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채소를 먹어야 해요? - 건강과 웰빙 Q&A 어린이 인성교육 3
크리스토퍼 맥커리 외 지음, 루이스 토마스 그림, 김영옥 옮김 / 이종주니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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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상깊은 구절

질문하고 대다을 듣는 과정을 경험하는 동안 아이들의 뇌는 형태를 갖추어 갑니다.

특히 전두엽이 제 형상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그런 교류관계를 형성하는 동안 아이들은 사회적 상황을 더 잘 다루고 유대관계를 더 단단이 쌓아

즐거움과 행복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pg 5)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도 그렇듯 사람과 책과의 인연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과의 만남도 그렇다.

 

벌써 결혼한지 3년이 훌쩍 넘었다.

아내와는 더없이 행복했고 이제는 2세에 대한 생각이 슬슬 싹틀무렵인 작년, 드디어 임신 소식을 들었다.

예정일이 이번 달에 속해있기는 했지만 월말이어서 아직은 긴장을 덜 하고 있을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초보 부모인지라 임신한 뒤 태교에서부터 막상 나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수유, 육아 등 다양한 책들을 미리 사 읽어보고 있는 중에 제목이 확 끌리는 책을 발견했다.

 

 

어릴적 나는 지독히도 편식이 심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이라지만 지금도 드레싱이 없거나 조리되지 않은 생야채는 잘 먹지 않는다.

내가 이 모양이니 내 자식에게 어찌 편식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그래서 접하게 된 책인데...

우연의 일치인지 이 책을 받기가 무섭게 예정일을 1주일 여 앞두고 아이가 태어났다.

덕분에 집사람이 산후조리 중인 조리원 한켠에서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다;;;

 

책 자체가 아이와 함께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용은 단순한 편이다.

 

 

 

이렇게 삽화와 함께 아이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여러 질문들이 등장한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스슬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질문들이 등장한다.

아이가 글씨를 쓸 줄 안다면 워크북처럼 간략히 작성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그런 다음 부모를 위한 팁과 노하우가 제시되어있는 형태이다.

 

책에는 편식에 대한 부분 외에도 밤에 왜 자야 하는지, 양치는 왜 해야 하는지, TV는 왜 오래 보면 안되는지 등

어릴적 나도 한번쯤 궁금해했던 것 같은 질문들이 12가지 수록되어 있다.

 

수록된 모든 질문들은 어른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오히려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 같은 질문들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접근법을 활용할지 책을 보기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접근법을 쓰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줌으로써

아이와 부모가 스스로 만족할만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뭐야! 질문만 있고 답이 없네!' 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부모 입장에서 저런 질문의 답을 모를리 없다.

핵심은 아이가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부모가 대단한 논리를 세워서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것도 물론 좋겠으나,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보고 '아,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좋은거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겠는가.

개인적으로는 권위적으로 '이게 정답이니까 당연히 옳은거야'라는 접근법이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물론 이제 태어난 신생아니 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2-3년은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는 주변의 조언들을 들으면서 부모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트이게 되면 엄청난 질문들을 쏟아낼테니 이 책은 물론 이 책 시리즈를 모두 산다해도

하루만에 쏟아내는 질문들도 채 답해주지 못하겠지만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접근법을 학습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 같았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맞춤법이 달라질까봐 염려가 되긴 하지만 관련된 모든 시리즈를 집에 구비해두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오늘은 아이에게 남길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가야, 무럭무럭 자라서 아빠랑 같이 책 보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며 놀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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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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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아'라는 뿌리 깊은 문제...

 

너무도 오래 미완으로 남아 있어서 이제는 문제라는 인식조차 희미해지고 있는 오늘날,

 

현장에서 기아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한 학자가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들에게 이 세상의 비참한 현실과

 

이를 극복할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흔히 '기아'라고 하면 아프리카 대륙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기아는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대륙의 대부분, 남아메리카, 동부 유럽 일부, 북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통계적으로 전 세계에 약 8억 5천만명이 기아에 고통받고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구호 물품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살릴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두 아이의 엄마가 큰 아들과 작은 아들 사이에서 누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지를 생각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모든 사회문제가 그렇듯, 기아 역시 가장 힘없는 존재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바로 어린이들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레지 드프레는 이들을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박힌 아이들"로 표현했다.

 

 

멜서스는 인구론에서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기아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현재 지구상의 식량 생산량은 인구 120억 명을 먹여 살리고도 남는다.

 

남아도는 식량을 주체하지 못해 폐기하는 선진국과 길바닥에서 주린 배를 움켜진 아이가 죽어가는 개발도상국...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 이 세상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뭄, 홍수, 사막화, 삼림 파괴 등의 기후적 요인이다.

 

이와 더불어 낙후된 인프라와 기술 부족으로 적은 량의 비에도 쉽게 홍수가 나고

 

조금만 비가 오지 않아도 가뭄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 재해보다도 무서운 것은 인재(人災)이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부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낳았고 이렇다 할 경재 정책이 없는 국가는 방향성을 상실했다.

 

부족간 갈등으로 야기된 각종 전쟁이 가뜩이나 열악한 땅을 황폐화시키고 식량 생산에 힘써야 할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다.

 

여기에 선진국들의 경제적 침략, 강압적인 시장 개방, 무분별한 무기 수출이 더해져 개발도상국들이 스스로 일어설

 

힘 자체를 빼앗아가고 있다.

 

 

복잡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결이 어려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그들 스스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토마스 상카라의 개혁을 사례로 들어

 

결코 그들이 멍청하거나 게을러서 기아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4년만에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해진 부르키나파소...

 

하지만 안타깝게도 토마스 상카라의 개혁은 프랑스의 개입으로 인한 쿠데타로 비극적인 결말을 낳고 말았다.

 

 

이 때 선진국들이 한 일은 무엇인가?

 

목발을 짚은 자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서는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며 

 

그들 스스로 일어나려고 하는 의지를 북돋아주기는 커녕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자의 목발을 걷어차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하도록 지켜보는 것, 나아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인간의 정의...과연 우리는 이 정의에 부합하는 인간인가?

 

 

 

사족-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꽤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듯 합니다.

바람직한 일이긴 하나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단순한 자기 위로용으로 쓰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자신보다 더 불행한 존재를 찾는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느낄 점은 "아, 나는 저런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 "난 밥은 안굶으니 행복하구나."가

아니라 어떡하면 저들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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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 삶의 길목에서 다시 펼쳐든 철학자들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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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우리는 남들의 칭찬에 순간적으로 춤을 추었다가 아무것도 아닌 비난에 한없이 절망한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에는 결국 혼자임을 기억하라.

삶에 대한 최종 평가는 남이 아닌, 결국 자신과 신의 의해 내려진다. (pg 86)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슬슬 서른의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이지만 아직도 삶은 서툰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안정적'이라 말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이 행복해서일까.

이 얼마 안되는 행복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해 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여하간 잠들기 전이 찜찜해진다면 철학책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역시 책과의 인연도 우연은 없다고, 때마침 이 책이 나를 찾아왔다.


저자는 서문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픽 쓰러져 잠들어 눈 떠보면 아침인" 사람들을 위해

일상 호흡에 걸맞는 철학의 지혜를 전해주는 수준으로 집필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면 쉽게 썼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 맞게 책은 현학적 표현 없이 술술 쉽게 넘어가는 편이다.


책은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짦막짦막하게 다양한 철학자들의 책과 사상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소크라테스, 플라톤, 장자 등 이름만 들어도 대충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이 되는 철학자들 외에도

헬렌 니어링, 마르셀 모스 등 생소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들어 있어서 흥미있게 읽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민들이 다를 것이므로 모든 꼭지들이 누구에게나 다 와닿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저자가 비록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철학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각각의 글 자체가 너무 짦아서 '이제부터 뭔가 나오려고 하나보다' 할 때 끝나는 느낌을 주는 글이 너무 많았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철학자들 중 하나만 선택해서 풀어 써도 책 몇 권씩 나올 분량이라는 점은 잘 알지만

소개할 철학자의 수를 좀 줄이고 소개를 조금만 더 길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런 아쉬움들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개별 철학자들의 저서를 통해 달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잠들기 전의 찜찜함을 해결해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책이었지만 그렇다고 읽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각각의 철학자들에 대한 소개 정도라고 인지하고 접근한다면 충분히 알찬 책이다.

(적어도 어떤 철학자들의 이름이 나왔을 때 '아, 어떤 말을 했던 사람이구나' 정도의 아는척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현학적인 표현들이 없어서 누구나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철학이란 결국 각자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결국 철학자들의 조언들도 역시 '참고'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지 답은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는 남들의 칭찬에 순간적으로 춤을 추었다가 아무것도 아닌 비난에 한없이 절망한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에는 결국 혼자임을 기억하라.

삶에 대한 최종 평가는 남이 아닌, 결국 자신과 신의 의해 내려진다. (pg 86)


타인의 눈에서 아주 자유로운 삶을 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드는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10년쯤 지나고 나면 나는 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내 스스로 설정한 의미들을 잘 추구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 자체가 워낙 다양한 주제로 쓰여 있어서 정리하기 쉽지 않았지만,

내 가슴에 와 닿았던 구절 몇 개를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삶의 의미는 사회를 떠나서 생각하기 어렵다.

단순히 고통을 피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 데만 안주하는 삶은 결국 허무와 퇴폐로 이어지기 쉬운 탓이다. (pg 155)


주인을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해서, 노예가 아닌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고를 수 있어도, 생활의 고통과 생존의 공포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 마르쿠제 (pg 170)


지도자의 진정한 능력은 부하들이 힘도, 싸울 의지도 잃어버렸을 때 빛을 낸다. (pg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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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
H. A. 거버 지음, 김혜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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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종교 행사 때는 다른 신들과 더불어 프레이야의 건강을 빌며 축배를 마시는 것이 관습이었다.

북유럽에 기독교가 들어온 뒤로 이 관습은 성모마리아나 성녀 제르투르다를 위한 건배로 변했다.

프레이야는 다른 이교의 신들과 같이 악마 또는 마녀로 규정되어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의 산봉우리로 추방되었다. (pg 215)



'신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인지 많은 매체들에서 상상력의 기반이 되고는 한다.

특히 나처럼 만화나 게임을 좋아하면 종종 캐릭터나 무기 이름 등으로 접하게 되는데, 

북유럽 신화는 뭔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느낌이다.


그마저도 마블의 '토르'가 영화화 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지, 보통은 북유럽 신화가 있다는 것도 잘 모를 것이다.

마블의 광팬으로서 원작 애니메이션과 만화책까지 찾아보는 터라 영화 '토르'의 기반이 되는 신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이 책의 목차와 소개를 보자마자 '이 책은 봐야겠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기회에 북유럽 신화 자체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싶었다.



일단 받아든 느낌 부터가 남다르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가 읽기도 전에 독자들을 압박한다. 

하지만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라는 책의 제목처럼 쉽게 술술 읽혀서 읽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세계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제1신인 오딘, 프리가 순으로 서술된 후 중요 신들 위주로 서술이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에도

좋은 흐름이었다.


다만 인물들의 이름이 입에 잘 붙지 않아서 '얘가 누구였더라' 하면서 앞 뒤를 뒤적이는 시간이 좀 필요하기는 하다.

특히나 한 신이 여러개의 이름을 가지기도 해서 더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저스'가 우리나라에 넘어오면서 '예수'가 되었듯이

신화를 받아들이고 전승해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니 이해할만 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북유럽 신화에서 온 것임을 알게 된다.

특히 목요일이 토르의 날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화요일이 티르의 날, 수요일은 오딘의 날, 금요일은 프레이야의 날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도 이 책에 등장한다.

한 욕심 많은 사람이 무엇이든 나오는 요술 맷돌을 얻었다.

그 사람은 당시에 비싼 가격에 팔렸던 소금을 만들기로 하고 배를 타고 길을 나섰는데, 욕심이 지나쳐 그만 맷돌을 실은 배가 침몰했고

맷돌이 계속 소금을 만들어내면서 지금 바닷물이 짜졌다는 이야기이다.

어릴 적 전래동화에서 봤던 내용 같은데 이 내용이 북유럽 신화 중 프레이르 신화의 한 조각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영화에서 봤던 오딘, 프리가, 토르, 로키, 헤임달 같은 신 외에도

프레이르, 티르, 프레이야 등 비중이 크지만 영화에 나오지 않아 잘 몰랐던 신들의 이야기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끝없이 멋지기만 했던 토르가 여장을 하고 프레이야 대신 거인의 아내로 위장해 들어간다거나,

절대적인 힘과 권위를 가진 오딘이 아내인 프리가에게는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영화 속 모습들과는 다른 이야기들도 흥미를 자아냈다.



이렇게 멋지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가진 신화인데 기독교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거나

기독교식 풍습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니 아쉬움도 느껴졌다.

특히 신을 섬기기 위해 만들어진 나무 조각상들도 집집마다 하나씩 있었을 정도로 흔했었다는데,

우상숭배 금지 정책 때문에 모두 불태워져 이제는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웠다.

문화란 만들어지기는 어려워도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사실도 새삼 와닿았다.

우리나라만 봐도 이제 번거로운 김장 대신 마트에서 조금씩 사다먹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 않나.


노예 제도가 사라진 것처럼, 어떤 문화가 다른 문화의 영향으로 사라지는 것은 일면 자연스러운 것들이지만,

그것이 패권의 이름으로 의도적, 강제적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정말 비극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생각이 들지만, 정말 책 자체는 훌륭했다. 내가 딱 원하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 신화에 대해 어디서 아는 척 좀 하고 싶다 한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번역이 매우 깔끔하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중간중간 운문이 섞여 있어 번역이 쉽지 않았을텐데 거슬리는 부분 없이 깔끔한 느낌이었다.


목차가 신들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궁금한 신의 이야기 먼저 찾아봐도 무방할 것이나,

책을 보다보면 저자가 목차에 꽤나 신경을 썼다는 것이 드러난다.

때문에 로키 부분을 빨리 보고 싶겠지만 처음부터 쭉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로키의 이야기가 꽤 후반부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덕분에 앞으로 북유럽 신화와 관련된 컨텐츠들을 접하면 반가운 마음이 더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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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정의 바로 세우기
김일수 외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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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국에서만 200만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어지간한 오락 영화도 관객 수 200만을 넘기기 힘든데 인문학 서적이 200만부면 엄청난 판매량이다.

물론 잘 쓴 책이기는 하지만 과연, 정말 마이클 샌델이 책을 잘 써서 그만큼 팔리게 된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 정의에 목말라 있었고

그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판매량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정의로운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하는지 저마다 그리고 있는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책 역시 '정의로운 사회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라는 정답을 말해주고 있지 않다.

'정의(justice)'라는 것을 정의(definition)하는 것조차도 많은 논쟁이 오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래의 명제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무언가 정의롭지 못하다."

 

정의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 무언가 잘못된 부분이 있고,

이를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저마다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 정의라는 것을 한국 사회에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를

총 12명의 교수들이 한 토막씩 자신의 의견들을 실은 책이다.

 

 

지금 직장에서 교수들과 함께 일할 일이 종종 있는데 교수들이야말로 정의(definition)에 목숨을 건다. (justice가 아님에 주의)

본인들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인재상에 나오는 '인재'가 무엇인지를 가지고 3년씩 논쟁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12명이 모여 책을 썼으니 '정의'에 관한 일관적인 시각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이다.

(게다가 12명이 각기 다른 대학 소속 교수들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시각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들을 찾아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정의관을 수립해 보기에는 아주 적합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수들의 말잔치뿐인 대안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활동가들이나 언론인들의 책들이 훨씬 더 와닿는 부분이 많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글 자체가 쉬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이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에 '정의'라는 것이 부재한 것은 증상인데, 이 증상의 의미와 원인, 해결책은 서로 조금씩 다르다.  

그 다름 속에서 자신만의 정의관을 찾아나가는 좋은 지침이 되는 것이다.

(아래부터 나오는 푸른 글씨는 모두 원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무질서한 모습을 두고 민족성을 들먹인다.

그러나 민족성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이다. -중략-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는, 옳은 게 결국 좋은 거라는 생각이 시민들 사이에 자리 잡아야 한다. (pg 174)

 

책에서는 세월호 이후에 집필이 기획된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 세월호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 '정의'를 묻는 사람들은 많았다.

착하고 법 잘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이제는 거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우리가 옳다고 믿어왔던 가치들이 모두 의심받게 되었고

심지어는 역사조차도 정부에서 지정해준 역사만 옳은 역사가 되어 버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일베를 중심으로 한 가치관에의 도전, 인터넷이 무한으로 쏟아내는 정보 폭격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사람들은 이제 철학을 묻기 시작했다.

 

객관성에 대한 믿음은 '팩트의 신화'를 만들어 낸다.

한국에서 팩트는 모든 논쟁과 모든 가치판단에 있어서 특정 의견의 진실성을 보장하고

그 의견이 다른 모든 의견을 압도하고 우위에 서도록 하는 마법의 지팡이처럼 사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팩트를 전달한다고 여겨지는 언론의 기사 한 줄, 단어 하나는 마치 성경의 문구처럼 인용된다. (pg 275)

 

언어로 표현된 모든 팩트는 언어의 편향성에 의해 오염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언어로 표현된 팩트는 엄밀한 의미에서 팩트가 아니다. (중략)

진실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구성물이다. 사실은 단순한 구성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구체적 실체이다.

언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실을 묘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언론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pg 275)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듣는 것 중 진실이 얼마나 되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결국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참된가를 스스로 묻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결국 철학을 찾게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 역시 '한국사회는 이렇게만 하면 정의로워질 것이다'라고 하는 절대 명제는 제시해주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다. 행여나 그런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약 파는 소리만 하고 끝날 것이다.

 

정의 그 자체에 대한 물음은 언제나 출발점에 새롭게 서 있는 것이고 자신의 기존관념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pg 31)

 

데카르트의 제1명제처럼 정의 그 자체에 대한 물음은 의심할 수 없는 존재인 자신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

그 시작점에서 이 책은 어떤 가이드라인을 주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책의 다소 현학적인 구술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술 상 필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으나 정의의 역사를 서술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12명의 교수들의 수준 높은 진단과 처방들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본다.

 

오늘날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나라, 자식을 잃고서 깊은 절망과 시름에 잠겨 있는 이들에게조차 조롱과 무시와 폭력을 일삼는

일베충이 기승하는 나라,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도 전체주의와 파시즘의 위협 앞에 노출되어 있다. (pg 217)

 

우리는 이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고작해야 한 명의 유권자일뿐인 소시민들이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꿈이라도 꾸기 위해서라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아래는 사족이지만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인용해 본다.  

 

(pg 114)

 

위 글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는 계층에 나의 어머니가 속해 있다.

내 어머니의 이익을 우선으로 향상하는 경제정의가 실현되기를 간절하게 비는 마음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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