람들이 무지하거나 저급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확 와닿을 예를 들어보면, 최근 두 여자 연예인의 다툼이 인터넷의 최대 이슈였던 적이 있다.

'언니, 저 마음에 안들죠?'로 시작된 그 사례에서 사람들은 초반에 아주 조그만 정보를 가지고 한 쪽을 아예 몹쓸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 그 때의 정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자 이번에는 역으로 상대방을 쓰레기로 만들었다.


이 사례는 우리가 타인을 판단함에 있어서 굉장히 즉각적이고 편협한 정보에 의존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사실 일상에서도 어쩌다 주변을 잘 확인하지 못해 인사 한번만 제대로 하지 못해도 버릇없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상이다.

정말 밉상이었던 사람도 어쩌다 나한테 이득이 되면 갑자기 좋아보이기도 하고,

괜찮게 봤던 사람도 어쩌다 나한테 서운하게 하면 여태 사람 잘못봤다며 깎아내리기도 한다.


또한 우리는 타인의 불행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사건 당사자들과 전혀 관련없는 사람들과 이러쿵 저러쿵 논평하기를 즐긴다.

그게 사건 당사자들에게는 물론이요 자신들에게도 득이나 실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아주 적나라하면서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현란한 표지 문구들 중 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이 문구 뿐이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일단 죽어야 한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 책은 이 고민 하나를 던져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맞아, 그 불쌍한 여자 이야기는 입에 못 담을 말에서부터 잔뜩 부풀린 말까지 들을 만큼 다 들었어.
더 이상 지어낼 이야기가 어디 있어? 사람들은 말만 많지 아는 건 없다고." (pg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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