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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기아'라는 뿌리 깊은 문제...
너무도 오래 미완으로 남아 있어서 이제는 문제라는 인식조차 희미해지고 있는 오늘날,
현장에서 기아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한 학자가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들에게 이 세상의 비참한 현실과
이를 극복할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흔히 '기아'라고 하면 아프리카 대륙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기아는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 대륙의 대부분, 남아메리카, 동부 유럽 일부, 북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통계적으로 전 세계에 약 8억 5천만명이 기아에 고통받고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구호 물품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살릴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두 아이의 엄마가 큰 아들과 작은 아들 사이에서 누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지를 생각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
모든 사회문제가 그렇듯, 기아 역시 가장 힘없는 존재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바로 어린이들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레지 드프레는 이들을 "나면서부터 십자가에 못박힌 아이들"로 표현했다.
멜서스는 인구론에서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기아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현재 지구상의 식량 생산량은 인구 120억 명을 먹여 살리고도 남는다.
남아도는 식량을 주체하지 못해 폐기하는 선진국과 길바닥에서 주린 배를 움켜진 아이가 죽어가는 개발도상국...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 이 세상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뭄, 홍수, 사막화, 삼림 파괴 등의 기후적 요인이다.
이와 더불어 낙후된 인프라와 기술 부족으로 적은 량의 비에도 쉽게 홍수가 나고
조금만 비가 오지 않아도 가뭄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 재해보다도 무서운 것은 인재(人災)이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부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낳았고 이렇다 할 경재 정책이 없는 국가는 방향성을 상실했다.
부족간 갈등으로 야기된 각종 전쟁이 가뜩이나 열악한 땅을 황폐화시키고 식량 생산에 힘써야 할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다.
여기에 선진국들의 경제적 침략, 강압적인 시장 개방, 무분별한 무기 수출이 더해져 개발도상국들이 스스로 일어설
힘 자체를 빼앗아가고 있다.
복잡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결이 어려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작가는 그들 스스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토마스 상카라의 개혁을 사례로 들어
결코 그들이 멍청하거나 게을러서 기아에 고통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4년만에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해진 부르키나파소...
하지만 안타깝게도 토마스 상카라의 개혁은 프랑스의 개입으로 인한 쿠데타로 비극적인 결말을 낳고 말았다.
이 때 선진국들이 한 일은 무엇인가?
목발을 짚은 자에게 돈 몇푼 쥐어주고서는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며
그들 스스로 일어나려고 하는 의지를 북돋아주기는 커녕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자의 목발을 걷어차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하도록 지켜보는 것, 나아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인간의 정의...과연 우리는 이 정의에 부합하는 인간인가?
사족-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꽤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듯 합니다.
바람직한 일이긴 하나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단순한 자기 위로용으로 쓰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자신보다 더 불행한 존재를 찾는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느낄 점은 "아, 나는 저런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 "난 밥은 안굶으니 행복하구나."가
아니라 어떡하면 저들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