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다를까? 다른그림찾기 1000 놀면서 똑똑해지는 퍼즐북 시리즈
레이크 프레스 구성 / 길벗스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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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아이에게 뭘 잘해주고 있는 건 없다만 내 취미 생활 덕분에 아이에게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해주는 것 같긴 하다.

딸아이는 주로 이야기가 있는 동화책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최근에는 일부러 조금 다른 책들을 구비해놓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놀면서 똑똑해지는'이라며 부모 마음에 쏙 드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숨은 그림 찾기와 세트로 나왔는데 숨은 그림 찾기 책은 이미 몇 권 있어서 이번에는 다른 그림 찾기를 골랐다.



일단 그림체가 마음에 든다.

아이들의 이목을 확 잡아 끌 수 있도록 화려한 색채와 재미난 그림들이 돋보인다.



(pg 1-2)

책을 보자마자 바로 펼쳐서 해보는 딸.

연출로는 나올 수 없는 행복한 웃음을 볼 수 있었다. (왜 사진 찍을 땐 항상 이상한 표정을 짓는건지)

아이가 못 찾고 있을 때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 어른이 알려주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끝까지 스스로 찾을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 좋은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은 '색깔이 다른 건 없나 한 번 볼까'라는 식으로 힌트를 줘서 찾게 하고는 있다.

가르쳐주지 않으면 금방 흥미를 잃거나 다른 거 하자고 관심을 돌려버리기 때문인데, 책을 통해 집중력을 키워주고 싶기도 해서 이게 맞는 방법인가 싶긴 하다. (육아에 일가견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가르침 좀 부탁드립니다.)

이야기 위주의 책이 아니어서 집중력 있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있었지만 기우였던 모양이다.

가격이 9천원이 채 되지 않는데 무려 120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찾기 놀이가 가능하다.

생각보다 두툼해서 꽤나 오래 볼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펼친 오늘만 그 자리에서 12페이지가 넘게 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금방 다 끝낼 것 같다.

옆에서 나도 같이 하는데 오랜만에 해보는 활동이라 그런가 나 스스로도 꽤 재밌게 했다.

다 하고 나면 같은 시리즈로 나온 숨은 그림 찾기도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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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꿀 거야! 철학하는 아이 20
프랑수아 모렐 지음, 로낭 바델 그림, 김이슬 옮김, 장하나 해설 / 이마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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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화책을 만났다.

'철학하는 아이'라는 부제를 달고 시리즈로 나오는 동화책인데 예전에 우연히 시리즈 중 하나를 접하고는 어른인 내가 봐도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도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 책의 주제는 환경과 기후 문제이다.

아이들에게 환경과 기후 문제를 인식하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커가는 아이들은 자의식이 생길 무렵부터 마스크는 당연히 써야 하는 것이었고(코로나 이전에는 미세먼지가 있었기 때문)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고작 30대 후반인 내가 느끼기에도 어린 시절에 이렇게까지 공기가 나쁘진 않았던 것 같고, 여름과 겨울에도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덥거나 춥지 않았었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의 눈 높이로 기후와 환경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화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아래에 보이듯 글씨도 적고 그림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그림체라서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책이 제기하는 문제가 가볍지 않은 만큼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발칙함이 돋보이는 스토리를 보여주는데, 어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점점 더 심각해지는 환경, 기후 문제들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나서서 세상을 바꾸기 시작할 거라는 내용이다.

이때 아이들이 제시하는 행동들이 꽤나 구체적이다.

공장식 축산의 거부, 채식 급식의 증량, 자동차 사용 최소화, 소비의 감축(중고물품 사용 활성화), 철저한 쓰레기 분리수거에 이르기까지 환경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을 3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 안에 알차게 담아내고 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자신이 얼마나 이 문제를 진지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물론 주제가 가볍지 않기 때문에 글자 수가 많지 않다 하더라도 사용되는 단어가 쉬운 편이 아닌지라 아이와 함께 읽다 보면 문장의 의미를 여러 번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꽤 많이 생긴다.

위에 사진만 보더라도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연합, 조합, 동맹, 결성 등의 단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금세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후미에 저자가 쓴 글을 보면 다분히 그레타 툰베리를 옹호하기 위해 쓰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

개인으로서의 그녀는 물론 비난받는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또 그러한 비난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그녀의 메시지가 갖는 의미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저자 역시 그녀의 메시지에 주목하자는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또 그렇게 따지면 툰베리의 메시지가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책을 읽어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힘일지라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일깨워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어찌 됐건 이 지구는 굉장히 높은 확률로 부모보다 아이가 더 오래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어린 세대들이 자라면 지금의 MZ세대 역시 기후 문제를 등한시한 세대로 낙인찍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어릴 때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자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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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한국 기업에 거버넌스의 기본을 묻다 서가명강 시리즈 23
이관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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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 제목만 봐도 '주주지 뭐'라고 생각할 테지만 생각보다 기업이 진짜 '누구의 것'인지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특히나 재벌 경영 체제가 대표적인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고 표현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틈틈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 모으는 동학개미들이 과연 삼성전자의 주인이라 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다.

미국에서는 1나노초에 주식을 사고파는 초단기 거래도 증가하는 추세라 한다.

어쨌든 그 1나노초 동안은 그 사람도 그 기업의 주주임은 부정할 수 없다.

저자는 세상이 이런 추세로 변해가는 요즘에도 과연 주주가 기업의 주인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주당 1센트씩 총 60주를 사들여봐야 얼마나 벌겠느냐고? 글쎄, 과연 그럴까?

아침 9시부터 장을 닫는 오후 4시까지의 7시간(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은 1나노세컨드가 10억 분의 1초이니 25.2조 나노세컨드가 된다. - 중략 -

이런 식으로 그 큰돈을 벌어도 괜찮은 건지 마음이 편치 않지만

어쨌든 초빈도 거래자들도 1나노세컨드 동안만큼 주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1나노세컨드 동안 주주였다가 바로 다음 1나노세컨드 동안은 아니었다가를

반복하는 이들을 위해 경영자가 열심히 일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pg 36-37)

그런 다음 주주와 채권자, 주주의 이익을 실현하는 대리인인 경영자, 경영자를 감시하는 이사회의 역할과 서로의 견제 기능에 대한 경영학적 시각들을 소개한다.

경영자와 주주, 채권자, 이사회의 상호 간 정보 비대칭은 당연히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는 만큼 이 정보격차를 좁히기 위한 여러 법적 제도들을 갖추게 되는데 이 수준이 국가들마다 상이하게 나타난다.

여느 사회문제들이 다 그렇겠지만 이 역시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

규제가 너무 심하면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에 투자하는 것을 꺼려 하기 시작해 경기가 침체될 것이고 규제가 너무 느슨하면 경영자들의 편법 행위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분량이 생각보다 긴데, 저자가 개념에 대한 설명은 쉽게 한 것 같으나 용어에 대한 설명이 좀 적어서 경영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용어 이해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부록으로라도 주요 용어에 대한 설명을 붙여두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어쨌든 긴 설명의 중점은 주식시장에도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규제를 통해 각 이해관계자들의 정보비대칭을 어느 정도는 해소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가 중요하다는 것 정도가 될 수 있겠다.

몇몇 대주주보다 소액이라도 다수의 사람이 투자하는 쪽이

주식시장 발전에 더 이롭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액주주 보호가 잘 되어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주식시장이 더 빠르게 발전하고 규모도 커진다. - 중략 -

소액주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도 더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더구나 그 자금은 대주주들의 참견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pg 201-202)

그럼 왜 신흥시장일수록 동조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일까? - 중략 -

정답은 놀랍게도 기업지배구조에 있었다.

동조성이 낮은 국가들일수록 평균적으로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가 잘 이루어져 있고

기업지배구조 체계도 더 발전되어 있었다.

(pg 206)

저자는 여러 논문을 인용하며 주장을 이어가는데, 이 중에서는 얼핏 보기에는 기업의 성과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요인들이지만 연구결과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진 재미난 사실들도 있다.

그중 두 가지만 아래에 소개해 본다.

아래 두 사례를 요약하면, 경영자와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경영자에게 딸이 있다면 그 기업이 보다 바람직한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사진과 경영자의 정치적 성향이 같은 경우에는 경영자가 낸 성과가 매우 저조하더라도

이사회가 보수를 깎거나 해임할 가능성이 확연히 줄었던 것이다.

저자들은 여기에 더해 이런 회사일수록 경영자들이 회계 장부를 조작할 가능성 또한

더 높았다는 것을 찾아냈다.

(pg 115-116)

그들은 자녀의 성별이 최고경영자의 경영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분석 결과, 사회적 책임 지수가 높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 중에

특히 딸을 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중략 -

딸이 있는지의 여부가 조직 문화의 평등함과 다양성을 결정짓는 데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실증연구를 통해 확인한 셈이다.

(pg 229)

그럼 문제점을 알았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자는 그 해결책의 하나로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ESG(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를 소개하고 있다.

기업들이 소극적인 사회적 책임을 넘어 환경(E)과 사회(S)에 기여하는 것이 곧 기업의 목적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G)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 전략 - 환경, 자연, 사회의 모든 문제들은 기업에 대한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기업이 수익을 쫓아가는 비즈니스 추구 자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기업의 목적 자체를 주가 극대화가 아니라

공공의 부의 극대화로 새롭게 정립해야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자연스러운 비즈니스 전략을 찾도록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pg 234-235)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주주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

점차 더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 자체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도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드는 커다란 변화가

이미 닥쳐오고 있기 때문이다.

(pg 237)

글의 마무리 즈음에는 재벌 위주의 한국 기업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탄식으로 끝을 맺고 있다.

소액주주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재벌들의 불법 증여와 이를 통한 기업 지배력 강화도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법적으로 처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큰 일 하셔야 되는데 감옥에 있어서야 쓰겠나'라는 대중들의 어처구니없는 인식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주주만이 기업의 주인은 아니라는 흐름이 밀려오는데,

한국에선 아직 주주조차 기업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pg 250)

한국이 이제 선진국이냐 아니냐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 규모로 볼 때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경제 규모를 떠받치고 있는 기업들의 지배 구조가 그리 선진적이지는 못하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동학개미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이런 책들을 통한 일반적인 인식 전환도 함께 수반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주식을 1도 하지 않지만)

전체 250페이지 정도로 부담 없는 두께에 글이 아주 어렵지 않아서 경영이나 경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법한 책이다.

저자의 집필 스타일인 것 같은데, 인용한 논문이나 저서의 경우 저자의 이름과 논문 제목 등을 본문에도 굉장히 상세하게 적어둔 편이라 읽다가 관심이 간다면 추가로 찾아 읽기에도 편할 것 같아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심도 있게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시작점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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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슈퍼의 비밀 새싹동화 12
최명서 지음, 박지윤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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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놀아주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비인지라 시간이 나면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육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점점 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나름의 뿌듯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글이 많지 않은 책은 스스로 읽을 수도 있는 시기라서 조금 더 글자가 많은 책으로 책 수준을 좀 높여주려는 의도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쓰인 동화책을 골랐다.

6세인 아이가 보기에는 많이 두껍다 싶은 정도의 두께인데다 글씨도 꽤 많은 편이기 때문에 육성으로 읽어줘야 하는 나에게도 조금 도전의식이 필요했다.

초등학생이 대상이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 그림도 없이 글씨만 가득한 페이지도 꽤 많은 편이다.

아이가 줄글로만 된 책에도 적응을 해갈 수 있도록 준비한 책인데 다행히 스토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스토리는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진 지후라는 남자아이가 수영 강습이 끝난 후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여우 슈퍼'라는 곳에 우연히 도착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의 설희라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어느덧 저녁이 되자 설희의 할머니가 나타나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한다.

지후는 집에 가려 했으나 할머니가 지후를 강제로 잡아둔다.

이상함을 느끼는 지후에게 설희의 할머니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데, 충격적이게도 그 할머니는 사람으로 둔갑한 구미호였다.

알고 보니 설희 역시 구미호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우(?!)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인간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던 설희는 지후를 데리고 할머니 여우에게서 도망치게 된다.

지후는 마치 좋아하던 스마트폰 게임을 하듯 설희와 함께 달리고 도망치며 고난을 극복해나간다.

함께 고생하면 가까워지는 속도도 더 빠른 법인지라 지후는 설희와 정이 잔뜩 들지만, 다시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없이도 친구와 노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집필 목적에 충실하게 스마트폰에만 빠져있던 지후는 친구와 함께 뛰노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문장 역시 지후가 자신이 겪은 일을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친근한 문체로 쓰여서 아이들 눈 높이를 맞추었다.

게다가 뻔한 친구 만들기 스토리가 아닌 구미호라는 한국 전통의 상상력이 더해져 아이들의 흥미를 잘 이끌어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유아용 동화보다는 그림의 비중이 적긴 하지만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도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이야기의 흐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6세인 우리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는 것은 아직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유지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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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꾼의 아들 1
샘 포이어바흐 지음, 이희승 옮김 / 글루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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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온 판타지 소설이라니 뭔가 생소하면서도 흥미가 끌려 접하게 되었다.

책을 받아드니 5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두께라 살짝 묵직함이 느껴진다.

표지 역시 판타지물에 등장하는 고서적처럼 디자인되어 있어서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줄거리에 앞서 꽤 재미가 있었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두께가 좀 있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받은 후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아 다 읽었을 정도로 판타지 소설이 갖는 본연의 기능인 '재미'라는 측면에서 매우 탁월했다.

판타지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이 책만의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 작가의 문장이 참 좋다.

단순히 장르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작가의 문장력이 꽤나 좋게 느껴졌다.

번역가의 번역 역시 깔끔해서 책만 읽으면 원작이 외국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소재 자체가 아주 참신한가 하면 그런 건 아니다.

기사와 마녀, 마법, 악령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는 스토리라는 점에서는 여타의 판타지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재가 갖는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전개 자체가 엄청 흥미진진한데 여기에는 작가의 탁월한 문장력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부터는 스포일러를 최대한 주의하며 작성했으나 본의 아니게 줄거리가 노출될 수 있으니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무 정보 없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소설의 배경은 여타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의 무대와 비슷하게 왕과 기사, 영주 등의 지배계층이 존재하고 신부를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이 위세를 떨치는 시기이다.

소설의 제목에 등장하는 매장꾼은 '시신의 매장'이라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최하층민으로 등장한다.

제목 그대로 매장꾼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파린 역시 이름보다는 '매장꾼의 아들'로 불리기 일쑤였다.

파린은 최하층민의 자녀가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들(가난, 아동노동, 폭력,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등)을 겪으며 불행하게 자랐지만 아버지의 일을 도와가며 나름의 직업의식을 가지고 성실히 살아가던 청년이었다.

작가는 파린이 가난하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바지까지 빨아서 불 가에 말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꾸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에게 바지라고는 딱 한 벌뿐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도 소유했다 할 만한 것이 과연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 이름 뿐이었다.

신에겐 없지만 파린에겐 있는 것, 이름. "파린!"

(pg 13)

파린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한 노파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물건을 손에 넣게 되고, 그 물건을 노리는 자들에게 쫓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파린은 시체를 닦던 경험이 쌓여 자신에게 마치 현대의 법의학자처럼 죽은 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황상 나중에 파린이 '뼈를 보는 자'로 불리게 될 것 같은데, 지금 법의학자가 하는 일과 비슷할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생이 갖는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파린에게 삶은 무의미할 뿐이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

그의 삶은 목표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나아가는 배 같았다.

아니 인생이란 배 안에 자신이 타고 있기나 한 건지.

어쩌면 그의 옆을 이미 지나쳐 간 것은 아닐지.

해야 할 일들과 지루함 사이에서,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

아침과 저녁 사이에서 그의 인생은 집 앞에 흐르는 개울처럼 덧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개울은 언젠간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pg 259)

그러던 중 파린의 시체를 보는 능력을 범상치 않게 여긴 한 기사가 파린을 자신의 조수 역할인 스콰이어로 키우고자 자신의 성으로 데려간다.

한낱 매장꾼의 아들일 뿐인 자신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자신을 믿어준 기사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충돌하며 1권은 끝이 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능력을 알게 된 후로 늘 내가 기적을 일으켜 주길 바랐지.

하지만 넌 머리와 손과 발과...그러니까 온몸으로 저항하잖아.

"난 그런 걸 원치 않아. 난 나이고 싶다고."

(pg 473)

1권에서는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아로스라는 소녀도 등장한다.

아로스 역시 어릴 적 고아원에 버려져 비참한 생활을 전전하던 중 파린처럼 어떤 '물건'을 갖게 된다.

1권까지는 아직 파린과 만나지 않았지만 이후에 이 둘이 어떤 사연으로 어떻게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어서 모두 읽고 서평을 남기고 싶었지만, 권당 500페이지 정도로 호흡이 긴 편이라 까먹기 전에 읽은 감상을 써두고 싶었다.

이후 모두 읽게 되면 전반적인 감상을 다시 작성해보려 한다.

책이 두꺼운 편이긴 하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계속해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유도하는 작가의 문장력이 좋고, 사건의 전개도 꽤 빠른 편이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계속해서 파린의 시각에서만 서술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혀 별개의 일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나중에 큰 줄기에서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도 작품이 갖는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1권만 하더라도 파린과 파린을 거두어 준 기사, 그리고 파린이 습득한 물건과의 관계가 흥미를 이끌어가는(나름의 반전도 있고) 핵심 내용이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상술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통적인 판타지의 영역인 마법이나 악령 같은 것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파린의 능력이 현대의 법의학자처럼 시체를 관찰해 죽음의 비밀을 알아내는 것이라는 점이 참신했다.

파린은 1권에서만 무려 두 건의 시체를 보고 죽음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맞춰낸다.

막대기에서 불이 나가는 같은 것에 비하면 굉장히 현실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앞으로 이 능력이 판타지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가 된다.

전체적으로 흡족하게 읽은 작품인지라 남은 세 권도 빨리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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