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표 5세/6세 한글공부 1 : 자음 - 1달 만에 읽고 쓴다!, 부록 : 한글 교구 카드, 따라쓰기 노트 아빠표 한글공부
황의민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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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 5세를 향해 자라나고 있다.
아이에게도 독서 습관을 들여주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는 있는데, 일단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몇 번이고 읽는 아이들의 특성상
자주 읽는 책에 나오는 단어들은 이제 슬슬 그 모양을 외워서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도 욕심이 생겨서 한글을 가르쳐 보려고 이런 저런 책들을 구매해서 같이 해봤는데 내 생각만큼 아이가 잘 따라오는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국어의 특징을 살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면 이런 소리가 난다'라는 식으로 가르치고 싶은데, 
시중의 책들은 모두 가나다 부터 외우고 쓰는 연습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소리의 조합이 이렇다는 걸 알려주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딱 필요로 하던 방향으로 잘 집필이 된 것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받아 보았다. 
책명이 '아빠표 한글공부'여서 뭔가 내가 퇴근 후 아이 한글 공부까지 책임져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들긴 하지만, 
이거라도 같이 보면 그래도 '훌륭한 애비'까지는 아니어도 '좋은 애비 코스프레'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총 4가지 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쓰기 연습을 더 하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워크북도 별매하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 조합'으로 한글을 익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책이 '기역, 니은, 디귿'부터 가르치고 '가나다'를 쓰게 만들었다면, 이 책은 기역이고 니은이고 명칭은 알 필요없고
'ㄱ'은 '그', 'ㅏ'는 '아' 소리가 나니 이를 조합하면 '가'라는 소리가 난다는 '읽는 원리'를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어서 해당 글자로 시작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색감 좋은 그림들과 함께 등장하고, 

 


뜯어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며 손가락으로 따라 쓸수도 있는 카드도 수록되어 있다. 



언어학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소리글자인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본 접근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가나다부터 시작해 통글자를 무작정 외우는 방식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딸아이가 그다지 흥미로워 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어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아이들 눈에는 '가'나 '거'나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는데 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모양을 보고 외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글의 각 글자들을 분해해 각자가 가지는 소리값을 알고 이를 발음하며 읽을 수 있다면 아이에게도 훨씬 스트레스가 적은

방식으로 한글을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주장대로 두 달 안에 한글을 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가 흥미를 더 보이는 것 같긴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직은 매일 한글을 일정 정도 가르쳐야겠다는 압박감을 갖기 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한 번이라도 더 읽어주려고 하는 편인데, 

가끔 글자를 읽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이 책을 펴 바로 볼 수 있도록 거실 가까운 곳에 놓아두었다. 



사실 육아를 하면서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부지런함과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사교육 기관에 이를 맡겨두고 자신들은 결과값만 받아 보기를 선택하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린이집에서 한글도 못 뗀 아이들에게 원어민과 함께 ABC를 배우게 하는 건 정신나간 짓이라고 생각하는 편인지라

집에서라도 한글을 가르쳐주고 싶은데 여건도 그렇고 내 의지도 그렇고 쉽게 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좋은 도구가 생겼으니 이제 온전히 내 의지 여부만 남아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아이에게 한글을 잘 가르쳐서 같이 책읽는 즐거움을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끝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쓴 글이지만 한글을 가르치려고 시도해 본 부모의 입장에서 구성이나 내용이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천하는 입장에서 부끄러움이 없었다는 걸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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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세트 - 전10권 - 우리가 몰랐던 이름의 유래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조은영 외 지음, 김윤정 외 그림 / 기린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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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핑계로 레고를 사는 아빠의 심정으로 읽게 된 책이다.

사실 5살 된 우리 아이가 보기에는 다소 어려워보이긴 했지만 내가 너무 읽고 싶어서 견딜수가 없었다.

본가에 내려가려면 항상 충주를 지나는데, 서울에서만 자란 집사람이 '충주는 충청도야?'라고 물은 적이 있다.

'충청도의 뜻이 충주, 청주인데 당연히 충청도지'라고 대답했었는데 집사람이 자긴 그런걸 어떻게 아냐고 그래서 으쓱했던 경험이 있다.

아는 척하기를 좋아하는 태생적인 재수없음을 지닌 탓에 이런 지식을 습득하는 일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은 그럴 때 어깨를 한 번 으쓱 할 수 있는 잡다한(?) 어원 지식들을 알려주는 책으로 총 10권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동식물은 물론이고 음식이나 지명, 기타 사물들까지 다양한 주제로 묶여 있다.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글밥이 살짝 많기 때문에 적어도 초등학생 이상 정도 되어야 스스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림이 많고 글자 자체는 큼직하기 때문에 아이와 같이 넘기면서 중요한 부분만 문답하듯이 읽어가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동물 1편, pg 68-69)


단순히 그 단어의 어원 뿐만 아니라 그 단어와 관련된 옛 이야기와 속담, 그 단어에 관련된 토막상식까지 생각보다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읽다보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아이가 이런 책만 읽는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더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았다.


딸이 가장 좋아할 것 같은 동물 1권을 같이 읽었는데 아이와 함께 질문하며 읽다보니 생각보다 집중을 잘 하며 따라와줬다.

물론 딸아이는 동물 1권만 보고 이내 흥미가 떨어졌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세 권을 더 읽었다.

집사람이 그 모습을 보더니 '본인이 보고 싶으셨군요'라며 가볍게 핀잔을 줬지만 사실이니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아이들 책이지만 어른인 내가 봐도 새롭게 알게된 내용들이 꽤 많았다.

개구리나 꾀꼬리처럼 누가 봐도 울음소리 때문에 붙여졌을 이름들은 당연히 수록되어 있고, 

몸이 검어서 거미라고 불렸다거나 '가로로 자는 이'라는 뜻의 가자미, '땅을 뒤지는 쥐'라는 뜻의 두더지 등의 이름들은 

어른이 보기에도 재밌고 신기한 유래였다.

전에 살던 동네인 구로구 오류동이 오동나무와 버드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사례인 대한민국 팔도 명칭의 유래는 지역 1권에 수록되어 있었다.

비록 우리 딸에게는 조금 이른 감이 없진 않았지만 오래 책장에 두고 함께 읽을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쓴 글이지만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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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자유주의 - 우리를 병들게 하는 낙인
김동춘 지음 / 필요한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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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이 색깔론은 선진국의 우익 세력이 표방하는 인종주의의 한국적 버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인종주의의 균열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종주의와 같은 비이성적인 차별화의 논리는 지역주의와 색깔론으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은 상대방과의 대화의 길을 완전히 차단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것들은 자신의 입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지가 어려워지면 언제나 이 무기를

사용하게 된다. (pg 42-43)



일상에 지쳤다는 핑계로 가벼운 문학작품들만 간간히 읽어왔던 나를 다시 본래의 독서 습관으로 돌아오게 만든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와 안면이 있는데, 저자가 일개 직원이었던 나를 기억할지는 모르겠으나 내 입장에서는 학교 안 팎으로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집었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낙인'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비판적인 사회과학자로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지배했던 이념인 반공자유주의가 우리의 정치 현실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고 간결하게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반공자유주의'라는 단어가 가진 모순적인 의미부터 설명하고 있다.

'반공'과 '자유'라는 두 단어가 합쳐져 있지만 실상은 전자에 그 무게중심이 쏠려 있고 반공을 위해서 필요한 자유만을 옹호하는 것이

한국에서 관찰되는 반공자유주의의 실체라는 것이다.


즉 공산주의에 대항하여 '자유'를 지키자는 법이 실제로는 '자유'를 탄압하는 법률이 될 때 그 모순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추구하는 사회의 모습, 그러한 사회에 필요한 인간형,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한 성찰이 완전히 결여된 

가장 천박하고 타락한 자유주의, 즉 '붉은 세력'에게 몽둥이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와 억압적 기구를 환영하는 '자유주의'인 것이고, 

편법과 몽둥이를 자유라고 강변하는 것이다. (pg 28-29)


이러한 반공자유주의는 여러 독재자들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해 지금까지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혹자는 '요즘 세상에도 반공을?'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3대 언론사를 꼽으라면 누구에게나 이견없이 꼽히는 언론사들은 여전히 이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공자유주의의 역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력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저자는 언론을 지적한다.

수출 규모의 지속적인 확대와 BTS, 오징어게임 등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있다고 평가되는 대한민국이지만, 

언론의 신뢰도만 놓고 보자면 아직도 한참 후진국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문구들에서 저자의 언론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들은 공공성을 지닌 언론이 아니라 입지가 좁아진 극우반공주의의 정치선전지와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우익 매체들은 40년대 말의 서북청년단, 50년대의 김창룡, 6-70년대의 군부와 공안 기구, 80년대의 5공 정권과 안기부가 

했던 '위대한', '역사적 역할'을 마무리하고 있는 셈이다. (pg 44)


이제 분단과 군사 정권의 일방적 지원과 보호 속에서 자라나 부를 축적하고 막강한 여론 주도력을 가진 보수 매체들이 '말의 지배'를 

구사할 수 있는 시점이 되자 이들이 정부의 세무 조사를 정치 탄압으로 맞받아치는 논리로서 '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는 모습은 

한국에서 자유의 이념이 어디까지 희극적인 모습을 지닐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pg 46)


당연히 반공자유주의를 부르짖는 쪽이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이므로 이 책의 주된 비판의 화살은 보수 세력을 향해 있다.


한국의 우익들이 보여 주는 "'국가'와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들은 무조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는 곧 30년대 독일과 일본,

50년대 남한과 미국에서 나타난 '광신적 반공주의'에 다름 아니다. - 중략 -

또한 이 논리에는 '국가'를 지키자는 것 외에, '국가의 무엇을 어떻게 지키자'는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

한국의 우익에는 이념이나 사상이 없다.

그들에게 일관된 것이 있다면 그냥 '공산주의 반대'거나 그렇지 않으면, 친미, 친자본, 반노동, 반북한으로 집약해볼 수 있다. (pg 25)


하지만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진보 세력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정치 스펙트럼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굉장히 오른쪽으로 쏠려 있다.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 의석을 그렇게나 많이 몰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이 기대하는 만큼의 개혁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거의 빈사상태였던 국민의힘이 다시 힘을 되찾고 차기 대선에서 위협적인 상대로까지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저자 역시 이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다음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활동을 평가한 아래의 문단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도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그 결과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 과제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단순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복원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완성도 어렵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정치 개혁, 비례대표의 확대를 포함한 

선거법 개혁도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기득권 고수 전력으로 좌초되었다.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에 거의 사활을 걸었으나 도중에 그치고 말았으며, 재결 개혁, 조세 개혁, 연금 개혁, 금융 개혁, 언론 개혁, 

교육 개혁 등은 거의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pg 119)


저자는 사회학자로서 대한민국이 진정한 '자유주의'가 포함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pg 115)


대체로 위의 단계들은 순차적으로 발전되어 가는데, 특히 정치적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한 대한민국은 각 단계가 중첩되어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근대(1) 단계에서 진행되었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는 만큼 진정한 자유주의의 회복이 무엇보다 급한 과제라는 것이 핵심이다.


자유주의의 빈곤이야말로 오늘의 한국 정치나 한국 사회가 이렇게 뒤틀리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지만, 

과거나 현재나 지식인들과 언론인들은 이러한 점을 외면하면서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고 개탄하는 일을 타성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pg 47)


물론 대통령 후보들이 어떤 정책에 대해 의지를 갖고 있고, 선거 캠프에서 그것을 공약으로 입안했다고 해서 

그것이 당선 이후 곧바로 정책으로 실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거론도 되지 않았거나 후보들 간에 큰 쟁점이 되지 않았던 정책안이 입법화되거나 실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략-

그러나 대통령 후보나 정당, 사회 세력이 아무리 어떤 사안에 대해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선 국면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의제와 

제기되지 못하는 의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정치의 플랫폼, 이데올로기 지형, 이후 유권자가 될 국민 일반의 인식과 관점이 주는 

제약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정치 이데올로기 지형을 반공자유주의가 지배한다. (pg 134)


다소 딱딱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전체적인 길이가 130페이지 정도로 짧은 편이며 폰트도 크고 중간중간 사진 자료도 많이 있어서

읽기에 부담스러운 책은 아니었다.

원래 이쪽(?) 성향인 나에게 있어서는 아주 새롭다거나 놀라운 시각은 아니었지만 짧은 길이로 잘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다만 이 점이 이러한 책들에게 갖는 필연적인 아쉬움으로 남는데, 책의 주요 독자층이 나처럼 애초에 이 책과 비슷한 생각을 

이미 갖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점이다.

책이 목표한 바를 이루려면 원래는 이런 생각을 갖지 않은 사람이 책을 읽음으로써 변화되어야 하지만, 

생각이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공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는 표지만 보아도 읽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이름도 '필요한책'인데, 분명 필요한 책은 맞지만 널리 읽히는 책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하간 곧 있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잠시나마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제공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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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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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문학 작품 읽기에 빠져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미스터리 소설로 여러 차례 입상한 유명 작가라 하고 단편집이라 읽는 데 부담도 적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다.


제목부터 강렬한 느낌이다.

그 아래에 '소외된 여성을 표현한 그림이다'라고 적혀 있는 듯한 그림이 있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그 중 첫 번째 작품의 제목이다.


작가 소개에 '인간 내면의 어둠을 단정하고 서늘한 필치로 담아내는 작가'로 소개되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과연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했다.


다섯 작품 모두 미스터리물 답게 죽음을 소재로 삼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다섯 작품이 각각 배경이나 사건의 느낌은 굉장히 이질적인 반면, 심리적으로 핀치에 몰린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책을 다 읽고서 작가가 여성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소외된 여성의 감성을 짧은 소설 안에 잘 녹여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첫 작품인 '용서를 바라지 않습니다'에서는 일본 지방의 베타적인 문화 때문에 평생을 고통에 시달린 여성이 등장한다.

작품의 화자는 외손자와 그의 애인인데, 외할머니의 비극적인 삶에 담긴 마지막 반전에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략 작품당 60-7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반전을 계속 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스터리 하면 역시 반전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재미있을 책인 것 같다.(물론 나도 정말 재밌게 읽었다.)


다섯 작품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을 아역배우로 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하려고 하는 손녀의 이야기(고마워, 할머니)와

육아에 지친 한 여성이 결국 아동 학대를 저지르는 이야기(언니처럼)는 그 반전이 정말 인상 깊었다.

'인상 깊었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반전이 물론 허를 찌르는 느낌도 있었지만 섬뜩할 정도로 무섭기도 했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반전이었다.


요즘 문학을 자주 접하는 이유가 비문학에 치중되어 있던 독서 습관을 좀 바꿔보려는 의지도 있었지만, 

사실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줄어든 탓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덕분에 이렇게 또 한 명의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든다. 

단편인지라 인상깊은 구절이 있진 않았지만 문장들이 마음에 드는 편이라 작가의 장편을 접한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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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최고의 엄마 아빠인지 알려 줄까? - 아주 특별한 엄마 아빠들,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자연 속 탐구 쏙 2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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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동물들이 그려진 책이라면 일단 좋아하는 편이다.

이미 집에 동물 도감이 많은 편이어서 더는 증식시키지 않으려 했는데 이 책은 전에 봤던 '내가 왜 커다란지 알려줄까?'가 

너무 좋았어서 왠지 시리즈로 갖고 싶은 욕심이 났다. 


 


전작과 작가들이 동일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컨셉은 비슷하다.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얕게 알려주기 보다는 소수의 동물들을 아이들 눈에 맞춰 최대한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 목적인 책이다.

기본적인 생태와 습성은 물론이고 서식지와 천적 정보까지 해당 동물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다면 알아야 할 정보들은 

다 갖추고 있는 느낌이다. 


전작이 압도적인 사이즈를 자랑하는 동물들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양육에 특화된 동물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어린 개체가 무력한 것은 어지간한 생물군이라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일텐데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이다.


어류나 곤충처럼 어린 개체 수를 엄청나게 늘려서 압도적인 숫자로 희생되는 개체 대비 생존률을 확보하는 형태가 있을 것이고, 

포유류나 조류처럼 부모 개체가 어린 개체를 일정 수준 성장할 때까지 돌보는 형태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후자인 부모 개체가 어린 개체를 열심히 돌보는 9가지 동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읽어보면 다 신기한 동물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캥거루의 양육 방식은 정말 독특한 것 같다.

특히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포유류들은 어린 개체와 어른 개체의 크기 차이가 그렇게 극심하진 않은데, 

캥거루 새끼는 2센티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다 크면 어지간한 성인 키만한 동물이라고 쉽게 생각되지 않아서 더 신기했다.


특이하게도 도감 형식의 책이지만 사진 대신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사진보다 당연히 현실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만큼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적합한 그림이 실려져 있다.

비록 동물 그림이지만 부모와 자식이 따뜻하게 함께 살아가는 그림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제목에 최고의 '엄마, 아빠'라고 강조한 이유인지 수컷이 알을 돌보는 황제펭귄이나 흰동가리 등이 같이 소개되어 있다.

사실 자연상태에서는 암컷이 새끼를 키우는 비중이 훨씬 클 것이다. 

그거라도 넣어줌에 감사하며 인간 애비는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줘야겠다.


 


새끼를 돌보는 동물에게도 그렇겠지만 사람에게 부모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물론 부모에게 자식도 그렇다.

아동용 서적이지만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그 단순한 진리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끝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쓴 글이지만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아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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