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웨이 세트 - 전10권 - 아세안 국가, 아는 만큼 가까워진다! 아세안 웨이
돈라야 티안텅 지음, 배수경 옮김, 부산외국어대학교 특수외국어사업단 감수 / 한국국제교류재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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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NATO나 EU, UN 등 국제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단일 국가가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을 모여서 해결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이런 국제기구들인데,

오늘 소개할 책은 이러한 국제기구 중 하나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가입국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총 10권짜리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10권의 제목만 봐도 ASEAN의 10개 참여국들이 어디인지를 바로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들 나라 중에는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등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국가도 있지만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등 매체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국가들도 있어서 흥미를 더한다.

통일되어 보이지만 각 나라들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표지를 보니 저자가 모두 현지인들인지 우리 눈에는 다소 생소해 보이는 이름들이 눈에 띈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과 비교한다면 그동안 동남아 국가 출신 저자들의 이름을 문학이나 저서를 통해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책 머리말을 보니 이들 아세안 국가들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가 36만에 달한다고 한다.

36만 명이면 중소도시 한 개에 버금가는 인구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아세안 국가들과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으므로

이런 책을 시작으로 해당 국가들에서 발간되는 저서나 문학 작품들도 국내에 많이 소개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 중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 인도네시아 편이다.

처남이 인도네시아에 가 있어서 자주 보지 못하는데 아이에게 외삼촌이 사는 나라를 소개해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신혼여행도 인도네시아 발리로 다녀왔고, 출장 차 족자카르타 지역도 한 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막상 그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내가 공부한 것이 더 많은 느낌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한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읽어주기에는 글이 다소 많다.

하지만 사진 자료가 많고 권당 50페이지를 넘지 않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넘기면서 흥미로워하는 부분만 읽어주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서술 역시 아이에게 말을 걸듯 편안한 문제('~에요, ~랍니다'로 주로 끝난다.)로 번역되어 있어서 읽기에도 편하다.

물론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세계 문화 공부에 이만한 책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레이시아, pg 32-33

해당 국가의 상징이나 언어, 민족 구성, 경제, 정치 체계 등 나라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올법한 일반적인 사실들은

물론이고 음악과 놀이, 음식, 복장, 전래동화와 역사 속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한 권의 길이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담겨있는 정보의 양이 상당하다.

간단한 그 나라의 회화와 함께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예의를 차려 인사하는 법도 소개되어 있어서 어른이라 하더라도 이 책 한 권만 읽어보면 해당 지역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계획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넘기다 보니 같은 아시아권이기는 하지만 불교와 한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의 국가들과 이들 아세안 국가는 확실히 문화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

특히 이슬람교가 아세안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과 함께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3개국의 언어가 모두 말레이어를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아직 코로나가 국가간의 장벽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고 미얀마나 필리핀 등 정세가 불안정한 국가도 존재하지만

다시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이들 아세안 국가가 접근성 측면에서 선호되는 관광지이기도 할 것이다.

경제 형편 상 아이와 함께 여러 나라를 실제로 구경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책으로 먼저 읽어보면 하다못해 다큐멘터리를 보더라도 이해되는 폭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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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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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쓴 중독에 관한 책이라는 소개에 읽고 싶어졌다.

술을 너무도 좋아하는 탓에 늘 스스로 알코올 중독 아닐까 싶어 중독 관련 책이라면 일단 읽어보는 편이다.

제목의 뜻을 풀어쓰자면 온 세상이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하는 요인들로 가득 차서 사람들이 중독에 빠질

염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적인(?) 중독 물질이라 할 수 있는 마약, 담배, 알코올, 도박 외에도 스마트폰, 게임, 저자가 자신의 사례라며

소개한 싸구려 소설들은 물론 우리가 흔히 건강을 위한다고 하는 운동에도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 강박적으로 소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pg 27)

우리 뇌 속에서 중독 발생 물질 또는 행위로 인해 도파민이 분비되면 쾌락을 느끼지만, 이후에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항상성을 추구하려는) 우리 몸의 작용으로 필연적인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이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더 자주,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우리는 이 물질 또는 행위에

중독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간혹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단속을 하지 않을 뿐이지

마약이라는 것이 사회 깊숙한 곳에서는 꽤 많은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예로 든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의사가

적극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고 있어서 중독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유튜버의 아내가 미국에서 출산을 했는데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것이 영상으로 올라온 적이 있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수유를 하는 사람에게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아프다고 하니 고통을 없애주는 중독성 약물을 처방해 주는 것이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중독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마약에 한정되어 볼 때는 그렇겠지만 이미 알코올 섭취량과 흡연율에 있어서는 여타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게임, SNS 등에 중독되는 사례까지 합친다면 유의미한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인간은 궁극적인 추구자다.

쾌락을 좇고 고통을 피하는 세상의 시험에 너무나 잘 대응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이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지나치게 풍족한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이 풍요로운 세상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다.

(pg 88)

이런 중독 증상이 소득과 교육수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잘 사는' 나라일수록 소득과 교육수준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일자리, 안전한 주거, 수준 있는 교육, 적절한 의료 서비스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중독의 위험성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한 후 자신이 상담하면서 만들어 낸 중독 치료 프레임을 소개한다.

책 제목에 맞춰서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풀어 단계별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참신했다.

단어만 봐도 대충 무슨 내용일지 대충 예상이 될 정도로 체계적이고 기억하기도 쉽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pg 111)

물론 개인이 저 틀 대로 해보는 것도 중독 치료에 효과적이겠지만 사실 그렇게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있으면 우리는 굳이 '중독'이라고까지는 표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중독이라는 것이 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의지로는 자력으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제대로 된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신과 치료가 될 수도, 같이 중독을 이겨낼 동료들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A)'이라는 단체의 도움을 받아볼까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지인 중 술 때문에 이혼한 뒤 A.A를 찾아 술을 완전히 끊고 새사람이 된 분이 있다.

(실제로 살도 30kg도 넘게 빠지셔서 못알아볼 정도가 되었다.)

부모, 처자식 그 누구도 막지 못했던 금주를 익명의 회원들 덕분에 해냈다는 말을 들으니 그 효과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직 안 간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긴 하지만 나도 술을 좀 그만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에도 나를 유혹하는 것들은 많다.

한 달에 한두 개씩 사는 게임들도 그렇고, 디즈니플러스나 유튜브처럼 시간 죽이는 데 최적화된 서비스들도 있다.

요즘은 사방에서 도파민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어져 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 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pg 131)

위와 같은 저자의 지적은 참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느닷없이 먹고 싶은 음식이 떠오를 때 30분이면 문 앞에 그 음식이 나타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보상 체계가 뇌를 길들이면 필연적으로 우리 뇌는 더 큰 고통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좇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다.

우리는 고통 후에 쾌락이 온다는 것을 배워도 이를 아주 쉽게 잊는다. - 중략 -

따라서 우리는 고통을 찾아내어 삶에 끌어들여야 한다.

(pg 186)

그래서 저자는 반대로 우리 몸을 고통으로 끌어들이는 습관을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고통이 바로 운동일 것이다.

운동은 너무 식상하니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예를 들면, 냉수 목욕이 있다.

한 환자가 중독 치료의 일환으로 냉수 목욕을 시작했는데, 냉수에 몸을 담그고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단다.

나중에는 냉수 목욕에 중독(?)되어 목욕 물에 얼음을 넣거나 지인들을 초대해 냉수 목욕에 입문 시키는 등 냉수

목욕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냉수 목욕이야 자신이나 남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없고 중독된다고 해서 얼어 죽을 때까지 하진 않을 테니 반은

우스갯소리처럼 한 말이겠지만 저자는 고통에도 중독될 수 있으므로 어느 한 물질이나 행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까지 심취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도 중독 물질이나 행위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심리적, 물리적 장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중독에 대한 솔직함을 유지하는 것 등 다양한 팁들이 소개된다.

나도 일단은 술을 줄이기 위해 집에 술을 쟁여놓는 짓을 좀 안 해보려고 한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진짜 오늘은 꼭 먹어야겠다 싶을 때 집 앞 조그만 마트에서 그날 먹을 만큼만 사다 먹는 귀찮음을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러분도 주어진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갖길 바란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길 바란다.

(pg 277)

위 문장은 중독에 빠지게 되는 원인과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무엇 때문인지를 잘 정리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서 잠깐 벗어나고 싶어서 피우는 담배, 오늘 업무 생각을 좀 떨쳐 버리고 싶어서 마시는 술, 늘 고만고만한 월급에서 벗어나고 싶어 시작하는 도박 등등 거의 모든 종류의 중독은 사실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중독에 빠진 삶이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며 이제부터라도 내 삶을 제대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계기가 된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에는 주제는 흥미롭지만 책 자체가 재미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문장도 깔끔하고 번역도 좋았다.

저자가 직접 겪은 환자와 자신의 중독 사례들도 적절한 곳에 충분히 흥미롭게 배치해 둔 느낌이다.

(자극적인 사례들도 많아서 읽는 것이 지루하지가 않다.)

자신이 무언가에 약간 도를 지나칠 정도로 몰두하고 있다면, 또 그런 자신을 조금 바꾸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동기부여가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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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의 탄생 -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브랜드
세상의모든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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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어지간한 다른 지식 전달 매체들을 다 씹어먹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책이라는 매체가 주는

신뢰감이라는 것이 다른 매체들보다 월등하기 때문일까, 이미 상당한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에 올린 영상 내용의 일부를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그럼 유튜브로 보면 되지 왜 굳이 책을 읽나 싶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짧은 지식일지라도 제대로 된 습득을 위해서는

영상보다는 활자를 더 선호하는지라 오히려 채널을 구독하는 것보다 심리적 저항이 적었다.

게다가 누구나 들어봤고 심지어는 일상에서 자주 쓰고 있는(물론 롤스로이스는 제외) 브랜드들의 기원을 알 수

있다니 흥미가 일었다.

이 책은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명 브랜드들의 시작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계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식품부터 공산품, 의약품, 자동차까지 28개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같은 브랜드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들이 러시아에 계속 영업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 뉴스로 떠오를 정도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브랜드들이다.

이들 모두를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테니 내용은 기억에 나는 것들 위주로만 짧게 소개하고 간략히 책의 소감을

남기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사실은 누텔라로 전 세계 비만인 증가에 기여한(?) 페레로의 설립자가 밸런타인

데이에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평생을 초콜릿에 바친 사람이 초콜릿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날 죽었다고 하니 역사적인 브랜드에는 다 이유가 있는

모양이구나 싶다.

또 아디다스와 푸마의 설립자가 형제지간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두 형제가 가치관이 달라 서로 다른 신발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둘 모두 세계적으로 성공한 브랜드가 되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상당히 재밌게 읽힌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프리랜서 PD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문장이 상당히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읽기가 편했다.

특별히 인상 깊은 구절이 있지는 않았지만 사실 위주의 담백한 서술이라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갔다.

보통 이렇게 자잘한 지식이 쭉 나열된 책들은 읽을 땐 재밌는데 읽고 나서 머리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기 쉬웠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남는 것이 좀 있는 느낌이었다.

저자의 깔끔한 문장 덕분도 있겠지만 본래의 컨텐츠가 유튜브 영상이어서 그런지 시각 자료들도 충실한 편이라

읽으면서 휴대폰으로 찾아봐야 할 것이 적어서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도 한몫한 것 같다.

한 300페이지 정도로 두께는 평균적이지만 상술한 이유들 덕분에 금세 읽은 느낌이 든다.

한 브랜드가 10페이지 내외로 소개되고 있으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읽기에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던 중 소개된 브랜드들에서 묘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전쟁을 경험한

브랜드였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선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1, 2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남북 전쟁 등 세계사 속 굵직한 전쟁의 포화에도 이들은 살 길을 모색했고 이것이 전후에 대박이 나는 초석이 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물론 전쟁 때문에 사라진 기업도 셀 수없이 많았을 테니 그 와중에 살아남은 기업들은 전쟁이 끝난 뒤 그 위세가

더욱 커질 기회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건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1세기도 벌써 4분의 1 가까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전 세계가 전쟁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어떤 기업들이 사라지고 또 어떤 기업들이 새롭게 떠오르게 될지도 자못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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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반짝 별 포코포코야 어디가 5
사카이 사치에 지음, 김현정 옮김 / 꿈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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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코포코야 어디가'라는 아동용 시리즈 동화책 중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주제가 시장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행운권 추첨에 도전하는 내용이라고 해서 아이가 흥미를 가질 것

같았다.

막상 책이 도착하니 아이보다 아내가 더 좋아한다.

일단 캐릭터들이 너무 귀엽다.

주인공인 포코포코는 작가가 창작한 가상의 동물인 것 같고 그 밖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어느 하나 귀엽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림 색감은 또 얼마나 이쁜지 보고 있으면 힐링이 절로 되는 느낌이다.

이 책이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이라는데 집사람이 다 사고 싶다고 난리가 났다.

게다가 그림들이 깨알같이 디테일이 살아있다.

아래 그림에서도 포코포코 뒤에 개미가 작은 붕어빵을 먹고 있는 모습까지 그려둔 걸 볼 수 있다.

다행히(?) 아이도 엄청 좋아해서 책이 도착한 날 내리 세 번을 연속으로 읽어줬다.

글씨가 많지 않아서 6세인 우리 딸보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읽어주면 5분도 안 걸릴 분량이라 읽어주는 사람 입장에서 부담도 별로 없었다.

내용은 포코포코가 시장에서 이것저것 장을 보고 행운권을 받게 되는데 거기서 4등에 당첨되어 작은 별을 상품으로 받아온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스토리지만 주인공이라고 1등이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

아이에게 매 순간 늘 1등이기만을 바랄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살면서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1등이 돼보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당연히 1등 상품이 더 크고 예쁜 별이었지만 포코포코가 받은 것도 직접 구매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덤으로 갖게 된 것이니 감사한 일이라는 것도 아이가 깨닫게 된 것 같다.

단순히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도 파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파는 사람에게 감사할 일이라는 것도 같이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한 권밖에 없지만 집사람도 아이도 좋아해서 조만간 시리즈를 모두 구비해두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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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삶이 불쾌한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박은미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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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라는 이름은 누구에게나 익숙할 테지만 그의 사상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는 학창

시절이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게 마련이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쓴 여러 저서 중 그의 사상을 가장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책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한 해설서다.

그의 저서 자체를 읽기는 쉽지 않은 도전일 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 수 있는 해설서를 택했다.

책을 펴자마자 저자가 이 책을 선택한 독자의 속마음을 꿰뚫어본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책 제목을 들으면 무언가 알 수 없을 것만 같고

그래서 더 멋있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제목을 이해하면 내용의 절반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pg 4)

후반부 참고 자료 목록을 제외하면 본문만 약 150페이지 정도로 얇고 작은 책이어서 부담이 없을 것 같았지만 중간쯤 읽다 보니 처음에 본 구절처럼 '제목만이라도 이해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그나마도 제대로 이해했는지 자신은 없으나 그래도 내가 이해한 바를 정리해두고자 한다.

일단 쇼펜하우어는 이성이 강조되던 당시 철학계에 대한 반박으로 자신의 철학을 전개하고 있다.

인간의 현실은 항상 이성의 설명력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경험이었다.

이성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주류 철학의 흐름과는 달리

그는 세계는 의지로서의 세계이고,

인간은 이 의지로서의 세계를 파악할 수 없다는 생각을 고수했다.

(pg 16)

쇼펜하우어에게 인간은 이성적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맞추어

자신을 바꾸는 존재가 아니다.

거꾸로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 결론이 왜 말이 되는가를 설득하는 데 이성을 사용하는 존재다.

인간은 자신이 의욕하는 바를 행하면서

자신이 그렇게 행해야 했던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드는 존재인 것이다.

(pg 18)

먼저 제목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의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된다.

의지란 온 우주를 구성하는 원리인데 그 원리는 우리 인간이 관측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이 설명을 읽고서 자연(自然)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한자로 자연의 뜻이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뜻인데 쇼펜하우어는 우주를 스스로 그러하게 만드는 힘을

바로 의지라고 이름 붙였을 뿐이라고 이해되었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의지란 모든 만물을 지금 그것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으로,

모든 사물의 내적 원리, 생명의 원리, 생명 에너지, 즉 자연 속의 모든 힘을 말한다.

그런데 이 의지는 이유 없이 맹목적으로 움직인다.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맹목적인 충동인 의지가

무생물, 식물, 동물, 인간으로 현상한 것이 바로 세계다.

(pg 19)

우리는 이러한 의지를 직접적으로 관측할 수 없는 대신 그 의지가 발현되어 표상이 된 것들은 인식할 수 있다.

우리가 관측하는 주변의 모든 것들, 자연물, 동식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의지 그 자체가 아닌 의지가

발현된 '표상'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표현으로 쇼펜하우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표상으로밖에 세계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세계를 감지하는 방식이 표상이라는 것이다. - 중략 -

세계는 인식 주관에게 포착된 일종의 상(像)이고

주관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하는 객관이다. - 중략 -

우리는 무엇인가를 만지고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자각한다. - 중략 -

이런 순간이 바로 스스로를 주관으로 발견하는 순간이다.

(pg 64-65)

이 표상을 관측함에 있어서 우리의 오감은 물론 이성이 작용하게 된다.

당시 철학계에서는 이성에 대한 신뢰로 신체를 열등한 것으로 치부했다면, 쇼펜하우어는 이성 역시

뇌라는 신체 한 기관의 활동에 지나지 않으므로 신체(오감)로 세계를 인식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쇼펜하우어의 입장은 '주체가 있기 때문에 객체가 있다'는 것이 아니고

'주체가 주어질 때 객체가 있을 수 있고, 객체가 주어질 때 주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체와 객체는 동시적으로만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체는 객체가 있기 때문에 주체일 수 있고,

객체는 주체가 있기 때문에 객체일 수 있으니 이 말은 맞는 말이다.

(pg 67)

말이 어려운 것 같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오감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게 되고 점차 세계를

인식하는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는 말이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 떨렁 혼자 태어나게 된다면 인식할 세계가 없기 때문에 자아도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논리를 연장해 보면, 결국 인간 역시 의지의 일부일 뿐이고 의지는 '나'라는 개체의 생성과

소멸에 상관없이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므로 결국 인간의 삶과 죽음 역시 태양이 뜨고 지는 것처럼

당연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그의 철학이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라는 용어로 설명되는데, 후반부에 소개된 '의지와 소통으로서의 세계'의 저자는 동양(불교) 철학의 관점으로 보면 쇼펜하우어의 '무'는 마치 '해탈의 경지'처럼

무한과 순환을 뜻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허무나 염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 논리를 인간관계나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 또한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의지의 발현일 뿐인지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태어날 수 없다. 이는 타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인한 고통과 타인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지만, 이것이

단지 제 멋대로인 의지의 발현일 뿐임을 아는 사람은 그 고통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쇼펜하우어는 의지가 세계의 본질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러한 의지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의지의 객관화가 이 세계를 어떤 식으로든 갈등 속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이 개별자에게 체현된 의지와 저 개별자에게 체현된 의지가 본래 하나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개별자에게서 체현되면서 충돌하고, 이때 고통이 생긴다.

(pg 107)

그래서 쇼펜하우어를 공부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의지를 긍정하면서도 다른 개체의 의지를 부정하지 않으면 정의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의지 자체에서 벗어나 '의지의 자유' 상태에 이르면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상태가 바로 불교의 '반야바라밀'의 경지와도 같다고 표현했다.

모든 법을 초월하여 법의 의미가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 자체가 없는 상태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충만한 상태.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경지라고 하니 이렇게 밖에는 정리를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히 이 부분이 여태까지 우리가 쇼펜하우어 하면 떠올렸던 단어인 '허무'나 '염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다.

동양 사상에 보다 익숙한 사람의 시각에서 보기에는 오히려 서양 사상이라기보다는 동양 사상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아래와 같은 구절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노자의 도덕경 중 한 부분이 떠올랐다.

행복은 고통을 그 이면으로 하고 있다.

충분히 목이 마를 때 마시는 물이 맛있고, 충분히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맛있다.

그러니 행복이 있으려면 필연코 고통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삶의 비밀이다.

(pg 134)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에 빈 공간이 있으므로 그릇의 쓸모가 생겨난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으므로 방의 쓸모가 생겨난다.

있음의 유용함은 없음에 달려 있다.

(웨인 다이어, '치우치지 않는 삶'의 pg 90)

두 구절이 마치 대구를 이루는 것처럼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책 자체는 매우 짧고 간결하다.

저자가 쉽게 쓰려고 안간힘을 쓴 것이 읽으면서 잘 느껴지긴 하지만 철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읽기엔

마냥 쉬운 책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원작을 보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쉬울 것임에는 틀림없으므로 그의 철학을 맛보고 싶다면,

또 그의 저작 중 어떤 책을 읽어보면 좋을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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