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 삶의 길목에서 다시 펼쳐든 철학자들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2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우리는 남들의 칭찬에 순간적으로 춤을 추었다가 아무것도 아닌 비난에 한없이 절망한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에는 결국 혼자임을 기억하라.
삶에 대한 최종 평가는 남이 아닌, 결국 자신과 신의 의해 내려진다. (pg 86)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슬슬 서른의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이지만 아직도 삶은 서툰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안정적'이라 말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이 행복해서일까.
이 얼마 안되는 행복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해 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여하간 잠들기 전이 찜찜해진다면 철학책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역시 책과의 인연도 우연은 없다고, 때마침 이 책이 나를 찾아왔다.
저자는 서문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픽 쓰러져 잠들어 눈 떠보면 아침인" 사람들을 위해
일상 호흡에 걸맞는 철학의 지혜를 전해주는 수준으로 집필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하면 쉽게 썼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 맞게 책은 현학적 표현 없이 술술 쉽게 넘어가는 편이다.
책은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짦막짦막하게 다양한 철학자들의 책과 사상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소크라테스, 플라톤, 장자 등 이름만 들어도 대충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이 되는 철학자들 외에도
헬렌 니어링, 마르셀 모스 등 생소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들어 있어서 흥미있게 읽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민들이 다를 것이므로 모든 꼭지들이 누구에게나 다 와닿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저자가 비록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철학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각각의 글 자체가 너무 짦아서 '이제부터 뭔가 나오려고 하나보다' 할 때 끝나는 느낌을 주는 글이 너무 많았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철학자들 중 하나만 선택해서 풀어 써도 책 몇 권씩 나올 분량이라는 점은 잘 알지만
소개할 철학자의 수를 좀 줄이고 소개를 조금만 더 길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런 아쉬움들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개별 철학자들의 저서를 통해 달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잠들기 전의 찜찜함을 해결해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책이었지만 그렇다고 읽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다.
각각의 철학자들에 대한 소개 정도라고 인지하고 접근한다면 충분히 알찬 책이다.
(적어도 어떤 철학자들의 이름이 나왔을 때 '아, 어떤 말을 했던 사람이구나' 정도의 아는척은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현학적인 표현들이 없어서 누구나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철학이란 결국 각자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결국 철학자들의 조언들도 역시 '참고'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지 답은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는 남들의 칭찬에 순간적으로 춤을 추었다가 아무것도 아닌 비난에 한없이 절망한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에는 결국 혼자임을 기억하라.
삶에 대한 최종 평가는 남이 아닌, 결국 자신과 신의 의해 내려진다. (pg 86)
타인의 눈에서 아주 자유로운 삶을 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드는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10년쯤 지나고 나면 나는 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내 스스로 설정한 의미들을 잘 추구해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 자체가 워낙 다양한 주제로 쓰여 있어서 정리하기 쉽지 않았지만,
내 가슴에 와 닿았던 구절 몇 개를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삶의 의미는 사회를 떠나서 생각하기 어렵다.
단순히 고통을 피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 데만 안주하는 삶은 결국 허무와 퇴폐로 이어지기 쉬운 탓이다. (pg 155)
주인을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해서, 노예가 아닌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고를 수 있어도, 생활의 고통과 생존의 공포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 마르쿠제 (pg 170)
지도자의 진정한 능력은 부하들이 힘도, 싸울 의지도 잃어버렸을 때 빛을 낸다. (pg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