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문학 작품 읽기에 빠져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미스터리 소설로 여러 차례 입상한 유명 작가라 하고 단편집이라 읽는 데 부담도 적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다.
제목부터 강렬한 느낌이다.
그 아래에 '소외된 여성을 표현한 그림이다'라고 적혀 있는 듯한 그림이 있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그 중 첫 번째 작품의 제목이다.
작가 소개에 '인간 내면의 어둠을 단정하고 서늘한 필치로 담아내는 작가'로 소개되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과연 적확한 표현이라 생각했다.
다섯 작품 모두 미스터리물 답게 죽음을 소재로 삼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다섯 작품이 각각 배경이나 사건의 느낌은 굉장히 이질적인 반면, 심리적으로 핀치에 몰린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책을 다 읽고서 작가가 여성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소외된 여성의 감성을 짧은 소설 안에 잘 녹여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첫 작품인 '용서를 바라지 않습니다'에서는 일본 지방의 베타적인 문화 때문에 평생을 고통에 시달린 여성이 등장한다.
작품의 화자는 외손자와 그의 애인인데, 외할머니의 비극적인 삶에 담긴 마지막 반전에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략 작품당 60-7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반전을 계속 주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스터리 하면 역시 반전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재미있을 책인 것 같다.(물론 나도 정말 재밌게 읽었다.)
다섯 작품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자신을 아역배우로 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하려고 하는 손녀의 이야기(고마워, 할머니)와
육아에 지친 한 여성이 결국 아동 학대를 저지르는 이야기(언니처럼)는 그 반전이 정말 인상 깊었다.
'인상 깊었다'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반전이 물론 허를 찌르는 느낌도 있었지만 섬뜩할 정도로 무섭기도 했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반전이었다.
요즘 문학을 자주 접하는 이유가 비문학에 치중되어 있던 독서 습관을 좀 바꿔보려는 의지도 있었지만,
사실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이 줄어든 탓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덕분에 이렇게 또 한 명의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든다.
단편인지라 인상깊은 구절이 있진 않았지만 문장들이 마음에 드는 편이라 작가의 장편을 접한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