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중 유혹의 기술 -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유혹했을까
오정호 지음, EBS MEDIA 기획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TV를 즐겨보지 않는 편이지만, EBS 다큐프라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자연 관련 다큐를 더 좋아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보여주는 다큐도 정말 좋아한다.
이번에 읽은 이 책 역시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된 내용이라고 한다.
대중을 유혹하는 기술.
특정 인물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대중이라고 하는 불특정 다수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하고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 심지어는 NGO들에서도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홍보나 PR은
이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보다도 중요한 핵심 전략이 되었다.
매일 스팸번호를 업데이트 해도 끊임없이 오는 스팸 전화와 문자부터 시작해서
어디를 가든 우리가 시선을 두는 곳 그 어디에서라도 무언가를 사고 먹고 입으라는 광고를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사실 어지간한 광고에는 이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누군가의 '의도'대로 믿고 사고 살아가는 부분이 분명 있다.
대중들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전략도 날이 갈수록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대중을 유혹하는 사람들은 있던 것도 없애고 없던 것도 있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요술도 마술도 아닌 하나의 기술이다. (pg 42)
이 책에서는 총 7가지로 카테고리를 나누어 대중을 유혹하는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사례들을 컬러 사진들과 함께 수록해 두어서 읽어가는 재미를 더한다.
유명한 사례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가 바로 담배와 다이어트에 관한 신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한 사례이다.
특히 여성 흡연자들 중에서 담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었다.
담배에 지방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신념이 퍼지게 되었을까?
그 시초는 미국의 한 담배 회사의 홍보 메시지에 있었다.
한 담배회사가 미국인들이 즐겨먹는 달고 기름진 고칼로리 디저트 대신
담배를 피우는 편이 날씬하고 멋진 몸매를 위한 일이라고 홍보를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대다수는 담배는 담배대로, 디저트는 디저트대로 먹을테니 결과적으로는 다이어트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 메시지가 여성 흡연자를 늘리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그 밖에도 다양한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포토샵 등의 발달로 인한 이미지의 효과를 다룬 챕터는 매우 재미있었다.
연예인들의 사진을 뽀샵질로 예쁘고 멋지게 치장하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하는 일이지만,
이미지 조작이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도 심심치않게 사용된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TV나 인터넷 등 이미지를 통한 정보 습득의 비중이 큰 사람일수록 이러한 조작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지 조작이 용이해지는 시대는 문자 대신 이미지라는 언어만을 편식하는 청소년이나 젊은층의 정보 편향성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지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미지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읽고 해석해야 하는 대상으로 재인식되어야 한다. (pg 239)
위 사진은 우스개소리로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으로
"사진과 따옴표가 있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읽은 모든 것은 그대로 믿지 말아라." 라고 적혀 있다.
워낙에 조작되는 정보들이 많다보니 이를 비꼬기 위해 만들어진 사진인 것이다.
이제 학생들은 교과서보다도 네이버 지식인을 더 신뢰할 정도가 되었다.
네이버 지식인에 틀린 정보가 올라오는 바람에 한 반 학생 전부가 숙제를 잘못해오기도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들려올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다.
특히 동영상도 얼마든지 편집이 가능해졌다고 하니, 이제 CCTV 영상도 조만간 그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미지 조작 시대의 가장 위험한 적은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봐도 진짜라고 믿지 않는 것이라는 어느 사진가의 말에 우리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pg 241)
전반적으로 사례들이 많아 읽기에 지루한 느낌이 없는 책이었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책 답게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 비교적 최근의 일들도 사례로 등장한다.
하지만 일부 내용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는 '아 새로운 걸 알았다'하는 맛은 생각보다 덜 했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처음 보는 것일지라도 시각화에 의한 정보조작, 고객의 체험을 가장한 기업의 바이럴 마케팅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난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한편 수많은 사람들의 집합체인 대중의 무의식을 아는 것은 두 개의 도시가 만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중략-
각자의 욕망, 각자의 결핍, 각자의 부끄러움의 기억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형태의 지도로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지도를 그려보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들이 만나 좋은 대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좋게 만들어질 수 있다. (pg 282)
조작의 기술을 아는 것과 거기에 현혹되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이다.
점점 더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과연 정말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진다.
100%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는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그래서 더욱 더 다양한 '소스'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TV에서는 방영이 끝났다고 한다.
나중에 꼭 VOD로 챙겨 봐야겠다.
인상깊은 구절 하나를 더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일반 대중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원시적인 면이 있다. 그러므로 프로파간다는 항상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반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식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든 문제를 가장 단순하게 축소시키고 단순한 용어와 끊임없이 영원히 반복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진 자만이 여론을 움직이는 데 성공할 것이다. (pg 199)
이미지 조작 시대의 가장 위험한 적은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봐도 진짜라고 믿지 않는 것이라는 어느 사진가의 말에 우리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pg 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