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책이 제기하는 문제가 가볍지 않은 만큼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발칙함이 돋보이는 스토리를 보여주는데, 어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점점 더 심각해지는 환경, 기후 문제들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나서서 세상을 바꾸기 시작할 거라는 내용이다.
이때 아이들이 제시하는 행동들이 꽤나 구체적이다.
공장식 축산의 거부, 채식 급식의 증량, 자동차 사용 최소화, 소비의 감축(중고물품 사용 활성화), 철저한 쓰레기 분리수거에 이르기까지 환경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을 3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 안에 알차게 담아내고 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자신이 얼마나 이 문제를 진지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물론 주제가 가볍지 않기 때문에 글자 수가 많지 않다 하더라도 사용되는 단어가 쉬운 편이 아닌지라 아이와 함께 읽다 보면 문장의 의미를 여러 번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꽤 많이 생긴다.
위에 사진만 보더라도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연합, 조합, 동맹, 결성 등의 단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금세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후미에 저자가 쓴 글을 보면 다분히 그레타 툰베리를 옹호하기 위해 쓰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
개인으로서의 그녀는 물론 비난받는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또 그러한 비난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그녀의 메시지가 갖는 의미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저자 역시 그녀의 메시지에 주목하자는 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또 그렇게 따지면 툰베리의 메시지가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책을 읽어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작은 힘일지라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일깨워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어찌 됐건 이 지구는 굉장히 높은 확률로 부모보다 아이가 더 오래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어린 세대들이 자라면 지금의 MZ세대 역시 기후 문제를 등한시한 세대로 낙인찍게 될 것이 자명해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어릴 때부터 이런 문제의식을 자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